[단행본 연재 - 12회] 패션브랜드 레드 1 - 4. 거리에서 배우는 패션 마케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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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2-18 오전 11:43:12



4. 거리에서 배우는 패션 마케팅(1)



사람의 결을 따라 브랜드의 결을 내다

홍대 지하철 역 5번 출구. 저녁 6시부터 8시까지는 그야말로 시장의 장관을 보는 때이다. 마치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북극지대에서 오로라를 보는 것처럼 패션 마케터에게는 이 시간은 난생처음 보는 웅장한 패션의 파노라마를 보는 시간이다. 특히 금요일 밤에는 그야말로 거룩한 패션의 성자들이 성지를 방문하는 물결로 입을 다물수 없는 장관을 보게 된다. 특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사람, 최신 트렌드를 소화한 사람, 잡지에 협찬 받은 브랜드 화보를 그대로 따라 입은 사람, 일본 잡지를 보고 따라 입은 사람을 비롯해서 존경할만한 코디를 과시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패션 마케터에게는 이들은 멋있는 ‘사람’들이 아니아 희귀한 ‘컨셉’들이다. 가끔 떼로 몰려오는 최신 ‘스타일’들도 볼 수 있다. 더 흥분되는 것은 미래의 컨셉을 가진 소비자들도 볼 수 있다. 이때의 기분을 설명하라면 해변가에서 깨진 소주병을 주으려다가 옆에 빛나는 1캐롯 다이아몬드를 우연히 발견한 느낌일 것이다.


해외시장 시장조사, 국내 시장조사, 업계지, 해외 트렌드 보고서 그리고 소비자가 읽는 패션잡지를 모두 보고 거리에서 시장의 융합 반응을 살피는 필자에게는 홍대역 관찰은 일종에 퍼즐 맞추기 같은 시간이다. 소비자들이 패션과 트렌드에 대한 모방, 창조, 수정, 보완 그리고 재해석을 볼 수 있으며 막연히 생각했던 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거리마다 결이 있다. 강남쪽에 화려한 여자들과 남자들은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에 시간대별로 선별해서 정보를 모아야 한다. 예전에 고가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의 패션을 알기 위해서 아주 독특한 장소를 찾은 적도 있다. 바로 호텔 피트니스 센터였다. 패션과 자동차는 교차 공식을 가진 면이 있기에 고급 호텔 주자창도 특별 계층의 스타일을 알기 위한 좋은 사냥터(?)이다. 캐주얼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해서 이대, 대중성과 무난함을 찾기 위해서는 신촌, 중장년층 여자들의 스타일을 알기 위해서는 백화점 9층에 있는 식당 등. 이것도 항상 변하기 때문에 유념해야 한다. 평온하게 흐르는 강가에 갑작스러운 물살을 만날 때가 있다. 그 이유는 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강 바닥에 있다. 낮거나 좁거나 아니면 막혀있을 때 물살이 빨라진다. 시장조사는 거리의 물(넘쳐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물안에 있는 결(컨셉을 가진 사람)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결에는 의미가 다른 총 4개의 정의가 있다. 첫번째는 짜임새와 조직 그리고 구성을 뜻하는 텍스쳐(texture)가 있다. 나뭇결, 비단결 그리고 살결이라고 표현할 때 이 단어를 쓴다. 두 번째 의미는 성질(disposition), 성향(temper) 그리고 성격(character)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세 번째는 아침결에, 잠결에, 꿈결처럼 사이(the moment)와 때(the time)를 표현할 때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물, 숨, 소리를 흐름과 동작을 말할때 Wave로 사용한다.


‘결 따라 움직인다’는 말은 순리적으로, 자연스럽게, 힘을 들이지 않고 그리고 빠르게 해낸다는 의미가 있다. 패션 마케터가 결을 따라서 마케팅을 하는 두 개의 큰 마케팅이 있다. 하나는 앞서 말했듯이 시장의 결을 찾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 결을 따라서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이다. 먼저 시장의 결을 찾는 것은 일단 ‘물(거대한 흐름)’을 봐야 한다. 바다 안에도 난류와 한류가 서로 돌고 있고, 공중에도 한랭 전선과 온난 전선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도 결들이 있다. 결들을 보기 위해서는 옷만 보면 안된다. 신발로 시작해서 귀에 붙어 있는 귀걸이까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의 상징인 얼굴도 보아야 한다. 과연 패션과 얼굴이 서로 조화가 있는지 아니면 옷을 걸친 것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러니까 옷을 보는 것이 아니라 패션, 곧 옷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과 단순 브랜드만 걸치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패션 마케터는 사람에게 옷을 입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옷입은 사람들을 통째로 보면서 직관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이, 얼마나 깊이 그리고 얼마나 자주 비슷한 스타일들의 결을 살피는 것이다. 그것은 트렌드와 미래 시장의 결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속옷 조사를 위해 대중목욕탕에서 일주일 동안 산 적도 있다. 여자 속옷을 알기 위해 처음 만난 여자 열 명에게 그들이 집에서 가져온 속옷을 직접 보면서 장단점을 들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주얼리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해서 2호선 10량 지하철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대학생들의 목과 귀만 쳐다본 적도 있었다. 여자들의 심리와 쇼핑 동선을 알기 위해 얼굴도 알지 못하는 여대생의 다이어리와 일기를 수십 권이나 꼼꼼히 살펴보기도 하였다. MP3 제품을 파악하기 위해 염치 불구하고 다가가

“혹시 어떤 제품을 쓰세요?”라고 물어 보기도 한다.


브랜드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시쳇말로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한다. 어떤 이를 만나도 ‘저 사람들은 이런 브랜드를 사용한다’는 일종의 초능력이 생기지 않으면 브랜드를 제대로 알 수 없다. 브랜드 책에서 ‘초능력’을 키우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반복된 경험에 기반한 훈련된 직관만이 브랜드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을 볼 것인가’와 ‘어떻게 볼 것인가’를 구분하는 건 말장난을 위한 것이 아니다. 브랜드 인사이트 능력을 올리는 전혀 다른 차원의 학습 방법이다. 무엇을 볼 것인가가 ‘발견’이라면, 어떻게 볼 것인가는 ‘해석’이다.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서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하고,

무엇을 입었는가를 물어보면서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를 들어야 한다.

무엇을 먹는가를 묻고 어떤 트렌드를 즐기는가도 파악해야 하며,

오늘 무엇을 사는가에서 무엇이 부족한가도 찾아야 한다.

어떤 컬러를 선호하는가를 질문하면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가를 고민하고

어떤 휴대전화를 쓰는가에 따라서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도 확인해야 한다.

상품을 사는가와 브랜드를 수집하는가라는 질문은 너무나도 다른 소비자의 내면을 보게 한다.


브랜드를 알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시간여행이라고 불리우는 ‘시장조사’다. 특히 거리조사를 많이 하는데 무작위 혹은 일정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게 질문한다. 얻는 것은 브랜드 인지도에 따른 숫자이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브랜드 지식은 말 그대로 다수의 의견을 ‘객관적’이라는 이름 아래 순위로 나열한 것이다. 연상 이미지 혹은 선호도를 알기 위한 항목도 있지만 겨우 20분 만에 평균 50개 항목에서 정확한 정보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간혹 주변 사람들이 ‘소비자 조사’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으냐를 조사하는 건 쉽다. 출마한 후보 중에서 뽑으면 된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너무나 많아서)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 하는 상황이 연출되게 마련이다. 나는 조사 신뢰도에 대한 질문에 50퍼센트는 믿고, 50퍼센트는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필자가 믿는 50퍼센트도 나도 알고 있는 답변이 나올 때만 믿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나오면 반드시 FGI 혹은 1:1 심층 조사를 통해서 확인을 해보아야만 한다.


거리에서 브랜드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공부를 할 수 있다. 지역별로, 나이별로, 시간대별로 어떤 브랜드들이 가장 많이 보일까? 양재동에 있는 이마트와 코스트코 주차장에는 어떤 자가용이 가장 많을까? 계산대에서 그들이 사는 물건들은 무엇이 많으며 특별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의 생김새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런 브랜드 학습은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아니다. 1년 하는 것도 아니다. 정기적으로 지속적으로 멈춤 없이 해야 한다. 소비자는 항상 변화하기 때문이다.


옷만 보지말고 그 옷을 입은 사람을 보고, 사람만 보지 말고 공통점을 보고, 공통점만 보지 말고 패턴과 변형점을 보아야 하고 그리고 멀리서 큰 그림으로 미래도 봐야 한다. 이것을 경영학에서는 시장조사라고 하지만 패션업에 종사했던 필자는 시간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트렌드는 분침 그리고 스타일은 시침이라는 시계를 가진 패션 마케터들에게는 조사가 아니라 여행이다.

결국 이렇게 시장의 결을 찾는 훈련의 대단원은 브랜드 런칭에 있다. 왜냐하면 브랜드 런칭도 결따라 런칭해야만 빠른 시간내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브랜드의 결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으로 이루어진 조직력이야말로 브랜드의 단단한 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 브랜드 구성의 아이디어와 컨셉 그리고 아무리 많은 자본이 있더라도 사람으로 구성된 브랜드 결이 허술한다면 그 브랜드는 경쟁 브랜드와 경기 분위기에 쉽게 와해될 수 있다. 최고의 브랜드는 최고의 전문가와 최고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결이 완성된다. 결속력이 확실해지면 브랜드 런칭의 매순간마다 오는 위기 앞에 불굴의 결단력으로 의사 결정력을 높혀 런칭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모였다고 강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브랜드의 결을 결정하는 것은 잠재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기업은 좋은 상품을 만들어 고객을 섬기면 고객은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로 만들어 돌려준다. 브랜드는 고객이 결정하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가 해야 하는 것은 브랜드의 성격과 고객의 성격을 촘촘히 짜인 원단처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브랜드는 고객의 가치관, 고객의 성향, 고객의 행복 그리고 고객의 것이 되어야 한다. 브랜드와 고객이 얼마나 하나가 될 수 있는가가 브랜드의 결을 결정한다.


브랜드의 결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타이밍이다. 나무도 사계절이 있으면 단단한 결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브랜드도 어떻게 런칭해서 어떤 기후로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아마 10년 이상 회사를 경영했던 사람이라면 성공과 타이밍은 같은 말이라는 것에 대해서 공감해 줄 것이다. 시장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경쟁자는 어떤 약점 때문에 어려워지고 있는가? 새로운 미래 강자는 어디서 오고 있는가? 지금 고객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에 관한 것을 ‘시간’으로 환산과 환원하여서 브랜드 런칭 때를 결정해야 한다.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강한 경쟁자를 만나면 경쟁을 통해서 강해지던지 아니면 사라져 버린다. 시장에 새롭게 런칭되는 브랜드는 경쟁 브랜드가 결정한 규칙과 시장에 던져진 것이다. 이미 시장의 결이 있기 때문에 그 결을 거슬러 움직이는 것은 어렵다. 일상에서도 결을 반대로 해서 자르거나 찢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들고 불가능한 일이 많다. 방법은 단 한 가지가 있다. 우리의 강점을 경쟁자의 약점의 결을 따라서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을 해야 한다. 일단 결이 찢겨지면 공격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결이 마지막 결로서 흐름(Wave)이다. 최고의 패션 브랜드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만드는 브랜드이다. 왼손으로는 스타일을 만들고 오른손으로 트렌드를 만드는 브랜드는 거대한 문화의 흐름을 만든다.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에 문화와 트렌드는 만드는 작업에 대해서 충격파(shockwave) 마케팅이라고 말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거부하거나 방어할 수 없는 거리의 물결을 통해서 단 한번에 시장을 바꾸어 놓아야 한다. 왜냐하면 런칭하는 신규 브랜드에게 있어서 시장 안착의 시간을 끌면 끌수록 시장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4개의 결은 조직력, 고객 친화력, 순간 결정력 그리고 시장 판단력에 의해서 브랜드의 결을 결정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결은 강해지면서 그 누구도 찢을 수 없는 강력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브랜드의 결이 단단한 브랜드 결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강한 브랜드는 유연한 결을 가진 브랜다. 고객의 욕구, 트렌드의 변화, 경기의 움직임에 따라서 결따라 변화되면서 혁신하는 것이 바로 결이 강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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