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연재 - 13회] 패션브랜드 레드 1 - 4. 거리에서 배우는 패션 마케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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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2-20 오전 10:12:29



4. 거리에서 배우는 패션 마케팅(2)



거리의 결을 거슬러 올라가다

앞서 말했듯이 경영학적 시장조사 대신에 필자는 시간 여행이라는 관점에서 거리에 나간다. 굳이 시장조사라는 목적성을 가져야 한다면 ‘라이프스타일 탐사 여행’ 정도로 생각하고 싶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장조사에서 시장은 정말로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같은 시장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상의 삶과 가치, 세계관을 연구하는 것이다.


홍대 지하철역 5번 출구 앞서는 올라오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은 ‘시장’ 조사 때문이 아니라 ‘사회’ 혹은 ‘문화’ 탐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는 말 그대로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사회를 해석하고, 그 결과로 살아가는 방식과 상징을 연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장조사는 문화탐구(culture explore)다.

시장조사는 사회연구(social research)다.


시장에서 팔고 있는 각종 브랜드는 욕구의 상징이기 때문에 시장조사는 상징의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커뮤니케이션과 교환 활동이기 때문에 시장조사는 사회와 문화 구조의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에 있는 모든 것들은 사람의 마음 안에 있는 모든 욕망과 소망의 구체화다. 따라서 시장조사는 인간의 해석이어야 한다.


특히 패션 브랜드들은 다음 시즌 영감과 샘플을 구매하기 위해서 해외 시장 조사를 떠난다. 안타깝게도 항상 구매하는 곳에 가서 신상품만 샘플로 구매하거나 카피할 것만 찾는 것이 패션 브랜드의 실정이다. 왜 그 상품이 거기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사실 시간도 없다).


필자가 제일 선호하는 나라는 런던이다. 이유는 딱 한가지다. 이민자들의 도시답게 그곳은 수많은 인종들과 문화와 그리고 상징들이 영국스러움과 맞물려 런던스러움으로 재생산된다. 찾는 것은 바로 재생산된 상징이다. 이런 상징들은 컨셉이 강한 신규 브랜드가 되어 시장에 나타나기도 한다.


누구나 알듯이 버버리는 영국 패션의 상징이고, 셀프리지 백화점은 런던 트렌드의 상징이다. 어느 도시 어느 나라의 가치가 어떻게 상징이 되었는가를 연구하는 것은 마케터의 몫이다.


런던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음식점은 일본 음식점이다. 일본의 패션 브랜드들은 런던 거리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런던에 있는 일본 상품을 보면서 런던이 이해하는 동양의 정서가 어떻게 축적되어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향후 런던에 런칭할 한국 브랜드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 시장에 나온 상품은 사람들의 욕구에 반응해 탄생한 것들이다. 그 상품을 보면서 우리는 런던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탐닉하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는 과거는 미래의 서막이라고 했다. 런던은 패션 마케터에게는 한국의 미래, 오지 않을 미래 그리고 한국에게는 없는 과거도 가지고 있는 일종의 보물섬이다.


시장조사 실전 1장. 한국에서 시장조사 ‘연습’을 하라

무작정 해외로 떠나서 시장조사를 하면 안 된다. 일단 해외로 나가면 시차와 낯선 환경, 들뜬 마음 때문에 약 이틀(사람에 따라서 4일까지) 정도는 흥분 상태가 지속된다. 제대로 시장조사를 할 수 없다. 또한 무작정 떠난 사람들은 무엇을 보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사진만 찍어낸다. 이런 사람은 떠날 때쯤이 되어서야 뭔가 잘못 됐음을 알아차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에서 먼저 시장조사를 연습하면 좋다. 압구정에서 영국식 심벌 찾기를 해봐도 좋고, 혹은 전혀 가보지 않았던 도시(대구 동성로나 부산 서면 등)를 정하고 거기서 시장조사 연습을 해 보는 것이다. 비록 해외와 다르지만 두 차례 정도의 연습을 통해 도착하자마자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장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


시장조사 실전 2장. 한국에서 먼저 시장 ‘조사’를 하라

1장이 찾는 연습이라면 2장은 실제로 조사를 하는 것이다. 사실 해외에서 뜬다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한국에 다 들어와 있다. 그렇다고 해외로 시장조사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있더라도 대부분 전체보다 부분적인 것이 많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해외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려는 것이기에 먼저 한국에 도입 적용된 것들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나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파악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해외 시장조사를 떠나기 한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워 한국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완전히 숙지해야만 한국에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이 해외에서 무엇을 벤치마킹해서 자신의 것에 적용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국내 것을 완전히 알아야만 해외의 것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 실전 3장. 관련 책을 모두 보거나 모두 보지 않거나

여행 정보서를 한 권만 읽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것이 전부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감정과 느낌이 배어 있기 때문에 읽다 보면 저자의 관점을 흡수하게 된다. 일종의 선입견이다. 날 것 그대로 느끼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이런 때는 아예 읽지 않는 게 낫다. 특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생생한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그대로 보는 게 중요하다.


정보를 얻는 시장조사라면 관련된 책은 모두 읽고 가야 할 것이다. 그때는 정보에 대한 느낌보다는 해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같은 지역에 2회 이상 시장조사 계획이 잡혀 있다면 첫 번째 시장조사 때는 아무 정보 없이 가기를 권한다. 시장조사에는 모르고 보는 것과 알고 보는 것 모두가 필요하고 그 조화가 필요하다.


시장조사 실전 4장. 세 번 이상 가야 할 곳도 있다

대부분의 관광은 한 번이면 족하다. 다시 찾았을 때는 처음 받았던 감동만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조사도 가급적 많이 보기 위해 모든 코스는 한 번만 죽 돈다. 그렇지만 반드시 세 번 이상 가야만 보이는 곳이 있다. 그때는 그들의 부족한 부분까지 보인다. 처음 볼 때는 모든 것이 낯설기 때문에 신선해 보인다. 두 번째 보면 정말 신선한 것만 신선해 보인다. 세 번째 보면 그들의 단점과 약점 보완할 점도 보인다. 시장조사를 통해 남의 것을 얻거나 배우는 것도 가능하지만, 자신의 것 가운데 무엇이 좋은 지도 찾아낼 수 있다.


시장조사의 실전 5장. 먼저 나무를 보고 숲을 보아야 한다

해외 시장조사를 하면 대개 그들의 건축에 매혹 당하게 마련이다. 건축과 도시를 집중적으로 보려는 여행자가 아니라면 일단은 도시의 풍경보다는 세세한 콘텐츠부터 보아야 한다. 사람만 보기, 신발만 보기, 윈도우만 보기, 심벌만 보기, 컬러만 보기 등 자신이 온 특정 목적에 부합하는 부분만 보아야 한다. 이렇게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공통 패턴이나 규칙,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현지의 트렌드나 스타일, 생활방식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틀 정도는 이렇게 하나만 보다가 3일 뒤부터는 전체를 보기 시작하자. 그러면 그들의 문화와 그들을 감싸고 있는 생각이 보인다.


시장조사 실전 6장. 시장조사는 기록이다

DSLR 카메라를 사용하고 렌즈는 광각에서 망원까지 고루 찍을 수 있는 24-105mm가 좋다. 우천시나 긴급 촬영을 위해 휴대하기 좋은 똑딱이 카메라를 챙기고, 촬영이 제한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 휴대전화 카메라도 챙기면 좋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고 그림을 잘 그려도 흐릿한 사진 한 장보다 정확할 순 없다. 예전에는 14시간 동안 기록이 가능한 녹음기도 가지고 다니면서 거리의 소리까지도 녹음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사진과 함께 소리까지 들으면서 그때의 느낌을 생생하게 되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시장조사 실전 7장. 쌍끌이 방식의 탁월함

테마별로 시작해서 거리별로 중복 조사한다. 일단 백화점별, 명품 브랜드별, 박물관별로 따로 본다. 그 다음에 거리에 나와 있는 매장별로 모두 훑어본다. 종횡을 가로지르는 시장조사는 대단한 중노동이다. 하지만 일단 테마별로 보아야 관점과 패턴을 읽을 수 있고, 거리에 있는 매장을 모두 보아야만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업계나 종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의(衣)·식(食)·주(住)·휴(休)·미(美)·락(樂)에 해당하는 산업군은 이렇게 해야 큰 그림과 그 안에 숨어 있는 그림을 모두 찾을 수 있다.


특히 필자의 사냥터인 런던에서는 더욱 절실히 이 방식이 요구된다. 예술, 디자인, 아이디어, 상품들이 서로 뒤섞여 있기 때문에 무조건 길바닥만을 훑고 다녀서는 뷔페식당 가서 배불리 먹었지만 뭘 먹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다.


시장조사 실전 8장. ‘왜’와 ‘어떻게’에 집중하라

현상은 복잡하다. 그러나 법칙은 단순하다. 시장은 복잡하다. 하지만 욕구는 단순하다. 해외 시장에서 신기한 상품은 우리 눈에는 특허품처럼 보이겠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용품이다. 그저 그들의 욕구와 욕망, 필요를 반영하고 있는 상품이다. 그 사회의 문화와 가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거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것은 뭐지?’라는 관점보다는 ‘이것이 왜 여기 있지?’라는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필요하면 학생이나 관광객으로 가장해 그 상품의 기원과 출처를 물어보는 것도 좋다. 같은 질문을 한 가게에서 한 명한테만 물어서는 안 되고 여러 곳에서 5명 이상에게 충분히 질문해 보는 것이 좋다. 시장조사의 궁극적 목적은 ‘그들은 이런 욕망과 욕구를 이런 상품으로 대치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까?’라 할 수 있다.


시장조사 실전 9장. 진짜 짜릿한 맛을 주는 의외성

하루 정도는 스케줄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지도를 잠시 배낭에 집어넣고 그냥 걷는 것이다. 크고 깊은 산에서도 사람이 자주 다니는 길에는 야생 동물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관광객과 시장이 몰려 있는 거리에는 ‘팔릴 물건’만 있다. 특별하고 독창적인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누구도 가지 않은 낯선 길에 들어섰을 때 백과사전에서도 보지 못했던 괴상한 동물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진정 새롭고 특별한 것과 조우할 수 있다. 그것을 만나야 한다. 우연은 운명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 방법은 치안과 교통이 확실한 곳에서만 사용하길.


시장조사 실전 10장.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정보를 조심하라

그들의 정보를 지나치게 믿지 말아야 한다. 무조건 거부할 필요도 없다. 처음 여행이거나 시장조사를 하는 경우에는 그들에게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지 안내지가 숙달된 가이드라면 핵심 관광 코스만을 간결하게 알려줄 것이고, 그러지 못한 초보라면 자신이 아는 곳만 가르쳐 줄 것이다. 진정 보고 싶은 것은 보지 못하고, 결국 수많은 한국인들이 거쳐 간 코스만 보거나 아예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시장조사의 기본은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보는 것. 현지인이 알려준 코스는 참고와 확인용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9시 30분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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