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마니아의 정서를 말하다
습관은 정서적 요구를 반영한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앤 가드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이해가 언제나 편안한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조금 더 이해할수록 이전의 방식을 고수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 예를 들어 신체적 세계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감정적 세계의 또다른 면을 발견하는 일은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의 저자 앤 가드는 책 서문에서 감정적 세계의 색다른 면을 발견하는 일이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미리 경고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비자들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이 우리의 심리이지만, 만약 브랜드가 채워 줄 수 없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이겠는가.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채워질 수 없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브랜드 마니아를 만드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수녀의 습관이 내적 신념을 드러내듯, 우리의 습관이 내재된 자아나 잠재 의식 속 우리의 모습을 알려준다”며, 습관을 통해서 진정한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라는 그녀에게 마니아와 습관에 대하여 들어보았다.

The interview with 앤 가드(Ann Gadd)
 
 
저서에서 ‘습관’과 ‘중독’에 대해 다루셨습니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 흔히 소비가 ‘습관’이 되었다거나, 브랜드에 ‘중독’되었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 당신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실 습관과 중독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습관이란 반복되는 행동입니다. 주로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중독은 같은 반복적 행동이라도 주로 어떤 물질과 연관된 경우가 많습니다. 니코틴이나 알코올, 약물과 같은 물질 말입니다. 그래서 사실 소비자들이 어떤 브랜드를 소비할 때, 그 브랜드에 높은 충성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만약 신체적인 금단증상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중독’이라는 단어와 정확히 일치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증상은 습관의 단어적 정의와 더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습관이 ‘반복적 경향이나 행위’를 의미하기 때문이죠.

 

‘습관’에 대해서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습관(habit)이라는 단어는 habe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갖다, 붙들다, 지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습관은 우리가 붙들고 있는 신념, 내재된 감정들을 겉으로 표출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현재의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결과”라고 말했죠. 물론 세상에는 수백 가지의 습관들이 있습니다. 습관은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보이는 자동적인 반응이거나 반복적으로 행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습관은 보통 중독만큼의 힘이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으며 우리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범위 내의 행동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중독은 그렇지 않죠. 중독이 감정적인 갈망과 신체적인 탐닉을 모두 포함하는 단어인 반면에, 습관은 무의식적이고 내재된 자아의 정서적인 요구를 반영한 것입니다. 습관은 우리의 신념을 보여 주며 감정을 부각시킵니다.

 

 

습관(habit)이라는 단어는 habe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갖다, 붙들다, 지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습관은 우리가 붙들고 있는 신념, 내재된 감정들을 겉으로 표출합니다.

 

 

반복적으로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습관의 일종이라고 본다면 어떤 점이 브랜드 마니아들로 하여금 그 브랜드를 반복적으로 구매하도록, 즉 브랜드가 습관이 되도록 유도한다고 생각합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특정 브랜드가 마케팅과 광고, 혹은 브랜딩을 하는 과정에서 마니아들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떤 브랜드를 구입하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느냐의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되고 싶어하는 것에 끌리게 마련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담배에 중독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선택할 수 있는 담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그 담배들은 각각 어떤 라이프스타일이나 이미지를 가진 사람으로 대변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중독된 것은 담배일지 몰라도 당신이 선택한 것은 브랜드 A와 브랜드 B중 당신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보여지게 하는 브랜드입니다.
 
또 어떤 사람이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하는 전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일을 하는 동안 항상 직장 상사가 주위를 맴도는 환경에서 근무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는 분명 독립되길 원하고, 그들의 상사로부터 자유롭게 되기를 열망할 것입니다. 브랜드 소비를 통해서 그런 느낌이나 이미지를 갖게 된다면 그들은 브랜드로부터 떠날 수 없을 것입니다. 청바지 브랜드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1960년대에는 그저 노동자들의 바지였을 뿐이지만 점점 그들 아버지 세대의 정형화된 슈트로부터 해방되려는 저항의 이미지가 청바지에 입혀졌지요. 그래서 청바지는 부모 세대의 꽉 막힌 직장생활로부터 벗어난 자유롭고 독립적인 생활의 아이콘이 된 것입니다. (브랜드화된 청바지를 구입하려면 또 직장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만 말입니다!) 

 

브랜드 자체를 닮고 싶은 이유 외에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요?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이것을 가짐으로써 자신이 성공을 바란다는 사실을 보여 주거나, 스스로 자신의 성공을 심리적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 정도로 성공한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이런 브랜드의 상품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물건’일 뿐이지만, 그것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기분 좋게’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내적인 공허함이나 부족한 감정들을 메워 주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개인의 내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에 많이 관여하기 때문에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거나 강화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특히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청소년기에는 더 큰 역할을 합니다.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비록 그것이 ‘진짜’ 그들의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특정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동시에 그들의 친구들이 어떤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면, 함께 그 브랜드를 소유함으로써 소속감을 느끼려 합니다. 이것이 청소년 시기에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특히 강화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왜 특정 브랜드만 소비하는 현상이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겠습니까? 브랜드를 구입할 만한 능력이 있어도 이 수치가 감소하는 이유는 그들이 더 이상 자신이 누구인지를 브랜드를 통해서만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이미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비록 그것이 ‘진짜’ 그들의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특정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브랜드 마니아들 중 많은 사람이 자신이 애착을 느끼는 브랜드의 상품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필요에 의한 구매가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그것이 ‘쇼핑 중독’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브랜드 상품을 수집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쇼핑 중독’과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쇼핑 중독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탐닉적으로 물건을 사게 되는 것으로, 이런 사람들은 주로 특정 주제나 브랜드와 상관없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구매합니다. 제가 연구한 적이 있는 한 남성은 *양극성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이 남자의 경우 조각상과 옷, 비싼 와인과 모형 비행기 등 전혀 공통점이 없는 상품들을 합리적인 이유나 합리화된 논리 없이 사 모았습니다. 이것은 똑같이 상품을 모으지만 정해진 품목이 있고, 그것을 다 모았을 때 얻게 되는 만족감에 대한 기대가 있는 ‘수집’과는 다른 형태입니다.

 

* 양극성 우울증
정신병의 일종으로 흥분된 상태와 우울한 상태가 교대로 나타나거나 둘 가운데 한쪽이라도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병을 말한다. 흔히 조울증으로도 불린다.

 

‘만족감’이 아니라 ‘만족감에 대한 기대’라고 말씀한 것은 브랜드가 우리의 수집 욕구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까?
우리가 수집을 위해서 브랜드를 구입하는 것은 만약 우리의 컬렉션이 완성되거나 특정 양에 도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 클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우리가 ‘상상했던’ 만족감이라는 것은 거의 경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만족감을 완성하는 데 ‘하나’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인간은 누구나 100%의 만족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100%의 만족감을 줄 수는 없지만 브랜드가 이를 최대치로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물론 시작점은 시장을 분석하고 사람들에게 어떤 열망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어떤 기업도 모든 고객의 욕망을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재 자신의 고객들을 알아 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지요. 나의 고객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먼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의 심리적인 요인을 파악한다면 자신의 브랜드가 채우고 있는 욕구가 무엇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은 균형을 추구하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있으면 이를 채우려고 노력합니다. 당신이 마케터라면 당신의 고객들이 정서적으로 어떤 점에서 부족함을 느끼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브랜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만족시켜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마케터 스스로가 그 고객들과 닮은 부분이 있다면 자신의 욕망을 상품에 투영시켜, 그것을 이미지화하고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상품으로 탄생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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