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love의 마법에 빠지다, ThinkPad & StarTAC
브랜드의 SUPER LOVER 볼륨배지시즌배지테마배지

Written by 강경호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만약 모든 것이 없어져도 그만 남는다면 나는 역시 살아갈 거야. 그러나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없어진다면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 거야. (중략)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도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거야.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소설 《폭풍의 언덕》 중 여주인공 캐서린의 말 중에서 스타택은 이미 단종된 제품으로 더 이상 생산되지 않으며, 세상에 나온 지는 10년도 지났다. 씽크패드는 매번 나오는 제품이 외관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비슷한 것들이다. 이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세상을 소개해 주었다. 그것은 브랜드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사랑이 만든 ‘그들만의 세계’다. 그들만의 세계는 지독한 고집과 사랑으로 브랜드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든든한 바위다. 어떤 사랑이 그들만의 세계와, 그들의 브랜드를 세상에 남게 했는지 마니아의 입을 통해 들어보았다.

The interview with Star TAC 마니아 강경호, 안재홍, 유주형, ThinkPad 마니아 김성용, 김학봉, 박지훈, 이준희

 

 

얼마 전, 납골당에서 한 연예인의 유해가 도난당했다는 뉴스가 전파를 탔다. 용의자가 검거되기 전까지 각종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는데 그 중 가장 유력한 가설은 ‘그 연예인을 너무나 사랑한 팬이 유해를 파내어 간직하려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뉴스를 보고 있자니 소설 《폭풍의 언덕》이 떠올랐다. 우리가 에밀리 브론테의 이 소설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아마도 주인공인 히스클리프의 ‘지독한 사랑’일 것이다. 그는 평생을, 어린 시절부터 사랑한 여주인공 캐서린에 대한 사랑의 격정에 휩싸였다. 그러한 사랑은 그녀가 죽은 후 그녀의 무덤을 파내어 주검을 껴안고 흐느끼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다음 세대가 태어난 이후에도 히스클리프의 사랑은 ‘지속’된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히스클리프가 살아있는 동안 지속된 하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가 죽는 순간까지도 끝나지 않았던 캐서린에 대한 사랑 이야기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캐서린 또한 히스클리프에 대한 사랑을 앞서 언급한 것처럼 표현했다. 깊은 사랑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영원한 바위’ 같아서 ‘변하지’ 않고, 상대방의 기쁨과 슬픔을 마치 나의 것처럼 느껴서 결국 대상과 내가 동일한 사람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표현에 감동은 하더라도, 쉽게 동의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속’되며 ‘영원한 바위’처럼 마음속에 존재하여 ‘변하지’ 않는 지독한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폭풍의 언덕》을 해석할 때 우리는 종종 이것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랑이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영원할 것만 같던 첫사랑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이다. 그 경험 때문에 애정이나 열정, 사랑은 의외로 빨리 식거나 변화한다는 사실을 체득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그런 사랑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렇듯 어떤 대상을 향한 ‘사랑의 지속성’에 대한 견해는 브랜드와 마케팅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더 절망적이다. 마케팅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케빈 켈러 교수는 “고객들은 필연적으로 기존의 브랜드 지배권을 버린다”고 말한 바 있으며, 베텔스만 다이렉트 그룹의 CEO인 클라우스 아이어호프(Klaus Eierhoff)도 고객을 “하루에 만 번도 더 변하는 존재”로 표현했다. 하루에 만 번도 더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사람끼리의 사랑조차 가지기 어려운 ‘지속성’, ‘변치 않음’이라는 코드를 브랜드와 사람 사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많은 전략과 이론들이 고객들의 변치 않는 사랑은 얻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랑을 획득할 것인지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절망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했듯이 ‘어딘가에는’ 그런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그 예를 찾을 수 있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의외로 그 예를 지금은 단종되어 더 이상 나오지 않거나, 큰 변화를 겪은 두 브랜드에서 찾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히스클리프가 캐서린이 죽은 이후에도 그만의 사랑을 이어갔던 것처럼 이들은 더 이상 제품이 나오지 않거나, 브랜드를 구성하고 있는 어떤 조건들이 변한 것과는 상관 없이 그들 나름의 방식대로 브랜드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 열정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두 브랜드가 바로 씽크패드(ThinkPad)와 스타택(StarTAC)이다.

 

 

우연과 운명의 프로젝트

오리는 태어나서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생각하고 평생 따르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동물이 본능적으로 가졌다는 ‘각인’이라는 학습 양식은, ‘첫 기억’이라는 것이 사람의 일생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해서 어렴풋이나마 짐작케 한다.

 

이와 유사한 경우가 인간에게서도 나타난다. 2004년에 아르테미오 라미레스(Artemio Ramirez), 마이클 수나프랭크(Michlael Sunnafrank) 교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순간에 그들이 앞으로 어떤 관계를 이룰 것인지에 대해 결정하고 만다는 사실을 연구결과(The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2004)를 통해 밝혔다. 물론 이러한 각인이 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해서 대상에 대한 이미지나 생각이 평생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첫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대상에 대한 각인은 강렬해서, ‘각인’이라는 단어 자체의 뜻처럼 일정 기간 이상의 연속성을 획득하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씽크패드와 스타택. 이 두 브랜드의 마니아 또한 이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된 순간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스타택을 처음 본 건 대학교 다닐 때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였습니다. 손님이 테이블에 ‘너무 큰 삐삐’를 올려 두었기에 저게 뭘까 하고 궁금하던 찰나, 전화벨 소리가 나더니 손님이 그 삐삐를 둘로 갈라서 펼쳐 들고는 전화 통화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스타택이 최초의 폴더형 휴대폰이었기 때문에 그 장면은 저에게 충격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걸 꼭 사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_ 스타택 마니아 안재홍
 
“1996년 법학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저희 선임연구원이었던 분이 씽크패드를 가지고 계셨어요. 제 것은 당시 486 노트북이었는데 선임연구원의 씽크패드는 까만 바디에 자판 가운데 *빨간 콩이 달린 노트북이었어요. 그 빨간 콩을 이렇게 손가락 끝으로 밀어서 작동하는 노트북. 그때 저 노트북은 꼭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취직하면서 결국 장만하게 되었죠. 갖기 전까지 동경만 했어요. 언젠가는 빨간 콩이 달린 걸 사리라 하고요.” _ 씽크패드 마니아 이준희

 

* 빨간 콩
노트북 자판 한가운데에 있는 씽크패드 특유의 빨간색 트랙 포인트. ‘빨콩’이라고 불리며 씽크패드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마니아들 중 이 트랙 포인트를 씽크패드의 매력으로 꼽는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브랜드와 만난 첫 기억은 이성을 보고 첫눈에 반했을 때처럼 설레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기억이다. 인간의 뇌에는 해마상 융기라는 부위가 있는데, 이 곳은 인간이 기억을 떠올리거나 저장하는데 쓰는 부위다. 과학자들은 이 부위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특정 기억을 불러올 때 그 때 느꼈던 감정들까지 함께, 그것도 아주 세밀하게 떠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브랜드에 대한 우리의 기억도 다르지 않아서 처음 제품을 대했을 때의 기억을 더듬다 보면 우리는 그 때의 감정도 함께 떠올릴 수 있게 된다. 물론 영국의 극작가 벤 존슨(Ben Johnson)의 말처럼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이 ‘마음이 갖는 모든 힘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연약’하기 때문에, 그 기억이 조금 변형되거나 뒤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브랜드와의 첫만남의 기억은 정말 ‘각인’이라 할 만하다. 그 기억이 변형되었든, 사실 그 자체이든 간에 10년이 더 지난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하다니 말이다. 그 기억 이후에 두 브랜드는 어떻게든 이들에게 ‘선망’ 혹은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동경의 재구성
마니아들이 ‘동경’한다고 말할 때는 과거 그들이 브랜드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각인, 그리고 그것을 그리워하는 마음인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브랜드 자체가 주는 이미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그리고 고가이기에 형성된 프리미엄이 동경의 대상일 때도 있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두 브랜드는 모두 마니아들이 처음 브랜드를 접했을 당시 최고의 위상을 가진 브랜드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에 IBM에서 나오는 노트북들은 모든 노트북 중에서 가장 비싸고, 제일 성능이 좋고, 제일 ‘있어 보이는’ 것들이었어요. 지금도 노트북 중 최고가는 씽크패드가 차지하고 있거든요. 저희에게는 그런 프리미엄 이미지들이 강하죠.” _씽크패드 마니아 김성용
“아무래도 이쪽 분야에서는 모토로라가 전통 있는 회사잖아요. 거기에 대한 신뢰가 있기도 하죠. 그 당시 리더라고 해야 할까요. 무엇이든 오리지널인 듯한 느낌, 그런 것도 아직 남아 있어요.” _스타택 마니아 안재홍
IBM은 1981년 처음 PC를 선보인 이후 10여 년간 시장을 리드해 왔으나 2004년, 애플과 델 등 경쟁사 사이에서 정체기에 있던 PC 사업 부문을 중국 렌샹 그룹에 매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레노버Lenovo다. 기존 연구소를 유지하여 기술력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고객들에게는 숨겨진 자부심이기도 했던 노트북 위 IBM의 로고가 사라지고, 이를 통해 얻었던 일종의 ‘브랜드 파워’가 감소하면서 고객들이 느끼는 씽크패드라는 브랜드 자체에 큰 변화가 생긴 셈이다. 스타택 또한 모토로라에서 1996년 선보인 최초의 폴더폰으로, 이후 130만 대가 넘는 기록적인 판매 기록을 세웠으나 휴대폰 시장의 빠른 변화에 따라 2000년 5월 단종되고 말았다. 마니아들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이렇듯 많은 브랜드들이 100년 브랜드를 꿈꾸지만 사실 그것은 그저 ‘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제품의 수명 주기에 따라 브랜드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거나, 경영 상황에 따라 큰 변화를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씽크패드와 스타택의 마니아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브랜드에 대한 애정에 불을 지펴 가고 있다. 기업에서는 브랜드에 큰 ‘변화’를 준 것으로 끝났지만, 변화를 겪은 브랜드를 사랑하는 마니아의 마음이 그 변화에 따라 변색되지 않고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것은 큰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

 

“알고 보니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성공한 뉴요커가 꼭 가져야 할 3가지가 BMW, IBM, 그리고 스타택이라고요. 사기 전까지 정말 스타택 자체가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 같아요.” _ 스타택 마니아 강경호
 
“예전에는 정말 비쌌거든요. 천만 원 정도 하는 고가도 있었으니까요. 당시에는 당장 살 수가 없었으니, 그저 동경만 했죠. 그때 그 마음이 계속되어 결국 구매까지 한 것 같아요.” _ 씽크패드 마니아 김학봉

 

이들이 씽크패드와 스타택이라는 브랜드를 만나게 된 것은 어쩌면 ‘우연’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브랜드들은 그들의 일상, 혹은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니아와 이들 브랜드의 우연적 조우가 운명이 된 것이다.

 

 

우리는 왜 무언가에 ‘빠지는가’
 
“스타택이 너무 좋아서 처음에는 베개 밑에 넣고 잠들곤 했어요. 아직도 스타택을 들고 다닐 때는 뒷주머니에 넣는다거나 아무 곳에나 올려두거나 하지 않습니다. 저에겐 너무 소중한 것이니까요. 보관할 때도 제일 좋은 위치에 두고 방부제도 넣어 놓고, 제습제도 넣어 보관해요.” _ 스타택 마니아 유주형
 
“씽크패드의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설레요. 얼른 써보고 싶고, 만져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저는 여러 대의 씽크패드를 가지고 있는데, 그 용도가 각각 다르거든요. 항상 들고 다니는 것은 따로 있고, 집에서 데스크톱처럼 구색을 갖추어 놓은 것은 또 따로 있어요.” _ 씽크패드 마니아 박지훈

 

오랜 기간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에 관한 연구로 그 탁월함을 인정받은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저서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를 통해 사랑의 징후 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에 지나치게 ‘빠져’ 지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끊임없이 밀려오는 생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가 사랑에 ‘빠진다fall’라고 표현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우리가 물에 빠졌을 때 물이 끊임없이 자신에게 밀려 들어오는 것을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대상에 대한 생각을 머리 밖으로 밀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저희는 농담처럼 IBM을 ‘이미 버린 몸’의 약자라고 말해요. 그만큼 한번 빠지면 빠져 나올 수가 없단 얘기죠. 빠져 들기 시작하면 정말 헤어나올 수가 없어요.” _ 씽크패드 마니아 김학봉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장 궁금한 것은 아마도 ‘왜(Why)’일 것이다. 씽크패드와 스타택을 왜 좋아하게 된 것인지, 왜 여전히 그렇게 좋은지, 그리고 왜 빠져나올 수가 없는 것인지 말이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디자인의 우수성이나 일관성?
“우리끼리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 우리가 아무리 씽크패드 노트북 기종을 자주 변경해도 매일 보는 아내조차 모른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만큼 사실 씽크패드라는 브랜드 안에서는 새로운 모델이 아무리 자주 나와도 외관으로 큰 변화가 없어요. 항상 블랙에 ThinkPad라는 로고가 사선으로 박힌, 아무 것도 없는 심플한 디자인이 매우 일관성 있죠. 처음에 봤을 땐 밋밋해 보여도 점점 빠져 들어요. 그게 또 씽크패드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_ 씽크패드 마니아 김학봉
 
“휴대폰은 오래 쓰고 들고 다니다 보면 광택이 사라진다든가 케이스가 벗겨져서 금방 애정이 떨어지잖아요. 거기에 비해서 스타택은 오래 써서 약간 닳더라도 뭐랄까, 가죽이 닳는 느낌같이 매력이 있는 게 쓸수록 정이 가요. 스타택을 디자인한 사람이 누군지 정말 궁금해요. 확인은 안 됐지만 소문에 의하면 페라리를 디자인한 사람이 함께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었거든요. 스타택은 미적으로도 거의 완벽한 디자인이에요.” _ 스타택 마니아 강경호

 

탁월한 기술에 대한 믿음?
“씽크패드는 대부분 사무용으로 많이 쓰잖아요. 그만큼 안정적이란 거죠. 기술력으로는 따라갈 브랜드가 없다고 생각해요. 트랙 포인트도 그렇고, 키보드의 키감은 다른 노트북이 따라갈 수가 없어요. 모든 부분에서 새 것이 나올 때마다 혁신적이고 독보적이었던 것 같아요. 항상 기술로는 최초였죠.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씽크패드는 나를 곤란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_ 씽크패드 마니아 김성용
 
“제가 다른 사람들한테 스타택으로 통화를 해보라고 손에 쥐어 주면 항상 그들에게서 듣는 말이, 통화품질만큼은 정말 좋다는 거예요. 이제 곧 기지국 문제로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겠지만 여전히 스타택의 기술력만큼은 인정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_ 스타택 마니아 안재홍

 

그들은 단순히 ‘내가 이 브랜드를 좋아해’ 라는 말 정도로는 설명하기 힘들만큼 많은, 제품 자체에 대한 전문가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또한 제품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속에 든 기계적 메커니즘까지 브랜드의 모든 것이 궁금해서 모두들 한 번 이상은 제품을 뜯어(?) 본 경험들이 있기도 하다. 조립하면 50개의 스타택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부품도 가지고 있고, 없는 부품이 있다면 그들끼리 거래할 수 있을 정도의 큰 장터도 형성되어 있다.

 

분해와 조립을 통한 성취감?
“집에 스타택 부품만 몇 백만 원 치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자리에 나오기 전에도 집에서 부품을 꺼내서 맞춰 가지고 나온 거 거든요. 집에 있는 걸 다 꺼내서 늘어놓으면 분명히 사진 한 장 안에 다 담지 못할 겁니다.” _ 스타택 마니아 안재홍
 
“저희 마니아들 중에서는 정말 옛날 기종을 싼 가격에 구입해서 고쳐 쓰는 분들이 많아요. 그것도 씽크패드만의 즐거움이죠.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분해 조립 매뉴얼이 따로 있어서 그것을 다운로드 받아 살펴보면 기계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씽크패드를 분해·조립할 수 있어요. 단지 드라이버 몇 개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이런 게 성취욕을 자극하는 거죠.” _ 씽크패드 마니아 박지훈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호감, 애정, 아니 열정의 이유를 대보자면 마니아 마다 각자의 이유가 끝이 없겠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이런 의구심이 들면서도 더 나은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브랜드에 대한 이들의 열정이 진정 인간 사이의 ‘사랑’과 맞먹는 것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유사 이래 계속 인간 사이의 사랑의 원인을 찾아왔던 것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도 시간을 들여 연구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연구를 거듭해왔음에도 아직 인간 사이의 사랑에 대한 이렇다 할 정답이 없는 것을 보면 브랜드와 인간의 사랑도 그리 만만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빠지는 것’만이 슈퍼내추럴인가
 
“뜨거운 물에 손도 한 번 집어 넣어 봤습니다. 하루는 휴대폰 관련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는데 제 스타택을 구경한다고 사람들이 손에서 손으로, 이리저리 스타택을 옮기다가 어떤 분이 제 스타택을 끓고 있는 매운탕 안에 떨어뜨린 겁니다! 보자 마자 너무 맘이 급한 나머지 그냥 손을 넣어서 꺼냈어요. 그 자리에서 다 분해해서 물에 씻고, 사람 불러서 서비스센터로 보냈죠.” _ 스타택 마니아 유주형
 
“저희는 씽크패드 마니아 정도를 기변(기기 변경) 횟수로 따지기도 하거든요. 저는 한 200~300대 정도 바꿔 써본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제일 많이 바꿔 써본 것도 아니에요. 저보다 더 많이 써보신 분은 1,000대도 넘게 써보셨을 겁니다. 같은 거 또 바꿔 쓰는 경우도 있고 신제품 나오면 또 사기도 하고요.” _ 씽크패드 마니아 김성용
 
“스타택 폴더를 열 때 ‘딸깍’ 하는 특유의 소리가 나는데 이걸 ‘힌지hinge’음이라고 해요. 외국은 좀 다른데 한국 마니아들은 이 힌지음이 좋아서 이 소리가 나지 않으면 제품을 분해해서 힌지를 갈아 주곤 합니다. 저는 이제 지하철에서든 어디서든 이 소리는 살짝만 나도 다 들려요. 같은 마니아들을 귀신같이 알아채는 거죠(참고 : p90).” _ 스타택 마니아 안재홍
 
“씽크패드를 직접 쓰는 용도로 하나, 소장용으로 하나 해서 두 대씩 구입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적게는 2대, 많게는 20대까지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씽크패드를 세워서 책장에 책 정리 하듯이 꽂아 두시죠. 또 저희 마니아 카페에서 정모를 하면 항상 마지막 세러모니가 가장 튼튼한 모델부터 시작해서 모인 사람들의 씽크패드를 다 쌓아올리는 것인데 최고 30대 정도 쌓아 본 것 같아요. 다들 자기 씽크패드를 들고 나오시니까 이렇게 쌓아서 사진으로 남겨 두는 거죠.” _ 씽크패드 마니아 김학봉
 
"스타택을 주제로 만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스타택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건데 마니아 카페에서 공감을 많이 얻었죠.” _ 스타택 마니아 강경호

 

이 모든 증언들은 몇 가지 증거물(?)로 인해서 사실로 확인된 이야기들이다. 한때 인터넷을 떠돌았던 유명한 사진과 관련된 일화 중 하나는 아랍의 한 스타택 마니아가 스타택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죽기 전 유언으로 남겨 결국 그의 묘비를 스타택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진에는 정말 스타택을 닮은 비석이 무덤 앞에 떡 하니 세워져 있었다. 신화처럼 회자되는 그들의 브랜드를 향한 러브스토리,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이 브랜드에 빠져 있는지는 증언과 증거들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씽크패드 마니아들의 경우 인터뷰 도중 “지금까지 나와있는 씽크패드의 모델이 몇 가지나 되냐”고 물었더니 아직 세어 본 적은 없다면서, 이 참에 세어 보자고 씽크패드 모델명을 앉은 자리에서 냅킨 위에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 자료도 주어지지 않은 채로 말이다. 서너 사람의 마니아를 통해 검증(?)을 거쳐 확인 된 것은 세부 모델을 제외하고 약 70가지다.

 

브랜드와 ‘이토록 깊은 사랑에 빠지는 것’은 과연 슈퍼내추럴한 현상인가? 물론 그렇다. 그들의 사랑은 히스클리프의 그것처럼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듯 보이기도 하고 빠져 있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설명을 하기도 한다. 상품 자체가 가지는 기능적 목적, 예를 들어 노트북은 편리한 생활을, 휴대폰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하는 목적을 달성한 것에 그치지 않고 단순한 칭송 이상의 어떤 것을 받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마니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면 당신은 아마도, 이들에겐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오히려 빠져 나오는 것이 슈퍼내추럴한 일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야 말 것이다. 그들의 시간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슈퍼내추럴인 사랑이, ‘영속성’을 담보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저는 스타택을 ‘사랑’한다고 표현해요.” _ 스타택 마니아 유주형
“사실 중독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될 것 같아요. 중독 되었으니까 10년 가까이 이 브랜드를 좋아하고, 여전히 마니아 카페에서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거겠죠.” _ 씽크패드 마니아 김성용

 

 

Super love, Super lover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푸니어(Fournier) 교수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브랜드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사람’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연구해 왔다. 푸니어 교수에 의하면 브랜드는 ‘의인화’되어, 인간이 감정을 가지는 것처럼 브랜드도 감정과 의지, 그리고 사고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유되며, 소비자에게 가장 소중했던 사람의 대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소비자들의 파트너로 인식 되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브랜드가 이처럼 의인화되는 현상을 연구해 왔다는 것은, 사람들의 브랜드에 대한 정말 ‘인간적인’ 사랑이 꽤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어떻게 보면 기이해 보이는 Super(극상의, 그리고 최고의) love는 갑자기 나타나서 흥미롭고 가벼운 가십(gossip) 정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중요한 현상이다.

 

저명한 심리학자였던 장 피아제(Jean Piaget)는 몇 가지 연구를 통해 재미있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일정한 연령 미만의 아이들은 어떤 대상이 자신의 눈 앞에 있다가 갑자기 숨어 버리면, 그 대상이 숨었다 하더라도 계속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눈앞에 있던 것이 갑자기 사라지면 그 존재도 없어지는, 즉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다가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숨어 있는 대상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브랜드가 이렇게 숨어 있어 잘 보이지 않는 Super lover들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면 피아제의 실험 속 아이들과 비슷한 입장이 될 것이다. 눈앞에 실질적인 수익으로 ‘보이지’ 않기도 하고 변화를 거듭하거나 이미 단종되어서 없어진 제품에 대한 사랑이기에, 이들의 사랑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니아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들의 사랑은 그 대상에 대한 신의도 지키지만 동시에 그 대상과 연결된 것까지 사랑하게 된다고 말이다.

 

 

브랜드가 이렇게 숨어 있어 잘 보이지 않는 Super lover들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면
피아제의 실험 속 아이들과 비슷한 입장이 될 것이다.
눈앞에 실질적인 수익으로 ‘보이지’ 않기도 하고 변화를 거듭하거나
이미 단종되어서 없어진 제품에 대한 사랑이기에,
이들의 사랑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브랜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하는 거니까요. 큰 변화가 있었지만 저희는 변함없이 씽크패드가 좋습니다.” _ 씽크패드 마니아 이준희
 
 
“사실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누군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스타택을 만드는 회사를 다시 만들던가 도와주자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만큼 애정이 커요. 아마 제가 스타택을 계속 쓰다가, 최근에 같은 모토로라의 레이저를 함께 쓰게 된 것도 스타택 때문일 겁니다.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모母브랜드로 애정의 점프가 가능한 것은 식구 같아서일 거에요.” _ 스타택 마니아 안재홍

 

글의 시작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랑이 영속성을 갖는다는 것은 그것이 소설이라 하더라도 믿기 어려울 일이다. 그러나 큰 변화가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그 브랜드가 ‘과거의 것’이 되지 않도록 슈퍼 러브Super love를 쏟아 붓고 있기에 이들 두 브랜드의 마니아들은 슈퍼내추럴하다.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여러 이유로)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랑의 코드》의 저자인 크리스티안 슐트는 그가 사랑을 연구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사랑은 오히려 (연구를 통해) 밝혀지면 밝혀질수록 더 강력해진다. 사랑의 본질을 알면 사랑의 모델을 끌어낼 수 있고,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앞서 살펴본 두 브랜드의 마니아들은 큰 변화를 겪은 브랜드가 그대로 땅에 묻힌 채 사라지지 않도록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독한 사랑을 하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는 자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들 마니아와 같은 슈퍼 러브를 선례로 더욱 강력한 사랑의 모델을 만들어 브랜드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사치앤사치(Satchi & Satchi)의 CEO 케빈 로버츠(Kevin Roberts)의 신념처럼, 필연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비즈니스가 갈 길은 ‘사랑’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문제에 대한 유일하게 이성적이며 만족스런 대답이다.” 에리히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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