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 중독의 과학적 메커니즘
브랜드 중독자의 뇌 구조를 들여다보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최정석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너의 뇌를 알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뇌에 대해서 아는 바는 마치 16세기의 세계 지도처럼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다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밝혀진 뇌에 관한 지식은 지난 200년 동안 이루어진 지식을 능가하고 있다고 하니 이러한 ‘뇌 과학’이 인간이 도전해야 하는 마지막 분야로 일컬어지는 것도 허무맹랑한 바람만은 아닐 것이다. 도박 중독자의 뇌를 연구해 보니, 중독 전후의 뇌 부피에 변화가 있었다고 하는데 혹시 브랜드 중독자에게도 이러한 변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면 어떨까? 브랜드 담당자들은 브랜딩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토록 알 수 없다고 말하던 ‘소비자의 마음’이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인 원인’에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낙관적인 것은 정밀한 뇌스캔이 가능해진 요즘, 소비자의 마음을 미리 읽을 수 있는 ‘뉴로 마케팅’과 같은 영역이 떠오르면서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신경정신과 전문의에게 ‘브랜드 중독’에 대해서 물었다.

뇌 과학, 중독의 과학적 메커니즘 뇌과학, 브랜드 중독, 뉴로마케팅, 신경정신학, fMRI
The interview with 보라매공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최정석
 
 
병리학적으로 ‘중독’은 그것이 제거되었을 때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의존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중독 전문가로서 ‘브랜드 중독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전통적으로 흔하게 이야기하는 약물 중독,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외에 최근에 ‘행위 중독’이라고 말하는 중독현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브랜드 중독의 경우 이러한 행위 중독의 하나라고 봅니다.
 
행위 중독에 해당하는 것에는 도박 중독, 게임 중독, 인터넷 중독, 쇼핑 중독, 일 중독, 섹스 중독 등이 있죠. 하지만 이러한 행위 중독들이 모두 ‘병적인 수준의 정신과 질병이다’라고 하는 것도 아직은 명확히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 중 도박 중독은 진단 기준이 마련이 되어 있고, 인터넷 중독의 경우에는 정신과 진단 기준에도 개정될 때 들어가도록 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그 외의 것들은 아직 명확한 진단 기준이 없는 상태이죠.

 

그렇다면 저희가 ‘브랜드 중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요?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굳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병리학적 기준을 잣대로 세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중독이라고 하면 그 문제 때문에 일상생활이라든지 직장생활이라든지 사회생활에 문제가 야기가 되어야 병적인 중독에 빠져들었다고 보는데 여기서 말하는 브랜드 중독이라고 하면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닐 것 같거든요.

 

저희 생각에도 병적인 상태의 중독은 극단적인 경우라고 봅니다. 그것보다 조금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특정 브랜드에 더 많은 애착을 보이는 사람들이 ‘왜’ 그 브랜드에 애착을 보이고 몰입하는 것인지에 대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의 소견이 궁금했습니다.
글쎄요. 한두 가지 딱 꼬집어서 얘기할 수는 없죠. 몇 가지 전반적인 요소들이 관여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A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누군가 그 브랜드에 높은 애착을 보이고 중독 수준까지 보인다면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의 개인적인 특성, 개인을 둘러싼 환경, 그리고 A라는 브랜드가 가진 특성이 결합되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두 번째 환경적인 요인에 있어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남한테 보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죠.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도 큰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 도박 중독을 이야기할 때, 도박에 빠지게 되는 원인도 이렇게 설명을 하거든요.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향, 환경적인 부분, 그리고 그 도박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입니다. 환경적인 부분은 우리나라가 정책적으로 가지고 있는 도박과 관련된 규제나 도박장이나 카지노의 내부 환경 등이 해당됩니다. 그런 곳에는 보통 창문도 없고 시계도 없죠. 여러 가지 환경 자체가 도박에 빠져들게 하는 영향도 있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도박이 다 중독적인 것이 아니라 특징적으로 중독 현상을 유발하는 게임들이 있거든요.

 

 

A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누군가 그 브랜드에 높은 애착을 보이고
중독 수준까지 보인다면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의 개인적인 특성, 개인을 둘러싼 환경,
그리고 A라는 브랜드가 가진 특성이 결합되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박이 가장 중독성이 강하다고 하는데, 도박의 경우 한 번 딸 때 얼마를 딸지 모르는 ‘보상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중독적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것을 보상에 대한 조건화 과정이라고 합니다. 아이들 키울 때도 마찬가지죠. 칭찬의 의미로 상을 줄 때 매달 같은 액수의 상을 주면 아이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좋아하다가 다음부터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죠. 그래서 점점 효과가 떨어지는데, 그러한 보상을 불규칙적으로 주면 그때 느끼는 감정은 굉장히 커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도 갖게 되고, 더 큰 만족감을 느끼고, 또한 그 상황이 기억 속에 각인되죠.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고 정도가 심해지다 보면 그 행위 자체에 빠져들고 중독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중독이 된다기보다는 어떠한 조건에 의해서 점점 강화되는 것이군요.
그렇죠. 처음에 뭔가가 시작되는 과정은 불규칙적인 보상이든, 특정 기억과 관련된 것이든, 초기자극이 일정 부분이 작용하게 되는데, 일단 일정 수준을 넘어가 버리면 그때부터 생물학적인 뇌에 있는 보상과 관련된 신경회로가 자동적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그때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반복해서 그것에 빠져드는데, 그것이 중독 현상이라고 볼 수 있어요.

  

보상과 관련된 신경회로라고 하셨나요?
보통 우리가 쾌락중추 혹은 보상신경회로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러한 것들이 중독을 유발하는 중요한 생물학적인 기인이 됩니다. 중독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인 핵심 기저는 모두 비슷하거든요. 뇌 안에 있는 쾌락중추를 구성하는 몇 개 부위가 활성화됨에 따라 중독 현상이 가속화되죠. 이 부위에 대한 연구는 오래 되지는 않았는데 처음 시작은 약물 중독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행위 중독들도 쾌락중추를 통해서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연구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습니다.

 

말씀하신 내용 중에 처음 중독이 일어날 때에 ‘기억’과 관련된 부분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는데, 이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특정 기억이 쾌락중추 내에 생물학적으로 자극을 주어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요?
그렇죠. 우리의 뇌에는 히포캄푸스(hippocampus, A), 우리말로는 해마라고 하는 영역이 있는 이곳이 기억력과 감정과 관련된 중요한 핵심부위입니다. 이 해마가 쾌락중추를 구성하는 영역들 중에 하나인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B)과 신경다발로 연결되어 있고 이곳은 또 측중격핵(nucleus accumbens, C)에 신호를 보내주게 됩니다. 그러면 측중격핵에서 도파민을 분비하여 전두엽을 포함하는 뇌의 여러 영역들에 영향을 줍니다.
 
이렇게 ‘기억’은 쾌락중추에 많은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죠. 그래서 도박 중독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호기심으로 카지노에 갔다가 우연찮게 잭팟을 터뜨린 것입니다. 그때의 희열, 그 느낌이 해마에 기록되는 것이죠. 그 기억이 강력한 이유는 여기 B부분이 자극되어서 C부분에 명령을 내고, 여기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그때의 기억이 자꾸 떠오르니까 당시의 기억을 느껴 보기 위해서 또다시 가게 되고, 그것이 반복되어 중독이 되는 것입니다.

 

도파민은 저희에게도 익숙한 신경호르몬입니다. 그런데 사실 도파민이 어떤 신경전달물질인지에 대해서는 상식 수준으로 밖에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파민은 중독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연구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입니다. 신경전달물질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요.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 많은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죠. 이 신경전달물질들이 서로 균형이 잘 맞아야 하는데 균형이 깨져서 불균형 상태가 되었을 때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특히 도파민은 쾌락중추를 구성하는 뇌 영역들에서 주로 분비되는데, 도파민이 분비되면 유쾌해진다고 하죠. 만족감을 느낀다든지, 흥분을 하게 된다든지 할 때 도파민이 배출되는데 이것이 비정상적으로 분비될 때 쾌감중추의 정상 상태에 이상이 생기고 결국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 영역들이 단지 가까이에 있어서가 아니라 신경회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전두엽의 명령에 의해서 중측격핵에서 도파민이 분출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기억과 관련된 해마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군요. 이 때문에 쾌락중추가 중독 연구의 핵심적인 연구 분야인 것이겠습니다.
그래서 뉴로 마케팅이라는 영역이 주목을 받는 것입니다. 신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이 제품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어서 잘 팔릴 것인가를 판매가 이루어진 후에 설문조사 등을 통하여 사후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뇌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fMRI) 촬영을 통해서 미리 그 상품의 히트 여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 물건을 봤을 때 쾌락중추의 특정 부위가 자극되는 모습이 보인다면 그 제품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이것이 최근 신경과학의 한 분야가 되고 있을 정도로 쾌락중추는 흥미로운 부위인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그 물건을 봤을 때 쾌락중추의 특정 부위가 자극되는 모습이 보인다면
그 제품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뇌 과학이 과학계에서도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인 만큼 이것을 브랜드에 적용했을 때 새로운 접근이나 발견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물학에서 인간의 가장 중요한 부위가 뇌이고, 뇌는 아직도 연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연구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직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저희 연구팀의 결과에서는 도박 중독 환자들을 대상으로 fMRI를 찍었을 때 정상인들에 비해 이 쾌락중추의 기능이 조금 떨어져 있다는 소견들이 나와 있습니다. 또한 이런 행위중독과 관련하여 쾌락중추를 중심으로 뇌 기능의 이상을 확인하려는 연구들이 상당수 시작 단계에 있습니다. 최근 재미있는 보고는 보통 약물 중독이나 마약 중독의 경우 뇌에 생물학적 이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큰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쇼핑 중독이나 도박 중독과 같은 행위 중독자들의 뇌에도 생물학적 이상이 있을지 모른다고 하면 의아하시겠죠.
 
그런데 최근 저희 연구팀이 보고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도박 중독 환자들의 뇌를 fMRI로 찍어 봤더니 뇌의 특정 부위에 부피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 내용은 생물정신의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 뇌 과학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기존에 알았던 상식들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뇌 과학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로서 브랜드를 연구하는 분들께 한 말씀 해 주십시오.
글쎄요. 브랜드를 연구하는 분들께 한 마디하기보다는 저희 분야의 이야기를 해드리는 편이 낫겠네요. 중독이 보통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어 내지는 않지만 사실 우리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들입니다. 좋게 말하면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모티베이션을 만들어 내고 뭔가에 몰입하게 되는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뇌 기능을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앞으로 우리가 해나가야 할 부분 중 하나일 겁니다. 여기에 아까 얘기한 뉴로 마케팅과 같은 영역이 함께 발전한다면 브랜드 담당자 분들에게나,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악용하면 안 되겠지만 미리 선호하는 브랜드를 앎으로써 서로 간에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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