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내추럴 문명을 가진 드나르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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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가족이라는 ‘우리’도, 민족이라는 ‘우리’도, 같은 나라나 지역, 학교 출신이라는 ‘우리’도 ‘부족이 주는 삶의 온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일체감에 대한 욕구는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채식주의자나 친환경주의자, 페미니스트처럼 신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연대하기도 하고, 종교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드나르브족의 존재는 이러한 일체감에 대한 욕구가 ‘브랜드’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브랜드 역시 인간에게 ‘우리’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본거지를 넘어서는 활동을 보이고 있는 신비한 부족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세계 각지에 고루 퍼져 있는 드나르브(dnarb) 족은 서쪽에서 왔다고는 하나 이들의 기원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드나르브 문화의 특징은 오골(ogol)이라고 불리는 문양을 수집하거나, 그것을 자신의 몸이나 소지품 등에 새겨 넣음으로써 그것 자체를 숭배하며 자신이 어떤 부족에 소속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행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오골이 상징하는 정신적 가치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평화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부족이 위험에 처할 때는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기도 하며, 자신의 부족을 수호하기 위하여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드나르브 사람들은 평등주의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부족 내에서 현격한 경제적 불평등이나 수직적 권력 구조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레툽모크(retupmoc)라고 불리는 사당은 의식을 행하는 신성한 공간으로서 주로 부족장이나 부족원에 대한 찬사 내지는 주술을 기록하는 행위가 이루어진다. 사당에서의 의식은 몹시 개인적이지만, 그 목적은 자신의 신념을 부족원과 공유하는 것에 있다.

 

드나르브족의 세부 부족 가운데 대표 부족인 엘파(elppa)족은 스보츠 이베츠(Sboj evets)라는 영웅에 의해서 세워졌다. 이들 신화에 따르면 그는 엘파족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빅맨으로 돌아와 엘파족을 드나르브 사람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부족으로 세웠다. 그 결과 엘파족은 그에 대한 무한한 경의를 표하며 그를 추종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의 추종자들은 1년에 한 번씩 들로우캄(dlrow cam)이라 불리는 성지에 모여 의식을 행하며, 의식 후에는 각자의 집에 있는 사당으로 향하여 개인적 의례로 의식을 마무리 짓는다. 진정한 엘파족이 되기 위한 필수품인 도피(dopi)와 쿠부캄(koobcam)을 얻기 위하여 때로는 물질적 대가를 치르기도 하지만, 이들은 그것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도리를 다했으며 진정한 엘파족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중 도피는 엘파족의 몸의 일부와 같으며, 도피를 잃어버리거나 도피와 떨어져 있으면 정신적 불안증 내지는 공포증을 느끼기도 한다.

 

일상적으로 수많은 의례를 행하며 체계화된 상징 체계를 가지고 있는 드나르브 사람들은 어느 오지에서 발생한 어떤 부족일까. 사실 드나르브는 브랜드(brand)를 거꾸로 표기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골은 로고(logo)를, 엘파는 애플(apple)을, 스보츠 이베츠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거꾸로 표기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은 브랜드가 부족화되고 있는 현상을 애플의 사례를 통하여 서술한 것이다. 인터넷 미디어의 발달로 사람들은 민족이나 인종, 지연, 학연 등을 뛰어넘어 ‘브랜드’라는 이름 아래에서 공동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개인 및 집단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 부족화 경향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우리’가 되려는 이유, 부족이 주는 삶의 온기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드나르브족들이 발견된다. 이들은 때로는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왜 촛불집회는 뉴스로만 보던 사람들이 브랜드 커뮤니티 사람들과 함께 태안 사람들을 돕기 위해 그곳에 있었을까? 왜 그들은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그 브랜드의 창업자를 위해 눈물 흘릴까? 왜 그들은 그 브랜드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자신이 부끄러워할까? 왜 그들은 그 브랜드만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 할까? 왜 그들은 그 브랜드로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 할까? 왜 그들은 그 브랜드의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사비를 털까?

 

이러한 드나르브족의 이해하지 못할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며,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였던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인간이 서로 ‘연대’하려고 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타자와의 일체감을 체험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인간이라는 종 특유의 실존 조건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인간의 행동을 낳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의 하나”이기 때문에 인간이 완전한 고립감에 빠져서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합일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인간의 일체감에 대한 욕망은 어머니, 종족, 나라, 계층, 종교, 직업상의 단체 등과의 공생적 유대로 이루어진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드나르브족들이 발견된다.
이들은 때로는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왜 촛불집회는 뉴스로만 보던 사람들이 브랜드 커뮤니티 사람들과 함께
태안 사람들을 돕기 위해 그곳에 있었을까?

 

 

인간이 ‘나 혼자’보다 ‘우리(we)’가 되려고 하는 이유는 우리 가운데 있을 때에 편안하고 정상적인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인간의 부족적 사고에 대해서 연구하는 데이비드 베레비는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Us and Them: Understanding Your Tribal Mind)》에서 인간이 느끼는 ‘우리’라는 느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전한다. “우리라는 느낌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그것이 바람직한 상태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상태에 있기를 원한다. ‘부족이 주는 삶의 온기’를 위하여 인간은 때로는 엄청난 수고를 감수하며 이 감정을 유지하고 산다.”

 

그렇지만 전통적으로 ‘우리’의 역할을 하던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연대감은 최근들어 약해지고 있다. 오히려 지연이나 학연 등은 악용되기도 하기 때문에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우리’도, 민족이라는 ‘우리’도, 같은 나라나 지역, 학교 출신이라는 ‘우리’도 ‘부족이 주는 삶의 온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일체감에 대한 욕구는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채식주의자나 친환경주의자, 페미니스트처럼 신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연대하기도 하고, 종교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드나르브족의 존재는 이러한 일체감에 대한 욕구가 ‘브랜드’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브랜드 역시 인간에게 ‘우리’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드나르브 사람들에게 같은 부족의 부족원이라는 의미는 단지 같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라이프스타일과 비슷한 가치관, 그리고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으로써 때로는 가족이나 친구보다 나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러한 브랜드 부족 35에 소속된다는 것은 그것이 눈에 보이는 소속감이든 단순한 정서적인 소속감이든 간에 나의 선택에 동조하는 지지자를 얻는 것이다. 이케아의 마니아라면 스웨덴에 가서 새로 문을 여는 이케아 매장의 개장을 5,000명의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릴 것이며, 애플의 마니아라면 맥월드에 참가하기 위해 캘리포니아행 비행기 표를 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브랜드 부족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실제로 최근 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회 현상에 신조어를 만들어 내곤 하는 다보스포럼에서는 2007년, 트라이벌리즘(tribalism)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는 원시시대 부족주의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로 인해서 뚜렷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구성된 커뮤니티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에 대한 논의였다. 무엇보다 최근 TED에서 세스 고딘이 들려준 ‘우리가 이끄는 부족들(the tribes we lead)’이라는 강연은 매스마케팅의 종식 이후에 다양한 부족들의 존재 가치에 대하여 일침을 가한다.

 

이렇듯 드나르브족, 즉 브랜드 부족은 정서적 연대감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욕구를 브랜드라는 시대적 세계관을 통해서 발현하고 있다. 부족화 경향에 대한 관심이 비즈니스, 그리고 브랜드로까지 이어진 것은 석학들의 연구에서도 발견된다. 롤프 옌센은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기업을 하나의 부족에 비유했으며, 알렉스 위퍼퍼스는 《브랜드 하이재킹》에서 브랜드 부족을 브랜딩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 책에서는 브랜드 부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흥미로운 문장도 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는 “그렇다면 이 거대한 움직임이 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것일까?”라고 자문하며 그에 대한 대답으로 다음과 같이 말을 잇는다. “이런 부족은 관심 없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사회 환경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즉 부족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에는 쉽게 띄지 않는다.” 이렇게 그 부족에 속하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의미를 알기 힘들다. 그래서 그가 제안하는 방법은 브랜드 부족을 찾아서 그 부족원을 ‘고용’하라는 것이었다.

 

 

이렇듯 드나르브족, 즉 브랜드 부족은 정서적 연대감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욕구를
브랜드라는 시대적 세계관을 통해서 발현하고 있다.
부족화 경향에 대한 관심이 비즈니스, 그리고 브랜드로까지 이어진 것은
석학들의 연구에서도 발견된다.

 

  

브랜드 같은 해병대, 해병대 같은 브랜드의 소속감

기원전 480년. 그리스의 테르모필레 협곡에서는 전설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이 그리스를 침공하자,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은 단 300명의 용사를 이끌고 테르모필레 협곡을 지킨다. 100만 대군에 맞선 300명의 스파르타 군사는 전멸하지만, 이들 정예부대의 희생 덕분에 아테네는 후퇴할 시간을 벌고 결국 페르시아를 물리칠 수 있었다. 물론 300명이라는 수는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300>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을 만큼 신화화 된 이 전투는 가족과 나라, 그리고 명예를 위해 죽은 스파르타 군의 용맹함을 상징한다.

 

150여 개의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 중 하나였던 스파르타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많은 영화, 소설, 드라마 등의 소재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요, ‘스파르타식’ 뒤에 붙는 수많은 학원과 교재 등을 떠올려보라. 그만큼 강한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스파르타와 비슷한 연상 이미지를 갖는 브랜드 부족이 있다. 바로 ‘해병대’가 그렇다. 이들은 육해공군과 구분되는 시각적 상징을 가지고 있을뿐만 아니라 그 어느 단체보다 강한 소속감을 갖게 한다. 하나의 브랜드가 이러한 명확한 연상 이미지와 소속감을 갖게 된다면 ‘브랜딩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 태안 기름 유출 사건, 심지어는 매년 수능일이면 해병대라는 이름으로 헌신하는 사람들. 해병대의 상징을 도용하는 것에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들. 해병대라면 이름도 모르는 이를 위해 싸움터에 뛰어드는 사람들. 해병대라는 이름 하나로 강력한 ‘우리’를 느끼는 이들 브랜드 부족의 슈퍼내추럴 코드를 밝히기 위하여 해병대 911기 출신인 김태완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해병대를 하나의 ‘부족’으로, 그리고 ‘브랜드’로 바라본다는 관점에 대하여 현직 브랜드 마케터답게 이론과 사례로 균형을 이루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해병대’라고 하면 강한 소속감을 갖게 하는 하나의 브랜드 부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병대를 하나의 부족으로 바라본다면 해병대는 전군에서 가장 인원이 적은 ‘소수민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무 역시 전시에 방어선을 뚫는 것이기 때문에 해병대에게 후퇴란 없죠. 그래서인지 육체적, 정신적 훈련 강도가 높은 편이라 결속력이 강한 소수민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해병대를 하나의 브랜드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때에는 어떤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해병대를 하나의 브랜드로 바라본다면, 포지셔닝이 확고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이야기는 들어 보았을 겁니다. ‘해병대이기 때문에’라는 말 다음에는 ‘해병대는 이래야 한다’는 것들이 연상되는 것만 봐도 그렇죠. 또한 브랜드의 로고라고 할 수 있는 앵커라 불리는 심볼 외에도 돌격머리, 팔각모, 빨간 명찰, 세무워커 등은 육해공군과 구분되는 해병대만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결속력이 강한 소수민족’이라고 표현했는데, 해병대의 소속감은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까?
앵커나, 돌격머리, 팔각모 등 눈에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렸지만, 해병대의 소속감을 만드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부분이 큽니다. 해병대 정신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해병대’ ‘철조망은 녹슬어도 해병대 기수는 녹슬지 않는다’ 등의 말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슬로건 외에도 해병대 군가를 의미하는 사가, 점호 시간을 의미하는 순검시간, IBS 훈련 등을 통해서 해병대 정신을 학습합니다.

 

‘해병대이기 때문에’ 다음에는 ‘소속감이 느껴진다’라는 말이 올 수도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강한 소속감을 느끼죠. 해병대의 상징이라고 말씀드린 빨간 명찰에서 빨간색은 피를 의미하고 노란색은 땀을 의미합니다. 해병대들은 피와 땀을 나눈 사이라는 것이죠. 길을 지나다가 명찰만 보아도 ‘우리는 하나’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해병대 출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모르는 사이라도 발벗고 나서게 됩니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불이 지펴진다고 할까요. 또한 사회에 나와서는 학벌이나 출신, 관심 분야 등에 따라서 사람들이 많이 나뉩니다. 그렇지만 해병대는 말 그대로 ‘해병대이기 때문’으로 통합니다. 낯선 곳을 여행하다 지갑을 잃어버려서 잠잘 곳이 없어도, 일자리를 잃는다 해도 기댈 곳이 있는 것이죠.

 

해병대와 할리데이비슨이라는 브랜드는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동의합니다. 할리데이비슨이 응집력이 강하고, 시각적으로도 다른 브랜드와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은 “우리는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아니다. 할리를 탄다”라고 말합니다. 해병대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는 군인이 아니다. 해병대다”라고 합니다. ‘해병대이기 때문’이라는 말은 곧 해병대가 갖는 자부심을 의미합니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은
“우리는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아니다. 할리를 탄다”라고 말합니다.
해병대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는 군인이 아니다. 해병대다”라고 합니다.

 

 

해병대라는 브랜드는 그들만의 가치관을 공유하며 전설, 문화, 의례와 의식, 언어, 통과의례, 상징체계, 행동 규범 등을 통하여 강한 소속감을 유지하고 있다. 해병대는 여러 브랜드 서적에서 컬트 집단의 사례로 소개될 정도로 ‘헌신적 공동체’로 여겨지기도 한다. 해병대를 하나의 브랜드 부족으로 바라본다고 했을 때, 고객으로 하여금 어떻게 강력한 소속감을 느끼게 하여 극단적 헌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의무’에 가까운 군복무와 ‘자유 의지’에 가까운 브랜드 사이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브랜드에 인위적으로 적용할 만한 방법들 역시 많지 않다. 그렇지만 해병대라는 헌신적 공동체를 통해서 언젠가 시장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대규모 컬트 브랜드 부족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있다.

 

해병대가 컬트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헌신적 공통체가 된 것은 ‘우리는 군인이 아니라 해병대’라는 소속감 때문이다. 이러한 소속감은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안도감을 안겨 준다. 앞서 말한 ‘우리라는 삶의 온기’를 전해 주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안전망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이기도 하다. 단지 따뜻해서가 아니라 그 온기로 인해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해병대에서 느껴지는 소속감은 온기를 넘어선 열기가 느껴진다. 그 열기의 근원은 바로 ‘자부심’이다. 이 말에 부정도 긍정도 아닌, “당연하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 자문해 보길 바란다. 당신 브랜드의 로고는 당신 브랜드가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를 시각화한 것인가? 당신 브랜드의 철학은 고객들이 지지할 만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가? 그럼으로써 당신 브랜드는 당신 고객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있는가? 특정 브랜드에 상당한 애착을 보이는 브랜드 마니아들은 그 브랜드가 자신에게 ‘자신감’과 ‘자긍심’을 안겨 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해병대를 하나의 브랜드로 바라보고 상상력을 발휘해 보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슬로건을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으로 바꾸어 보면,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 된다. 브랜드가 이보다 더 원하는 브랜딩이 있을까. 브랜드가 해병대와 같은 소속감을 느끼는 브랜드 부족을 갖는다는 것은 브랜드 입장에서는 인지도, 선호도, 충성도 이상의 슈퍼내추럴 코드를 가진 고객을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병대 같은 브랜드가 또 있을까?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듯, ‘한 번 ( )이면 영원한 ( )’의 ( )에 들어갈 만한 브랜드가 있을까? 우리가 만난 로모와 풍월당이라는 브랜드 부족은 해병대와 닮아 있었다. 그들은 해당 브랜드에 소속감을 느끼며, 높은 충성도를 보였고, 때로는 헌신적 공동체로 변신하기도 했다. 물론 해병대와 완전히 같은 의미의 ‘소속감’, 무조건적 ‘충성’은 아니다. 그렇지만 로모를 자신의 일부로 여기며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하는 로모그래퍼, 풍월당이 영원하게 하기 위해서 중고 LP판 한 장을 50만 원에 사 가기도 하는 풍월폐인들에게 ‘한 번 로모는 영원한 로모’, ‘한 번 풍월당은 영원한 풍월당’이라는 대구는 어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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