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일체감
소속감은 나를 나답게 만든다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단체 사진을 찍으면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찌그러지죠. 왜곡이 너무 심해요.” “KGB가 쓰던 카메라도 아니라고 하던데요. 과대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당했대요.” “처음 세 롤 찍어 보고 되팔았어요. 세 롤 중에 초점이 맞은 사진이 거의 없었거든요.” “실수로 ISO 안 맞추었다가 프로젝트 사진 전체가 까맣게 나와서 버려야 했던 일만 생각하면 화가 나요.” “요즘은 싸이나 포토샵에서도 ‘로모 효과’가 있는데 굳이 돈을 들여서 로모로 찍을 필요가 있나요?” 아날로그 카메라 브랜드 로모(LOMO)의 ‘안티’ 고객들의 말이다. 싸이월드, 포토샵 등에 ‘로모효과’라는 기능이 생길 정도로 ‘로모 스타일’의 사진이 인기다. 구 소련의 KGB들이 쓰던 카메라라는 소문은 로모에 후광 효과까지 더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로모에 관심을 갖지만 그들만의 관습을 이해하지 못하면 ‘안티’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필름 카메라이며, 눈으로 거리를 재서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목측식 카메라임에도 불구하고 로모는 상당한 마니아들에 의해 수호 받고 있는 브랜드 부족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특별하며, 로모로 인해서 “나다워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로모는 각별하다. 로모가 너무 좋아서 로모에서 일하게 되고, 로모를 몸의 일부로 여기며, 로모로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들, 이들 로모족의 슈퍼내추럴 코드는 무엇일까?

The interview with 로모그래피 공동창업자 Wolfgang Stranziger, 로모그래피 코리아 매니저 안욱환, 정진하, 로모 마니아 권수민, 오형석, 이영지

 

 

“다리를 잃어버린 사람은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없어진 부위에서 통증이나 가려움을 느낀다. 수개월, 심지어는 수년이 지나도 없어진 다리가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손을 절단한 사람들도 커피잔을 집기 위해 손을 뻗을 때의 느낌을 여전히 받는다.” 《생각의 탄생》에서 일곱 번째 생각의 도구였던 ‘몸으로 생각하기’의 내용 중 일부다. 오래전부터 신경학자들은 위와 같이 사지를 잘라 내거나 시력, 청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그것이 없어지기 이전의 ‘느낌’을 계속 갖는 것에 대해 ‘유령사지(phantom limbs)’ 혹은 ‘유령감각(phantom sense)’이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유령사지를 만들어 낸다. 테니스의 라켓이나 그림 그릴 때의 붓과 같은 인공 장구, 그리고 운전할 때 운전자는 차를 확장된 ‘몸’으로 여기기 때문에 코너를 돌 때나 주차를 할 때 실제로 차가 지각하지 못하는 영역을 지각해서 좁은 공간에도 주차를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브랜드도 하나의 유령사지가 될 수 있을까? 인간이 브랜드를 자신의 몸의 일부로 여기고 때로는 착각하기도 하는 현상 말이다.

 

 

하나됨의 단계
“대학 때에는 차비만 빼고 용돈의 대부분을 필름 값, 인화, 현상 값에 투자를 했고 항상 손에 들고 다녔어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찍었을 정도로 일상 이상의 것이었죠. 작년 10월에 2001년부터 쓰던 로모를 잃어버렸을 때 거의 한 달 동안 공황 상태에 빠졌었어요.” _로모 마니아 정진하
 

이 정도라면 로모는 하나의 유령사지일 것이다. 손에 늘 가지고 다니는 몸의 일부이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찍는 제2의 눈이고, 그것이 사라지자 공황 상태에 빠진다니 말이다. 로모족을 뜻하는 로모그래퍼들은 로모를 ‘삶의 일부’, ‘꿈의 일부’, ‘나의 일부’로 여긴다. 로모와 자신을 하나라고 여기는 일체감(一體感)을 느끼는 것이다. 예술가들에게도 몸과 연장체를 일체화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힌이 “위대한 바이올린은 생명이 있는 것이고 바이올리니스트는 그 바이올린의 일부”라고 했듯이 말이다. 로모그래퍼들은 로모를 의인화한다. 그리고 로모는 나를 나답게 하고, 로모는 로모그래퍼로 인해서 로모다워진다고 한다. 이들은 어떻게 로모와 일체감을 갖는, 로모라는 유령사지를 갖게 되었을까? 이들이 로모와 하나가 됨으로써 중독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과정을 단계별로 구분해 보았다.

 

1. 서로 닮다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bonfire of the brands)》의 저자 닐 부어맨은 ‘브랜드는 자아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선택에는 자아상이 반영된다. 그것이 자신과 닮아서이든, 닮고 싶어서이든 말이다. 즉 로모를 처음 ‘선택’한 이유는 이들의 자아 향상 혹은 자아 동일시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동인이 무엇이든 간에 실제로 이들이 ‘로모를 사람에 비유한다면’이라는 가정 아래 들려준 사람의 모습은 이들과 분명 닮은 부분이 있었다.

 

로모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어떤 사람일까요?
오형석(이하 ‘오’) 아마도 로모라는 아이가 사는 지역은 바르셀로나 같은 낙천적인 도시일 것 같습니다. 바르셀로나에는 중세시대의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고딕 지구가 있습니다. 명동처럼 현대적인 건물과 명동성당과 같은 오래된 건물들이 뒤섞인 곳이죠. 그러한 고딕 지구의 한 건물 옥탑방에 사는 공부 잘하는 대학생일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파티나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학생이라 거리에 있는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말에는 파티광으로 변신할 것 같군요.
 
이영지(이하 ‘이’) 학창 시절에 아웃사이더이지만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해서 동경의 대상인데 쉽사리 친해지기 어려운 그런 사람이 떠올랐어요.
 
권수민(이하 ‘권’) 저는 여행자 같아요. 로모가 보여 주는 사진 자체도 어느 틀에 들어가기보다는 다채로우면서 다양한 시선들이 보여지잖아요.

 

10년 가까이 로모그래퍼로 지내오면서 발견한 로모그래퍼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안욱환(이하 ‘안’) 제가 만난 대부분의 로모그래퍼들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습니다. 자기는 개성이 있다고 생각하죠. 심지어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대부분이 주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였습니다. 초기에는 확실히 디자이너처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때 잡지사 기자들은 모두 로모를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죠.

 

일상 속에서 삶의 유희를 찾는 로모그래퍼들은 로모에는 반골 기질과 예술적 감각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역시 반골 기질과 예술적 감각이 발견됐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것에는 관심이 잘 가지 않는다고 말하며, 현재 하는 일 혹은 과거의 꿈, 그게 아니면 미래의 꿈 중에도 ‘예술’이라는 코드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 현재 사진을 찍는 패션 마케터(오형석),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여행을 하는 여행자(권수민), 이미지에 탐닉하는 웹디자이너(이영지), 건축가를 꿈꾸던 1세대 로모그래퍼(안욱환)이며, 로모가 너무 좋아 현재 로모코리아에서 직원(안욱환, 정진하)으로 일하고 있다.

 

 2. 길들이고 중독되다

로모족에게 로모그래퍼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는 로모의 ‘소유’가 아니다. 그들에게 로모의 매력에 대해서 물었을 때, 그들은 오히려 남들이 로모의 ‘불편함’이라고 말하는 것을 매력이자 편안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동 노출, 목측식, 터널 이펙트, 비네팅 현상 등 로모만의 단점이자 불편함을 매력이자 편안함으로 받아들일 만큼의 시간과 노력, 그것이 바로 로모그래퍼가 되는 통과의례다.

 

로모를 쓰는 분들은 다른 카메라도 여럿 써 보지만, 결국 로모로 돌아오게 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다시 돌아오게 하는 로모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가장 편합니다. 남들은 불편하다고 하지만 기능적인 장점이 가장 우선입니다. 예를 들어 셔터 찬스에 강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AF(Auto Focus)가 되지 않아서 불편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AF가 되지 않기 때문에 ‘순간’의 이미지를 찍기에 유리하죠.
 
정진하(이하 ‘정’) 사 놓고 쓰지 않는 분들은 불편하다고들 하세요. 하지만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모두 그렇듯이 공을 들인 만큼 불편함이 본인에게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카메라들은 초점, 노출 모두 자동으로 맞춰 주지만, 오히려 목측식이 익숙해지면 초점을 더 빨리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됩니다. 어느 정도 빛만 확보된다면 노출 걱정은 없는 것도 커다란 매력이죠.
 
그 불편함을 넘어서야 로모의 진정한 재미를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DSLR로 도촬(도둑촬영)도 많이 하지만 도촬이 옳은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로모는 셔터 소리와 ‘끼릭끼릭끼릭’ 하는 필름 감는 소리 때문에 도촬이 불가능해요. 늘 들키게 마련이고, 이게 또 하나의 재미죠. 또한 왜곡되어서 찍히는 효과를 이용하면 재미있는 사진도 많이 만들 수 있어요. 이런 것들 자체가 로모를 차별화하는 요인인 것 같아요.

 

앞선 목측식, 터널 이펙트, 비네팅 현상 등에 익숙해지는 것은 로모그래퍼들에게 일종의 ‘기능적’ 통과의례(참고 : p92)일 수 있다. 그러나 로모그래퍼들은 로모를 자신의 일부로 여긴다. 그것은 ‘길들이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정신적’ 통과의례를 거친 후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어린왕자를 일방적으로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길들여졌다고 말하듯이 로모그래퍼들은 로모에 길들여지고 로모는 자신의 로모그래퍼들에게 길들여진다. 이러한 길들이기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로모 대신 다른 카메라로 카메라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계를 넘어선 로모그래퍼들은 진정한 로모그래퍼가 되어 로모라는 부족에 소속되고 그들만의 언어와 상징, 의례, 금기, 신화를 공유하며 그것을 수호하기 시작한다.

 

그 불편함을 넘어서야 로모의 진정한 재미를 알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불편함의 경계를 어떻게 넘었나요?
단지 색감만 보고 산 사람들은 생각만큼 사진이 나오지 않으면 되파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그 불편함을 받아들여서 길들이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1년 반 정도는 초점이 맞지 않고 흔들리는 사진들에 짜증이 났어요. 제가 본 로모의 사진들과 다르니까요. 그러다 거리감이 생기고, ‘아, 5초 동안 숨을 멈추면 되는구나’ 하는 식의 저만의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어요.

 

그 길들이기라는 경계를 넘어서면 로모의 새로운 매력이 발견되나요?
로모의 기능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로모를 ‘내것화’하는 것이 관건인 것 같아요. 하나하나 천천히 알아 가는 ‘길들이는 맛’을 느끼며 그 경계를 넘어서자 로모는 또 한 번 저를 놀라게 했어요. 알면 알수록 새롭죠. LC-A로 이중 노출하는 법을 처음 배웠을 때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지금은 LC-A+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기능이지만, 당시에는 카메라와 필름을 직접 조작해야만 로모 사진집에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일본 친구들은 슈퍼샘플러에 다이모를 붙여서 사진에 글씨가 나타나게 하더라구요. 정말 이런 기능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놀랍고, 그런 것들을 발견할 때 짜릿한 무언가가 있어요.
 
로모에서 나오는 화보만 봐도 자극이 돼요. 로모그래퍼들은 사진을 독창적으로 찍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깜짝 깜짝 놀라죠. 플리커를 열어 놓고 ‘lomo’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얼마 전에는 로모 필름 패키지서 어떤 남자가 자기 귀 사진을 크게 프린트해서 자기 귀에 대 놓고 사진을 찍은 것을 보고, 이렇게도 찍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저도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예쁜 배우와 최고 장비들 가져다 놓고 좋은 사진 찍는 것보다 로모 하나로 누구나 이렇게 재미있는 상황을 연구해서 찍는 것이 더 멋지다고 생각해요.
 
로모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의외성’이라고 봅니다. 항상 예상과 정반대의 결과물을 주는 기쁨이 있죠. 물론 실망도 큽니다. 로모의 모든 기능을 정복했다 하더라도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예상한 이미지와 실제 현상하고 나서의 이미지가 다를 때가 많아요. 한번은 해질 무렵에 지나가는 개를 한 마리 찍었는데 현상하고 보니 이상한 유령처럼 나왔습니다. 그 옆에 있던 간판의 조명 빛이 흡수되어서 신비한 색깔을 만들어 낸 것이죠. 로모가 장벽을 하나하나 넘어가며 모두가 인정하는 완성도를 차곡차곡 쌓아 가는 카메라였다면 재미없었을 겁니다. 그 장벽을 모두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로모죠. 로모는 의외성 빼면 의미가 없고, 이 때문에 로모에 중독되는 것 같습니다.

 

로모의 매력이라고 말한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탐구심)’과 ‘의외성’은 로모에 깊이 빠져드는 슈퍼내추럴 코드이기도 하며, 실제로 중독의 원인이기도 하다. 아래의 연구들은 인간의 탐구심을 자극하는 브랜드와 불규칙적인 보상을 통하여 의외성을 가져오는 브랜드가 실제로 중독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1954년 맥길대학의 제임스 올즈 심리학 연구팀은 쥐가 레버를 누르면 뇌의 특정 부위를 전기로 자극하는 실험장치를 고안했다. 이 실험에서 쥐는 레버를 누르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면서도 탈진할 때까지 계속 레버를 눌렀는데, 바로 뇌의 쾌감회로를 자극하는 레버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에는 ‘쾌감회로’라는 것이 있다. 이 쾌감회로가 자극되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인간은 즐거운 기분을 느끼며 이 기분 자체에 중독이 된다. 제임스 올즈 연구팀에 이어서 워싱턴주립대학의 신경과학자 잭 핑크셉 연구팀은 레버를 누른 쥐가 느낀 쾌감이 ‘어떤 종류의 쾌감’일지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했다. 연구팀은 쥐들은 경직되어 있었고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찾아 헤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쾌감의 근본이 되는 감정을 호기심, 흥미, 기대, 집착, 예측 등으로 설명하려고 했으나 결국 ‘탐구(seeking)’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모든 영장류의 뇌에는 공통적으로 ‘탐구’하려는 부위가 있다고 한다. 동물도 누군가가 먹이를 주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먹이를 찾아 먹었을 때 더 행복함을 느낀다. 인간 역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했을 때나 지적 호기심이 충족됐을 때 ‘탐구’의 영역이 자극되고 쾌감회로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로모그래퍼들이 말하는 ‘새로운 사진 찍는 기술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바로 도파민의 분비 순간일 것이고, 이러한 탐구심을 만족시켜 주는 카메라이기 때문에 로모에 중독코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로모가 주는 ‘의외성’ 역시 중독 코드다. 행위 중독 중 도박이 가장 중독성이 크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의외성’ 때문이다. 언제 얼마나 딸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승리(보상)의 간격이나 승리의 수확이 불규칙한 것을 변동 비율, 변동 간격에 의한 보상이라고 하는데, 도박이 중독성이 강한 것은 바로 이 변동 비율, 변동 간격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떠한 행동을 취한 후에 긍정적인 결과가 따르면 행동을 반복한다. 여기에는 성취감과 같은 내재적 보상도 있고, 경제적인 승격과 같은 외재적 보상도 있다. 긍정적인 강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행동도 장기적으로 반복하지 않는다. 보상 효과는 규칙적으로 일어날 때보다 가끔 띄엄띄엄 일어날 때 더 파워를 발휘하는 것이다.

 

로모 역시 10년을 써도 언제 실패할지, 언제 걸작을 남길지 모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가지고 다니게 되고,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더라도 특별한 날에는 꼭 챙기는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로모의 중독코드, 슈퍼내추럴 코드다.

 

3. 놀이가 되다

로모그래퍼들은 스스로 아웃사이더라고 말할 만큼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모라는 브랜드가 하나의 부족으로 보여지는 이유는 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 때문이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전 세계 로모그래퍼들의 축제인 로모 월드 콩그레스LOMO World Congress뿐 아니라, 수십 장에서 수백 장의 로모그리피(로모로 찍은 사진)를 벽에 붙여서 또 하나의 커다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로모월(lomowall), 비정기적으로 홈페이지에 ‘갑자기 뒤돌아서서 보이는 것을 찍으시오’와 같은 미션이 주어지면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로모미션(lomo mission), 10명 정도의 로모그래퍼가 하나의 카메라를 가지고 릴레이 형식으로 사진을 찍는 로모레이스(lomorace) 등 로모 문화는 로모를 사진을 찍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놀이 도구’로 생각하는 듯하다.

 

로모그래퍼들은 로모를 단지 카메라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늘 새롭게 사진 찍는 법을 연구하고, 재미있게 찍은 사진을 서로 공유하고, 로모월로 다시 표현하기도 하고, 로모미션, 로모레이스 등을 보면 재미있게 놀기 위한 하나의 수단 같기도 합니다.
저도 마케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로모를 7년 남짓 관찰하다 보니 로모에 마케팅적으로 상당히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로모 본사의 정책인지 궁금하기도 한데, 하나의 카메라에 생명력을 길게 하기 위한 방법들을 많이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단지 카메라를 팔겠다라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하나의 도구로 삼아서 노는 방법을 보여 주고, 새로운 액세서리들을 계속 만들어 내서 ‘당신만의 로모’로 만들라고 제안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로모월이나 로모미션 등을 제안했을 때 그것을 따라가는 리더그룹이 있다는 것입니다. 로모그래퍼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도구를 계속 만들어 주고 그것을 따라오는 마니아 그룹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로모는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해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무언가를 제안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따라오게 하기는 것은 매우 어렵거든요.

 

로모코리아의 입장은 어떤가요?
본사의 입장을 제가 대변하기는 어렵지만, 회사의 직원이라기보다 한 사람의 로모그래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로모의 마케팅이 아니라 로모그래퍼들에 의해서 로모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로모에 대한 환상을 만들고, 이미지를 유통시킨 것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된 것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로모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로모를 선택한 사람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런칭 이후에 마케팅이나 홍보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 자체가 로모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본사에서 우리 이미지와 맞느냐 안 맞느냐를 기준으로 아주 엄격한 요구를 합니다. 필름 패키지의 사진 하나, 이 로모샵의 의자 하나까지도 컨트롤하죠. 저희로서는 힘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에 신뢰를 계속 갖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로모는 브랜드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객들이 저희를 관리하는 거죠.

 

그래서 궁금해졌다. 로모의 문화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일까, 의도적으로 학습시킨 것일까. 우연이라면 행운인 것이고, 의도라면 굉장한 전략이다. 이것을 알아내기 위해 로모의 창업자 중 한명인 볼프강 스트랜저(Wolfgang Stranzinger, 이하 ‘볼프강’)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로모의 문화는 로모그래퍼들이 만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사람들이 우리가 노는 방식대로 로모를 즐기고 있더군요”라고 한다. 대답으로 보아, 먼저 ‘제시’한 것은 맞을 것 같다. 창업자 그룹이 로모를 가지고 노는 방법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로모는 수많은 필름 카메라와 함께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 모른다. 맥루한의 명언이 떠오른다.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그 다음에 우리가 만든 도구가 우리를 만든다.” 로모의 창업자들은 로모를 만들었고, 그 다음에 로모그래퍼들이 다시 로모를 만든 것이다.

 

사람들은 로모에 중독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볼프강 그것은 아마 *로모의 열 가지 골든 룰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3번을 보세요. 로모그래피는 당신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일부가 된다면 떼어 놓았을 때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 로모의 열 가지 골든 룰
1. 카메라 없이 어딜 가려고(Take your camera everywhere you go).
2. 밤이든 낮이든 언제나 상관없어(Use it any time – day and night).
3. 로모그래피는 인생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Lomography
is not an interference in your life, but part of it).
4. 엉덩이 높이에서 찍어봐(Try the shot from the hip).
5. 좀 더 가까이 다가서서 찍어봐(Approach the objects of your Lomographic
desire as close as possible).
6. 생각하지 마(Don’t think).
7. 재빠르게(Be fast).
8. 네가 무엇을 찍었는지 미리 알 필요 없어(You don’t have to know beforehand what you captured on film).
9. 나중에도 알 필요 없어(Afterwards either).
10. 룰 따위 신경 쓰지마(Don’t worry about any rules).
출처 : 로모그래피 코리아(http://lomography.co.kr)

 

로모가 강력한 브랜드가 된 데에는 로모가 가지고 있는 문화가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화는 의도적으로 만든 것인가요, 아니면 로모그래퍼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인가요?
볼프강 우리가 1992년에 로모를 시작했을 때는 로모월이나 월드콩그레스, 로모 커뮤니티 등의 어떤 문화 활동도 의도한 바가 없었습니다. 단지 로모 LCA를 알게 된 몇몇 친구들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파티나 행사 때 그것을 전시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전 세계 사람들이 저희가 로모를 가지고 노는 노하우라고 할까요, 그런 방식들로 로모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로모의 문화는 로모그래퍼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4. 내가 되다

‘로모그래퍼들은 로모에 길들여지고, 로모그래퍼의 탐구심과 의외성을 만족시켜 주는 동시에 로모만의 놀이 문화가 주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로모에 빠져든다’라고 마무리 짓는다면 로모그래퍼들은 아직 미흡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로모는 그들의 유령사지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중간 중간에 흘러나온 다섯 명의 공통적인 아래 대답들은 로모그래퍼에게 로모가 어떤 의미인지, 로모가 왜 유령사지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들에게 로모는 ‘나 자신’이었다. 로모로 인해서 ‘나다워졌다’고 말하는 사람들. 이들이 수호하는 것은 아날로그도 아니고, 로모월과 같은 그들만의 놀이 문화도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이들은 로모를 통해서 성장하며 나다워짐을 느끼기 때문에 로모를 하나의 카메라가 아니라, 자신의 몸의 일부이며, 자식에게 물려줄 유산으로 여기고 있었다.

 

로모는 저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매체예요. 그래서 로모를 만난 후에 제가 저다워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로모를 대체할 수 있는 거요? 없을 것 같아요.
 
로모는 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 중 하나예요. 어쩌다 보니 기회가 생겨서 로모로 사진전을 열기도 하고, 로모로 여행기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죠. 자연스럽게 저의 자랑거리가 되고 제 자신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아요.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면 꼭 수집해야 할 만큼 아름다운 이미지에 대한 집착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 웹디자이너가 되었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로모는 저를 예술가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단순한 취미 사진쟁이가 아닌 사진을 아트로 할 수 있게 해줘요. 로모는 저를 돋보이게 해줘요.
 
로모로 사진을 찍게 된 후부터 저 자신에게 솔직해 졌고 저만의 스타일이 잡혀 가는 것 같습니다. 로모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표현해 주고 증명해줘요. 그래서 저의 결정에 확신을 갖는 데 이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게 되었죠. 이러한 자신감 자체가 제 정체성에 대한 믿음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저만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행복하냐구요? 저는 매일 행복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이지만 어떻게 보면 직장인 로모샵에 나와 있는 것은, 저는 여기가 좋거든요.

 

 

나를 더 나답게 하는 소속감

로모그래퍼들은 로모를 닮아서, 혹은 닮고 싶어서 로모를 소유하기로 ‘선택’하고 통과의례를 거친 후에 서로에게 길들여진다. 로모를 ‘나만의 로모’로 만든 이후에는 이 도구로 마음껏 놀 수 있다. 로모그래피가 제공하는 그들만의 놀이 문화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통해서 많은 로모그래퍼들은 ‘나다움’을 찾고 있었다. 로모그래퍼들이 로모에 중독되어 로모를 자신의 유령사지로 느끼게 되는 과정을 네 가지 단계로 설명했지만 정확하게 순차적인 단계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로모그래퍼’라는 이름 하나로 자긍심과 소속감을 느끼고 있었다.

 

《왜 그들은 할리와 애플에 열광하는가》의 저자 더글라스 애트킨은 “공동체는 개인을 부정하기는커녕 강조한다. 내가 인터뷰한 컬트 구성원에 따르면 ‘소속감은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소속감하면 해병대와 같은 끈끈한 유대 관계를 떠올리기 쉽다. 그렇지만 로모 브랜드 부족은 아주 가느다란 끈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는 소속감을 보여 준다. 그 가느다란 끈이 고객의 ‘정체성’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끊어 버린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때로는 이러한 소속감이 더 큰 결속력을 가져올 수 있다.

 

더글라스 애트킨은 마케팅에서 소속감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우리는 ‘생존하기 위하여’, ‘진실을 판단하기 위하여’,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생성하기 위하여’ 소속된다고 말한다. 로모그래퍼들은 ‘진실을 판단하기 위하여’ 소속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누군지에 대한 ‘진실’을 판단하고 싶어 한다. 로모그래퍼들을 통하여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로모그래피(사진)를 통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발견한다. 그럼으로써 자부심을 느끼고, 부족이 주는 삶의 온기를 경험하는 것이다. ‘한 번 로모는 영원한 로모’일 수 있는 이유는, 로모는 로모그래퍼를 ‘나답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로모그래퍼는 로모를 로모답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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