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바이러스
브랜드 부족의 진화, 부족적 선을 행하는 빙바족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원시 부족 사회에서도 주어진 자연환경과 주변 부족의 문화 등에 따라 다양한 모습의 부족이 등장한다. 브랜드 부족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이 빙바족의 경우 여타 브랜드 부족과는 다른 제3의 노선을 걷고 있다. 이들은 독하지도 않고 끈끈한 소속감으로 연결되어 있지도 않다. 오히려 선하고 순하다. 그렇지만 이들 빙바족은 브랜드 부족이 발전할 수 있는 다른 형태와 미래적 가능성의 일면을 보여 준다.

The interview with 빙그레바나나맛우유 마니아 김현주, 양환 

 

 

‘봉사정모’를 하는 브랜드 부족

1974년에 태어나서 35년째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빙그레바나나맛우유(이하 ‘빙바’)의 브랜드 커뮤니티 ‘빙바사모(빙그레바나나맛우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그들은 함께 모여서 바나나맛우유 맛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서 논한다거나 냉장고에 빙바가 적어도 10개 이상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거나 하는 식의 마니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빙바에 대한 애정으로 함께 보여 ‘봉사정모’를 한다.

 

 

 

 

“카페를 만들게 된 것은 빙바를 좋아해서였어요. 게시판에는 빙바에 대한 추억이나 따뜻한 에피소드도 있지만, 고민상담도 이루어지죠. 그런 인연으로 개인적으로도 친해지는 분들이 많아졌고, 이런 따뜻함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봉사정모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일반적인 정기모임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주로 맛집을 찾아다니며 친목을 도모하잖아요. 하지만 우리의 경우 빙바를 함께 먹으며 그런 정모를 하자니 좀 모호하더라고요. 차라리 의미 있는 일을 하자 싶어서 매월 초 사당의 상록보육원이라는 곳에서 회원 분들을 만나고 있어요.”_빙바 마니아 양환

 

빙바사모의 운영자인 양환 씨는 봉사정모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제품 자체가 저관여 상품이고, 습관적으로 구매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만나서 친목도모 외에 특별한 공통분모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들 빙바사모를 공통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코드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빙바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다.

 

“그냥 계속 먹었던 것 같아요. 엄마랑 어렸을 때 돌아다니다 보면 역 근처에 토큰 같은 거 팔았잖아요. 그 토큰 가게 옆 냉장고에 항상 빙바가 있어서 하나씩 먹었던 기억이 나요.” _ 빙바 마니아 양환
 
“저희는 자매가 둘인데, 목욕탕 가면 엄마가 때를 밀어 주시잖아요. 한 명씩 밀면 한 명은 기다려야 하는데 그때 늘 엄마가 빙바를 하나 입에 물려 주셨어요.” _ 빙바 마니아 김현주

 

 

이들 빙바사모를 공통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코드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빙바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다.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컬처코드》의 저자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미국인들이 땅콩버터에 강한 애착을 갖는 이유와 프랑스인들이 치즈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다르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각인의 시기’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린 시절의 각인된 좋은 감정은 무의식의 창고에 저장되어 그 사람의 선택에 항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가족에 대한 감정이 존재하는 곳’에 감정적 귀착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미국인의 땅콩버터, 프랑스인의 치즈만큼 대중적 상징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빙바사모 회원은 어린 시절, 따뜻한 가족에 대한 추억과 함께 빙바가 각인되어 있다.

 

따라서 저관여 제품이라도 고객은 높은 감정적 애착을 느끼고, 따뜻한 추억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위하여 그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또다시 따뜻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빙바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생각하시는 분들이에요.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셔서 그런지 빙바 기프티콘 하나에도 굉장히 기뻐하세요. 그러는 사이 서로의 인간미를 공유하게 되었고 이제는 굉장히 친숙한 느낌이 들어요.” _ 빙바 마니아 김현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회원 분들이 봉사정모에 대해 느끼는 무게감은 큰 것 같아요. 하루 못 나오는 것도 굉장히 미안해 하세요.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가 점점 뚜렷해지는 느낌이에요.” _빙바 마니아 양환

 

 

바나나 바이러스

바나나가 생활의 일부인 열대의 나라, 캄보디아의 덕담 중에 “바나나를 먹을 수 없을 때까지 사랑하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와 같이 바나나는 부드러운 음식이라 나이가 들어 아무리 힘이 없어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오래도록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라는 뜻이다. 또한 바나나 나무는 하나의 가지에 많은 열매가 달리기 때문에 다산과 다복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빙그레바나나맛우유가 갖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빙그레바나나맛우유는 1970년대 먹거리 부족, 국민의 영양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우유 소비가 권장되던 시기에 탄생했다.

 

당시의 바나나는 수입산 고급 과일이었기 때문에 부자만이 먹을 수 있는 과일, 어린이들의 로망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이런 과일을 우유로나마 먹게 해주었던 빙그레바나나맛우유는 한국인에게 바나나라는 후광 효과와 함께 ‘가족의 따뜻함’이라는 이미지로 무의식에 깊게 각인되었을 것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회원 분들이 봉사정모에 대해 느끼는 무게감은 큰 것 같아요.
하루 못 나오는 것도 굉장히 미안해 하세요.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가 점점 뚜렷해지는 느낌이에요.

 

 

빙바사모의 봉사정모는 자신의 브랜드를 ‘감싸고 도는’ 행태를 보이는 브랜드 부족과는 또 다르다. 자신의 브랜드를 감싸지만 그것보다는 그 브랜드로 인해서 사람을 만나고 따뜻함을 전하고, 그 따뜻한 마음을 다시 공유한다. 마치 열대지방에서 바나나의 의미인 ‘행복’이 바이러스가 되어 빙그레바나나맛우유에 녹아든 듯 말이다.

 

이 바나나 바이러스는 ‘예상 밖’의 힘을 보여 준다. 비록 브랜드 자체와 직접 관련된 활동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을 모으고 고객들이 소속된 감정을 느낀 후, 함께 무언가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브랜드가 특징이 없어서’ ‘생필품에 불과한 저관여 상품이기 때문에’ 브랜드 부족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되는 브랜드라면, 빙바족의 사례를 염두에 둘 수 있다.

 

빙바의 경우 커뮤니티가 온라인에 생긴 것은 고객에 의한 자연 발생적 현상이었다. 그러나 빙바사모를 꾸준하게 이어 나가고, 그들이 부족 안에서 자신들의 역할이나 가치를 느낀 데는 빙그레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러 빙바족들을 이용한다기보다, 봉사정모 때 빙바를 지원한다거나 빙바사모 측에서 무언가를 요구했을 때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빙바 기프티콘과 같은 작은 정성을 보인 것이다.

 

우선은 ‘당신 브랜드의 잃어버린 부족원’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빙바가 그렇듯이 온라인에는 예상하지도 못한 수많은 브랜드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노란색 지우개가 달린 연필인 스테들러 연필을 좋아하는 사람들, 3M의 포스트잇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말이다.

 

잃어버린 부족원을 찾았다면 그 부족의 활동을 주시하다가 빙바처럼 그들을 도울 수도 있다. 아니면 알렉스 위퍼퍼스가 제안한 대로, 그리고 닥터마틴과 같이 부족원을 ‘고용’할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존재 자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인간은 연결되고 싶어 한다. 그 연결의 중심에는 어떠한 브랜드라도 놓일 수 있다. 고객이 그 브랜드와 연결되었다고 느낀다면, 고객은 그들의 브랜드 부족의 슈퍼내추럴한 힘을 발휘하여 어느새 영향력자로 변신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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