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파는 아이콘이다
스쿠터가 스쿠터가 아닌 이유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최태형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베스파는 아이콘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이탈리아의 국민 스쿠터였고, 60년대 영국에서는 비틀즈와 함께 모즈 문화의 상징이었다. 이후 베스파는 전 세계적인 자유와 낭만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는 클래식 스쿠터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래서 베스파는 스쿠터가 아니다. 스쿠터의 본연의 기능은 scoot 즉, 재빨리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베스파는 재빨리 이동할 수 있는 간편한 이동 수단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클래식 스쿠터로 통한다. 베스파를 갖는다는 것은 스쿠터를 갖는다기보다는, 베스파가 상징하는 문화를 갖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고장이 잦고 시동이 안 걸릴 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한다.

The interview with 베스파 마니아 최태형 

 

 

베스파를 통하여 한국에 스쿠터 문화를 전파하고 정착시킨 시스쿠터닷컴(www.c-scooter.com)의 운영자 최태형 씨를 만났다. 그는 베스파의 영향으로 스쿠터 매거진을 창간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스쿠터 라이더들이 쉬다 갈 수 있는 카페를 운영했으며, 스쿠터 문화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웹진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마니아’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조심스러워했다. 그렇지만 “저의 20십 대를 함께한 것 같아요”, “베스파로 인해서 많은 기회를 얻게 되었죠”와 같은 대답에서, 굳이 ‘마니아’라고 칭하지 않아도 베스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베스파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베스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베스파는 우선 스쿠터에 있어서 원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베스파라는 브랜드 자체가 다른 브랜드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죠. 베스파가 유럽에서 한창 유행할 때는 람브레타라는 카피 브랜드가 생겨나기도 했고, 두카티에서 스쿠터를 생산하도록 영향을 주었죠.

 

오리지널이 된다는 것은 언제나 브랜드를 유지하는 커다란 축인 것 같습니다.
물론 베스파가 스쿠터의 오리지널이기 때문에 다른 제품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더 의미 있는 것은 모즈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에요. 모즈 문화하면 보통 모즈룩이라는 하나의 패션 스타일로 이야기되지만, 1960년대 당시 영국의 모즈족들이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던 것이 베스파죠. 모즈 문화 자체가 마약이나 반항 등의 상징이기도 해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하나의 브랜드가 단순히 기계가 아니라, 한 시대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주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하나의 브랜드가 단순히 기계가 아니라,
한 시대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주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멋지다고 생각해요.

 

 

최태형 님에게도 베스파는 단순한 이동수단 이상의 의미인가요?
그렇겠죠. 지금은 제가 차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스쿠터는 잘 안 타게 되었지만 베스파를 팔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면 주말에만 가끔씩 타기 때문에 필요가 없는 이동 수단이겠죠. 그렇지만 가끔 이런 가을날에 스쿠터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달리면 굉장히 재미있고 기분 전환이 돼요. 그래서 여전히 클래식한 가죽 장갑이나 가죽으로 된 핼멧, 베스파와 어울릴 만한 가방이 보이면 사곤 하죠. 일종의 컬렉팅인 것 같아요. 베스파와 관련된 아이템들을 구비하는 것 자체가 장난감 사다 모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재미있어요.

 

베스파는 ‘불편한 스쿠터’라는 불평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해 내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지금은 직수입이 되지만 이전에는 기어가 있어서 운전이 용이하지 않다거나, 베트남 등을 통해서 들어온 정식 제품이 아닌 경우가 있어서 고장이 잦고, 고장이 나도 수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스파를 갖고 싶어 하는 이유는 브랜드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베스파를 처음 좋아하게 될 때는 대부분 비주얼적인 부분에 끌리지만 하나하나 알아 갈수록 점점 끌리는 것이겠죠. 베스파라는 브랜드는 특히 헤리티지(heritage)를 가지고 있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스쿠터 브랜드에 영향을 주었고 모즈 문화와 같은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는 의미의 헤리티지인가요?
그렇죠. 처음에는 스쿠터가 갖고 싶어서 알아보다가 베스파를 알게 되든, 베스파를 먼저 알고 베스파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든 보통 처음에는 베스파의 디자인에 끌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히스토리나 따라 하고 싶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동질감을 갖게 해주고, 이 브랜드를 쓰는 사람들은 특별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죠.
 
때로는 어떤 브랜드가 필요 없는 사람들도 그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그룹에 들어가고 싶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기도 하잖아요. 애플의 맥(Mac)처럼요. 맥 유저들 가운데 대다수는 맥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맥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이라든지 이미지를 얻고 싶어 하는데, 베스파의 경우도 그러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것은 베스파를 좋아해서 오픈했던 시스쿠터닷컴이라는 개인 홈페이지가 우리나라에서 스쿠터 문화가 대중화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아니라고 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지금 회원이 5만 7,000명이 넘어요. 지금은 제가 많이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하지만 2001년 당시에는 클래식 스쿠터를 검색하면 저희 사이트밖에 없기도 했고, 국내에 많지 않은 자료를 모으기 위해 외국 사이트에서 직접 가져온 정보도 있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였어요. 2001년부터 3년 전까지는 굉장히 활발했죠. 스쿠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들러 보았을 거예요.

 

 

때로는 어떤 브랜드가 필요 없는 사람들도
그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그룹에 들어가고 싶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기도 하잖아요.
애플의 맥(Mac)처럼요.

 

 

스쿠터 문화를 대중화시켰다는 것이 시장 확대의 의미도 있겠지만, ‘건전 라이더 운동’ 등의 캠페인을 통해서 하나의 스쿠터 문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2001년 당시에 스쿠터는 소위 ‘짱깨’ 혹은 ‘폭주족’을 떠올리는 이미지였어요. 저는 힘들게 돈을 모아서 갖고 싶던 스쿠터를 샀는데, 그런 비교를 받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 이유가 스쿠터와 관련된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문화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쿠터를 잘 타는 것은 묘기부리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법규를 지키며 타는 것이라는 인식을 나누고 싶어 시작한 거예요. 인도 주행 금지, 면허증 소지, 음주 운전 금지, 신호 준수.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네 가지 항목을 만들어서 지키자는 캠페인을 했죠. 파티도 열고, 로고를 만들어서 동참하는 사람들에게 번호판을 제작해서 만들어 주기도 했어요.

 

즐겁게 스쿠터를 타기 위해서 또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우선 스쿠터를 타면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스쿠터 타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서로 정비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대학로에서 카페를 1년 반 정도 운영 했어요. 그리고 스쿠터를 타면서 누릴 수 있는 문화 이야기를 하는 웹진도 창간을 했죠. 주로 스쿠터 타는 사람들의 인터뷰, 패션, 찾아갈 만한 공간, 음악, 공연 등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그러고 보니 매년 여름이면 스쿠터를 타고 한탄강으로 투어를 가기도 했네요.

 

이런 활동이 베스파가 상징하던 모즈 문화와 맞닿는 부분이 있을까요?
정확히는 아니에요. 모즈 문화는 어떻게 보면 되게 방탕한 문화예요. 스쿠터를 탔던 이유도 술집을 사이를 이동하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지금의 모즈 문화라 하면 모즈룩을 떠올리기 때문에 스타일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되죠. 그래서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스쿠터에 라이트를 많이 단다거나 하는 것이 반항의 의미지만 법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법을 어기려는 의도였다면 미러나 라이트를 모두 없애서 밤에 몰래 다닐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더 많이 달았다는 것은 그러한 억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러한 반항 심리를 스타일과 멋으로 표현한 것 같아요. 시스쿠터닷컴의 활동들이 정확히 모즈 문화와 같지는 않지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즐기기 위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는 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최태형 님의 삶에 베스파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대체제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 심심했을 것 같아요. 저의 20대를 거의 함께 했거든요. 물론 지금은 꿈이 조금 바뀌었지만 베스파로 인해서 스쿠터 매거진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었고, 그래서 지금 기자 생활을 하고 있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할 수 있었어요.

 

베스파로 인해서 삶이 결정되었다고 봐도 될까요?
결정이라기보다는 많은 기회를 얻은 것 같아요. 자신의 관심 분야를 갖는다는 건 커다란 무기라고 생각해요. 그 자체가 활력을 주고, 자신의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삶에 전반적으로 적극성을 띠게 되죠. 만약 베스파가 없었다면 다른 관심 분야를 찾았을 테지만 이만큼 애착을 갖게 되었을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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