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모터사이클은 안티 할리데이비슨이다
'안전함'에 중독된 라이더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구본영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BMW 모터사이클 공동체는 자신들을 공동체라고 여기지 않는다. 할리데이비슨 컬트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체험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에 비해, BMW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은 그 자신을 도로 위의 외로운 늑대라고 여긴다. (중략) 만약 BMW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이 집회를 연다면, 그 주된 목적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집결지까지 가는 그 과정에 있다. 이에 비해 할리 모터사이클족은 모터사이클을 트레일러에 싣고 술집 앞까지 가서 부려놓은 다음, 맥주를 한잔 하며 회원들의 찬탄 속에서 그 말쑥한 크롬 합금의 몸체를 바라본다.”

The interview with 모터사이클 마니아 구본영, 박푼, 신주현 

 

 

할리데이비슨은 모터사이클의 주류이며, 상징이지만 그들만의 문화는 배타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때로는 ‘안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BMW는 대표적인 안티 할리데이비슨 문화를 가지고 있는 모터사이클족이다. 이들은 분명 말의 원형이자 자유의 상징인 모터사이클을 원하지만 “할리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이 들려준 할리데이비슨과 다른 BMW 모터사이클만의 문화는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였다.

 

또한 남들은 ‘도로 위의 외로운 늑대’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외로운 늑대가 아니”라고 말하며 동호회 차원에서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그들만의 라이딩 문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세 명의 BMW 모터사이클 마니아들. 이들과의 인터뷰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BMW는 할리와 다른 문화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와 “BMW를 탄 이후에 기존의 틀에서 탈피해서 온전한 나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이다. ‘안티 할리데이비슨’이라는 기치 아래 모인 세 명의 BMW모터사이클 마니아에게 ‘안티’는 ‘할리가 싫다’가 아니라 ‘할리와 다르다’였다. 독일에서 온 BMW처럼 그들 역시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다소 차가워 보였지만 ‘안전한 라이딩’이라는 전통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을 내비쳤다.

 

모터사이클 브랜드하면 보통 할리데이비슨을 떠올리는데, 할리와 BMW 모터사이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신주현(이하 ‘신’) BMW 타는 사람들과 할리 타는 사람들은 같은 이륜차를 즐기지만 굉장히 달라요. BMW는 할리를 예비군 문화라고 하고, 할리는 BMW를 교복 문화라고 하죠. 하지만 이것은 취향의 문제라고 봐요. BMW는 주로 할리의 문화와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즐기는 모터사이클입니다. BMW 유저들은 할리처럼 함께 즐기고, 머플러를 튜닝하는 것 등의 문화는 맞지 않는 것이죠.
 
가장 커다란 차이라면 저희는 ‘안전’을 중심에 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BMW 모터사이클 동호회는 안전교육을 해요.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운전자가 취해야 하는 요소들, 라이딩에서 가장 중요한 브레이킹 기술과 같은 기술 교육뿐 아니라, 도로 위에서 사륜차들과 융화되기 위하여 지나친 굉음은 삼가야 한다는 등의 매너 교육도 이루어집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장비죠. 동호회 차원에서 안정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나오면 라이딩을 할 수 없도록 합니다.
 
박훈(이하 ‘박’) 저는 처음에 BMW에서 모터사이클이 나오는지도 몰랐습니다. 오히려 할리를 보고 면허를 딴 경우죠. 그래서 먼저 면허를 딴 후에 할리 매장에 가서 예약을 해놓고 BMW 매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혼다 매장에 들러서 영업 사원과 이야기를 하다가, 혼다가 좋으냐 BMW가 좋으냐, 라고 물었더니 머뭇거리더군요. 그러더니 “엔진은 혼다가 좋습니다”라고 하기에 그럼 뭐가 나쁘다는 것일까 싶어서 BMW 매장에 가서 물었죠. “혼다가 좋은가요, BMW가 좋은가요?” 그랬더니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브레이크는 BMW죠”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바로 BMW를 사게 되었습니다. 사실 초보자에게는 액셀러레이터가 문제가 아니라 브레이크가 문제입니다. 달리는 것보다 서는 것이 중요하죠.

 

BMW가 할리와 문화적으로 다른 점은 ‘안전’을 중시하는 것이고, 기계적으로 다른 점은 브레이킹 시스템이 우수하다는 것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브레이크라는 기계적인 장점에도 ‘안전 지향’이라는 철학이 함께 있는 것입니다. BMW라는 브랜드가 신봉하는 것이 앞바퀴와 뒷바퀴의 무게 배분을 50대 50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계적인 메커니즘, 그러니까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터사이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의 모터사이클은 앞바퀴에 하중이 많이 가지만, BMW는 밸런스가 좋아서 굉장히 안정성이 좋죠. 모터사이클은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멈추어 줘야 합니다. BMW는 이런 브레이킹 시스템이 탁월합니다.
 
기본적으로 모터사이클은 자유입니다. 어릴 때는 자전거를 타다가 나이가 좀 들면 자동차를 타죠. 항상 어떤 줄에 묶여 있는 것 같은 자전거와 달리 처음 자동차를 타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죠. 그런데 모터사이클을 처음 타고 나서 든 생각은 자동차는 아주 긴 끈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어요. 모터사이클은 바로 그 끈을 딱 잘라 버린 느낌이었죠.
 
BMW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해줘요. 모터사이클을 타다 보면 위험한 순간들이 생기죠. 그때 브레이크를 잡고 숨을 고르며 하는 생각이 ‘BMW니까 살았다’입니다. 다른 모터사이클이었다면 가벼우니까 뒤집어지거나, 브레이크를 잡아도 원하는 순간에 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BMW는 기계 자체뿐 아니라 안전장구를 모두 갖추고 타기 때문에 라이딩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습니다. 탈수록 그러한 신뢰가 강해지다 보니 점점 빠져드는 것이죠.

 

 

BMW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해줘요.
모터사이클을 타다 보면 위험한 순간들이 생기죠.
그때 브레이크를 잡고 숨을 고르며 하는 생각이 ‘BMW니까 살았다’입니다.

 

 

여성 카레이서라고 들었는데 카레이서로서 BMW는 어떤 모터사이클이라고 생각하나요?
구본영(이하 ‘구’) 카레이서라고 많이 다르지 않아요. 저는 BMW를 서킷에서는 타고 싶지 않아요. 서킷에서는 오히려 두카티와 같이 속도를 즐길 수 있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싶어요. 서킷은 예상과 달리 굉장히 안전하거든요. 2차 사고가 날 일이 없죠. 제가 생각보다 겁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도로에서는 BMW를 타고 싶어요. 사실 저는 할리를 타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BMW는 안 예쁘잖아요.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 예쁜 모터사이클이 눈에 들어오죠. 그러다 우연히 BMW를 타게 된 지 일 년째에요.
 
그런데 작년에 굉장히 큰 사고가 났어요. 모터사이클이 반토막이 났죠. 사고 순간에는 브레이크도 못 잡고, 승합차와 승용차가 보이기에 승용차가 낫겠다 싶어서 승용차 한가운데를 받았어요. 그런데 정말 뼈에 금 하나 가지 않았어요. 그러고 나서 생각했어요. 제가 탈것은 BMW밖에 없다고요.

 

세 분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BMW 모터사이클의 중독코드는 ‘안전’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 보니 점점 다른 모터사이클은 타기 어려워지죠. BMW를 타면서 느끼는 또 하나의 감정은 우리 나라의 이륜차 문화에 이러한 ‘안전함’을 전통으로 남겨주고 싶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동호회 차원에서 라이딩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안전 교육을 일 년에 네 번 정도 하고 있어요. 올바른 문화나 전통, 습관들을 물려주어서 선순환의 사이클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에는 동호회 기금으로 헬멧을 사서 경찰청에 기증하려고 했어요. 폭주족들을 처벌만 할 것이 아니라 재능 있는 아이들을 라이딩 스쿨에도 보내고, 그 아이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였죠.

 

마치 BMW에 헌신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이유가 뭔가요?
헌신이라고 하기에는… 글쎄요. 잘 모르겠지만 BMW를 타고 난 이후로 달라진 점이 많아서 고마운 마음이 있어서랄까요. 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 만큼 저의 숨겨져 있던 면들이 발견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안전한 라이딩 문화가 사회적으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싶은 욕심도 큽니다. 얼마 전 엘리베이터에서 ‘그 사람을 나타내는 건 말이나 생각이 아니라 반복된 행동의 결과다’라는 문구를 보았어요. 소위 럭셔리 바이크라고 불리는 것이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으려면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행동해서 그 행동의 결과가 타인들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BMW 모터사이클을 알게 된 후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변화는 이전에는 제가 기어에 물려서 돌아가는 톱니바퀴인지도 모른 채 기존의 틀 안에서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사실입니다. 이제서야 그곳에서 탈피해서 온전한 나로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평생 뺄래 한 번 안 해보던 제가 안전장구들을 직접 울세탁해서 말리고 있더군요. 또한 모터사이클은 판단이 늦어지면 누군가 다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회사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판단력이 빨라진 것 같습니다.
 
 저는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아요. 기업 경영보다 150명 동호회 운영이 더 힘듭니다. 스물아홉 살 때부터 사업을 해서 언제나 수직 구조의 상부에 있었어요. 의사 결정권과 책임이 항상 저에게 있었죠. 그런데 개성 강한 동호회 사람들을 리드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러다 최근에 깨달은 것이 수직 구조에서는 의사 결정이 리더의 리더십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지만, 수평 조직에서는 봉사하는 것이 의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또 한 가지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난 이후 대한민국이 가장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전 세계 오지를 다 다녀 봤지만 이렇게 산 좋고 물 좋은 나라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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