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는 설치예술이자 장난감이다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삶의 양식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김태식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사실은 미니를 예약하고 차를 받기로 한 날에 비가 왔어요. 그런데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직접 가겠다고 하고 매장으로 갔죠. 친구와 함께 갔는데, 여름이어서 에어컨을 틀었어요. 그런데 굉장히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이 조그만 차가 마구 떨리는 거예요. 그걸 보고는 친구가 고장난 차를 잘못 받은 것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미니는 원래 그래”라는 말이 튀어나왔어요. 저도 잘 모르면서요.” (미니 마니아 정헌재) 미니는 가장 ‘독한’ 마니아군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였다. 위에 소개한 에피소드처럼 그들은 때로는 미니를 무조건 감싸 안는다. 그들은 미니이기 때문에 운전면허를 소지하기도 전에 미니를 먼저 사고, 미니를 자신의 분신이라고 소개한다. 또한 가끔은 미니가 너무 좋아서 미니에서 잠도 자며, 사고가 나서 차를 폐차시키고도 다시 미니를 산다. ‘두대클럽(한 가정에 미니를 두 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자신이 딜러보다 미니를 더 많이 팔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이들이 말하는 미니라는 슈퍼카의 슈퍼 컬처는 무엇일까.

The interview with 미니 마니아 김태식, 박재형, 정종훈, 정헌재 

 

 

미다방(압구정 미니코리아 매장 2층의 라운지 별칭)에서 미니 마니아라고 자처한 이들을 기다리면서 아마도 이들은 명품 가방을 든 세련된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수하지만 개성 강한 소품들로 자신들을 돋보이게 하고 있는, 마치 한 가족같은 네 명의 마니아들은 “미니가 왜 좋으냐”는 질문에 눈빛이 달라졌고, 미니에 관한 어떤 질문에도 초자연적인 기억력을 발휘하여 2006년 3/4분기에 미니가 몇 대 팔렸는지에 관한 이야기까지 들려주었다.

 

미니의 고객들이 향유하는 공통된 삶의 양식은, 그들이 미니를 자동차로 여기지 않고 하나의 예술 활동이자 놀이 문화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BMW의 ‘의도된 전략’이라는 것이 더 놀랍다. 우연히 혹은 고객에 의해서 얻어진 슈퍼컬처가 아니라 브랜드 전략의 일환으로 고객에게 미니라는 브랜드의 문화를 ‘학습’시키고, 그것을 인정하는 고객들을 동참시켜서 그 문화를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미니의 마니아들은 “미니로 인해서 삶과 가치관이 바뀌고”, “미니로 창의성을 발휘하고”, “나만의 미니를 만들고”, “동호회 활동으로 함께 즐기는 것의 가치를 알아 가고” 있었다.

 

미니는 어떤 매력을 가진 자동차이기에 50년 동안 여러 회사들을 옮겨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받는 것일까요?
정헌재(이하 ‘정’) 미니는 단순한 차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원래 자동차에 관심이 없었고 운전도 못했어요. 그런데 미니를 보고는 딱 저를 위한 차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예뻐서 단숨에 눈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타면 탈수록 좋아져요.

 

얼마나 좋아하시기에 차에 관심도 없던 분이 이렇게 마니아를 모셔 달라는 자리에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한데요.
시쳇말로 하면 ‘빠돌이’라고 하죠. 흔히 아는 나쁜 의미가 아니라 저는 미니 때문에 너무 많이 변해서 저도 놀라워요. 제가 원래 타던 차는 1년 7개월 동안 6,000km를 탔어요. 세차도 한 번 안 해봤고 너무 오랫동안 안 타다 보니 타이어가 펑크 난 채로 주차장에 방치되어 있기도 했죠. 그런데 미니를 알고 나서 한국에 런칭하자마자 산 이후에는 미니와 관련된 우편물까지도 모으기 시작했어요. 사실 단점도 많고 미운 구석도 많은 데도 감수하는 이유가 일종의 아이콘인 것 같아요. 미니 자체가 아이콘이고 패션의 아이콘이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제 분신이기도 해요. 차를 타고 있으면 너무 편안하고 좋아서 차에서 잠도 많이 잤어요.
 
정종훈(이하 ‘종’) 저는 상황마다 다르지만 미니를 타기 전에 아직도 약간의 설렘이 있어요. 어떤 날에는 차 문을 열면서 처음 탔을 때의 느낌이 살아나요. ‘내가 문을 여는구나, 자리에 앉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좌석에 앉아서 시동을 걸면, 푸들푸들거리며 시동이 걸려요. 그때 평상시와 조금만 다른 소리를 내도 병이 난 건 아닌가 걱정이 돼요. 부모가 자식 걱정하듯이 미세한 소리의 차이에도 반응하게 돼요.
대화도 해요. 하루정도 운행을 안 하는 날에는 오늘은 조금 쉬라고 말하고 다시 타는 날에는 오랜만이라고 인사하고요. 문을 잠그고 갈 때 리모콘에서 띠릭 하고 소리를 내면 ‘철컥’도 아니고 ‘스컥’ 하면서 문이 잠기는데 가다가 다시 돌아서서 한 번 더 봐요. 어떤 날에는 돌아가서 차 문을 열고 가만히 좀 앉아 있다가 가기도 해요. 미친 놈이죠.

 

마치 사람을 대하는 것 같네요. 그런데 타면 탈수록 좋아진다고 했는데 미니만이 가지고 있는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인가요?
김태식(이하 ‘김’) 그건 미니가 가진 감수성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디자인을 하고 제 아내도 디자이너인데 미니를 보고는 시승도 안 해보고 샀어요.

  

미니가 갖는 감수성이란 무엇인가요?
저도 여전히 신기한 것이 다른 차들은 튜닝하면 촌스러운데 미니는 뭘 해도 예뻐요. 워낙 디자인 자체가 우수해서 우리 나라에는 풀옵션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순정도 너무 예쁘지만, 미니를 소유한 분들 중에 디자이너나 미적 감각이 뛰어난 분들이 많아서인지 각자가 미니를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 같아요. 이것을 받아 주는 것이 미니의 감수성 같아요.
  
 
 
 
저는 BMW에서 브랜딩을 참 잘한다고 생각해요. 부품을 다양하게 해서 커스텀할 수 있게 만들어 주잖아요. 대시보드, 핸들, 휠, 사이드 미러캡 등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그것을 문화로 정착시켜서 사람들이 이제는 미니는 그런 차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고객들의 창조성을 자극한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미니는 저만의 미니를 만들 수 있게 해줘요. 같은 차종을 사도 어떻게 커스텀하느냐에 따라서 내 미니와 이 친구의 미니가 완전히 달라져요. 그런 점이 좋아요. 누군가가 내 미니를 보고 따라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각자 자기 개성에 맞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데 미니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요. 이것도 하나의 문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나만의 미니라는 것에 동의해요. 미니는 정말 ‘나만의 것’을 만들기게 적합한 차종이에요. 그래서 더 정이 들고, 미니를 꾸밀 수 있는 아이템들을 컬렉팅하게 되죠. 제 경우에는 사이드미러를 4개 가지고 있어요. 6개월에 한 번씩 귀고리 바꾸어 주듯 바꿔요. 그럼 분위기도 180도 달라지죠. 그게 정말 커다란 매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연애하는 것 같아요. 아주 편안한 상대보다는 약간의 밀고 당김이 있는 상대에게 더 끌리잖아요. 미니는 늘 뭔가 느슨해질 때쯤이면 안에서 뭔가가 저를 자극시켜요.  또한 디자이너들은 기성품을 좋아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미니는 다 받아 주고 가능하게 하죠. 저의 창조성을 자꾸 자극하고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 같아요. 설치미술 같기도 해요.

 

 

누군가가 내 미니를 보고 따라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각자 자기 개성에 맞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데 미니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요.
이것도 하나의 문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한 브랜드 서적에서 미니를 ‘사랑스러운 얼굴을 한 불량 청소년’이라고 표현했던데 동의하나요?
박재형(이하 ‘박’) 네, 앞에서 미니의 감수성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저는 바로 그 미니의 양면성이 또 다른 미니만의 감수성이라고 생각해요. 미니는 겉과 속이 너무 달라요. 훌륭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에 BMW의 기술이 만나면서 조그만 차인데도 타보면 묵직하고 가속력이 엄청나요. 여자분들이 디자인만 보고 샀다가 충격적이라며 되파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물론 지금은 파워핸들이 나오지만, 원래 미니의 핸들은 엄청 무겁거든요. 저도 디자인만 보고 샀지만 이런 강한 힘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이 정도 가격대에 이런 가속력을 가지고 있는 차는 없을 거예요.

 

영화 <이탈리안 잡>을 보면, 미니가 좁은 골목을 누비며 엄청난 파워를 보여 주잖아요. 그 영화를 보면서 BMW가 PPL을 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의미냐 하면, 미니가 예쁘기만 한 차라고 생각했는데, 영화에서는 정말 실력 있는 차로 나오잖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 미니를 과장되게 잘 보여 주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말씀을 들어 보니 근거가 있는 묘사인 것 같네요.
맞아요. 하지만 제 경우, 미니가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커스텀도 할 수 있고, 숨겨진 강인함도 좋지만, 무엇보다 미코라는 동호회가 너무 좋아요. 동호회 사람들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아요. 다른 동호회랑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사회에서 좋은 사람 만나기가 참 힘든데 미코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미니의 문화를 더 잘 즐길 수 있게 되다 보니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할까요.
 
저도 그래요. 만약 동호회가 없었다면 굳이 미니를 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요. 미니코리아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미니의 매력을 더 잘 알게 되었고, 실제로 생활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미코 모두가 미코의 동호회는 다르다고 하는데 미코만의 특징이 있나요?
다른 동호회에 비해서 순수 동호회라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여기에서 동호회라는 것을 처음 해봤어요.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누구와 함께 무언가를 하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코드가 잘 맞는 것 같아요.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인 것도 같아요. 국산 대형 세단을 포기하고 온 사람들이라 평범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렇다 보니 과시적이라거나 배타적인 문화도 없고, 행사할 때 보면 미니 오너가 아니더라도 다 함께 하는 문화에요.
 
더 잘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미니의 문화’란 무엇인가요?
미니는 미니만의 문화 활동을 만들어 가는 브랜드에요. 미니코리아 자체 행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니 유나이티드, 트랙데이 등의 공식적인 행사가 있죠. 미니 오너들이 함께 모여서 문화 활동을 하는 행사예요. 한국에서도 런칭 초창기에 회원들과 일반인들이 모여서 815 행사를 하기도 했고, 겨울에는 연날리기 행사도 했어요. 예전에는 여권을 만들어서 찍어 주는 등의 BMW에서 하는 아기자기한 문화 아이템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차를 한 대 산 것뿐인데 이렇게 재미있게 살 수도 있구나 싶어요.
 
미니는 사실 소음도 정숙하지 않을 만큼 심하고, 차의 크기로 보았을 때는 비싸기도 하고, A/S 문제도 있죠. 그런데 이런 구매 후의 라이프스타일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감내하는 것 같아요. BMW에서는 그것을 문화 정책 혹은 마케팅으로 활용했을지 몰라도, 그런 것에 재미를 알게 되니 저희 스스로 그러한 문화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실제로 미코 동호회에서 자체적으로 미니의 문화 활동을 만들기도 하나요?
매달 번개도 있고 정모도 있고, 매년 여름에는 연비랠리와 같은 행사를 기획해요. 가끔 ‘황금미니를 찾아라’와 같은 미션을 주고 서울 시내에서 보물찾기와 같은 이벤트를 열기도 했죠. 그렇지만 미니 행사 중의 꽃은 미니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 동호회에서 2005년 최초로 시작해서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데 전국을 캠핑하며 일주를 하는 것이죠. 올해 4회 미니런에서는 3년 동안의 행사들을 비교 분석해서 장점들만 가지고 왔어요. 그런데 회원 분들이 너무 즐거워하시는 것에 감동해서 마지막에는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미니런이 끝나고 나면 워낙 친해져서 거의 가족 같아요. 그래서 한 달은 꼬박 만나죠. 마치 유럽 여행을 갔다가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오면 그 여행의 추억에 한동안 젖어 살잖아요. 그 기분이에요. 그래서 다들 후유증 때문에 고생한다고 하세요.

 

혹시 미니로 인해서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바뀐 분도 있나요?
행복 추구권이라고 하기엔 뭐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젠 좀 당연하지 않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남들보다 더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요. 예전이었다면 열심히 돈을 벌어서 집을 사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월세를 살더라도 그것이 저에게 중요하지 않아요. 집에 투자하는 것보다 저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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