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ultural code
슈퍼 컬처의 아이러니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스트라이다는 신발과 같아요.” “베스파는 저의 20대를 대변합니다.” “BMW 모터사이클은 나를 지켜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죠.” “미니를 타면서 ‘행복 추구권’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어요.” 라고 말한 브랜드 마니아들은 그 브랜드가 주는 ‘슈퍼컬처’ 때문에 자신의 브랜드를 ‘슈퍼카’로 여기고 있었다. 그 슈퍼컬처는 바로 이것이었다.

“스트라이다는 신발과 같아요.”
“베스파는 저의 20대를 대변합니다.”
“BMW 모터사이클은 나를 지켜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죠.”
“미니를 타면서 ‘행복 추구권’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어요.”

 

라고 말한 브랜드 마니아들은 그 브랜드가 주는 ‘슈퍼컬처’ 때문에 자신의 브랜드를 ‘슈퍼카’로 여기고 있었다. 그 슈퍼컬처는 바로 이것이었다.

 

“스트라이다는 자전거가 아니라 일상이다.”
“베스파는 스쿠터가 아니라 (시대의/개인의) 아이콘이다.”
“BMW 모터사이클은 안티 할리데이비슨이다.”
“미니는 설치예술이자 놀이 문화다.”

 

이 네 브랜드가 이러한 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각기 달랐다. ‘제품 자체’에 슈퍼컬처의 속성을 가지고 있거나(스트라이다, BMW 모터사이클), 사회 문화의 영향으로 ‘우연히’ 슈퍼컬처를 갖게 되었거나(베스파), ‘고객 혹은 타 브랜드에 의해’ 슈퍼컬처가 만들어(베스파, BMW 모터사이클)지기도 한다. 그리고 문화를 만들거나 고객에게 학습시키는 경우(베스파, BMW, 미니)도 있었다.

 

스트라이다는 제품의 특성인 아름다운 삼각형 디자인이라는 요소와 가벼운 접이식이라는 이유 때문에 고객들을 다섯 걸음 이상 걷지 못하게 한다. 제2의 신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중독이란, 그것이 제거되었을 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정도라고 한다. 스트라이다의 고객들이 서슴없이 “스트라이다에 중독되었다”고 말한 이유는 제품 속성 자체에 중독의 코드, ‘일상’이라는 문화의 코드가 있기 때문이었다.

 

베스파는 단순한 스쿠터가 아니라 하나의 상징(아이콘)이었다. 모즈 문화라는 시대 정신의 상징이었고, 스타일과 젊음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에 이것이 6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나의 헤리티지가 될 수 있었다. 고객들은 단지 예쁜 디자인을 산 것이 아니라, 베스파라는 브랜드가 물려받은 신념의 집합체로서의 문화를 산 것이었다.

 

또한 베스파에서 주목할 것은 문화는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 건전한 스쿠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브랜드 마니아 한 사람이 했던 활동들을 눈여겨 본다면 브랜드가 문화를 만듦으로써 브랜드에, 그리고 사회 문화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한국에 건전한 스쿠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브랜드 마니아 한 사람이 했던 활동들을 눈여겨 본다면
브랜드가 문화를 만듦으로써 브랜드에, 그리고 사회 문화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BMW 모터사이클 역시 제품 자체에 ‘내구성과 뛰어난 브레이킹 시스템’이라는 안전의 코드를 가지고 있었고, 고객들은 이 ‘안전함’에 중독되어 BMW를 믿고 이것밖에 탈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안티’ 문화라는 것이 얼마나 강한 힘을 발휘하는지도 보여준다. BMW 모터사이클의 고객 스스로가 ‘안전한 라이딩’이라는 모터사이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미니는 문화 그 자체였다. 제품 자체가 그것으로 인해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동차를 운송 수단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 만들어 버렸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브랜드에서 학습시켰다는 것이다.

 

무조건 가르치는 학습이 아니라, 어떻게 미니라는 자동차를 표현하고, 이 자동차로 삶을 즐기는 방법에 대하여 먼저 보여 주었다. 그것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브랜드가 가르쳐 준 대로 미니를 캔버스 삼아 예술 활동을 하고 있었고, 미니를 장난감 삼아 삶을 즐기고 있었다.

 

이 네 슈퍼카 브랜드들은 그래서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자전거, 스쿠터, 모터사이클, 자동차를 파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문화’를 팝니다.”

 

그런데 ‘문화를 갖게 되면 브랜드에 도움이 된다’가 정말 끝일까?

 

 

슈퍼 컬처의 아이러니
A. “저는 좀 혼자 지내는 편이에요.”
B. “저는 마이너 기질이 있어요.”
C. “로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특별하다, 개성 있다고 믿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D. “다른 사람들 것과 똑같으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요.”

 

그리고

 

A’. “스트라이다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말을 걸고 싶어져요.”
B’. “리코 동호회 사람들은 그 어느 곳에서 만난 사람들보다 잘 통하는 것 같아요.”
C’. “한때는 로모 유저들만 만나고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D’. “닥터마틴은 조금 특별한 커뮤니티예요. 닥터마틴에서 하는 일에는 발벗고 나서게 돼요.”

 

위는 이번 호 취재를 위해서 만난 30여 개 브랜드의 70여 명의 브랜드 마니아에게서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었던 말들이다. 그리고 A와 A’, B와 B’, C와 C’, D와 D’는 동일 인물의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왜 ‘나는 달라’라고 말하는 개성 강한 사람들이 브랜드 커뮤니티나 동호회 활동을 하며 소속감을 느끼고, 그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것일까?

 

특히 자전거, 스쿠터, 모터사이클, 자동차는 여럿이 즐기기에는 제약이 많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호회’,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이들이 모이고 있다.

 

한강의 자전거 도로 위에서 하나의 브랜드 부족이 같은 자전거를 타고 무리지어 라이딩을 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스쿠터 문화의 불모지 혹은 부정적 정착지였던 한국에 스쿠터 문화를 만들어서라도 스쿠터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여럿이 즐기려 하고, ‘도로 위의 외로운 늑대’로 알려진 이들 역시 동호회로 모여 함께 즐기며 그들만의 문화를 전통으로 남기고 싶어 하며, 가장 함께하기 여러울 수도 있는 ‘자동차’라는 것을 함께 즐기기 위해 사비를 들여서라도 행사를 기획하는 이들의 숨은 마음은 무엇일까?

 

예일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리처드 니스벳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연구한 결과를 《생각의 지도》라는 책에 옮겨 놓았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이중문화적bicultural’이라는 키워드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소비자들의 슈퍼내추럴한 모습들을 이해하는 열쇠 중 하나가 되었다. 그는 인간의 이중문화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이중문화적(bicultural)이다. 우리 안에는 다른 사람과 더 친밀하게 관계를 유지하려는 상호의존적인 특징과, 다른 사람들로부터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려는 독립성이 혼재한다.”

 

니스벳 교수가 말한 대로 인간은 본래 상호의존적인 동시에 독립적인 존재다. 이러한 이중문화성이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라면, 결국 “브랜드의 고객들은 어떤 경우에는 혼자(독립적) 행동하고 어떤 경우에는 함께(상호의존적)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브랜드 마니아들은 자신은 ‘남과 다르다’고 말하면서도 그 브랜드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과는 ‘함께’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슈퍼컬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중문화성’에 대한 논의로 흐르게 되었다. 다시 ‘슈퍼컬처’로 돌아가면, 스트라이다의 마니아들이 다른 자전거가 아닌 스트라이다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빠져든 이유는 바로 스트라이다의 ‘문화’ 때문이라고 했다.

 

베스파, BMW, 미니 모두 그 브랜드만이 공유하는 삶의 양식에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었다. 바로 이러한 슈퍼컬처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은 인간의 이중문화성을 만족시킨다. 인간의 ‘이중문화성’과 브랜드의 ‘문화’가 코딩되어 슈퍼내추럴한 현상들을 보이는 것이다.

 

인간의 ‘이중문화성’과 코딩을 이루는 브랜드의 또 하나의 특성은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부족에서 살펴본 해병대나 로모, 풍월당과 같은 브랜드가 그랬다. ‘문화’와 ‘소속감’은 개인을 구별짓고,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한다. 개인이 어떤 문화에서 자라고, 학습하고, 사회화되었냐에 따라 다른 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문화’와 ‘소속감’은 개인을 구별짓고,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한다.

 

 

LA의 코리아타운을 생각해 보자. 혼자가 되고 싶어 홀로 여행을 하다가도 코리안타운에 들어갔을 때의 안도감과 알 수 없는 애증의 감정은 이러한 이중문화성의 아이러니를 설명한다. 여행자로서 혹은 이국 땅의 이민자로서 자기 의지로 독립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누군가와 친밀하게 상호의존하고 싶어 한다. 우리에게 한국은 너무나 당연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나 LA의 코리아타운에 들어가면 ‘한국인이었지’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고, 한국의 문화권에서 자란 ‘한국인’이라는 개인의 정체성이 강화된다.

 

스트라이다 마니아가 스트라이다를 타고 한강변을 달리다 우연히 MTB자전거 동호회 가운데 들어갔을 때의 느낌, 혹은 BMW 모터사이클이 할리데이비슨의 축제에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상상해 보자. 스트라이다 마니아는 스트라이다 동호회 안에 있을 때, BMW 모터사이클 마니아는 그들과 함께할 때에 ‘나다움’을 느낄 것이다.

 

인간의 이중문화적 코드의 핵심을 이해한 브랜드라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소비자는 단순히 무리짓기를 원하고 공통의 문화를 향유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리 안에서, 그리고 문화 속에서 ‘나다움’을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 문화가 있는 브랜드를 만들되, 고객 각각의 개성을 무시하는 획일적인 문화가 아닌 개인이 드러날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하다.

 

스트라이다 마니아가 ‘나만의 스트라이다’를 만들기 위해서 이름을 짓고 스티커를 만들어서 옷을 갈아입히듯 붙여 주었다는 이야기, 미니 마니아들이 미니를 자동차가 아니라 하나의 설치예술로 생각하며 ‘나만의 미니’로 만드는 것 자체에 기쁨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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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문화성, 소속감, 슈퍼내추럴 코드, 브랜드 마니아, 소비자 자아

스트라이다(Strida), BMW 미니(BMW Mini), BMW, 베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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