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마니아 복제의 모체가 되다
오라클의 반보존적 복제, 닥터마틴 볼륨배지시즌배지테마배지

Written by 민재용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DNA는 곧잘 두 개의 사슬로 표현된다. 이 사슬이 둘로 분리되어 다시 각각 하나의 사슬이 더해지면, 원래 하나였던 DNA가 두 개가 되는 것이 바로 DNA의 ‘반보존적 복제’ 모델이다. 어떻게 보면, 브랜드의 오라클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오라클이 전파하는 브랜드의 강렬한 경험과 지식을 일부 받아들인 소비자들은 그것을 모체로 하여 자신 또한 오라클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1960년에 만들어진 이래 50여 년간 같은 길을 걸어온 닥터마틴 또한 이러한 오라클들의 힘으로 더 많은 마니아와 오라클을 만들 수 있었다. 이들이 가진 닥터마틴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맛보고, 오라클 한 명 한 명의 영향력을 경험하게 된다면 당신 또한 자신의 브랜드에 ‘오라클’이라는 신발을 신겨 보고 싶을 것이다.

The interview with 닥터마틴에어웨어 코리아 영업 마케팅부 차장 민재용, 닥터마틴 마니아 강경민, 김미현, 김주희, 노광희, 박혜인, 서성미, 양하영, 엄석준, 이종헌, 최지현

 

 

마니아, 첫발을 떼다
“이 정도는 와줘야 닥터마틴 마니아죠.”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한 마니아가 이렇게 말했다. 네이버 카페 ‘닥터마틴 매니아들 모여라’의 매니저이자, 닥터마틴 코리아의 직원이기도 한 민재용 차장에게 마니아들의 모임 주선을 부탁했을 때까지만 해도 사실 이렇게 많은 마니아들이 선뜻 자리를 함께해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10명의 마니아들은 각기 다르지만 뚜렷한 개성과 색깔을 가진 독특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이들에게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닥터마틴이 이들에게는 ‘신발’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니아들에게는 제품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 ‘브랜드’라지만, 인터뷰에 나온 마니아들에게는 닥터마틴이 단순히 ‘브랜드’라 칭하기에도 모자라 보였다.

 

“정말 이렇게 관리해 본 신발은 처음이에요. 집에 돌아오면 신문지 위에 올려놓고 물티슈로 닦아 주고, 에센스까지 발라 주거든요.”
“한 달간은 너무 아까워서 집 밖에서 신지도 못했어요. 혼자 신발에 빠져서 방 안에서 신고는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있기도 했어요.”
“신발장 앞에 닥터마틴을 세워 두고는 방 사이를 오갈 때마다 한 번씩 흐뭇하게 쳐다보는 거예요.”
“닥터마틴들을 모아 두느라 신발장도 새로 샀어요.”

 

그들은 닥터마틴을 단순히 신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닮은 어떤 것, 혹은 자신의 일부로 ‘느끼고’ 있었다. 저명한 신경학 전문의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는 저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우리들이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자기 자신과 어떤 점에서든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마니아들은 닥터마틴과 자신의 공통점을 ‘발견’해 내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많은 부분을 브랜드와 맞춰 가려 노력하고 있었다.

 

“닥터마틴을 알고 나서 옷입는 것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얘 때문에 다른 옷을 살 거라고 생각을 못했거든요. 근데 그러고 있어요. 닥터마틴과 닮아 가는 것 같아요.”
“신발 때문에 옷을 사고, 액세서리를 사고 그럴 때가 많아요. 닥터마틴과 저의 공통점을 발견했달까요? 공통점을 찾아 맞춰가는 것이죠.”

 

언뜻 기이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들의 신발, 아니 닥터마틴에 대한 사랑의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닥터마틴은 1960년 처음 영국에 선을 보인 이래 그 시대 험한 노동을 해야만 했던 중년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성장했다. 거칠지만 자유로운 닥터마틴의 분위기는 이후 스킨헤드족이나 펑크, 록 음악을 하면서 반문화 혹은 거리 문화를 이루고 있는 주체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또한 닥터마틴은 창시자에 의해 군화를 대신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부드러운 가죽과 에어패딩을 사용해 튼튼한 제품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많은 마니아들이 아직까지 ‘닥터마틴이 좋은 이유’로 제시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닥터마틴이 단순히 ‘그러하기’ 때문에 지금도 건재한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역시 뭔가 부족하다. 실제로 닥터마틴은 이것을 처음 신는 사람들에게는 마냥 편안한 신발이 아니며, 오히려 꽤나 험난한 고통을 안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신발이 발에 잘 맞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아요. 실제로 처음엔 신발이 딱딱해서 신다가 발이 까지고 피가 나서 힘들다는 글들이 카페에도 많이 올라옵니다. 닥터마틴을 신기 위해서 발에 붕대를 감고, 양말을 서너 개씩 신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닥터마틴이 점점 더 좋아지고, 빠져들고 있어요. 여행을 좋아해서 매년 일본에 몇 차례 가는데, 그곳에 가서도 저도 모르게 닥터마틴 매장을 찾고 있더라고요.”

 

인터뷰 동안 마니아들은 닥터마틴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것이 자신들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준다고 말했지만, 정작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얻는 것은 브랜드에 대해서 잘 모르다가 이들에게 이들만의 강렬한 경험을 전해 듣는 사람들일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마니아들이 어디서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닙니다. 그 전에도 꾸준히 닥터마틴을 좋아했는데 함께 모일 장소가 없고, 여러 환경적 요인들 때문에 표현할 수 없었던 것뿐이죠. 처음 마니아 카페를 만들 때는 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가 아니라, 저 또한 마니아이기 때문에 닥터마틴만을 위한 놀이 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마니아들의 배지, 오라클

마니아 카페의 운영자로 만나게 된 ‘제프’는 알고 보니 닥터마틴 코리아에서 일하고 있는 민재용 차장이었다. 민재용 차장은 닥터마틴에 근무하기 전부터 닥터마틴을 좋아하던 마니아였다. 해외 유학 시절에 캐나다 모 처에서 처음 닥터마틴을 접하고는 마니아가 되어 한국에 다시 돌아올 때 이것을 여섯 켤레쯤 사서 돌아왔는데, 때마침 한국에서도 닥터마틴의 붐이 크게 일고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에만 겨우 닥터마틴을 신을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있던 찰나, 닥터마틴 코리아에서 함께 일해 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2003년 4월 1일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 닥터마틴의 생일이 1960년 4월 1일이거든요. 남들은 알지 못하지만 저는 이게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저는 굉장히 게을러서 집에서 먼 곳으로는 출근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닥터마틴 코리아에서 연락을 받고는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출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닥터마틴을 신고, 닥터마틴이 새겨진 가방을 들고 다닌다. 회사 직원으로서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자랑스러워하는 마니아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는 사비를 들여 닥터마틴 로고가 새겨진 볼펜이나 브로치를 만들어 무료로 나눠 주기도 한다. 실제로 마니아로 살아왔고, 마니아로서 경험한 것들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를 전달하는 데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오라클’인 것이다. 특히 특정 브랜드의 마니아였다가 직원이 되었을 때, 마니아가 자신의 활동에 기업의 승인을 얻는 것은 자신의 애정에 확신을 얻고, 열정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폭제가 된다. 이러한 오라클로서의 영향력은 현재 닥터마틴 마니아들의 활발한 활동에까지 미치고 있다.

 

“닥터마틴 카페는 분위기가 편안합니다. 다른 곳과는 달리 제프(민재용 차장) 님이 회원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챙겨줘서 정모에도 나가고 싶고, 브랜드에도 더 관심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제프 님이 챙겨주시는 부분이 정말 커요. 같은 회원으로서 서로를 알아가고, 존중하겠다는 운영 방침이 확실하셔서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특히 닥터마틴 마니아들은 다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라 한 군데 모여서 뭉치기는 상당히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모이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게 제프 님이신 것 같아요. 정모에 한 번 못나온 것이 집안일 때문이었다면 꼭 전화하셔서 일은 해결되었는지, 좀 어떤지 안부를 물어 보시고 소통하십니다.”
“그게 진심으로 걱정해서라는 걸 알기 때문에 가끔 회사 직원 분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한 명의 오라클이 얼마나 많은 오라클들이 자라는데 영양소를 제공하는 *배지(培地)가 되는지 살펴보면, 브랜드로서는 단 한 사람의 마니아도 쉽게 보아 넘길 수가 없다. 우리가 오라클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브랜드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영매(medium), 즉 브랜드와 소비자(혹은 마니아)의 중간자, 매개자 역할을 하는 사람인데, 재미있는 것은 앞서 말한 ‘배지’ 또한 무엇인가가 배양되도록 하는 공급의 매개체이기에 영어로 medium이라 쓰인다는 것이다. 단어 유희 정도로 여겨질 지 모르겠지만, 영매 역할을 하는 오라클이 다른 마니아들을 오라클로 자라는 데 꼭 필요한 배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은 이들 마니아의 증언만 보아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 배지
미생물 혹은 동식물의 조직을 배양할 때 조직이 필요로 하는 영양물질을 주성분으로, 특수한 실험적 목적이 있을 때는 그 목적에 필요한 물질까지 혼합한 것을 말한다. 배양체가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제공하는 기반이다.

 

 

그들은 닥터마틴을 단순히 신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닮은 어떤 것, 혹은 자신의 일부로 ‘느끼고’ 있었다.

 

 

오라클을 발견하고 모으는 오라클
The interview with 닥터마틴에어웨어 코리아 영업 마케팅부 차장 민재용
 
어떻게 처음 닥터마틴 을 좋아하게 되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사실 저는 패션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습니다. 1997년 캐나다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중 처음 닥터마틴 매장에서 신발을 접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신발에 박힌 노란 스티칭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노란색이 소화하기 쉬운 색이 아닌데 신발과 잘 어울려 멋스럽기도 하고, 신발도 신으면 신을수록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도 약 40켤레 정도 있습니다.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가 맘에 드는 것은 일부러 구매해서 신고 다닙니다.
 
실제로 마니아셨기 때문에 카페에서 활동하는 닥터마틴 마니아들도 좀 더 이해할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마니아들도 1기부터 4기까지 단계별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닥터마틴에 막 입문한 분들은 닥마 8홀(닥터마틴 제품 중 스트링 구멍이 여덟 개 있는 신발) 블랙이 가장 기본이죠. 이걸 신고 나면 같은 라인에서도 다른 색상으로 구입하고 싶어하는 것이 2기입니다. 이 오리지널 제품에서 캐주얼 제품까지 크로스 오버로 구매하게 되는 것이 3기라면 닥터마틴의 FGI나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친구들에게 권하기도 하고, 정기 모임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분들을 4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적극적인 마니아들은 국내 제품 외에도 해외에서만 구매 가능한 레어 아이템들도 구매하려고 노력합니다. 밤새 영국 옥션을 기다리다가 배팅하거나 일본 옥션, 혹은 닥터마틴 USA에서 구매하기도 하죠.
 
마니아들이 그렇게 단순한 구매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시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너무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그래서 출장차 홍콩이나 해외로 나갈 때면 개인적으로 구매에 도움을 드리기도 합니다. 사실 처음 정기 모임 때는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4~5년 전만 해도 FGI라도 하려고 하면 돈을 10만 원씩 드린다고 해도 거의 오시지 않았어요. 그런데 카페를 열고 직접 한 분씩 뵙게 된 이후 정기 모임을 했더니 정말 많이 와주셨습니다. 외부 행사는 본사 직원이 아닌 자원한 마니아들만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브랜드를 위해서 금전적인 이익 없이 자원해서 도와주신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네. 워낙 패션과 음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기도 하지만 항상 도와주시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브랜드에 대한 지식의 깊이도 남다릅니다. 닥터마틴에 대해서는 저보다 더 많이 아는 분들도 계셔서, 저도 어느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 같은 것이 생겨서 더 독한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계시기 때문에, 닥터마틴이 그만의 색깔을 갖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오라클의 확산, 닥터마틴의 기대이론

앞서 살펴보았듯이 한 명의 마니아가 오라클로서 많은 사람들을 모은 것은, 그렇게 모인 많은 마니아들이 다시 오라클로 활동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소비자를 마니아로 모으게 될 것인지를 짐작케 한다.

 

“카페 활동을 하면서 더 정이 가고, 소속감 같은 것이 생긴 것 같습니다. 자율적인 홍보대사가 되어야겠다는 마음도 들고요. 사명감도 은근히 생기는 것 같아요.”
“주변에도 저 때문에 닥터마틴을 사게 된 사람도 많아요. 제가 워낙 좋아하니까 친구들도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닥터마틴을 신어서 소화하겠다 싶은 사람에게는 일단 소개해 줍니다. 저와 코드가 맞는 친구들,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에게는 꼭 권유를 하죠.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져 닥터마틴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옷을 입어 보고 신발을 신어 보면 그 첫 느낌으로 ‘딱’ 알잖아요. 저도 ‘이건 내 것이구나’ 해서 산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도 정말 맘에 든다면 꼭 구매해 보라고 말합니다.”
“일종의 비공식적 얼굴이 되는 셈이니까 회사 측에서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모델을 고용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이렇게 감각적으로 닥터마틴을 즐기고자 하는 마니아들은 대중 속의 한 명으로 있기보다는 그 속에서 남과 다르게 ‘튀는’ 성향이 있거든요. 닥터마틴을 알리는 데 물꼬를 터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니아 카페의 정기 모임은 그들만의 세계, 오라클의 믿음과 확신을 강화시킨다. 모임에서 얻는 인간관계, 정보와 경험의 공유가 다른 사람들에게 닥터마틴을 알리는 동인(動因)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오라클의 동기유발은 동기부여의 과정 이론 중 하나인 브룸(Victor H. Vroom)의 기대이론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브룸은 개인이 어떤 것을 하려고 할 때 그 동기는 세 가지 요인, 즉 내가 그 일에 얼마나 가치를 두고 있는지(Valence)와, 그 일을 함으로써 기대하는 가치가 달성될 가능성(Instrumentality), 그리고 자신이 일정한 노력을 기울이면 그만한 성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에 대한 주관적인 믿음(Expectation)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 본 닥터마틴의 마니아들은 다음 세 가지 요인 모두에 적당한 수준으로 자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위의 가치
“전 남을 돕는 일은 잘 안 해요. 그래도 카페에서 누가 “도와주실 분!” 했을 때, 닥터마틴이라는 이름 하나로 그냥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저요!” 합니다. 그것이 힘들다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안 하면 그만이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즐거워서 좋습니다. 이 신발과 저와의 일치감이 느껴지면서 뭐 하나라도 더 해드리고 싶은 겁니다.”
“내가 닥터마틴을 좋아하니까, 이런 감정이 생기는 것도 너무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제 행복 때문에 하는 겁니다. 내가 이 브랜드를 돕는 것이 행복하니까 자원해서 봉사하는 거죠.”

 

달성의 가능성
“영국 본사에서 봤을 때 아직까지는 한국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다 보니 다양한 디자인의 신발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가 봉사를 하면서 기대하는 것은 조금 더 많은 디자인이 한국에 들어오고, 좀 더 한국 시장 자체가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가 해야 하는 역할도 큰 것 같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어 시장이 커진다면 더 많은 디자인의 닥터마틴을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을 테니까요.”

 

주관적인 믿음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좋은 것이, 저 한 사람이 블로깅을 함으로써 제 주변인뿐만 아니라 저를 모르는 많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다른 분들이 닥터마틴을 어디서 샀냐부터, 얼마냐는 질문까지 쪽지로 물어 보곤 하거든요. 한 사람으로도 가능한 일이죠. 저 때문에 열 명이 모이고, 그 열 명으로 백 명, 백 명으로 천 명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능한 거니까요.”

 

이들은 다음과 같은 동기를 부여 받고 브랜드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또한 전파뿐만 아니라, 그들이 ‘믿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루머를 교정하는 역할도 한다.

 

“가끔 발이 아파서 닥터마틴을 못 신겠다면서 이런 신발을 왜 신냐고 묻는 분들도 계세요. 그럼 저희는 모델마다 가죽의 특성과 장단점이 다르다며 맞는 신발을 추천해 드리거나, 닥터마틴을 ‘길들이는’ 법을 알려드리기도 합니다. 딱 일주일만 길들이고 나면 자신의 발과 딱 맞는 편안한 신발이 된다고요.”
“남자들은 군화에 대한 기억이 있어서 군화와 비슷하게 생긴 닥터마틴을 신는 이유를 궁금해 하세요. 그럼 저희는 말하죠. “이건 완전히 달라!” 하고요. 그건 신어 봐야만 알 수 있어요.”
“결국 저도 친구들이 봤을 때 닥터마틴의 마니아이기 때문에, 그들이 저를 보면서 닥터마틴에 대한 인식이 바뀌잖아요. 그냥 특이한 애들이 신는 상품이라고 여겼다가 저를 통해 다양한 닥터마틴을 보게 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생각을 공유해 나가는데 제가 매개체가 되고 중심이 되는 것이죠.”
“유행 때문이거나, 혹은 우연히 닥터마틴을 알게 되어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진정한 닥터마틴의 매력이 뭔지를 알려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마니아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때문에 대중화되기 어려운 것은 절대 아니죠. 다른 사람들을 오히려 좀 더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 마니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천의 소비자보다 한 명의 마니아가 더 나을 때가 있어요.”

 

브랜드 오라클의 활동은 다른 소비자들의 인식을 교정하고, 진정한 브랜드의 가치를 확산할 뿐만 아니라 오라클 자신의 인식도 강화함으로써 말 그대로 브랜드에 대한 전체 소비자의 기대감을 증가시킨다. 살아 있는 브랜드의 오라클들은 실제로 많은 브랜드가 가진 양면성에 대한 고민도 그만의 매력으로 승화시키니 말이다.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닥터마틴은 ‘보기에는 날라리라도 신어보면 모범생’이니까 좀 많이 신어 주셨으면 좋겠다고요.”

 

 

마니아가 오라클로, 다시 오라클이 브랜드로
“저도 닥터마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졌어요. 학교에서 프로젝트 같은 것을 해도 스스로 닥터마틴을 주제로 삼아서 했던 경우가 몇 번 있었어요. 회사에 자료 요청까지 해서 열심히 한 덕분에 이제 교수님도 저를 ‘닥터마틴’이라고 부릅니다.”

 

제아무리 마니아라고 해도, 그들의 활동 자체가 그들 자신의 만족을 넘어서 브랜드의 성장과 발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믿음까지 갖게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마니아들이 브랜드 네임을 자신의 또 다른 이름으로 사용할 정도의 일치감까지 느끼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브랜드를 관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지 고민해보게 된다.

 

“실제로 닥터마틴에서 일하시는 분들, 매니저 님들과 교류하게 되는 것이 저희가 활동하는 데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매장 직원분들과도 친해져서 매장에도 자주 놀러 가고, 친해지면 한번 더 가게 되고 매번 그러면 죄송해서라도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매장에는 정말 꼭 한번 가보세요. 매장 직원분들이 친절하셔서 손수 신발도 신겨 주시고, 신고 있던 신발이 조금 더러워져서 어떻게 세탁하는지 물어보러 갔던 건데 직접 닦아주시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시더라고요.”

 

어떤 브랜드의 마니아가 오라클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성향이나 심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지만 뿐만 아니라 기업과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에 반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이 관심을 쏟아준 마니아 한 명, 그래서 더욱 열심히 브랜드를 위해 활동하는 마니아 한 명이 그들의 말처럼 열 명, 백 명, 천 명의 마니아들이 모이는 구심점이 되고, 그렇게 모인 마니아들이 다시 오라클의 역할을 해내는 과정이 되풀이 된다면 그 결과는 가히 짐작할 만하다.

 

“브랜드라는 것이 단순히 브랜드가 아니라 브랜드 이상이 되는 것 같아요. 닥터마틴이 아예 일상이 되는 거죠. 이걸 나만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서 만나 보게 되고,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해서 도와주고 싶고…. 브랜드가 단순히 신발이나 워커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이상으로 아예 내 삶 속에 들어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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