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예언자적 혜안을 갖다
오라클의 부드러운 파워, 크리스피 크림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송민연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고객들이 가진 힘을 눈여겨보고 기업 차원에서 브랜드 마니아들의 모임을 만들어 노력을 쏟아 붓는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2004년 크리스피 크림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 신촌에 매장을 열었을 때 크리스피 크림은 그저 해외 유학 시절의 경험을 통해 그것을 이미 알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브랜드였다. 그러나 이제 크리스피 크림의 매니아 클러버(Mania Clubber)들의 상당수는 주부와 30대가 차지할 정도로 그 마니아 층을 넓혀 가고 있다. 그리고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주부들까지 도넛의 달콤함에 매료시킨 것은 브랜드 자체의 노력뿐만 아니라 활발한 와이프로거로 활동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넛을 배달하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는 주부 ‘오라클’들의 영향이라 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매트릭스> 속 ‘오라클’의 대사를 한 번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힘을 가진 자가 뭘 원할까? 바로 더 강한 힘이지.” 그들만의 방법으로 브랜드의 달콤함을 녹여 브랜드의 더 강한 힘이 되고 있는 크리스피 크림 매니아 클러버를 만나 보았다.

The interview with 크리스피 크림 마니아 송민연, 전민경, 황희정
 
 
마니아에게는 너무나 다른 ‘단맛’
“단맛이 다 똑같지는 않거든요. 텁텁하거나 질리지 않고, 달콤한 게 생각날 때 딱입니다.”(참고 : p90)
“일단 도넛 자체가 너무 부드러워요. 뻣뻣하거나 질기지 않고 입에 넣으면 스르르 녹는달까요? 아무튼 도넛에 저의 대한 기준도 바꿔 놓았어요. 다른 도넛들은 이제 제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해요.”
“느끼하거나 질리는 게 덜해요. 깔끔한 단맛이죠. 저한테는 이게 위로이기도 하고, 저만의 여유이기도 해요. ‘도넛’이 먹고 싶은 게 아니라, ‘크리스피 크림’이 먹고 싶은 거죠.”

 

간식, 지방, 다이어트 방해, 쉽게 질리는 맛. 도넛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크리스피 크림을 비롯한 모든 도넛들을 떠올릴 때 다음과 같은 단어들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당신이 만약 “크리스피 크림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면 크리스피 크림 마니아들은 다음과 같이 말해 줄 것이다.

 

“이거 조금 먹는다고 다이어트에 방해된다는 것은 말이 안 돼요. “도넛은 칼로리가 높아”라고 말한다면 저는 “크리스피 크림은 달라”라고 말할 거예요.”
“다이어트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혼자 먹기 때문이에요. 더즌(dosen)을 사서 혼자 다 먹는 사람은 없잖아요. 나눠 먹는 크리스피 크림이 얼마나 맛있는데요. 우리 아이의 친구들까지도 이제 ‘도넛’이 아니라 ‘크리스피 크림’을 찾는 걸요.”

 

이미 마니아들에게는 ‘도넛’이 아닌 것이 된 ‘크리스피 크림’은, 어떤 이에게는 ‘늦은 밤, 왠지 입이 심심할 때 딱 8초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도넛 한 개의 행복’이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어린 시절의 나이키 양말처럼 남들은 잘 몰라도 나에게는 소중한 1등’이기도 하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크리스피 크림의 마니아가 되었지만, 그들이 크리스피 크림의 오라클로 활동하는 방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도넛이 ‘더즌’으로 필요한 이유

그렇다면 크리스피 크림이라는 브랜드를 머릿속에 떠올릴 때 가장 빨리 연상되는 것은 무엇인가? 마니아이든, 그렇지 않든 아마 따뜻한 도넛이 지금 나오고 있다는 표시인 빨간 전광판 ‘핫나우(Hot Now)’ 다음으로 떠올리게 될 것이 아마도 녹색 점이 박힌 크리스피 크림의 더즌(Dosen, 도넛 12개가 한 세트) 박스일 것이다. 크리스피 크림이라는 브랜드에 익숙하지 않다면, 아마 도넛을 12개나 한꺼번에 사는 ‘문화’에 의아해할 것이다. 한 사람이 한 번에 먹기에는 많아 보이는 도넛 12개. 그렇지만 크리스피 크림 매장에서 한 시간 정도만 주문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 많은 수의 사람들이 도넛을 더즌으로 구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에게는 주식이 아니라 간식에 가까운 도넛이 어째서 우리에게도 더즌으로 필요하게 된 것일까.

 

한국 크리스피 크림은 최근 기업 차원에서 마니아 클럽을 만들고 ‘매니아 클러버’를 뽑아 마니아들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취재를 통해 만나 본 3명의 매니아 클러버는 뜻밖에도 모두 주부였는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왜 크리스피 크림의 더즌 문화가 마니아들을 오라클로 만드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크리스피 크림을 얼마나 자주, 어떻게 구입하고 있습니까?
송민연(이하 ‘송’) 다른 사람들에게 처음 크리스피 크림이라는 브랜드에 대해서 듣고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게 되었어요. 제가 목동에 살고 있는데 도넛을 사기 위해서 일부러 차를 끌고 크리스피 크림 매장이 있는 곳으로 나옵니다. 한 번 살 때 두세 더즌씩 구입해요.
 
전민경(이하 ‘전’) 신촌에 첫 매장이 생겼을 때 먹어 보고는 잊고 있었는데, 임신 중에 크리스피 크림이 생각나서 일부러 다른 분들께 사다 달라고 부탁해서 다시 먹기 시작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아이를 데리고 같이 매장에 가서 먹곤 합니다.
 
황희정(이하 ‘황’) 저도 한 번 살 때 많이 사서 냉동실에 넣어 둡니다. 집이 경기도라 매장도 없고 잘 몰랐는데, 친구가 생일에 택배로 도넛을 선물로 보내와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택배로 도넛을 선물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근데 먹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처음 맛본지 3~4년 된 것 같은데, 그 후로 일부러 매장을 찾아다니면서 사서 집에 두고 먹어요.

 

크리스피 크림을 택배로 선물 받았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네. 그런데 먹어 보니 여전히 촉촉하고 부드러운 것이 택배로 보낼 만하더라고요. 하루가 지나도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제가 받았던 것처럼 지방에 있는 저희 친정과 시댁에 택배로 보내 주곤 합니다. 한번은 시누이가 지방에 있다가 수원 쪽으로 일 때문에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저를 보자 마자 “언니, 그 때 언니가 보내준 크리스피 크림 너무 먹고 싶은데 어디 가면 먹을 수 있어요?”하고 묻더라고요.
 
재미있는 것이, 정말 크리스피 크림은 혼자 먹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즌으로 사는 것은 이제 문화가 된 것 같아요. 낱개로 구입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저는 가족 수도 많고 친척들이 다 근처에 살고 있는데 많이 구입해서 나눠먹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가끔 제가 크리스피 크림을 사러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 부탁을 해와서 다른 사람 것까지 한꺼번에 많이 구입할 때도 있어요. 도넛을 그렇게 사가서 나눠 먹으면서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좋은 것이죠. 제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조카들이 크리스피 크림을 사왔었는데, 병실 분위기마저 너무 좋아졌습니다. 도넛 하나의 가격은 얼마 하지 않지만, 다들 고마워하면서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크리스피 크림의 장점인 것 같아요.

 

크리스피 크림의 마니아들은 대부분 처음 크리스피 크림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받아서 알게 되고, ‘나누어’ 먹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크리스피 크림이라는 브랜드가 ‘먹는’ 것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이유 만으로 이 모든 것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이것은 어쩌면 같은 업계의 경쟁사나 스타벅스와 같은 문화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더즌이라는 포장이 주는 크리스피 크림 만의 문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더즌’구입 문화가 혼자는 다 먹을 수 없지만 같이 먹기에 ‘더 좋은’ 이유가 되었고,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크리스피 크림 마니아들이 브랜드를 알리는 오라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오라클의 혜안

그들은 단순히 ‘단맛’을 즐기기만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업 차원에서 매번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있는 크리스피 크림의 ‘매니아 클러버’들은 좀 더 까다롭고 냉정한 주부로서 ‘오라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주부 오라클의 특징 중 하나는 이들이 주부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와이프로거’라는 것이다. 진짜 세계와 가상의 세계를 모두 알고 이 둘 사이의 매개자였던 영화 <매트릭스>의 ‘오라클’처럼, 이들 주부 오라클 또한 인터넷에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주부들을 위해 직접 방문한 크리스피 크림 매장이나, 시식한 제품에 대해 꼼꼼한 평을 올리고 있다.

 

매니아 클러버 활동을 하면서 생활에 변화한 부분이 있으십니까?
저는 특히 1기로 시작해서 더 자부심이 강해요. 원래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하는데, 이 때문에 더 긍지를 가지고 남들과 크리스피 크림을 공유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도 매번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꼼꼼하게 리뷰를 올리고, 좋은 것은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니아 클러버 활동하면서 더 깐깐해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남편에게도 왜 자꾸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을 더 지적하느냐는 이야기를 듣는데, 그게 더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이 이런 방향으로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기업의 정책 방향이 좋은지, 나쁜지를 이야기해줘야 발전이 있죠.
 
이번에 핫나우 정책이 매일 나눠 주던 것에서 요일별로 바뀐 것 같은 것은 개인적인 코멘트도 드려요. 크리스피 크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거니까 기존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만약 크리스피 크림은 아닌데, 거의 똑같은 도넛을 더 싼 가격에 판매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무조건 남아 있진 않을 겁니다. 일단 제가 먹어 보고 결정할 거예요. 물론 마니아로서 크리스피 크림은 다를 거라는 전제는 있겠죠. 그렇지만 비교는 해볼 것 같아요. 사실 *도넛극장이 있어서 크리스피 크림에 더 믿음이 갔던 것처럼, 뭐든 비교해봐야 더 자신감이 생기니까요. 마니아도 이제 무조건적인 추종이나 믿음에서 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브랜드에 훨씬 발전적일 테니까요. 물방울 하나가 수면 위에 떨어졌을 때 커다란 호수에도 파장이 생기듯이 제 생각이 브랜드에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도넛극장 
매장마다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크리스피 크림의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도넛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고객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도넛 생산 과정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마니아도 이제 무조건적인 추종이나 믿음에서 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브랜드에 훨씬 발전적일 테니까요.

 

 

마케팅 구루라 불리는 테오도르 레빗(Theodore H. Levitt) 교수는 《마케팅 상상력》에서 “고객이 불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브랜드와 고객과의 관계가 나쁘거나, 나빠지고 있음을 알려 주는 가장 확실한 신호”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어떤 고객도 100% 만족할 수 없다. 그렇지만 진짜 애정을 가진 고객이라면 만족하지 못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브랜드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말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니아들은 오라클이 그저 맹목적인 광신, 혹은 믿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혜안을 가지고 다른 소비자들과 브랜드에 대해 살피고 이야기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의 생각은 브랜드 입장에서도 ‘옳은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브랜드는 지금 가진 ‘힘’보다 ‘더 큰 힘’을 오라클의 역할을 하는 마니아로부터 얻게 될 것이고, 오라클 또한 브랜드를 전파하는데 있어서 더 든든한 배경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라클의 역할은 단지 브랜드 전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밀랜드 M. 레레는 자신의 저서인 《독점의 기술》에서 최근 시장의 변화에 따른 독점의 세 가지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는 기술, 둘째는 규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유지할 수 있는 고객의 방어력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술을 평준화되고 규제는 풀리게 된다. 하지만 코카콜라가 116년 동안 콜라 시장을 독점하게 만든 것은 코카콜라 맛을 지키며 뉴 코크의 탄생을 저지했던 바로 ‘오라클 고객’ 때문이다. 이처럼 고객과의 관계는 마케팅을 초월한 경영의 문제이고 브랜딩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은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을 위해서야. 나는 오직 한 가지에만 관심이 있지. 미래. 바로 미래 말이야. 그리고 장담컨대 우리가 목적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함께’하는 거야.” - 영화 <매트릭스> 중 오라클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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