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들의 윤리적 반란, Pentaxology
더 작고, 더 가벼운 것이 만들어 내는 슈퍼내추럴 현상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이제혁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펜탁스;;; 노이즈도 심한 편이고, 색깔도 뭉개지고, 틀어지고… 왜 써요?” (모 카메라 관련 사이트의 A 카메라 유저, B 씨) “그것 때문에 쓰는데요?” 펜탁솔로지(Pentaxology)에 젖은 펜탁스 마니아들에게는 위와 같은 타 브랜드의 카메라 유저가 내뱉는 ‘독설’은 외려 펜탁솔로지의 독특한 이념을 강화하는 ‘독려’이며, 펜탁스를 사용하는 이유를 다시금 상기시켜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더욱 공고하게 할 뿐이다. 모 카메라 관련 사이트에서 카메라를 사람에 비유한 표현들이 등장한 적이 있다. “낮에 다니는지 밤에 다니는지 진짜 잘 눈에 안 띄는 미술을 전공한 동네 여대생. 가끔 눈에 띌 때 보면 화려하고 예쁘게 잘 차려 입은 것 같아서 자꾸 보고는 싶은데 정말 잘 안 보인다. 체구가 작은 편이어서 귀여운 이 여대생은 알고 보면 4차원 소녀라는 소문이 있다.” 이것이 펜탁스를 설명하는 글귀였다. 펜탁스의 무엇이 위와 같은 묘사를 만들어 냈을까?

The interview with 펜탁스 마니아 이제혁, 최송
 
 
처음부터 펜탁스를 썼나요?
최 송(이하 ‘최’) 니콘을 쓰고 있었어요. 서브카메라를 구입할 생각으로 카메라들을 알아보았는데 펜탁스 색감이 독특하다는 소리를 워낙 많이 들어서 가볍게 ‘한번 써볼까?’ 해서 시작된 것이 ‘이렇게’ 됐죠.

 

이렇게 됐다니, 무슨 뜻인가요?
여기에 쏟은 돈을 다 합치면 지금쯤 외제차 한 대는 샀을 거예요. 필름카메라까지 합치면 바디만 7개고 렌즈가 14개 정도 됩니다. 펜탁스만의 렌즈 맛을 떨칠 수가 없어요. 그러던 것이 점점 메인 카메라와 서브 카메라가 바뀌더라고요.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스튜디오에서는 캐논을 사용하지만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펜탁스를 메인으로 쓰죠. 더 애착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이제혁 님은 어떠세요?
이제혁(이하 ‘이’) 저도 상업작가이긴 한데 저는 프리랜서라서 기종 사용에 있어 큰 구애를 받지 않아요. 하지만 솔직히 신경 쓰일 때도 있어요. 작업을 나갔을 때 제 펜탁스를 보고 “그것으로 작업하시게요?”라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를 들을 때도 있으니까요. 그럴수록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이걸로 왜 못 찍어?’라고 말이죠. 펜탁스로만 찍어서 제대로 된 사진들을 뽑아 보여주면 생각이 바뀌는 분들이 많죠. 그래서 계속해서 펜탁스를 메인으로 써왔어요. 다른 카메라들도 많이 써보긴 했지만 제 손에는 펜탁스가 제일 잘 맞는 것 같아요. 사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성능적으로는 펜탁스보다 뛰어난 브랜드가 많습니다. 어찌 보면 펜탁스는 카메라 자체가 좀 ‘불안정한 카메라’라고 볼 수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펜탁스를 고집하나요?
외려 그것이 매력적이거든요. 카메라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사용자가 그것을 ‘메우고 채우는 재미’가 있거든요. 기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저와의 궁합이잖아요. 만지기 편하고 제가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색감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죠. 좀 많이 알아야 합니다. 기계를 그냥 기계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성능의 전체 한계점을 다 알고 있어야만 사용이 가능한 카메라인 것 같아요. 그것이 더 재미있죠. 그런 성능적인 측면 말고도 펜탁스는 브랜드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는 브랜드죠.

 

어떤 점이 재미있다는 건가요?
이 브랜드는 예측할 수가 없어요. 일단 렌즈들만 보아도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죠. 다른 브랜드에서는 아예 내놓을 생각을 안 하는 제품들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14mm, 15mm도 그렇고 41mm, 43mm나, 77mm 같이 특이한 규격, 1~2mm 차이를 두고 신제품을 왜 내놓는지, 황당했죠. 가끔은 ‘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요.
 
컬러감도 재미있죠. 엉뚱하고 특색 있어요. 일단 색감, 특히 붉은 계열의 색감이 굉장히 강렬합니다. 어떻게 보면 과장스럽죠. 하지만 그 과장스러움이 로모 같은 식의 과장스러움이 아닌, ‘뭐랄까… 피사체가 이렇게… 그… 홀로그램 스티커 보듯이… 떨어져 나오는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색감이 굉장히 맑고 투명하게 나와요. 또 한 가지 특징은 노이즈 자체가 맛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포토샵에서 억지로 노이즈를 추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그때만 찍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이러한 것들에 한번 중독되면 기계적인 불편 때문에 다른 브랜드로 옮겨 갔다가도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돌아오거든요. 제 지인 중 한 분도 “이제 펜탁스는 안 써!”라는 말을 자주 하세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처음 들은 지도 벌써 4년 됐어요. 항상 그렇게 말하면서도 매번 장비가 하나씩 늘어나 있더라고요.

 

 

제 지인 중 한 분도 “이제 펜탁스는 안 써!”라는 말을 자주 하세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처음 들은 지도 벌써 4년 됐어요.
항상 그렇게 말하면서도 매번 장비가 하나씩 늘어나 있더라고요.

 

 

펜탁스는 왜 그렇게 비슷한 사양의 렌즈들을 계속 출시하는 것일까요?
분명히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단순히 비즈니스적으로 생각하면 겹치는 영역이에요. 14mm 렌즈가 있는데 굳이 15mm 렌즈를 살 필요가 없죠. 그런데 일단 써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mm가 너무 다르거든요. 타 브랜드의 렌즈는 전체적으로 공통된 특징이 있어요. 전반적으로 좀 노란기가 있다던가 화사해 보인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그런데 펜탁스의 40mm와 43mm는 불과 3mm 차이인데 두 렌즈의 특성이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펜탁스 유저들은 mm 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그 두 렌즈를 모두 구매하게 되죠.
 
다른 기업들은 아마 펜탁스가 미쳤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저희도 새 렌즈가 나오면 ‘대체 이 렌즈를 왜 내놓았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그래도 나왔으니까, 궁금하니까 한번 알아보고 사용해 보죠. 그럼 또 사게 되요. 다르거든요. 중고로 잘 팔지도 않습니다. 특히나 조금 귀하다 싶은 렌즈는 구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그래서 더 희귀성도 높아지고요. 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펜탁스 렌즈 중에 인기 있는 라인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펜탁스에서 그 렌즈 생산을 공식적으로 중단했다고 공표했어요. 수요는 굉장히 많은데도 말입니다. 그 렌즈의 생산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이 발생되는 모양입니다. 소비자들이 수차례 요청해도 절대 안 만들어요.

 

펜탁스의 그러한 고집이라든가 기업 윤리가 마음에 와 닿고 존경스러워서 펜탁스에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부분도 있죠. 자신들의 기업 사명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장인 정신도 느껴지고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펜탁스의 옛날 렌즈를 찾는 것을 ‘진흙 속 진주 찾기’라고 부릅니다. 오래된 렌즈들도 요즘 나오는 바디에 맞는 경우가 많아요. 혹 안 맞더라도 어댑터를 사용하면 거의 모든 렌즈들이 맞죠. 과거의 렌즈를 사용해서 찍는 사진 맛은 또 다르거든요. 또 바디에 기능 제한을 걸어 기종 간 차이를 둔다거나, 외관상의 마감에만 차이를 두어 기종의 상·하위를 나누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구요.
 
이번에 출시한 플래그십 카메라를 보고 다시 한 번 놀랐어요. 플래그십이라면 자고로 시쳇말로 ‘뽀대’가 나야 하는데, 이건 거의 타사 브랜드의 보급기에 속하는 정도의 작은 바디를 만들었거든요. 하지만 그들의 철학인 ‘소형경량(小形輕量)’에 철저히 입각한 제품이기 때문에 플래그십 제품이 맞기는 맞는 것이죠.

 

확실히 개성이 있는 카메라인 것 같은데, 만약 펜탁스를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사람일까요?
그냥 자기 그룹원 몇 명 만들어서 조용히 자기들끼리 잘 노는 친구인 것 같아요. 그리고 가만히 지켜보니까 굉장히 착해서 남이 부탁하는 걸 잘 거절 못하기도 하고, 엉뚱한 데가 있는 친구 같아요. 엉뚱해서 믿음이 덜 갈 때도 있지만 그 아이의 특성인 것이죠.
 
분명 비주류인 친구 같습니다. 다른 아이들 사이에 묻히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기 갈 길을 가는 사람이죠. 그런데 제 친구들이 저를 볼 때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닮은 점이 많다는 거죠. 돌아보면 제가 좋아했던 것들 중에는 어느 하나도 메이저였던 것이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게임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안 해본 것들이어서 같이 얘기할 상대를 만나기가 힘들고, CPU도 저는 인텔대신 AMD를 쓰거든요. 그런데 펜탁스 유저들을 보면 조금씩은 다 비슷한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다들 단체로 움직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하세요. 출사를 가더라도 사진 찍을 때는 거의 말을 안해요. 나중에 돌아올 때 한 곳에 집결해서 뒤풀이를 가는 식이죠. 그런데 다들 그것을 불편해하지 않아요. 비슷한 사람들이거든요.

 

 

다른 아이들 사이에 묻히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기 갈 길을 가는 사람이죠.
그런데 제 친구들이 저를 볼 때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닮은 점이 많다는 거죠.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너무 고집스러운 회사 같아요” “바보 같죠” “장사 못하는 기업이에요” “망할까봐 걱정되요”라는 말을 수차례 듣게 되었다. 마니아의 입에서 말이다. 시장 내에서 1위는 고사하고, 2, 3위도 못하면서 고집만 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표현은 조소를 머금은 힐난이라기보다는 “똑똑치 못한 놈” “약지 못한 놈” “물러빠진 놈”과 같은, 사랑하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안쓰러움이 섞인 질책처럼 들렸다. 자식을 나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식의 ‘인간성’에 대해 은근한 응원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 말이다.

 

펜탁스는 상인보다는 장인이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린다. 1919년 광학회사로 문을 연 이후, 카메라를 만들게 되면서 세운 그들만의 이데올로기인, ‘소형경량’이라는 이념을 고수하고 그에 합당한 상품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우직하고 정직한 장인 같은 펜탁스를 나무라던(?) 마니아들도 펜탁스에 대한 존경의 속내를 드러냈다. ‘작고 가볍고 쉽게 쓸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들자’라는 펜탁스와 뜻을 함께하고 있는 같은 당(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니아들은 펜탁스의 뷰파인더를 통해 펜탁스가 보여주는 색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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