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꿈의 박물관이 되다
스타워즈의 상상력, 그 상상력의 공유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조웅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한정적이다. 그러나 상상력은 지구를 일주할 만큼이다. - 아인슈타인 // 네이버 메인에 한 스타워즈 마니아의 블로그가 소개되었다. 다름 아닌 스타워즈 피규어를 모으는 어느 마니아의 집 사진이었다. 그의 집은 <스타워즈>라는 영화가 집으로 재탄생한 듯 온 방과 가구, 소품에 이르기까지 <스타워즈>에서 모티브를 가져와서 꾸며져 있었고,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스타워즈> 피규어들이 전시되어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포함한 약 400상자 분량의 이 피규어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소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스타워즈>라는 브랜드는 또 하나의 박물관을 갖게 되었고, 마니아는 꿈을 이루게 되었다. 영화의 상상력이 한 사람의 꿈을 만들고, 그 꿈이 완성되면서 다른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해 또 다른 꿈으로 이어지는 현장이 또 하나 완성되는 것이다.

The interview with 스타워즈 마니아 조웅

 

 

상상력이 만든 꿈

1977년부터 28년 동안 총 6편의 대작으로 구성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는 영화가 사랑받았던 만큼이나 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들은 수십, 아니 수백 번 이상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것은 물론, 그 캐릭터와 똑같은 옷을 만들어 입는다. 또 인터넷을 통해 만난 마니아의 결혼식에선 신부와 신랑, 그리고 들러리까지 모두 스타워즈 캐릭터 복장을 하고 예식을 올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조지 루카스 감독이 만들어 낸 환상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스타워즈>는 단순히 영화가 아니라, 이를 뛰어넘은 하나의 ‘세계’이자 ‘현실’이다. 그러나 이 세계는 근본적으로 <스타워즈>라는 영화가 가지는 상상력으로 구성된 것이다.

 

<스타워즈>는 그 상상력을 기반으로 C-3PO, R2-D2, 요다 등의 캐릭터 상품과 광선검을 상품화 하여 영화 수익을 뛰어넘는 막대한 이윤을 창출했다. 이제 <스타워즈>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브랜드에 가깝다. 그리고 이 브랜드는 영화 스토리의 상상력과 이를 좋아하는 개인의 상상력이 더해져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주고 있다.

 

 

“어릴 때 아버지와 처음 극장에 가서 본 영화가 바로 <스타워즈>였습니다. 일곱 살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큰 화면으로 처음 보았던 오프닝과 영화 음악, 그리고 그 화면을 가득 채웠던 비행선이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후로 줄곧 꿈을 꾸었던 것 같습니다. <스타워즈>는 저에게 꿈을 준 영화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가 아버지 다음으로 저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무엇이 이들이 이토록 큰 꿈을 꾸게 했을까. 이렇게 <스타워즈>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사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철저한 브랜드 관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1973년에 20세기폭스 사와 판권 계약을 맺을 당시 자신의 계약금을 낮추면서까지 부가상품이나 속편에 대한 판권을 얻었다. 그리고 그는 이후 제작되는 모든 외전과 속편들, 소설까지 <스타워즈>라는 브랜드와 관련되는 모든 이야기에 대한 통제를 철저하게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긴 시간 동안 6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스토리나 구성의 일관성을 이루어, 결과적으로 <스타워즈>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로는 보기 드문 전략적인 관리는 <스타워즈>가 그만큼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반이 되었다.

 

 

이제 <스타워즈>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브랜드에 가깝다.
그리고 이 브랜드는 영화 스토리의 상상력과 이를 좋아하는 개인의 상상력이 더해져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주고 있다.

 

 

“<스타워즈>가 좋은 이유가 너무 광범위해서 어디부터 왜 좋은지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영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소품이 현실 세계에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영향을 미쳤어요. 1977년 개봉했을 당시부터 영화에 등장했던 무선기기나 의료기기, 휴대폰 등이 모두 새로운 제품의 발명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감독의 고집도 남달랐어요. 어떤 감독이 그 긴 시간 동안, 그것도 자신의 상상력을 충분히 보여 줄 기술이 없다는 이유로 1편이 아니라 그만 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4편부터 개봉할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런 고집과 완벽함도 본받을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감독의 철학과 고집, 그리고 그에 더해진 창의적인 상상력이 <스타워즈>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녹아 있는 상상력은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이것에서 더 발전하여 꿈을 꾸게 만들었다. 이 꿈을 꾸는 사람이란 단순히 자신의 영화에 <스타워즈>의 오마주, 혹은 패러디 장면을 꼭 넣는 케빈 스미스 감독과 같은 ‘영화 감독’이나 열혈 마니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를 통해 ‘디자이너’라는 꿈을 꾸고 이룬 뒤, 또 거기서 더 발전해 자신이 좋아해서 모으기 시작했던 <스타워즈> 피규어를 통해 다음 꿈을 꾸고 있는 조웅 씨와 같은 마니아들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스타워즈 붐이 적게 일어난 편에 속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거의 전설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나이 또래는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추억처럼 기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제가 블로그에 저희 집 사진을 올린 것을 계기로 방송국에서 취재를 왔는데, 그때 방송국 쪽에서 제가 그랬던 것처럼 현재 스타워즈를 보며 꿈을 키워 가는 아이들을 제가 만나는 장면을 찍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때 제가 블로그를 통해 알고 있었던 몇몇 분들을 집에 초대했습니다. 자녀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한번 초대해 달라던 분들이 계셨거든요. 외교관이 꿈인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저처럼 스타워즈를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저 아이들도 나와 똑같은 꿈을 꾸고 있으니, 어쩌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이 만든 박물관

그는 세대가 바뀌어도 똑같은 영화를 보고,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꿈을 꾸게 되는 것은 영화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혹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상력의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와, 자신이 모은 피규어들을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서 꿈을 키우거나 혹은 강화해 가는 것을 보고 더 돕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브랜드가 꿈을 키웠고, 자신의 꿈이 다시 다른 꿈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제가 가끔 피규어를 팔 때가 있어요. 잘 팔지 않는데 예전에 어떤 분은 주방 요리사 보조로 일하시면서 꿈을 키우고 계신 분인데, 제가 너무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집 앞까지 피규어를 사러 오신 그 분에게는 일부러 더 싸게 드렸습니다. 그 분께 어떻게 스타워즈 피규어를 모으게 됐는지 물어봤는데, 어떤 디자이너가 블로그에 올린 방 사진을 보고 모으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제가 4년 전에 올렸던 사진을 보신 거였죠. 이제까지 제 방 사진은 딱 두 번 올렸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만나게 된 겁니다. 그때 이게 제 꿈이구나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단 두 번 블로그에 올린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던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으로 꿈을 주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금 영화 카페 혹은 레스토랑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의 만족에서 남과 공유하는 것으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본래 수집과 같은 소유는 개인적인 것으로 간주되며, 때에 따라 이기주의나 채워지지 않는 욕망 등의 단어들로 분석되기도 한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이기주의를 다음과 같은 네 문장으로 정리한 바 있다. 첫째, 나는 나를 위한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 둘째, 공유가 아닌 점유만이 내게 즐거움을 준다. 셋째, 소유가 나의 목표, 소유하는 만큼 내 존재가 커지기 때문에 점점 탐욕스러워진다. 넷째, 나는 모든 타인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박물관을 꿈꾸고 있는 이들은 모두 이러한 조건에서 벗어나 있다. 그들의 수집은 더 이상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게 되었으며, 소유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더 큰 꿈을 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꿈은 혼자만의 점유가 아닌 공유를 위한 것이며, 결국 이 모든 것은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 아니라 남을 위한 것으로 ‘승화’된 것이다. 그들의 소유는 더 이상 이기적인 것이 아니며 더 ‘건강’하고 ‘좋은’ 상태로 전이된다는 ‘승화’의 본래 의미에 가까워졌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꿈이 디자이너였고 그 일을 했지만, 몇 년 그 일을 하면서 이게 정말 내가 생각한 꿈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스타워즈> 피규어를 통해서 제 꿈과 다른 사람의 꿈을 함께 키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그들의 수집은 더 이상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게 되었으며,
소유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더 큰 꿈을 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꿈은 혼자만의 점유가 아닌 공유를 위한 것이며,
결국 이 모든 것은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 아니라
남을 위한 것으로 ‘승화’된 것이다.

 

 

그가 꿈꾸는, 준비하고 있는 카페 혹은 레스토랑이 만들어지면 스타워즈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또 한 번 새로운 의미로 다가가게 될 것이고, 그런 맥락에서 스타워즈의 (다른 박물관보다 좀 더 사람들에게 가까운) 박물관이 될 것이다. <스타워즈>라는 브랜드 속에 내제된 상상력이 처음에 조지 루카스 감독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더 오랫동안 사랑 받는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름 아닌 대단한 수집가이자, 브랜드 고고학자로서 박물관을 지어가는 마니아들로 인해서 말이다.

 

“하루에 그것을 제일 많이 생각한다면 마니아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생각을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항상 그것을 머릿 속에 가지고 있다면 마니아라고 할 수 있겠죠. 저에게는 그것이 꿈이 된 것입니다.”

 

 

코쿠닝에서 커넥팅, 소유에서 공유로

《사람들은 왜 소비하는가》의 저자 파멜라 덴지거(Pamela N. Denziger)는 사회의 트렌드가 점점 코쿠닝(cocooning)에서 커넥팅(connecting)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누에고치 안에 갇혀 있던 나비처럼 코쿠닝 시대에는 필요에 의한 소비 이상의 임의 소비재들은 소비되는 즉시 개인의 삶 안에 갇혀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사람들 또한 점점 다른 사람과의 커넥팅, 외부와의 커넥팅을 원하며, 자신의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가 적절하게 균형점을 찾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하듯, 처음에는 수집품들이 개인의 세계를 만들고, 정서적인 만족감을 누리거나 혹은 빈 공간을 채우는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개인의 모든 만족이 끝난다면, 브랜드는 더 자극적으로 이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고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만들면 그만이다.

 

그러나 브랜드 고고학자, 혹은 박물관을 꿈꾸는 수집가들은 저마다 자신의 세계 이상의 가치를 꿈꾸고 있고, 궁극적으로 그것을 통해 자신에게 꿈을 준 브랜드의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한다. 이 박물관은 브랜드라는 뮤즈가 거하는 신전이기도 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학예가 펼쳐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나의 브랜드가 항상 ‘최고’의 것으로 기억되는 공간인 것이다.

 

박물관은 과거의 작품이 신화가 되어 잠자고 있는 장소다. 예술가가 현실적 존재로 다시 불러 주기를 기다리면서. - 앙드레 말로, 《왕도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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