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내추럴 코드의 매뉴얼, 팔정 마케팅론
동양적 사고로 소비자 마음의 지도를 펼치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이용찬  고유주소 시즌1 / Vol.12 슈퍼내추럴 코드 (2009년 11월 발행)

바야흐로 마케팅의 시대다. 필자들도 그러한 시대적 요청에 일정한 혜택을 받은 사람 중 하나다. 지난 30년 동안 한 사람은 현업에서, 한 사람은 학교에서 ‘마케팅’을 신주단지 모시듯 받들고 살아왔다. 그런데 문득 이런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정말 마케팅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올까?” 왜냐하면 마케팅이 이렇게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성공하는 브랜드보다 실패하는 브랜드가 많기 때문이다. 결론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데 닿았다. 마케팅이란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라고 하는데, 서양인이 그려 놓은 마케팅이라는 지도에는 ‘마음心’이 빠져 있다. 우리는 ‘잘못된 지도’를 따라 30년을 걸어왔는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도를 다시 그리기로 했다. 우리가 앞으로 따라 걸어야 할 지도는 ‘마케팅’이 아니라 ‘마인딩’일지 모른다. 그 마인딩의 첫 단계가 소비자의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었고, 그 답을 동양철학에서 찾을 수 있었다. 희, 노, 애, 구, 애. 오, 욕(喜怒哀懼愛惡欲), 그리고 낙(樂)으로 그린 소비자 마음의 지도, 이것이 ‘팔정 마케팅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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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정(八情)과 마케팅의 만남

마케팅을 우리말로 바꾼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마케팅은 한국말로 치환이 어려울 만큼 그 근본이 서양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양은 마음, 정신이란 개념에 매우 취약하다. 서양의 사유 체계가 ‘존재론’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기 때문이다. 이성적 질서를 기반으로 합리성을 추구하는 서양의 사고 체계는 과학에 의한 물질 문명과 자본주의를 탄생시켰으나 보이지 않는 마음과 정신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없이 많은 용어와 이론들이 있다. 서양 심리학에서도 감정의 여러 표현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고자 시도했으나, 학문적으로도 마음에 관한 한 그 정교함과 심오함은 동양사상의 불교를 따라갈 자가 없다. 우리가 특히 주목한 것은 팔정(八情), 즉 인간의 마음은 여덟 가지가 있다고 정리한 유학과 성리학이었다. 성리학은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 나라에서 꽃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시대 오백 년을 관통한 성리학의 중심에 사단 칠정론(四端 七情論)이 있다. 사단은 맹자(孟子)의 공손추(公孫丑) 상편에 나오는 말로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 즉,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 이 네 가지를 이르는데, 이 마음들이 실천 도덕의 실마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칠정(七情)은 《예기(禮記)》의 예운(禮運)편에 나오는 말로 인간의 본성이 사물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일곱 가지의 마음을 말한다. 희, 노, 애, 구, 애. 오, 욕(喜怒哀懼愛惡欲)의 일곱 가지 마음은 사람이 구태여 배우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가지게 되는 감정, 즉 본능적 욕구라는 것이다. 흔히 많이 쓰이는 감정의 체계로써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으므로, 우리는 칠정에 낙(樂)을 첨가하여 팔정(八情)의 체계를 만들어 보고자 하였다. 만약 서양의 심리학자들도 우리처럼 동양 철학의 통찰력을 빌려 정리하였다면 우리와 같은 여덟 가지의 감정 체계에 도달하였으리라 믿는다. ‘팔정 마케팅론’을 살펴 보자.

 

 

팔정(八情)의 이해

팔정은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으로 나뉜다. 기쁨(喜), 즐거움(樂), 사랑(愛), 욕구(欲)는 긍정적 감정이다. 인간의 감정 가운데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고, 구매동기를 유발하는 작용을 하는 요인이라는 의미에서 동기요인(motivator), 강화요인(fortifier), 또는 행복요인(happiness factor)이라고 이름 붙여 보았다.
노여움(怒), 슬픔(哀), 미움(惡), 두려움(懼)은 부정적 감정이다. 제품 및 서비스의 사용 과정에서 이 감정이 발생하는 경우, 이 감정이 관리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불만족을 초래한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을 보살펴 준다 하더라도 구매동기를 직접 유발하지는 못하는 요인이다. 그래서 이를 예방함으로 마케팅 기회가 생긴다는 의미에서 예방요인(preventer), 불만요인(dissatisfier), 또는 위생요인(hygiene factor)이라고 이름 붙인다.

 

 


 

 

 

 

이제 팔정, 하나하나의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분류 체계에 따라 정의하기로 한다. 감정이란 것이 정의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에 극히 제한적으로 의미를 규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랑(愛)이란 개념만 해도 의미가 너무 광범위하므로 개념 간의 구분을 위하여 <표 2>와 같이 좀 더 제한적인 의미로 좁혀 정의한다.

 

먼저, 원인의 설명 가능성에 따라 인지적 감정과 정서적 감정,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인지적 감정(cognitive emotion)이란 감정 발생의 원인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명확한 것을 의미한다. 손주에게 선물을 받아 기쁘다(喜)든지, 구매한 지 된 제품이 고장 나서 화(怒)가 난다든지, 재미있는 공연을 봐서 즐겁다(樂)든지, 가까운 사람이 죽어서 슬픈哀 경우처럼 감정이 왜 발생했는지 설명이 가능하다. 원인이 비교적 분명하므로, 원인이 사라지면 감정도 사라진다. 반면, 정서적 감정(affective emotion)이란 감정 발생의 원인에 대한 설명이 어려운 경우다. 좋아할 이유가 별로 없는 이성에게 왠지 모르게 끌린다(愛)든지, 어떤 사람이 주는 것 없이 밉다(惡)든지, 식욕이나 성욕처럼 생각 없이도 본능적으로 찾는 경우(欲), 계단을 두 칸만 올라가도 막연히 두려운 고소 공포증과 같은 각종 공포증(懼)의 경우는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이제 팔정, 하나하나의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분류 체계에 따라 정의하기로 한다.
감정이란 것이 정의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에
극히 제한적으로 의미를 규정해야 한다.

 

 

또한 감정 발생의 원천에 따라 관계적 감정과 자발적 감정으로 나눌 수 있다. 관계적 감정(relational emotion)이란 사람 간 또는 사건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다. 기쁨(喜)이나 노여움(怒), 사랑(愛)이나 미움(惡)은 대상이 있고, 그 대상과의 심리적 관계에서 생기는 결과적 감정(consequential emotion)이다. 자발적 감정(spontaneous emotion)이란 환경 또는 상황과의 접촉에 의해 사람 안에서 시나브로 발생하는 감정이다. 즐거움(樂)이나 슬픔(哀), 욕심(欲)이나 두려움(懼)은 다른 사람이 촉발하지 않아도 사람들 안에서 스스로 생겨나는 과정적 감정(procedural emotion)이다.
감정과 관련된 용어들은 쓰는 사람마다 의미의 범위가 크게 다르다. 위의 개념적 틀(framework)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덟 가지 정(情)의 개념을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념의 범위를 위와 같이 규정하였다.

 

 

八情의 활용 사례

‘情’의 개념은 체계적으로 정리된 바는 없으나, 이미 마케팅에서 대단히 많이 사용되어 왔다. 이제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팔정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기쁨 喜

기쁨은 감정 발생의 원인이 분명하고, 사람 또는 사건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긍정적 감정이다. 자식이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사드린 속옷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대부분의 부모는 그 속옷을 입지 않고 오래도록 보관한다. 속옷이 ‘속에 입는 옷’의 용도가 아니라 자식을 키운 ‘보람과 기쁨’을 주는 용도가 된 것이다.

 

기쁨(喜)이란 감정은 상징성과 깊은 연관을 갖는다. 산타클로스는 선한 일을 많이 한 성 니콜라스라는 성직자를 모델로 했는데, 성 니콜라스가 붉은색 옷을 많이 입었다 하여 산타클로스에게도 붉은 색 옷을 입히게 되었다. 그런데 겨울철에 판매가 부진한 코카콜라가 브랜드의 상징 색이 빨갛다는 데 착안하여 코카콜라를 산타클로스 및 크리스마스 등과 연관시켰다. 이러한 시도로 겨울철에도 잘 팔리게 된 코카콜라의 성공은 맛의 승리라기보다 상징의 승리라고 볼 수 있으며, 이때 활용한 감정이 기쁨喜이다.

 

기쁨喜을 간접 경험시키는 방법도 있다. 산타클로스 얘기도 마찬가지지만, 소위 ‘스토리 마케팅’의 많은 것들이 기쁨을 강조하고 있다. 가족의 단란하고 행복한 모습을 내세우는 광고들도 기쁨의 간접 경험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유한킴벌리가 벌이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나도 환경 보호에 일조 했다'고 생각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유한킴벌리의 제품들을 구매하듯이, 사회 공헌 활동은 기쁨을 창출하는 마케팅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사랑 愛

사랑이란 감정은 가장 많이 논의되는 소재로서 자칫 크게 해석하면, 모든 것이 사랑의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따라서 여기서의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처럼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에 국한하며, 대상을 왜 사랑하는지의 구체적인 설명이 안 되는 정서적 감정을 말한다.

 

한국인의 정서에 특별히 와 닿는 주제들이 있다. ‘정겨움’이라든지 ‘그리움’, ‘인심’, ’다정다감’같은 단어들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고향’이라는 말만 들어도 좋고, ‘모교’, ‘포장마차’, ‘고등어’, ‘수제비’ 같은 단어에는 우리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어떤 정서가 있다. 말하자면 어릴 때부터 익어서 DNA에 박혀 있는 이유 없이 좋은 감정이다. 우리네는 한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던 민족이어서인지 각별히 정서적인 단어에 공명을 잘한다.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에 의하면,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매우 잘 충족되면 사람들과의 호의적인 관계를 추구하게 된다. 이때 호의적인 관계는 비단 개인과의 사랑(love)하는 감정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집단에의 소속감(belonging)을 포괄하는 의미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맥도날드는 끊임없이 가족의 사랑을 주 테마로 광고한다. 수영대회에서 등수에 들지 못한 아이가 울고 있을 때, 가족들이 데려가서 달래주는 곳이 맥도날드다. 햄버거를 먹으며 웃음을 되찾는 아이의 얼굴은 맥도날드와 가족의 사랑을 강하게 연결시킨다. 사랑(愛)이란 남녀 간의 낭만적인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애, 친구간의 우정, 소속감 및 연대감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즐거움 樂

즐거움은 감정 발생의 원인이 분명하지만, 나 자신 스스로가 느끼는 긍정적 감정이다. 옷을 입으면서 개성 표현의 즐거움을 느끼거나, 화장을 하면서 자기 만족을 추구하는 즐거움을 갖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직접 체험이 중요하다는 점이 즐거움(樂) 마케팅의 특징이다. 컴퓨터 게임기는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닌텐도의 위(Wii)는 동작 인식 기반의 컨트롤러 구현을 통해 누구라도 손쉽게 게임을 작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한번 직접 휘둘러 보면 재미에 빠지게 되는 위는 ‘남녀 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기’로 인식되고 있다. 즐거움이란 스스로 느끼는 재미를 일컫는다. 뜯기 아까울 정도로 정성이 묻어나는 포장을 한 일본의 고급 과자들을 본 적 있는가? 그런 과자의 포장을 한 장 한 장 벗기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길 수 있을까?

 

'쾌락에 빠지다'라는 표현을 쓰듯이 즐거움을 창출하는 고도의 마케팅은 쾌락 마케팅이다. 중독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인터넷 게임이나 광적인 스포츠, 스포츠 토토와 같은 배팅 사업은 따지고 보면 즐거움(樂)이라는 감정을 자극하는 마케팅 활동이다. 이러한 즐거움을 제대로 사업화한 곳이 사막 한가운데 레저 도시를 만든 라스베이거스이고, 마카오다. 마카오는 1999년 포르투갈로부터 중국에 반환된 이후 라스베이거스의 큰손들이 들어와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변변한 제조업 하나 없이 즐거움을 창출하는 마케팅을 한 덕분에 인구 50만 명에 불과한 도시의 1인당 GDP가 3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팔정의 개념 중 기쁨喜과 즐거움(樂)의 구별이 쉽지 않은데, 기쁨(喜)은 기쁨을 주는 상대가 있고, 즐거움(樂)은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이라고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아내가 남편 생일에 평소 갖고 싶어 하던 할리데이비슨을 사줬을 때 느끼는 감정이 기쁨(喜)이고, 아내 몰래 할리데이비슨을 즐긴다면 그야말로 즐김(樂)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욕구 欲

욕구도 넓게 해석하면 긍정적 감정을 거의 모두 포괄한다. 기쁨에 대한 욕구, 즐김에 대한 욕구, 사랑에 대한 욕구 등이 모두 포함된다. 욕구를 다른 감정과 연결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뒤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일단 자연 발생적으로 생기는 본능적인 욕구만 살펴 보기로 한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다. 배고픔이나 목마름, 졸림을 면하고자 하는 생리적 욕구는 인간의 모든 욕구들 가운데서 가장 우세하다. 그 다음이 안정의 욕구(safety needs)다. 마케팅에서 고전적 의미의 니즈는 ‘결핍’이나 ‘필요’라고 해석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의, 식, 주, 안전 등을 갖추고자 하는데 이에 대한 결핍감은 사회나 마케팅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 반복적으로 생겨나는 인간의 본원적 감정이다. 그러므로 배고픔을 면하고자 하는 것은 욕구(欲)이며, 음식을 즐기는 식욕은 즐김(樂)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안전(safety)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도 중요하다. 신체의 안전, 즉 건강을 위하여 간장 보호제나 비타민, 보약을 먹으려는 욕구가 그 예가 될 것이다. 심리적인 안전을 위해 친숙하지 않은 것보다 친숙한 것을 더 좋아하고 알려지지 않은 것보다 알려진 것을 더 좋아하는 경향도 볼 수 있다. 약국에 가서 배탈 약을 사려 할 때, 성분을 비교하여 판단할 수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으며, 그저 잘 알려진 브랜드를 사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익숙한 것을 산다.

 

슬픔 哀

슬픔은 슬픈 감정의 원인이 비교적 뚜렷한 인지적이며 자연 발생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슬픈 상황에 당황하지 않도록 예방 장치를 판매한다. ‘상조’라는 이름을 쓰는 장의 업체라든지, 많은 사람들이 오기 편하도록 장례식장을 마련하는 것도 그 예다.
애哀란 남을 가엾게 여긴다는 의미도 포함되므로 남에 대한 동정심의 근본이 되는 감정이다. 동정심이 본원적 감정이기도 하지만, 어려서부터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갖도록 교육받아왔기 때문에 슬픔을 나누는 데 호소하면 사람들은 곧잘 협조한다. 불우 이웃 돕기나 수재민 돕기와 같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가엾게 여기고 슬픔을 나누는데 아낌없이 발벗고 나서는 게 한국 사람들이다.
슬픔(哀)은 스스로 생기는 감정이어서 즐거움(樂)과 결합시켜 상품화할 수 있다. 슬픈 영화나 슬픈 노래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저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슬픔을 자아낼 수 있고, 그 슬픈 감정을 즐기기도 하기 때문에 여기서 제법 큰 시장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노여움 怒

노여움은 사람이나 사안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부정적 감정이다. 그러므로 마케팅에서는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된다.
피자 배달이 지연되는 경우에 생기는 분노를 예방하기 위해 30분 배달 원칙을 내세우고 늦을 경우 할인 내지 무료 제공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약속이 셀링 포인트가 되기도 하며, 극장에서 표를 사기 위해 오래 기다리면서 생기는 분노를 예방하기 위해 인터넷 예매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분노는 사전 예방 못지않게 사후 처리도 중요하다. 가끔은 의도하지 않은 제품 하자가 발생해 소비자가 분노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제작상의 하자가 발생했다면 리콜 시스템을 발동하여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한 어떤 개인의 것만이 고장 났을 경우를 대비해, 친절한 애프터서비스 시스템을 갖추어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 활동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사고나 루머에 휘말릴 수 있다. 두산의 페놀 사건이나 삼양라면의 우지 파동 사건은 사실과 다른 정보들이 회자됨으로써 소비자가 분노하게 된 사례다. 이런 경우, 소비자들이 이성적으로 반응하기보다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에 유의한다면, 논리적 대응보다 공감적 대응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미움 惡

미움의 감정은 원인이 막연하나 대상은 뚜렷하다. 마케팅에서는 선악의 대립구도로 증오심을 일으키는 사례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독도 문제 등이 불거지면, 일본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미움(惡) 마케팅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도 한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 그 대표적인 예로, 많은 국가에서 주적(主適) 개념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곤 한다. 미움(惡)에 대응하는 데는 대단한 에너지가 발휘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직원들 간에 라이벌 의식을 고취시켜 성과를 올리는가 하면, 정치 마케팅에서는 선거 캠페인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부시의 ‘악의 축’ 주장도 그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움 마케팅은 시장의 강자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힘이 약한 기업에 동정심을, 힘이 강한 기업에 공연한 증오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이때 시장을 주도하는 강한 기업이 실수하면, 사람들은 약한 기업을 응원하게 된다. 거대 기업이었던 OB맥주가 약체 크라운의 하이트에게 당한 예가 대표적이다. 싫음을 '혐오마케팅'이란 이름으로 상품화할 수도 있다. 감옥을 재현한 레스토랑이 있는가 하면, 영화에서 등장하는 혐오스러운 인물의 사진과 밀랍 인형 등을 전시해 인기를 끄는 뱀파이어 레스토랑도 있다.
싫음惡을 즐김(樂)과 결합시켜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서부 영화는 뻔하게 나쁜 놈이 지는 것으로 결론이 나지만, 사람들은 그 과정을 즐긴다. 고통의 체험을 상품화하기도 한다. 매운맛이란 일종의 고통인데, 눈물이 쏙 빠지게 아주 매운 음식으로 인기를 끄는 식당도 많다.

 

두려움 懼

미국 대통령에 네 차례나 당선되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41년 의회에 보내는 연두교서에서 ‘네 가지의 자유’에 대한 유명한 연설문을 작성했다. 언론의 자유, 신앙의 자유,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였다.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자유 중 하나로 두려움을 꼽는 것을 보면, 두려움이라는 개념이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에게 두려움이라는 본원적 감정이 없다면 종교도 발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마케팅 활동의 태반이 실은 두려움을 이용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두려움은 널리 활용되는 감정이다. 우선, 니즈와 관련된 두려움으로 생기는 마케팅의 기회를 몇 가지 살펴보겠다. 미래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보험을 사고, 자동차 안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조금이라도 큰 자동차를 사려고 한다. 건강에 나쁜 농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값이 비싸도 유기농 식품을 사먹으려고 하며, 약속 시간에 늦을까봐 생기는 두려움을 내세워 지하철 타기를 유도한다.
원츠와 관련된 두려움으로 생기는 마케팅의 기회도 몇 가지 살펴보자. 유행에 뒤처지는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최신 유행임을 강조하고, 남들이 쓰지 않는 물건, 읽지 않는 책을 살지 모르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베스트셀러임을 광고하기도 한다. 또한 가짜 금반지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시키기 위해 보증서를 첨부해 준다.

 

 

팔정 마케팅의 용도

위의 팔정에 관한 예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감성 마케팅을 팔정의 틀에 대입시켜 본 것이다. 팔정론은 사람의 감정을 완전하게 설명하고자 한 것은 아니며 마케팅 통찰력을 얻기 위한 렌즈라고 볼 수 있다. 사람에게는 항상 여덟 가지 마음이 있지만 순간 순간 서로 다른 마음이 사람을 지배한다. 정情이란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레 갖게 되는 것이지만, 대단한 에너지를 동원할 수 있으므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마케팅에서는 여전히 제품의 속성이나 편익을 강조하며 이성적으로 소구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감정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브랜드에 감정을 연결시키고자 했는데, 막상 어떤 감정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아무 감정이나 연결시키곤 했다. 왜냐하면 감정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기는 하지만, 감정이란 개념의 이론적 틀조차 규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양의 심리학 체계는 실증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우수하다. 그러나 직감으로 더 설명이 잘 되는 정신 세계는 이론 발달의 한계를 가진다. 다행히 동양의 사상가들이 오랫동안 생각해 낸 본원적 감정의 뿌리들이 있어 이 개념을 활용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다.

 

팔정 마케팅은 특히 현장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예를 들어 상황 분석에 도입함으로써 각 경쟁 브랜드가 어떤 감정에 소구하고 있는지 구별해 볼 수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아직 건드려지지 않은 감정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 브랜드가 감성적으로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할지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생길 수 있다. 한편으로 시장 세분화(segmentation)도 감정에 의거하여 보면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가령 남에게 매력 있게 보이려는 욕구가 중요한 감정 요소인 여성 세분시장은 색조 화장품을 즐겨 쓰게 되고, 노화를 두려워하는 세분시장의 소비자는 기능성 화장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어떤 세분시장의 소비자들에게는 화장하는 즐거움樂이 중요한 감정 요소일 수 있고, 어떤 세분시장의 소비자들에게는 동창회 등에서 친구들에게 칭찬 듣는 기쁨喜이 중요한 감정 요소일 수 있다. 그 결과 최적의 감정과 각각의 세분시장을 연결시켜 봄으로써 빈 구멍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팔정의 각 감정 요소를 연결하면,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동시킬 수 있다. 인기가 없어진 프로레슬링에 즐거움(樂)과 노여움(怒)과 미움(惡)을 접합하여 WWF가 탄생했다. 일부 선수들이 군중의 노여움을 자아내도록 추악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식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팔정 마케팅은 또한 현재 브랜드가 처한 각종 문제들을 재해석하는 데 매우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실제적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된다. 시장 세분화와 타깃팅, 포지셔닝, STP등,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팔정을 활용해보라. 지금까지 사용하던 마케팅과는 확연히 다르고 새로운 솔루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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