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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케팅은 영화처럼 화려하지 않다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6 브랜드 런칭 (2008년 08월 발행)

영화 마케팅의 세계는 영화처럼 화려하지 않다. 영화는 런칭 당일인 개봉일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잔혹극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관객수가 확인되고, 순위가 매겨지고, 매출이 바로 계산된다. 극장의 엘리베이터에 타고만 있어도 소비자 반응을 즉각 알 수 있다. 그래서 영화 마케터들은 개봉일을 사형선고일이라고 부른다. 영화 마케터들에게 ‘사생결단’의 그 날은, ‘해피엔드’로 마무리된다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지만,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나 ‘개 같은 날의 오후’가 되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날이다. 많은 국가들이 CT(Culture Technology)를 국가 경쟁산업으로 지목하고 있다. 최근 오세훈 서울 시장이 컬처노믹스(Culturenomics)를 서울의 새로운 발전 전략으로 선포하며 문화산업의 고부가가치성을 인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문화컨텐츠 산업의 동력인 영화계에서는 어떠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을까? 대한민국 영화 산업에서 통용되는 마케팅 정글의 법칙을 알아본다.

영화, 제품 혹은 컨텐츠

영화 마케팅이 흥미를 끄는 이유는 영화라는 제품(product) 때문이다. 마케팅적으로 보면 하나의 제품이지만, 문화이기도 예술 작품이 되기도 한다. 감성재이기 때문에 생산 과정이나 소비자 반응, 마케팅 활동이 일반 소비재와 다를 수밖에 없다. 제품 자체의 특성 이외에도 영화 마케팅이 같는 속성을 4P Mix에 적용시켜 보면 조금 더 이해가 쉬워질 것이다.

 

제품(Product)

영화라는 제품은 문화·예술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product보다 contents로 이해되고, 완성이 될 때까지 제품의 질에 대한 통제가 어렵다. 게다가 한 제품을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들의 취향에 따른 각자의 선택을 조율하기도 쉽지 않다. 배우,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 감독의 의견이 모두 다르고, 여기에 관객들조차 같은 영화를 보고 멜로영화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액션 영화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또한 영화라는 제품은 유기적·유동적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A라는 영화를 예상했는데, 감독의 의도에 따라 B가 되기도 하고, A로 찍기로 했는데 연출의 부족으로 C가 나오기도 하며, 편집을 하고 나면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기도 한다.

 

가격(Price)

영화는 투입된 제작비와 관계없이 고정된 판매 가격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가격정책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영화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데 반해 티켓 가격은 그 증가율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2007년 112편의 한국 영화 개봉작 중에 손익분기점(BEP)를 넘긴 영화는 13편(11.6%)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고정된 티켓 요금 때문만은 아니다. 극장 수입 이외에 DVD, 방송 부가 판권, 해외 수출 등의 부가 수익 시장의 붕괴가 가장 큰 이유이다.

 

유통(Place)

부가 수익 시장의 붕괴는 유통적인 측면의 문제일 것이다. 불법 다운로드가 공식적인 유통 구조를 잠식시키고, 한류 열풍이 사그라짐에 따라 해외 판매 수익도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영화에서 유통전략은 극장 배급 전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와이드 릴리즈 방식을 택하여 개봉 1~2주 안에 최대한 수익을 거두는 전략을 택하는가 하면, 처음부터 제작비를 적게 들여 작은 영화관 중심으로 롱런을 하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다. 개봉일을 선택하는 것도 또 하나의 유통 전략이다. 어느 날에 어느 영화가 개봉하느냐에 따라서 흥행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와이드 릴리즈(wide release)
헐리우드 시스템의 유통방식의 하나다. 규모의 경제를 상징하는 전략으로 미국에서는 미국 전역 개봉을 의미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개봉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개봉 첫 주에 최대한 많은 개봉관을 확보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개봉관을 많이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흥행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작이 없는 개봉일을 선택하려는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2008년 6월 1일 현재 전산화된 한국 극장의 스크린 수는 2,033개로 최근 개봉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경우 800개의 개봉관을 선점하는 와이드 릴리즈 방식으로 개봉되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한정된 스크린 수를 두고 싸우는 전략이다 보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1~2개의 스크린도 확보하지 못해서 개봉을 못하게 되는 작은 영화들도 생겨나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프로모션(Promotion)

제품이나 가격, 유통에 있어서의 차별화 전략이 어려운 반면, 프로모션은 비교적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 영화 마케팅은 프로모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로모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 마케터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이자 다른 업계의 마케터를 부러워하는 점이라면, 다른 상품들과 달리 1년 2년을 내다보고 마케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그렇다. 영화는 일주일에 10여 편이 매주 개봉을 한다. 하지만 영화만큼 최단 기간에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한 프로모션을 고심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고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영화 마케팅에서 배울만한 점이다.

 

짧은 제품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

영화라는 상품이 프로모션 활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제품의 수명 주기가 짧기 때문이다. 제품이 초기 시장에 진입하자마자 성숙 시장이라는 곳에 진입할 시간도 없이 시장 밖으로 사라지는 것이 영화라는 상품이다. 따라서 단기간의 시간 동안 최대한의 인지도를 높이고 동시에 선호도를 얻기 위한 활동이 벌어지는 곳이다. 이러한 한계가 존재하는 시장이지만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가장 효율적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어서 마케팅 집약 지식이 농축되어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최소비용 최대효과

TV광고를 주요 매체로 해서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일반 상품광고가 100번을 보여줄 예산이 있다면, 영화의 경우 한 번 정도 보여줄 수 있는 예산을 가지고 광고집행을 포함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떠한 영역의 신제품이 20억 원이라는 예산을 가지고 한 달 내에 전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평균 20억 원의 예산으로 이 기간 내에 일반 상품이 얻는 것 이상의 인지도와 선호도를 얻고 있다. 물론, 영화라는 제품이 갖는 문화 컨텐츠라는 속성이나, 고정화된 홍보채널이 있고, 전 국민이 잠재고객이라는 점은 빠뜨린 가정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마케팅은 가장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어느 영역보다 진심으로 고민하는 것은 분명하다.

  

영화 마케팅, 진실 혹은 거짓

영화 마케팅에는 몇 가지 풀어야 할 오해가 있다. 이것은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영화 마케팅은 사기다’

영화 소비자들은 영화 마케팅을 불신한다. 심지어 ‘사기’라는 표현에 많은 이들이 긍정을 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흔히 ‘알바’라고 불리는 이들의 존재 때문이다. 영화 마케팅이 온라인이라는 환경을 만나면서 입소문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려는 시도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여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소문을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생산해 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고 난 후, 소비자들은 네티즌 평점도 한 줄 의견도 쉽사리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내 친구, 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말은 무의미해졌다. 입소문이 조작된다라는 의심은 영화 마케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서, 영화 마케터들은 입소문 마케팅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사실 예전에는 ‘사기 마케팅’이라는 것이 가능했다. 의도적으로 여론의 방향을 몰고 간다거나 관객이 넘어올 만한 요소를 던져서 그것을 물게 하는 소위 ‘낚시질’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의 똑똑해진 관객들은 쉽사리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예고편의 경우, 본편을 편집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따로 촬영을 하는 추세가 있었다. 아무래도 그것만을 위해 짜여진 콘티가 있고 추가 예산을 들여서 나온 예고편은 비쥬얼적으로나 스토리 상의 완성도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의 네티즌은 예고편을 따로 만든 영화는 ‘본편에 보여줄 것이 없나 보다’라고 판단할 정도다. 시사회가 별로 없는 영화도 ‘영화가 잘 안 나와서 보여줄게 없나 보다’라고 말한다.

 

 

소비자가 영화 마케팅을 사기라고 생각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영화 마케터들의 ‘기대관리’의 실패에 있다.
‘사기’라는 표현 안에는 관객들이 느낀 영화에 대한 억울한 배신감이 깔려있다.

 

 

영화계는 입소문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고, 입소문 마케팅 의존도가 높은 영역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불신은 영화계에 짐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똑똑해진 관객들이 ‘알바’에 의해 조작된 글을 알아보고 자연스레 필터링을 해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작된 글이 많은 영화는 그만큼 영화에 대한 자신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 부정적인 여론이 만들어지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마케팅을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만약 아르바이트를 쓰게 되면 여론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지고, 의도한 대로 매체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 지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점점 선호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소비자가 영화 마케팅을 사기라고 생각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영화 마케터들의 ‘기대관리’의 실패에 있다. ‘사기’라는 표현 안에는 관객들이 느낀 영화에 대한 억울한 배신감이 깔려있다. 이는 영화홍보사의 과도한 기대감 조장에 원인이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바로 *기대치 위반 효과 때문이다. 기대보다 나은 영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소문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지만, 기대보다 덜 한 영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소문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같은 정도의 차이라면 기준 이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기준 이상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보다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대 수준을 최소로 낮추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제품 자체의 장점을 발견하여 그것을 부각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대치 위반 효과(Expectation Violation Effect)
평소 잘 하던 맏며느리가 한 번 못하면 크게 섭섭해 하지만 잘 못하던 막내 며느리가 어쩌가 한 번 효도하면 크게 감동받는 시부모의 마음과 같다고 해서 맏며느리 신드롬이라고도 한다. 기대치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다. 미국의 저가 항공사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싼게 비지떡’이라는 낮은 기대를 뒤집어서 성공한 사례이다. 기대 대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거기에 펀(fun)이라는 요소를 가미하여 러브마크를 획득했다.

 

*’부정적인 영향이 긍정적인 영향보다 크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카네만(Kahneman)의 손실회피이론이다. 카네만의 실험에 따르면 부정적 영향이 긍정적 영향보다 평균 2.25배 크다. 따라서 기대 이하의 영화를 보았을 때는 같은 수준의 기대 이상의 영화를 보았을 때보다 2배 이상 부정적인 입소문을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입소문 마케팅을 활용한다면 긍정적인 입소문보다 부정적인 입소문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요즘은 50점짜리 영화를 80점으로 포장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영화 마케팅은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를 얼마나 충족시켜 주느냐가 관건이 되었다. 관객도 그렇지만 언론도 마찬가지다. 영화 마케팅에서 제 1타깃은 관객이 아니라 영화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매일 보는 영화 기자들도 사람이다. 따라서 100점의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보았는데 80점이나 90점 정도의 영화를 보게 되면 50점이나 60점 정도의 리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예전 같았으면 제품 자체가 조금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마케팅으로 어떻게 해서든 화려하게 포장할 궁리를 해야 했다. 옷을 입히고 리본을 달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인위적인 포장이 역으로 작용한다. 어떤 영화라 하더라도 0점짜리 영화도 없고, 100점짜리 영화도 없다. 그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모든 제품이 마찬가지다. 완벽한 제품은 없을지라도 분명히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제품이다. 그 장점을 발견하고 적절한 소비자를 향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것이 마케터의 의무이자 능력이 되었다. 포장보다는 본질에 충실한 마케팅은 영화뿐 아니라 전반적인 마케팅에 있어서의 흐름이다.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불신도 높지만, 여전히 입소문 마케팅은 가격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방법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영화 마케팅은 사기다’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인터넷이라는 소비자의 광장이 존재하는 한 진정성 있는 솔직한 커뮤니케이션만이 최선이자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또한 기대관리가 제대로 이루어 진다면, 입소문 마케팅은 예산 상 어쩔 수 없는 차선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훌륭한 마케팅 툴이 될 것이다.

 

‘영화 마케팅은 포스터와 카피다’

“영화 마케팅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포스터? 카피?” 영화 마케팅에 대해서 무엇이 궁금한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마케팅에서 하는 일은 포스터를 만들고 카피를 정하는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영화의 포스터와 카피는 그 영화의 핵심 ‘컨셉’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영화 마케팅에서의 컨셉은 일반 상품에서 말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같은 개념으로, *영화의 컨셉을 잡는 일은 영화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컨셉을 잘 잡는다는 것은 관객들과 가장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 소통의 전면에 서서 소비자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이 포스터와 카피이다. 포스터는 그 영화의 컨셉을 이미지로 보여주는 브랜드 구성 요소의 하나이고, 카피는 관객과 마케터, 영화 관계자들이 생각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한 마디’이다.

 

 

*영화 마케팅에서의 ‘컨셉’
“영화 마케팅의 성공 포인트는 영화의 컨셉을 잘 잡는 것이에요. 왜 이 영화를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고, 표를 사도록 유도하는 포인트가 되죠. 영화의 셀링 포인트와 관객의 욕구를 잘 연결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영화는 문화적 브랜드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각각 다른 해석을 하고 다른 감정을 느껴요. 분명히 그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은 있다는 것이죠. 계절이나, 사회이슈, 그 시기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해서 어떤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싶어할지를 고민하고 그것으로 일관되게 소통해야 합니다.”
–영화홍보사 커밍쑨 실장 심영순, 인터뷰 중에서

 

 

2004년 치밀한 구성으로 관객을 놀라게 했던 범죄 스릴러 <범죄의 재구성>이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 아니라 ‘리얼 사기극’으로 컨셉을 잡은 이유도 이 한 마디로 관객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였다. <범죄의 재구성>이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으로 컨셉을 결정했다면 <오션스 일레븐>을 뛰어넘는 스타성과 비쥬얼이 보여지지 않는 한 또 하나의 집단 사기극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흔히 쓰이지 않던 ‘리얼’이라는 색다르지만 내 피부에 와 닿을 것 같은 단어를 선택을 한 덕분에 <범죄의 재구성>은 단편 영화 한 편 없는 신인 감독, 복잡한 구성, 당시로서는 스타성이 부족하던 주연 배우라는 단점들을 ‘색다른 완성도’로 극복했다. ‘지는 게임에는 배팅하지 않는다’라는 메인 카피 또한 이러한 ‘리얼 사기극’이라는 컨셉을 보완하며 영화가 소비자의 머릿속에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되게 했다.

 

같은 영화라 하더라도 컨셉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실제적으로 관객 수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느냐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사례를 살펴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 영화 최초로 천 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는 컨셉화 할만한 장점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전쟁 영화’, ‘장동건과 원빈의 대작 블록버스터’, ‘<쉬리> 이후의 강제규 감독의 역작’. 이와 같이 최고의 제작비, 한국 최고의 제작진, 화려한 캐스팅 등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영화였다.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의 천 만 관객은 우연이 아니라 성공적인 컨셉 전략에 의한 것이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컨셉은 ‘재미와 감동의 형제애 드라마’였다. 외적으로 스케일은 강조했지만, 내적으로는 전쟁영화임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전쟁영화라고 컨셉을 잡아 버리면 일단 여성 관객이 타깃층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조한 것이 ‘형제애’였다. ‘1950년, 두 형제의 이야기’, ‘우리는 반드시 함께 돌아가야 해’중에서라는 카피를 뽑은 이유도 그것이었다. 포스터에도 전쟁씬보다는 두 형제의 모습이 보여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천 만 관객 동원 전략
“목표는 800만을 동원한 <친구>의 기록을 깨는 것이었어요. 800만 명을 넘을 만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배치했죠. ‘첫째, 10대부터 70대를 커버한다. 둘째,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셋째, 서울과 지방도시 모두 관심을 갖게 한다. 넷째, 한 번이 아니라 중복 관람이 가능하게 한다.’라는 도전 과제를 세우고 관객을 치밀하게 분석해서 치밀하게 전략을 세웠어요. 지금까지 <태극기 휘날리며>만큼 열심히, 그리고 꼼꼼하게 조사해서 전략을 세운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영화 관람 가능 인구과 목표 고객을 연령별로 분류해서 조사를 하고, 각 타깃 층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습니다. 당시 이노베이터 역할을 해 줄 것이라 생각했던 20대 초반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기 위해서 그들이 자주 가는 공간, 온라인 사이트, 좋아하는 배우 등을 치밀하게 조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쇼박스 마케팅팀 대리 김지연, 인터뷰 중에서

 

 

어떤 마케팅에서나 제품 특성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다르다. 영화에서는 포스터와 카피가 그 영화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그 이미지와 단어들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포지셔닝 시키는 가장 핵심이다. 마케터라면 전국민의 취미가 된 영화관람을 하고 나오는 길에, 그 영화의 브로셔를 한 번 들여다 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마케터가 고심한 흔적을 들여다보고 어떠한 단어로 이 시대의 관객과 소통하려고 시도했는지가 보일 것이다. 그것이 영화 마케팅의 절정 기술이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이 포스터와 카피에 온전히 묻어나 있는지 여부로 영화의 성공 여부도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정글의 법칙

영화 마케팅은 벌새같다. 벌새는 벌처럼 작은 새지만 꽃의 꿀을 먹고 산다고 해서 벌새라고 불린다. 또한 무지개 빛의 아름다운 깃털을 가지고 있으며, 이 날개로 1초에 최대 80번의 날개짓을 하며 시속 90km로 날아다닌다. 그래서 벌새는 날고 있는 동안에도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날개 탓에 마치 정지해 있는 듯, 혹은 날개가 없는 듯 보인다. 영화 마케팅도 그렇다. 짧은 기간에 적은 예산으로 벌이는 단기 총력전이기 때문에 스크린 뒤에서는 항상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너무 빨리, 너무 바삐, 너무 집중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외부에서 보기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영화라는 제품은 상품으로서의 한계가 많은 제품이다. 결과물이 유동적이고, 개인의 취향에 의해서 선택되며, 제품의 생명주기가 짧기 때문에 다른 제품에 비하여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마케팅은 어렵다. 하지만 영화는 요즘 시대에 가장 완벽한 제품이기도 하다. 최근의 마케팅 트렌드인 스토리텔링, 체험 마케팅, *E-factor를 제품 자체가 내재하고 있는 속성 때문이다. 다른 제품이 일부러 만들어 내려는 스토리라는 것 자체가 제품을 구성하고 있으며, 영화를 보러간다는 것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를 체험하러 간다고 소비자들은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요즘 소비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제품이 될 수 있다.

 

 

*E-factor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 전문 컨설턴트인 마이클 울프는 “우리 생활과 경제는 온통 엔터테인먼트라는 중력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이 우유 생산업자들에게 제품에 비타민D를 넣어줄 것을 기대하게 된 것처럼, 소비자들은 모든 제품에서 E-factor를 찾고 있다. 미래 산업은 자동차, 금융, 철강 등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므로 E-factor(Entertainment factor)가 기업 경영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출처: 정재윤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 마젤란

 

 

영화는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의 마케터들에게도 매력적이다. 시장의 각 영역에서 보여지는 영화와의 제휴 마케팅에서 보았을 때, 일반 제조품이 가지고 있지 못한 스토리, 체험, 엔터테인먼트라는 요소를 빌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사의 영화 할인 서비스를 통한 마케팅 활동을 비롯하여 GS칼텍스의 시네마 브런치, 네이버의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후원 활동 등은 영화와의 제휴 마케팅을 통하여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및 충성도 강화, 나아가서 매출 증대로까지 이어진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잘 살린 영화는 마케팅 정글에서 벌새와 같은 독보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CASE STUDY
‘가족사투극’ <괴물>의 컨셉 마케팅 전략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1위인 <괴물>이 단지 영화 자체의 완성도 만으로 1,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을까? <괴물>의 마케팅 전략은 ‘가족 사투극’이라는 커다란 컨셉 하에서 이루어졌다. <괴물>의 경우 ‘한국형 괴수 영화’ 혹은 ‘웰메이드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가족 사투극’을 컨셉으로 잡았다. 만약 <괴물>이 ‘한국형 괴수 영화’로 컨셉을 잡았다면 소비자 머릿속에 ‘괴수 영화’의 기준인 헐리우드의 <고질라>나 <킹콩>의 비쥬얼이나 스케일과 비교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 <괴물>은 헐리우드의 아류작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한 ‘웰메이드 블록버스터’로 소통을 했다면, 영화 자체의 차별화 요소를 드러내지 못한 채 기존의 웰메이드 영화 혹은 블록버스터 영화와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 경쟁해야 했을 것이다. 제목이 <괴물>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포스터에 ‘괴물’이 아니라 가족이 등장하는 이유도, 메인 카피가 ‘가족의 사투가 시작된다’인 이유도 하나의 컨셉 하에 모든 마케팅 활동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괴물>의 마케팅 전략 목표
폭넓은 타깃 층 공략, 국민의 영화로 다가가기
- PR : 시기에 맞는 숨기기와 터뜨리기
- 커뮤니케이션 : ‘가볍지 않게’, ‘하나의 컨셉으로’, ‘일관되게’
- 사이즈 : ‘커 보이게’, ‘대작’ 으로
- 내용 : 가족드라마
- 캐릭터 : ‘감정있게’
 1. <괴물> 분석

<괴물>의 경우, 지금은 성공을 했기 때문에 성공 요소라고 하는 것들이 오히려 개봉 당시에는 단점 혹은 변수였다. 괴물이 CG로 잘 나올까에서 부터, 괴수영화라고 하면 <용가리>를 떠올리는 점, 또한 봉준호 감독이 이러한 영화를 만든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는 불안감, 화려한 스탭이기는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한계로 인한 의사소통의 문제, 100억짜리 블록 버스터라고 하지만 매무새가 초라한 주인공들…. 이러한 모든 것이 불안했다. 영화가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마케팅은 ‘상상과 추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2. <괴물>의 500만 관객 목표를 위한 타깃 별 셀링포인트 및 주요 타깃 대상 전략

<괴물>의 경우 예상 관객수를 예상할 수 없었다. 목표 관객 수만 있을 뿐이었다. 부가수익을 생각 하지 않고 극장 수익만 본다 하더라도 BEP(손익분기점)가 600만 명은 넘어야 했다. 일본에 선판매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보더라도 300만 명은 넘겨야 했다. 하지만 200만 명이 넘으면 ‘대박’이고, 300만 명이 넘으면 ‘파티’를 하는 당시 상황에서 500만, 600만 명을 목표 관객으로 삼으면서도 반신반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3. <괴물>의 500만 관객 목표 마케팅 전략

<괴물>이 마케팅의 힘으로 최대 관객을 극장으로 모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마케팅 전략과 그에 적합한 실행이 없었다면 천만 관객을 넘지 못했음은 분명하다. 칸 영화제에서의 봉준호 감독의 모습을 ‘전략적’으로 소개하고, 타깃 별로 다른 메시지로 소통했으며, 영화 자체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장점 위주로 셀링(selling)을 한 점, 그리고 이러한 내부적인 합의를 이루어 내고 일관된 마케팅 전략을 실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4. <괴물>의 시기별 이슈화(MPR)실행 전략
▼ 아래 자료는 언론에 보도된 보도자료를 근거로 시기별 MPR 전략을 재구성 해 본 것이다. 의미있는 것은, 이것이 실제 <괴물>의 마케팅 팀의 마케팅 스케줄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전략을 ‘제대로’ 실행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하는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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