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칭만 78번, 24시간 켜있는 사람들
런칭의 최전선에 선 네이미스트를 만나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김춘미  고유주소 시즌1 / Vol.6 브랜드 런칭 (2008년 08월 발행)

네이밍 PT, D-1 우리 회사의 공식 출근 시간은 10시. 퇴근은 6시다. 퇴근시간이 따로 없는 것이 현장의 실상이다 보니, 오전 PT가 없는 날은 출근 전쟁에 시달리지 말자는 게 10시 출근의 이유다. 크리에이티브 족에게는 근무시간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들은 24시간 켜있으므로.

네이밍 PT, D-1

우리 회사의 공식 출근 시간은 10시. 퇴근은 6시다. 퇴근시간이 따로 없는 것이 현장의 실상이다 보니, 오전 PT가 없는 날은 출근 전쟁에 시달리지 말자는 게 10시 출근의 이유다. 크리에이티브 족에게는 근무시간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들은 24시간 켜있으므로.

 

 

오전 9시 출근



내일로 예정된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밤 늦게 끝낸 네이밍 보고서를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메일로 보낸다. 사전에 리뷰를 하고 미팅을 갖자는 클라이언트는 참 훌륭하다. 시간이 절약되는 건 물론이고 네임 개발 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가능하다. 1차 네이밍 보고는 실무자들과 함께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며 방향을 잡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1차부터 실무 팀은 물론 경영자에게 바로 보고가 들어간다. 의사결정 과정이 짧고 경영자의 감이 중요하게 반영되곤 하는 패션기업의 런칭에서는 이렇게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일의 1차 PT에서 가이드라인이 확실하게 좁혀지기를 기대하면서, ‘보고서야, 보고서야, 오늘 하루 맹활약을 부탁한다’라고 되뇐다.

 

 

10시 30분 과천, 매뉴얼 납품 미팅

가을 런칭을 앞두고 있는 2030 남성 캐릭터 정장브랜드의 매뉴얼 납품. 장소는 신사복과 캐릭터 정장 분야를 주도해온 과천 K패션주식회사의 3층. 2개월 내에 모든 작업을 끝낸다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 네임과 디자인 개발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었다. 런칭 일정이 촉박할 경우 두 가지를 먼저 체크해야 한다. 의사결정의 키 맨이 누구인가와 브랜드 컨셉이 명확한 지이다. 클라이언트가 경험 많고 결단력 있는 의사결정자라면 정해진 일정대로 끝내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책임이다. 또한 클라이언트의 머리 속에 있는 컨셉이 명확하다면, 그것을 읽어내고 차별화된 약속으로 풀어내는 것 또한 전적으로 우리의 역할이다.

 

프로젝트는 정해진 일정대로 마무리 되었다. 그런데 매뉴얼은 디자인 개발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두 달이 더 걸렸다. 라벨, 테그 등 BI 요소마다 샘플을 완성시킨 후에 최종 데이터를 받아 매뉴얼에 담는 제대로(?)된 과정을 밟았기 때문이다. 이미 온라인 상으로 여러 차례 확인된 내용이라 매뉴얼 납품 미팅은 간결하다. 매뉴얼을 훌훌 넘겨보는 담당 과장의 흡족한 미소. 회사 내부의 반응은 물론 입점 예정 유통업체의 반응도 좋다는 격려의 멘트까지 있었다. 만족한 클라이언트가 또 다른 프로젝트를 넘긴다. 감동 작렬! 올 가을 이 브랜드가 주목 받는 루키가 되기를 바란다. 회사까지 오는 시간 30분 동안 요즘 잘 나가는 레스토랑과 오늘 점심메뉴에 관해 디자인 실장과 진지한 토론을 나눈다. 크리에이티브 족에게 트렌드를 반 보 앞서는 것은 의무다. 내일이 PT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크리에이티브 족에게 트렌드를 반 보 앞서는 것은 의무다.
내일이 PT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10분 전 12시 서래마을 주택가 레스토랑, 점심식사

외식업 컨설턴트를 친구로 둔 디자인 실장이 추천한 맛 집! 10분 일찍 움직인 보람인지, 요행히 하나 남은 자리에 완벽한 주차를 끝내고 나니 식욕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이 집 컨셉이 아메리칸 가정식이라며?” 주문한 메뉴가 나오는 순간 컨셉이 바로 확인된다. 제일 맛있었던 건 삿뽀로 생맥주였다. 건너편 레스토랑 입구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을 위한 화보 촬영이 한창이다. 역시 온라인 쇼핑몰은 또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영역인건 분명하다라는 대화가 오가는 사이 테이블 위 접시들은 비워져 갔다.

 

 

2시 이태원, 시장조사

시장 경제 활성화라는 사명감을 빙자하여, 미뤄오던 시장조사에 나선다. 서초동 회사에서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여긴 또 다른 세상이 다이내믹하게 펼쳐진다. 명품 OO스타일의 천국인 이태원이 오늘 우리의 목표시장이다. 벼르고 벼르던 쇼핑인 만큼 신상 샌들 하나 장만하려는 결의에 차 있었는데, 오늘은 스스로에게 시장조사라는 특명을 내린 만큼 엄중한 사찰 분위기로 꿈을 접는다.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한 잔으로 한낮의 열기를 식힌다. 윈도우 쇼핑이라 하더라도 쇼핑은 잠시 머리를 비울 수 있어서 좋다. 24시간 켜 놓더라도 역시 삶에는 여백이 필요한 법. 내셔널 패션 브랜드, 특히 여성복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여긴 왜 이렇게 여자들이 많은 걸까?

 

 

 

 

 

5시 사무실, 리뷰

핸드폰 소리도 조심스러운 독서실 모드와 간식&수다가 만개하는 휴게실 모드를 오락가락하는 오후의 사무실. 뭐야 이거? NB(내셔널 브랜드)인가? LB(라이선스 브랜드)인가? 방금 도착한 다음달 보그를 펼쳐 든 디자이너의 질문이다. “아~ 그거?” 브랜드 네임을 보니…… 이 대목에서 이름을 읽을 수 없으므로 보기만 했다. 진짜 유럽 브랜드쯤 되나 싶기도 하고, 그런 척하는 순수 토종 브랜드인가 싶기도 하다. 이런 애매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브랜드는 당연히 여성 타깃의 브랜드이다. 그런데, 옷인지 신발인지는 광고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업계지를 꼼꼼히 읽고 있던 네이미스트도 정답을 모른단다. 우리가 모르면 도대체 누가 알리요? 트렌드 따라잡기는 역시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닌 수련의 과정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몇 시간 후로 다가온 내일의 완벽한 PT를 위해 보고서 리뷰에 돌입한다.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 최종 마무리

“은영씨 요즘 요가 다니지?”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온 보고서를 준비하는 디자이너의 요가 스케줄은 오늘도 펑크 났다. 압축된 10개의 네임 안을 설명할 수 있는 광고 비주얼을 당장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지가 좋으면 사이즈가 작고, 뭔가 2% 부족하다. “여성스럽고 밝으면서 스포티하고 골프 분위기도 살짝 감도는 그런 거 말이야.” 머리 속에는 그림들이 줄줄이 떠오르는 데, 막상 네임에 딱 떨어지는 비주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네임에 감동을 얹어서 100%로 전달하고 싶은 최상주의자 네이미스트의 고집은 오늘 밤 야근에 있어 정당성을 주장하고 싶다.

 

 

밤 10시 파리공원

운동이 대세다. 건강관리와 트렌드 관찰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밤 산책은 추천할 만 하다. 집에서 공원까지, 공원을 2~3바퀴 돌고 나서 분수에 앉으면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고등학생과 진짜 대학생들이 농구코트에 가득하다. 절반은 진짜 선수처럼 보이는 유니폼을 입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엄마와 딸, 아들과 공을 차는 30대 아빠가 있다. 한때 그리도 많던 인라인과 에스보드 대신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이 트랙을 따라 경쾌하게 돈다. 생활이 스포츠이고 스포츠가 생활인 시대. 캐주얼과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 SPA를 지향하는 내추럴 브랜드에는 어떤 이름을 붙어야 할까? 과연 내일 PT는 고민하고 고민한 보람이 있을까. 네이미스트의 오늘 밤 꿈은 컨셉이 정해졌다.

 

 

과연 내일 PT는 고민하고 고민한 보람이 있을까.
네이미스트의 오늘 밤 꿈은 컨셉이 정해졌다.

 

 

이번 쇼에서 가슴이 뛰었나요?

2주 동안 밤잠을 설치게 만들던 프로젝트의 네이밍 보고가 있는 날! 브랜드트리 말고도 다른 회사들의 프레젠테이션이 줄줄이 잡혀있다. 클라이언트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라, 굵직한 네이밍 회사 6곳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바로 2주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났던 업계의 동지들 모두에게 오늘은 D-day인 것이다. “20분 동안 5가지로 압축한 후보 안을 제시하세요.” 라고 클라이언트는 요구했었다. 20분 동안 그들의 마음에 불을 당겨야 한다. 그러려면 파워포인트를 압축 또 압축! 여러 마디의 말로 설득하기 보다는 한 장의 사진, 한 줄의 카피로 감을 잡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는 효과 음향에 만화영화 OST도 쓰고, 보고서 자체를 브랜드 컨셉트처럼 ‘fun’하게 풀어가는 것이었다. 똑같은 보고를 여섯 차례나 받아야 하는 클라이언트의 고충을 헤아려 좀 재미나고, 깨는 프레젠테이션을 함으로써 우리의 강점을 보여주자는 생각이기도 했다. 네임 개발만큼이나 내공이 필요한 보고서 만들기. 파워포인트는 네임을 제대로 알게 하고, 온몸으로 느끼게 해야 하며, 향후 마케팅 플랜까지 상상할 수 있도록 모든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쏟아 부어 만들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은 네임을 활짝 꽃피워 주어야 한다. 가슴을 뛰게 만들어야 한다.

 

대기실에 놓여 있던 방울토마토 한 접시를 거의 다 비워 갈 무렵, “브랜드트리 들어오세요.” 그 날 세 번째 순서였던 우리는 앞 팀들의 지체로 인해 약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오전 중에 끝나기로 되어있던 스케줄은 오후까지 이어졌다고 전해 들었다. 우리의 발표시간은 20분, 질문 10분을 포함하면 30분. 쇼가 시작된다. 폐를 끼치지 못하는 성격,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과도한 준법정신이 빚어낸 당연한 결과였다. “브랜드트리 김춘미 실장입니다”부터… 써머리를 마지막으로 쇼를 끝낸다. 잠시 암전. 질문이 많지 않다는 것은 경험상 둘 중의 하나다. 너무 잘했거나, 아무것도 아니거나. 긴장의 끝에서 나온 상무님의 한마디. “하나도 논리적이지 않지만, 암튼 그래서 좋아요.” 과연 칭찬인지? 너무 압축했나? 설명이 부족했나? 아님 정말 비논리적? 온 몸과 온 마음과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은 후에는 푹~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 프로젝트는 얼마 후 6:1의 경쟁을 뚫고 우리 품에 안겼고, 의미 있는 날인 8월 15일 런칭을 기다리고 있다.

 

 

99%의 사고와 1%의 잉크로 완성되는 네이밍의 세계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네이미스트의 머리 속 파일들은 시너지를 내기 위한 화학반응을 시작한다. 전직 카피라이터의 언어감각과 전직 광고기획자의 전략적 사고라는 기본기 10년에 네이미스트로서 7년 수련. 일상의 감정, 경험, 정보, 깨달음, 메모 노트 등 모든 것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 책상은 온갖 자료와 잡동사니들로 가득 찬다. 관련분야의 인터넷 검색결과와 전문 잡지들, 사전, 아이디어 메모로 가득한 A4용지들, 읽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네임(M’TALK, DIACE), 이미지로 승부하는 네임(POLHAM, J. ESTINA, NOTON) 스토리가 있는 이름(Four Lads, ZISHEN, Jungloo) 등 런칭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네이미스트의 책상은 어수선의 끝을 달린다. 그런데 그 어수선함 한 가운데 어디선가 늘 아이디어가 발견된다. 네이미스트에게 아이디어란 ‘본질의 발견’이다. 네임 개발 과정의 핵심 노하우는 ‘본질’의 발견에 있다. 껍데기를 다 버리고 나면 남을 것 한 가지를 찾아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남성복에서 있어서 캐릭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보자. A4용지 가득 더 나아가 몇 장이라도 답을 쓸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는 튀어나온다. 결국 특별한 노하우라기 보다는 집중과 경험의 조합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네임 개발과정은 언제나 새롭다. 컨셉이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한 순간에 퍼뜩 떠오르기도 하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자료와 싸움한 끝에 깨달아지는 경지이기도 하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봐주는 디자이너와의 아이디어 미팅이 막막한 상황에서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 하나의 네임을 찾는데 필요한 작업 기간은 평균 2주 정도다. 아이디어를 세공 해 후보안(자유로운 발상의 결과물)을 만들고, 네임안(부정연상 스크린, 온라인 검색 및 도메인 확보 가능한 결과물)으로 승격시키고, 최종 추천안(상표등록 가능성 확보, 선호도 및 네임안 평가 상위권 네임안)에 올리기까지 네이미스트가 넘어야 할 고지는 많다. 브랜드 컨셉을 상징하는 네임 만들기는 기본에 충실한 과정이다. 브랜드 지향점이 분명하며, 그것을 네임으로 풀어내는 원론적인 네이밍이 된다. 브랜드 에센스를 뽑고, 네임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은 99%의 사고와 1%의 잉크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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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네이밍, 브랜드 네이밍 개발 프로세스, 프레젠테이션, 브랜드 네이미스트, 시장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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