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90여 개국의 아이들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 OCON과 뽀로로
이미지에 스토리라는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브랜딩 전략가를 만나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김일호  고유주소 시즌1 / Vol.6 브랜드 런칭 (2008년 08월 발행)

어린 조카나 자녀가 있는 사람이면 파란색 펭귄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뽀롱 뽀롱 뽀로로>를 대부분 알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서의 높은 인기에도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 70개 이상의 나라에서 방영되고 있고, 프랑스 공영방송인 TF1에서는 57%라는 최고 아동시청점유율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한 해 라이선스 수입만으로 100억 원을 벌어드린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등장 캐릭터를 브랜드화 하여 세계화 시키려는 철저한 준비 하에 진행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러한 캐릭터 브랜드 신화를 일구어낸 오콘의 김일호 대표는 뽀로로의 후발주자 <선물공용 디보>로 현재 또 다른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쓰고 있으며, 디보 역시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당신의 자녀와 프랑스의 자녀는 이미 유년시절의 공통된 추억이 있다.

The interview with (주) 오콘 대표 김일호

 

 

<뽀롱 뽀롱 뽀로로>는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방영 중입니까?
뽀로로가 저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캐릭터이기는 합니다. 애니메이션으로서만이 아니라 한국 상품 중 해외에서 제 가격을 받고 메이저 시장에 런칭한 최초의 상품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약 70~80개 나라에서 방영 중인데, 아동시청점유율로 보면 거의 1위이고, 예외 없이 5위 안에 들고 있습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뽀로로가 TF1(프랑스 공영방송)에서 57%라는 최고 시청점유율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균은 42%이고요. 그만큼 범용적으로 친근하게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래서 이 뽀로로 덕분에 해외 시장을 포함해 한 해에 약 100억 원 정도의 라이선스 수입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제작된 애니메이션을 매체에 방영하고 상품화 시키는 것이 캐릭터 비즈니스 모델의 메인 프로세스군요?
기본적인 프로세스와 수익구조는 그렇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관점에서는 ‘뽀로로’가 아니라 그냥 파란색 펭귄이 태어났을 것입니다. 뽀로로는 ‘브랜드’이고 파란색 펭귄은 그냥 ‘제품’인 것이죠. 국내·외에서 탄생되는 애니메이션들을 볼 때 가끔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등장 캐릭터를 브랜드로 인식하지 못하고, 일개 만화영화 속 주인공쯤으로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캐릭터 자체를 브랜드로 인식하고 애니메이션은 그 캐릭터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일종의 수단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그 무엇보다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해주고,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의 비즈니스 모델과 가장 닮은 모델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면 영화나 이런 영상 사업군이 아닌 ‘조르지오 알마니’ 브랜드하고 똑같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 브랜드적인 관점이 훨씬 더 캐릭터에 어울리기 때문이죠.

 

 

 

 

 

<뽀롱 뽀롱 뽀로로>를 제작하실 때에도 사전에 브랜드화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셨나요?
그렇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러한 과정을 염두에 두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관점에서 스스로 평가해 볼 때, 그리 성공적인 결과물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육과 재미가 결합된 애니메이션이라는 포지셔닝에도 성공했고, 다양한 상품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브랜딩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내부적 판단이 아직은 우세합니다. 그래서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선물공룡 디보>입니다. 이제 런칭한 지 약 1년 6개월 정도 되었군요.

 

 

 

 

<선물공룡 디보>를 처음 보았을 때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우선 비쥬얼도 너무 훌륭하고, 무엇보다도 영어로 된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았기 때문이죠.
말씀 드린 대로 <선물공룡 디보>의 경우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브랜드를 염두에 두고, 컨텐츠와 비쥬얼을 고려했습니다. 대본도 마찬가지지요. 처음부터 컨텐츠 자체의 세계화를 위해 외국 작가를 메인으로 두고 대본작업을 했습니다. 전 세계 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비쥬얼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무해한 이미지를 가진 면(cotton)을 근간으로 다양한 느낌의 시각적 효과를 두었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파스텔 톤의 따뜻한 느낌이 들죠. 대사는 영어 녹음을 기본으로 하고 한국 배포용을 위해 한국말 더빙을 따로 한 것입니다. 세계 각국 언어도 그런 방식으로 더빙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약 90개국에서 방영 중입니다. 오히려 유럽권 국가에서는 뽀로로보다 더 인기가 있습니다.

 

전 세계 모든 아이와 부모가 공감할 수 있는 컨텐츠란 어떤 것입니까?
항상 무언가를 원하는 아이의 마음과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겠죠. 디보의 탄생 스토리 자체가 그렇습니다.
옛날 한적한 시골에 가난한 부부가 살았습니다. 그 부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생계를 위해서는 그 아이를 두고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아이를 위해서 엄마는 모빌 하나를 만듭니다. 변변한 장난감 거리가 없어 엄마는 남은 천 조각들을 모아 말도 만들고 구름도 만들고 태양도 만들어 달아줍니다. 하나의 퀼트작품처럼 말이죠. 이렇게 완성되어 공중에 떠 있는 모빌이 아이에게는 하나의 판타지적 세상이 됩니다. 그것이 코지랜드(Cozy Land)이고 아이는 잠이 들면 이 코지랜드의 친구들과 함께 맘껏 뛰어 놀게 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니, 여러 가지 요소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케팅 요소와 브랜딩 요소를 넣을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첫 번째로 제일 중요한 것이 천으로 만들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새로운 비쥬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과 그대로 상품으로 전개 되어도 면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유해하지 않다는 점으로 마케팅 요소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흔들리는 모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땅에 붙어있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비쥬얼적으로 카메라 앵글이 자유로울 수 있고, 그러한 요소가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세 번째로는 디보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확실한 흡인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거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엄마가 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핸드메이드라는 포인트, 그래서 그 안에 비즈니스부터 컨텐츠에 대한 모든 것을 이끌어 나가는 큰 요소들이 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디보는 어떤 존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까?
주변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는 인물이 바로 ‘선물 주는 공룡 디보’입니다. 항상 새로운 장난감과 같은 선물을 받길 원하는 아이들의 시각에 맞춰, “I wish~ OOO”하고 무언가를 말하면 디보는 선물을 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무 때에나 무작정 선물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위해서,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서, 또는 언젠가 소중한 의미와 교훈으로 다가올 선물을 줍니다. 일종의 큰 형, 혹은 문제 해결사의 역할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부모들도 이러한 컨텐츠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많은 상품군 중에 애니메이션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사실 저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였고, 처음에는 LG전자 연구소에서 신상품 개발 및 유럽쪽 마케팅을 담당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소재 상품들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제품 브랜드들도 많이 있지만, 저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캐릭터를 브랜드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구체화 된 것이죠.

 

캐릭터 산업의 어떤 점 때문에 그렇죠?
우선 저희 오콘의 애니메이션에 국한해서 설명하자면, 프리스쿨러(preschooler, 0~7세의 미취학 아동)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범용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놓으면 말 그대로 OSMU(one source multi use)의 방식이 가장 잘 적용되는 분야죠. 애니메이션 방영 후 캐릭터화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라 스토리와 캐릭터, 배급, 상품개발까지 기획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캐릭터 하나로 수백 가지 산업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인형, 완구, 가구, 의류, 팬시 용품 그리고 광고와 캠페인까지 그 응용분야는 무한합니다. 일례로 <토마스와 친구들>이란 애니메이션을 생각해 보십시오. 생긴지 20년 가량 되었는데도 2004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상품 매출만 연간 2조 5천억 원입니다. 라이선스 부문 순이익도 연간 600억 원이죠. 전 세계의 300여 업체가 2,000여 가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속적인 매출 상승곡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투자 대비 효과를 비교해 보았을 때, 잘 만들어 놓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하나는 열 굴뚝 산업 부럽지 않죠.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나오는 요즘에 이런 산업이 또 있을까 합니다.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탄탄한 유통구조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사실, 다른 상품 영역에서 보다는 오히려 상품 유통구조에 제약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의류 브랜드 하나를 세계에 런칭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매장을 비롯한 각종 유통 채널이 여간 복잡하고 고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방송국에서 유통됩니다. 게다가 재미있고 유익하면 방영 되는 것이죠. 사실 진짜 좋은 작품을 만들면 그것 자체가 마케팅의 80~90%를 해결을 하는 것입니다. A라는 방송국이 있다고 합시다. 만약 이 작품이 정말로 재미있는데 A 방송국이 방영을 안 하고 경쟁사인 B 방송국에서 틀면 A 방송사의 시청률이 완전히 낮아지는데, 틀지 않을 수가 없죠. 트는 그 순간 저희는 바로 런칭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매력이죠. 그리고 그때부터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한 캐릭터들의 브랜드 위력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완성된 애니메이션을 포트폴리오화 하여 수익모델을 지속적으로 꾸려나갈 계획입니다.

 

국내에서도 컨텐츠에 기반한, 특히 애니메이션 사업을 시도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쉽게 되지 않았을까요?
우리나라 시장만을 고려해서 제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내 시장용이니 약 10억 원 정도 투자 해서 만들면 요즘 아이들이 그 애니메이션을 볼까요? 매일 픽사Pixar 영화를 보고 자란 요즘 아이들은 눈이 엄청 높아졌습니다. 그런 시도는 아예 안 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렇다고 100억 원짜리 애니메이션을 우리 나라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스토리와 멋진 비쥬얼로 만들어 내면 성공할까요? 전혀요. 우리나라 시장만을 본다면 100억 원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가 거의 불가능 합니다. 그러니 애니메이션 기획 단계에서부터 세계화를 고려해야만 우리나라 소비자도 만족시키고 동시에 세계의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즉 글로벌 객관성을 지니는 크리에이티브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크리에이티브로부터 시작된 애니메이션의 전반적인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크게 보면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 메인 프로덕션(main production), 마지막으로 포스트 프로덕션(post production)의 3단계 개발 과정을 거칩니다. 애니메이션 자체를 메인 상품으로 보고 이 상품을 만들어 내기 전까지의 과정이 프리 프로덕션입니다. 기획 및 대본작업(Planning / Script)을 거쳐 캐릭터를 디자인(Production Design)하고 이 캐릭터를 가지고 이야기(Storyboarding)를 만들어내는 것이 여기에 속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거쳐 스케치된 얼굴과 이야기를 가진 캐릭터는 메인 제작과정으로 넘어가죠. 이 프로세스에서 R&D와 모델링 작업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실제로 구현시키고 후반 작업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편집과 음성 더빙 작업 등 음향 작업을 하는데 이 과정이 포스트 프로덕션인 것입니다.

 

 

 

 

이러한 제작 과정 이후에 상품화 되는 것인가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이 과정 후에 제작물 자체를 팔게 됩니다. 저희 말로는 보통 ‘시집 보낸다’라고 표현합니다. 왜냐면 마케팅이라는 것이 워낙 쉽지 않은데 개발 분야에만 있던 제작사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하기 때문이죠. 또한 마케팅에 도전하더라도 유통 과정이 문제입니다. 보통 유통채널인 방송사는 자신들이 직접 제작하거나 사들인 작품을 방영하지, 외부 작품들은 잘 방영시키지 않으려고 합니다. 실제로 그러한 벽이 존재하긴 합니다. 그래서 더욱 힘듭니다. 물론 저희도 그러한 유혹에 항상 시달렸습니다. 특히 디보 같은 경우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스토리나 비쥬얼이 인기가 많았던 터라 디즈니나 워너 브라더스 등에서 시집오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었죠. 그러나 모두 거절 했습니다. 그전에 열심히 만든 작품을 시집 보내본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잔금 줄 때까지 기다려야 되고, 매입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검증도 못하기 때문에 러닝 개런티를 인정하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가장 힘이 들었던 것은 그 작품이 결국 저희의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그냥 10원을 벌더라도 절대로 남의 손에 맡기지 말자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제작 후 마케팅 과정도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해서 내부 인력을 다져 둔 상태입니다.

 

그 외에 다른 어려움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캐릭터 비즈니스의 위험 요소는 무엇인가요?
그렇죠. 조심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우선 캐릭터 비즈니스는 호흡이 굉장히 긴 구조의 비즈니스 입니다. 개발 과정에서부터 개발 후 방영 및 상품화의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조급증 없이 긴 호흡을 할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그 기간을 견뎌 낼 자금과 함께 인내심이 필요하죠. 두 번째로는 메이저급 위주의 사업구조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4,000여 개의 크고 작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들이 있는데, 사실상 선진 5개국(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거의 다 생산된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그 4,000여 개의 제작사 중에서 30~40곳에서 모두 생산된 것이고요.

 

얼마나 메이저 위주의 시장인지 느낌이 오시나요?
한 번은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영국 BBC 방송국에 편성 요청 공문을 보냈었죠. 그랬더니 BBC의 회신 내용이, 뽀로로도 디보도 현재 80~90개국에 방영 중이니 다른 중소 프로덕션들을 위해서 조금 양보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씁쓸한 상황이었습니다. 저희 작품이 너무 인기가 좋다는 이유로 편성 거부 편지를 받았으니 웃어야 할지, 아니면 이번에는 우리가 운이 좋아서 흥행이 됐지만 다음 번에는 현재 저희 같은 메이저 제작사에 눌려 편성 받기 힘들지 모르니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애니메이션 선진 5개국이 아닌 한국에서 저희처럼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가 나와서 무시하는 건가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 가지로 씁쓸한 기억이었습니다.

 

힘든 시작을 열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역시 관건은 컨텐츠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죠. 그러한 메이저 제작사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컨텐츠가 아주 좋아야만 방영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디즈니 같은 경우는 컨텐츠가 좋지 않아도 알아서 틀어줍니다. 80점 짜리여도 되는 것이죠. 우선 틀고 디즈니랜드에서 계속 캐릭터 노출시키고, 상품 만들어서 비치시키면 되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80점 짜리 애니메이션으로도 그것이 가능할까요? 억울하면 100점짜리 컨텐츠 퀄리티로 승부해야 합니다. 무조건 계속 A+를 받아야 하는 것이죠. 컨텐츠도 A+, 비쥬얼도 A+, 머천다이징 소스도 A+여야 합니다. 반짝 상품은 진출해도 금방 죽습니다. 모든 국가가 자국용 애니메이션을 1번으로 틉니다. 이것의 흐름을 이겨내는 것이 어려운 것이죠.

 

마지막으로 세계적으로 범용 가능한 스토리 소재의 개발입니다. 이것은 프리스쿨러를 대상으로하는 애니메이션의 기본적인 특징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바로 상품 사용자와 구매자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실 사용자인 아이들만 만족하게 하려면 칼 싸움하고 뛰어 노는 스토리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구매는 부모가 합니다. 교훈적인 측면도 가미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그 교훈적인 면모는 각국의 문화에 따라서 상이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부모들은 교훈이 직설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선호합니다. 직접적인 사회교육이나 숫자 교육 같은 형식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프랑스 부모들은 다양한 사고의 접근법과 경험을 보여주기를 원하죠. 이 세상의 모든 부모를 만족시키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세계화를 위한 어려움도 있겠지만, 캐릭터 사업 자체의 특징이나 어려움도 있지 않을까요?
우선 수익구조부터 말씀 드리자면, 솔직히 미디어를 통한 방영권은 큰 수익성이 없습니다. 머천다이징 영역에서 제대로 된 히트상품이 나와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상품군에 우리 캐릭터를 얹혀야 할지를 굉장히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하는데, 이것은 곧 캐릭터 관리의 어려움과 맞물려 있는 것이죠. 아무 영역에나 라이선스를 주게 되면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상품화 고려 대상 영역이 너무도 넓은 것이죠. 설사 적합한 상품 영역을 찾아서 실물로 구현하게 되더라도 처음 접하는 비즈니스 영역이기 때문에 그 제품만의 시장특성을 연구해야만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파생상품 영역을 고려한 기획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브랜드 같은 경우에는 런칭 이후에 그 성격에 맞춰 점차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보편적인 반면, 캐릭터 사업은 정확히 그 반대의 프로세스를 따라야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위험 요소를 줄여가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애니메이션은 등장 캐릭터마다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없으면 추후 파생상품 전개 시에 자기잠식의 위험이 있습니다. 독특성이 겹치면 우수한 상품 영역 한 개가 고스란히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캐릭터 비즈니스 사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나, 그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을 개발하시는 분들은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까?
점차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라이선시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아직은 많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라이선시들은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는 그 시점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얼른 만들어서 판매하고 철수해야 수익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격에 맞지 않은 상품에도 캐릭터를 얹히고 싶어 하죠. 아직 캐릭터를 브랜드의 관점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토마스와 친구들>처럼 명실상부한 성공사례가 국내에는 아직 없기 때문에 딱히 벤치마킹할 사례를 보지 못한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사례들을 이제부터라도 점차 만들어 나가야 하겠죠.

 

 

 

 

그렇다면 향후 디보를 어떻게 상품으로 풀어내실 계획이십니까?
브랜드 원천 전략으로써, 현재는 크게 4가지 영역에서의 파생상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교육 사업 영역입니다. 다행히도 저희의 의도대로 디보는 뽀로로보다 훨씬 교육과 연관성이 높은 캐릭터로 포지셔닝 되어있습니다. 이를 이용하여, 아직은 사업 초기 단계이지만 워릭(WORWICK)이라는 영어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보와는 직접적 개연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그곳에서 사용되는 영어 교재에 디보가 등장하고 있고, 나아가 영어로 녹음된 디보 애니메이션 자체가 교육교재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 미취학아동들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이안서가’라는 독서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계 명작과 함께 디보의 스토리도 학습되고 있죠. 그리고 오콘 내부적으로는 예능 교육을 위한 애니메이션과 수학 교육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기획 중에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교육이 기존의 캐릭터처럼 직접적인 교육을 한다기 보다는 스토리로 풀어낼 계획입니다. 이 준비 중인 애니메이션에 디보가 적합할 지를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

 

둘째로는 출판 라이선스 사업영역입니다. 이미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출판사와 함께 진행 중이며 해외에서도 유명한 출판사들과 함께 세계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보의 이미지 메이킹은 추후 또 다른 영역에서의 출판 및 교육 사업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패션 사업영역입니다. 기존의 캐릭터 의류 사업처럼 티셔츠나 바지 위에 캐릭터를 얹힘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닌, 최대한 디보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뿐만 아니라 홈 라이프 스타일의 토털 상품영역으로 전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각 캐릭터마다 고유한 색상의 의류와 소품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로는 전시, 공연 및 테마파크를 메인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영역입니다. 이미 2001아울렛에 디보 놀이방이 있습니다. 기존의 놀이방과는 차별화 될 수 있도록 공간 자체가 디보와 함께하는 코지랜드의 이미지로 연출되어 있으며, 커리큘럼형 놀이방으로 그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습니다. 그 외에, 아직 기획 단계라 말씀 드리기 힘들지만 ‘4D 극장’과 ‘캐릭터 오케스트라’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논의 중에 있습니다.

 

탄탄하지만 어찌 보면 광범위한 사업 영역을 준비하시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주변에서도 가끔 문어발식 경영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저만의 높은 기준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조금은 병적으로 최고점을 지향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가끔은 그것 때문에 너무 많은 손해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안서가’ 같은 경우에도 남들은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추어졌으니 일단은 시작하자고 했었는데, 그 말을 따랐으면 아마 2년 전에 오픈했겠죠. 그런데 저는 무엇 하나라도 찜찜하면 시작을 못합니다. 그래서 오픈 당시 시장이 좋고,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 나머지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모두들 저를 설득했지만 모든 도서에 사용 라이선스를 받고 교재 전 권이 다 만들 때까지 오픈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지 아닐지는 몰라도 저의 원칙에는 맞는 것이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한계선상에서 맥시멈이란 걸 경험 해봐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철저한 고민 하에 진출 영역을 결정해서 캐릭터 산업의 OSMU 방식을 이용한 최고의 브랜딩 과정에 도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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