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에 대한 욕망의 심리기제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우석봉  고유주소 시즌1 / Vol.6 브랜드 런칭 (2008년 08월 발행)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제품, 새로운 브랜드가 쏟아져 나온다. 브랜드를 중심으로 보자면 1990년대 이후, 브랜드 확장의 성행으로 새로운 브랜드 네임을 가진 신제품이 출시되는 경향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그러나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선이나 혁신 측면에서는 새로운 자극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시장은 ‘욕구’와 ‘충족’ 간의 역학으로 성장, 진화한다. 욕구가 있는 곳에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신제품의 등장이 필연적이다. 이것은 기업 활동의 본질이기도 하다. 아니, 현대에서는 욕구의 충족에서 나아가 욕구의 창출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그러기에 마케팅이나 브랜드 전략가들은 새로운 제품 또는 브랜드에 대한 시장 수용과 확산을 마케팅적 논리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새로움 추구에 대한 소비자 욕망의 근원과 기제를 심도 있게 들여다 볼 기회를 가져야 한다. 왜 그럴까? 엇비슷한 제품과 수많은 경쟁자로 넘쳐나는 시장에서 승리자가 되려면 소비자를 움직이는 동인(driver)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새로운 것에 끌리는가?

일찍이 심리학자들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를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로 보았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인간은 익숙한 자극보다는 새로운 자극에 더 민감하게 그리고 더 강력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자극의 새로움과 각성수준은 통상 비례하기 마련이다. 자극이 새로울수록, 인지·정서적인 각성 수준은 높아지는 것이다. 생후 몇 주밖에 되지 않은 유아에게도 이런 현상이 예외 없이 나타난다. 이렇듯 새로운 자극에 대한 반응 패턴은 진화론자가 언급한 것처럼 유기체가 생존 확률을 높이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매우 가치 있는 행동 양상임을 알 수 있다. 유기체가 주위의 새로운 자극에 적시에 반응하지 못한다면, 특히 그것이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 생존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설명이 그림의 전체는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왜 우리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것일까? 왜 소비자의 새로움에 대한 욕망은 그칠 줄 모르고 지속되는 것일까? 이는 인간이 자신의 존재확인을 위한 수단으로써 물질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심리학자들은 물질을 통한 새로움에 대한 추구가 인간 존재를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강조한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현대 사회에서 물질(곧, 제품이나 브랜드)은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되었다. 물론, 생활의 편리함 향상이나 기능의 충족 측면에서 필수요소인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이상향을 추구한다. 손을 뻗치면 곧 닿을 것 같은 이상향이 바로 눈앞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만 소유하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상태에 도달하리라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질을 소유하는 순간 현재의 이상향은 저 만큼 멀어지고 또 다른 이상향이 저기서 우리에게 손짓한다. 현대 소비에서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전개된다. 새로운 매력적인 승용차가 나왔을 때, 또는 매혹적인 패션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저것만 내 손에 넣으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소유하는 순간, 소비자의 욕망은 또 다른 새로운 승용차, 패션 브랜드로 이전한다. 광고는 이상향을 제공하여 새로움에 대한 욕망을 생산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새로운 제품의 브랜드는 어김없이 광고를 통해 이상향과 브랜드를 반복적으로 결합시킨다. 허구적인 이상향의 추구와 도달은 일생을 통해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문화심리학자들은 물질을 통한 새로움에 대한 추구가
인간 존재를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미술품 수집이 붐이다. 주로 상류층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 물론 이 중에는 투자나 투기목적의 수집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상향 이전 현상의 한 예인 것이다. 백화점에 진열되어 상품화 된 물질은 이들에게 더 이상이상향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미 소유할 대로 소유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기서 끝내야만 할까? 아니다. 어딘가에서는 이상향을 찾고 추구해야만 한다. 그 이상향이 바로 고가의 미술품인 것이다.

 

그러면 잠깐 시각을 돌려보자. 마케팅에서는 소비자의 새로움 추구를 어떻게 바라볼까? 우리는 혁신 채택(adoption of innovtion) 분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약 2%로 구성되는 혁신층, 13%로 구성되는 초기 수용층, 그리고 34%인 초기 다수층 등을 한번쯤은 들어보았고 각 계층에 속하는 소비자의 특성에 대해서도 안다. 혁신층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며, 다양성을 추구하고, 교육이나 소득 등 사회 경제적으로는 상위에 속하며 다소 개인주의적 성향을 지닌다. 최근 《트렌드를 읽는 기술(Anatomy of a Trend)》라는 책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헨릭 베일가드(Henrik Vajlgaard)도 새로운 패션 트렌드의 파급과 수용 과정을 트렌드 창조자, 트렌드 파급자 등으로 구분하고 이들의 분포와 특성을 마케팅의 주요 기준으로 제시한다. 지금도 많은 전략가들은 신제품 런칭 전략 수립 시에 이 같은 분포와 계층 특성 프로필을 중요한 잣대로 적용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소비 사회에서, 특히 브랜드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마케팅 환경에서는 이러한 접근은 전체 그림의 극히 일부분 밖에 설명하지 못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 접근은 다분히 마케팅 효율과 재무적 성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신제품이 얼마나 빨리 확산 될 것인가? 누가 시장침투의 핵심 촉매제일까? 얼마나 빨리 목표한 수익곡선에 도달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관심과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급격한 발달과 브랜드라는 패러다임의 도래는 상황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인터넷은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정보 접근을 거의 무한대로 넓혔다. 정보적 측면에서는 이제 누구나 혁신층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다만 재정적 구매능력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편, 브랜드 패러다임은 더이상 차별화를 기하기 어려운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보다는 심리 상징체계를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신제품 또는 신규 브랜드를 성공시키려면 새로움 추구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새로움 추구의 심리학적 매커니즘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일찍이 인간의 자아(self)는 단일 차원이 아니라고 하면서 우리의 자아를 구성하는 것 중에서 물적 자아(material self)의 중요성을 설파하였다. 물적 자아란 한 개인이 소유하는 물질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정의하는 기능을 한다. 집, 토지, 나아가 학위나 가족 등도 물적 자아를 구성하는 요소이다. 이미 감을 잡았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제품이나 브랜드가 바로 물적 자아를 구성하는 핵심 기능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과 자아는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여기서 자아의 특성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자아는 마치 인간이 외부에 있는 사물을 지각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다 본 결과이다. 제임스도 주장하였듯이 우리의 자아는 다차원으로 ‘실제 자아’, ‘사회적 자아’ 그리고 ‘이상적 자아’로 구성된다. 실제 자아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것이며, 사회적 자아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기를 바라는가?’ 그리고 이상적 자아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자 원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 세 가지 자아 중의 어느 것이 부각되느냐에따라 ‘자아 일관성’과 ‘자아 향상’의 동기가 작동한다. 실제 자아를 충족하고자 할 때는 자아 일관성 동기가, 그리고 사회적 자아나 이상적 자아를 충족하고자 할 때는 자아 향상 동기가 기능을 하게 된다.

 

그런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우리의 자아는 우리가 태어나 살아가는 사회 문화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생성, 발달한다는 점이다. 결국 자아란 절대적 구성개념이 아니라 타인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적 구성개념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점에서 새로움 추구에 대한 심리학적 기제를 충분히 이해하려면 브랜드의 역할과 기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자아는 브랜드라는 매우 훌륭한 수단을 통해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해 ‘나’를 표현하고 확인하며 이상적 상태로 나아가려 한다.

 

 

브랜드는 의미의 네트워크이자 의미의 덩어리이다. 제품 기능이나 특성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 현대에서 브랜드의 의미는 곧 심리적, 상징적인 부가가치인 것이다.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의미는 문화에 내재된 가치 전이를 통해 브랜드에 이식된다. 그런데 문화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변화하는 문화의 의미를 흡수, 변형, 통합하면서 발전하거나 강화된다.

 

브랜드 진화라는 것도 결국은 브랜드를 둘러싸고 있는 문화 의미의 변천에서 비롯된다. 브랜드의 기능이 이러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자아를 구현하거나 강화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 중의 하나가 브랜드인 것이다. 그것이 자아 일관성이든 또는 자아 향상이든지 간에 말이다. 브랜드가 문화와 역동적으로 관계 맺음을 하면서 진화하듯자아 동기 역시 사회, 문화적 맥락에 따라 유동적일 뿐만 아니라 완전히 충족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제 더 이상 실현할 것이 없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면 성인의 경지에 도달한 게 아닐까? 그러니 우리의 자아는 브랜드라는 매우 훌륭한 수단을 통해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해 ‘나’를 표현하고 확인하며 이상적 상태로 나아가려 한다.

 

어찌 보면 현대 소비자의 일생은 자아를 중심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끊임없이 생성, 구성해나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이를 brandscape 라고도 한다). 새로운 브랜드일수록 이러한 목적 달성에 더 잘 부합할 것이다. 결국 새로운 브랜드의 성패는 얼마나 소비자의 자아 욕구를 잘 반영하고 해소시키는가에 달려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새로움 추구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특징적 성향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새로움 추구에 대한 한국인의 심리 특성

우리나라의 경우 신제품이나 신규 브랜드의 파급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빠른 경향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새로움에 대한 추구 소비는 고급, 고가, 또는 명품 브랜드에 쏠리는 경향이 높다. 이것 역시 가처분소득의 증가나 경제현상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따른다.

 

우리나라는 흔히 집단문화가 강한 나라로 분류된다. 국가 간 비교문화 연구를 실시한 사회심리학의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서구의 개인문화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이한 패턴을 보인다. 하지만 소비, 특히 새로운 것에 대한 소비성향에 대해서는 집단이라는 용어 대신 ‘타인의식 문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심리 현상 중에는 동일시(identification)와 동조(conformity)라는 것이 있다. 간략히 말하자면, 동일시는 특정 부류의 사람처럼 보이려는, 그 부류의 구성원이 되려는 욕구다. 동일시와 동조는 비슷하게 들리지만 다르다. 동조는 특정 부류의 구성원처럼 행동하려는 것인데 그 이면에는 ‘배척’ 당하지 않으려는 욕구가 깔려있다.

 

하지만 동일시는 적극적으로 특정 부류에 소속되고자 하는 것이다. 동일시와 동조 모두 타인의 의식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상이다. 브랜드가 의미하는 것, 그 의미 중에서도 특정 부류를 상징하는 의미를 획득하게 되면 동일시 뿐만 아니라 동조의 좋은 수단이 된다. 동일시와 동조는 자아를 구현하고 강화하는 하나의 매커니즘으로 작용한다. 나의 이상향을 특정 개인이나 부류에 두게 되면 그 개인이나 부류가 사용하는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 역시 이상을 실현하는 좋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구분을 하자면, 상류층에서는 동조욕구가 그리고 그 아래층에서는 동일시 욕구가 새로움 추구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소비, 특히 새로운 것에 대한 소비성향에 대해서는
집단이라는 용어 대신 ‘타인의식 문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동일시나 동조가 집단문화와 맞물리면 그 욕구의 강도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지리적으로 인구가 밀집된 곳이면 동일시나 동조의 가시효과는 더욱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비교 대상이 지척에 널려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렇지 않겠는가!

 

외국의 마케터들이 ‘우리나라처럼 마케팅 하기 좋은 나라가 없다’고 하는 것도 그 이면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매우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 요소로는 소비 문화에 관한 것인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평등의식(?)’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는 적어도 나도 그 정도는 한다거나,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의식이 있다. 흔히 개인의 지불능력을 초과하는 소비를 두고 과시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라고 한다. 원래 과시소비는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이 유한계급 이론에서 사용한 용어인데 베블런에 의하면, 상층계급은 생활유지를 위한 노동에 연연하지 않으며, 정치·군사·종교·스포츠·학문 등의 활동을 하고 이러한 활동에서 금전이나 재물 또는 의식에 일종의 신성함이 주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부의 소유나 소비에 의해 사회적 명성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 있는데 하층계급도 그러한 활동을 모방하게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과시소비는 동일시 욕구와 맞물리면서 상징소비화 되고 있다. 그것이 의식적이든 아니면 무의식적이든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가 소비자의 자아 실현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권리는 누구나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제품 또는 브랜드에 대한 지속적 추구 성향을 보편적, 특징적 심리기제 측면에서 조망해 보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전략에 관한 한, 한 가지 시각이나 접근으로 충분한 답을 얻기란 불충분하다. 더욱 위험한 것은 특정 시각에 고착되는 것이다. 전략가는 언제나 다양한 시각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본고는 대안 시각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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