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바라보는 제3의 눈
과거를 바라보고, 현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눈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6 브랜드 런칭 (2008년 08월 발행)

마케터의 시장조사를 요리사의 작업과 비유한다면 좋은 재료를 찾는 것이고, 예술가와 비교하면 영감을 얻기 위해서 좋은 모델을 찾는 것이고, 군인으로 따진다면 자신이 이길 수밖에 없는 유리한 전쟁터를 고르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렇게 중요한 ‘시장조사’가 단순히 ‘내부 의견의 확신 작업’으로 전락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조사란 확인이 아니라 해석이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긴급하고 중요한 여러 일들에 치여서 마케터가 책상에 앉아서 시장조사 분석을 하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조사 비용도 만만치 않고, 절차도 복잡하고, 결과도 늦게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자신만의 직관력과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의지해서 수십 억 원의 마케팅 프로젝트를 결정하고 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장조사의 기술

과연 시장조사를 통해서 성공하는 브랜드를 만들어 런칭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시장조사를 통해서 런칭에 성공한다면 누가 실패할까? 시장조사를 통해서 기대하는 수준은 무엇일까? 과연 시장의 어디까지 조사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브랜드 런칭 직전까지 시장조사를 끌고 가는 ‘지식과 정보’는 어떠한 ‘근거’ 때문이다. 따라서 실패한 런칭은 실패 자체를 런칭한 것으로, 이러한 런칭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장조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조사 만큼 가볍게 다루는 프로젝트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시장조사는 ‘정말 알고 싶어서’ 물어 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막연히 알고 있는 것을 점검하기 위한 ‘확인’의 장치로 많이 사용된다. 시장조사를 설계함에 있어서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서 조사를 해야되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도 조사를 해야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장조사의 질문지들은 소비자가 답변하기 쉬운것, 정량적으로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가 듣고 싶은 것 위주로 만들어 진다. 여기서부터 런칭의 첫 번째 치명적 오류가 시작되는 것이다.

 

마케터에게 시장조사는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보는 일종에 ‘초능력(?)’을 부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만화 영화에 나오는 우주 영웅들이 초능력을 잘못 쓰면 지구의 재앙이 오는 것처럼, 마케터들의 잘못된 조사를 통한 의사결정은 실패를 결정하거나 성공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런칭의 과정에서 실패가 되는 변수들은 1)디지털 속도로 변하는 소비자 2)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기는 타협과 문제의 왜곡 3)경쟁자에 대한 안일한 생각 4)성공할 것 같다는 막연한 환상 5)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만 하는 조직의 생리 등, 그리고 시장조사와 런칭 과정에 수많은 실패의 변수들이 튀어나오게 된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마케터들은 미래의 시장을 알아 맞추어야 하는 초능력인 ‘직감, 예감, 예측, 추측’ 같은 것을 시간에 쫓기어 마구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장은 ‘그럴 것 같아’ 혹은 ‘아닌 것 같아’ 등 지극히 개인적 주관에 의한 판단이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치명적 오류이다.

 

 

시장조사는 회사가 당면한 특정 마케팅 상황에 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기획, 수집, 분석, 보고 하는 것’ - 필립 코틀러

 

 

이런 식의 결과들이 실제로 마케팅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조사의 기술을 모르기 때문이다. 현실을 본다면, 시장조사가 이처럼 중요하지만 시장조사라는 이름을 걸고 출판된 단행본은 10종이 안 되고, 일반 마케팅 책에서도 겨우 5페이지 혹은 1단락 정도만 가볍게 다룬다. 대부분 시장조사의 과정을 소비자를 알아가면서 깨닫게 되는 체험의 에피소드 정도로만 인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시장조사에 대해서 마케터들은 관심이 없을까? 혹시 무지한 것은 아닐까?

 

이상하게도 시장조사, 설문조사 그리고 표본조사 등, 조사에 관한 행위를 시쳇말로 마케팅 분야에서는 ‘노가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영리한 마케터들은 이 일을 전문 외주 업체로 돌리거나, 심한 경우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설문조사 정도에서 마치거나, 최악의 경우는 웹에서 지식 검색으로 끝내는 경우가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서 소비자 조사를 긁어 모아서 보고서를 만드는 기획자도 보았다. 돈이 없어서일까? 시간 절약? 그들은 시장조사의 방법, 시장조사를 통해서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과정, 시장조사를 통해서 전략을 세우는 과정을 배우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단순 수집’ 정도로만 생각을 하고 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경영자나 브랜드 매니저들이 브랜드의 조사 담당의 1차 책임을 누가 지고 있는지를 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턴사원? 수습사원? 신입사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어떻게 조사를 하는지 그리고 조사를 통해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를 설명해 보았는가? 아니면 최근에 자신이 직접 자료를 조사해서 전략서까지 만들어 본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이 나는가?

 

지금까지는 외부 조사 기관에서 5천만 원(산업군 별로 다소 편차가 있지만) 정도만 주면 어느 정도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조사 보고서를 만들어 온다. 편리해졌고, 정확해졌고 그리고 전문가들의 손길에 의해서 보고서는 세련되어졌다. 그러나 이런 조사 보고서를 가지고 유추, 해석하는 내부적인 역량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대부분 조사 보고서를 보면 그것으로 끝이다. ‘거봐 내 말이 맞지!’ 경영자나 브랜드 책임자가 이 말을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런칭 프로젝트팀은 안심을 하고, 확신을 가지고 그리고 총력전 모드로 들어선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왜 수많은 신규 브랜드의 성공율 5%에도 머물지 못할까? 시장조사가 잘 못 된 것일까? 아니면 보고서가 왜곡된 것일까?

 

두 가지를 놓쳤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시장조사의 대부분은 과거의 경험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놓치는 미래의 변수다. 그래서 시장조사의 본질은 미래에 대해서는 막연한 예측일 뿐이지 실제로 이뤄질 모습은 아니다. 시장조사와 런칭 기간 중에는 평균 1년에서 6개월의 시간이 걸리지만 그안에 수많은 변수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막상 런칭 두 달 전에는 시장이 변했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간다. 두 번째 놓친 것은 조사과정 가운데서 나오는 런칭의 성공 단서들이다. 소수의 의견과 제안들, 묻지 않았는데 적어낸 의견들, 객관식으로 물었는데 주관적으로 답변한 의견들은 그대로 삭제 된다. 또한 소수 소비자의 입에서 나온 불평, 불만 혹은 황당한 이야기는 ‘기타’로 처리된다. 실제로 그런 의견들에 대해서 조사하고, 가설을 세워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 이런 것들은 기타 항목에 밀어 넣는다. 미래의 변수에 관한 ‘무지’ 그리고 묻지 않은 대답에 관한 ‘무시’로 인해서 조사는 런칭의 지뢰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에 시장을 찾기 위해서 정성 조사와 정량조사를 한다. 정성 조사는 목표 타깃군들에게 하는 일종의 소수 샘플 조사이고, 정량조사는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조사하거나 무작위 전화를 돌려서 표본의 숫자를 채우는 대량 조사이다. 대부분 이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하나의 조사방법으로는 나오는 결과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조사 방법에 의해서 서로 같은 잘못된 대답이 나왔을 때 그것을 진리라고 믿고 밀어 붙이는 경우는 오히려 잘못된 런칭으로 인해서 재앙이 된다. 하지만 노련한 마케터들은 정량과 정성 조사가 모두 같다고 믿지 않고, 다르다고 믿지 않고 그리고 모두 틀리다고 믿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소비자가 보지 못하는 것을 찾아서 본다. 마치 그들은 미국 드라마  의 길 그리섬 반장처럼 사람의 ‘증언’보다는 현장의 ‘증거’를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흘린 것들을 찾아서 미래를 상상한다.

 

조사가 이토록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조사를 하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있다. 바로 애플과 소니이다. 그들의 논리는 ‘어떻게 소비자가 기대하지 않은 시장을 우리에게 말할 수 있는가?’이다. 루이비통이나 마크 제이콥스 같은 브랜드도 정량적인 소비자 조사를 하지 않는다. 그들의 일은 창조적이며 최고이기 때문에 소비자 조사를 통해서 나올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소비자 조사는 필요 없는 것일까?

 

마케터들이 조사에 관심이 없거나 조사 자체를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무한 경쟁 시장의 현실 때문이다.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샴푸와 의류, 기능과 품질이 비슷비슷한 전기제품, ‘특정 단어 = 특정 브랜드’로 만들어 버리려고 천문학적 광고비를 지출하는 브랜드들. 소비자는 하루에도 수만 개의 브랜드와 수백 개의 신규 브랜드를 보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과연 최근의 시장조사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두 번째 이유는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최근에는 너무나 복잡해진 소비자의 욕구로 인해서 제대로 된 브랜드를 만들기가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해지고, 예민해지고 그리고 까칠해진 소비자들을 상대로 ‘심층분석’이라는 접근 자체가 무색하다. 이렇게 바뀌어진 시장에서 아직까지도 단답형 조사와 문항 조사에 치중하고 있는 변하지 않는 조사 방법도 조사의 퇴보현상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조사를 거의 완벽하게 활용하고 있는 단체도 있다. 정당이다. 여론과 인기도 확인을 위해서 대부분의 정당들은 시즌마다 소비자(?) 조사를 한다. 정당들이 조사를 애용하는 것은 정확도 때문일 것이다. 사실 거의 3개의 정당 중에 하나만 찍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국민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단순한 정치와 달리 시장은 그렇지 않다. 3개가 아니라 300개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가 마케팅 활동에 크게 작용하지 않은 이유는 조사의 품질에도 문제가 있지만 횟수에도 문제가 있다. 외국계 기업들은 자신의 브랜드 관리 보고서를 본사에 제출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조사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기업들은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조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이유는 복잡하고 또한 너무나 다양하게 얽혀 있다 1)바빠서 2)생존도 힘들어서 3)지금 하는 일도 제대로 못해서 4)잘 돼서 5)몇 번 해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똑같이 나와서 6)시장은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7)브랜드의 방향이 경영자의 직관의 의지해서 8)투자대비 효과를 얻지 못해서 9)그리고 잘 몰라서…. 대부분 여러 개의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어서 조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결국 조사의 ‘지식과 기술’은 쌓이지 않고 항상 그때마다 임기응변적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마케팅 현장의 현실이다.

 

 

‘시장조사는 과거와 현재의 시장 및 경쟁상황을 조사하고,
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함으로써 시장전략 수립의 지침을
제공하고자 하는 미래 지향적인 활동’ – 마케팅 사전

 

 

조사의 힘은 과거 조사 결과의 누적이다. 그 누적을 따라서 소비자들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고, 다음 구매 동선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누적이 될 만한 수치가 나오기까지 조사를 계속하지 않는다. ‘그럴줄 알았다니까’ 대부분의 보고서 발표장에는 이런 말이 들릴듯 말듯(들으라고) 여기저기서 나온다. 더 가관인 것은 결정권자 중에서 그 누군가가 ‘우리 와이프는 저런 말을 안했는데’라고 말하면서 조사를 전면 부정하면 그때부터는 혼란이 야기된다. 원하지 않은 결과, 특히 자신이 했던 업적에 대해서 소비자의 부정적 의견은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브랜드는 매출의 기록만 남고 소비자의 소리는 추억으로 사라지게 된다.

 

조사 발표자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귀에 거슬리게 ‘객관적’이라는 수사어구를 많이 쓰면 의심해야 하고, ‘과학적’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조사자들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려는 ‘주술적’ 의도가 다분히 담긴 조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어떻게 물어보느냐? 언제 하느냐?’에 따라서 신뢰수준 95%에 ±3.1%의 표본오차가 아니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조사reserch는 질문지의 조사postposition만 바꾸어도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조정 할 수 있고 의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없는 시장과 소비자가 기대하지 않은 시장, 곧 소비자가 상상하지 못한 시장을 소비자의 순간 판단력에만 의존해서 마케팅 기획서를 만드는 것은 자살 행위이다.

 

예전에 음식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해서 시장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아침을 먹지 않고 시작한 시장조사는 2시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식당 세 개를 돌면서부터는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8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저녁 9시 정도에 가벼운 식사를 했다. 시장조사를 위해서 찾아간 음식점에서 최고의 메뉴를 보기 위해서는 시켜야 하고, 맛 보아야 하고 그리고 삼킬 수밖에 없는 유혹 때문에 결국 배가 부르는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패션을 비롯한 다른 상품들은 사서 가져올 수 있지만 이것은 먹어보고 기억해 내어야만 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같이 간 세 명이 모두의 반응이 제작기 달랐다. 짠 것을 좋아하는 나는 멕시칸 요리는 최고였지만 조사원 두 명은 싫어했다.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일단 음식을 시켜 놓고 사람들이 무엇을 시키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음식을 잔뜩 시켜놓고 화장실을 들락 달락하면서 사람들이 시켜 놓은 음식과 그 사람들의 옷, 체형, 피부색, 연령, 성별을 검토하면서 그림을 그려본다. 그리고 비슷한 레스토랑에 가서 똑같은 방법으로 조사를 한다. 물론 이런 관찰조사로 다 끝난 것이 아니다. 레스토랑 근처에 서 있다가 음식을 먹고 나오는 사람에게 간단한 기념품을 주면서 궁금한 사항을 물어 보기도 한다.

 

가장 어려웠던 조사는 여성 속옷 브랜드를 런칭할 때였다. 전적으로 여성의 의견만을 따를 수밖에 없는 난감한 조사였다. 럭셔리 브랜드 조사 또한 쉽지 않았다. 일단 이런 사람들은 질문에 답하지도 않고,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 개인 승용차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거리에서 찾기도 어렵다. 또한 떼로 몰려다니지 않기 때문에 인내심과 치밀함으로 길목을 지키고 관찰을 해야 한다. 그들을 볼 수 있는 것은 백화점 명품 코너에서 볼 수 있는데 11시에서 2시 사이에 나타나는 소비자와 2시에서 4시 사이에 나타나는 소비자가 다르다. 여러 곳을 들리는 소비자와 한 곳에서 쇼핑을 모두 마치는 소비자가 다르다. 쇼핑백을 들고 나가는 소비자와 나중에 운전기사가 가져가는 소비자가 다르다. 서서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와 앉아서 보여주는 물건을 결정하는 소비자가 다르다. 같은 연령대끼리 온 소비자와 다른 연령대가 함께 온 소비자가 다르다. 소비의 패턴은 라이프스타일의 패턴을 의미한다. 그들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조사를 통해서 무엇을 사는 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는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들은 브랜드보다는 자신의 품격을 맞추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쉬운 조사방법도 있다. 신발 브랜드 런칭이었다. 그냥 2호선 지하철을 타고 발만 보면 되었다. 조사를 통해서 단순히 확인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 시장을 예측할 것인가에 따라서 질문지의 형태는 달라진다.

 

분명 조사가 브랜드 런칭의 전략에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추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소홀히 하는 것은, 조사를 통해서 성공을 하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정보는 모여서 ‘지식’이 되고, 그 지식이 사용되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된다.

 

 

우리가 모르는 시장조사의 기술

증권 투자 회사인 미래에셋의 예전 광고에서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라고 말하면서 자산관리의 객관적인 정보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그 광고를 보면서 우리는 많은 경쟁 증권사, 혹은 투자자들이 소문에 의해서, 그리고 직관에 의해서 고객들의 돈을 예치 하는구나 하는 그 시장의 영업 흐름을 유추할 수 있다. (요즘 미래에셋의 투자손실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지만)돌연변이로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된 주인공이 나오는 <엑스맨>이라는 영화 중에 긴급한 위기상황에서 정면을 가로막은 거대한 강철 대문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어떤 초인이 “보이는 것은 믿지 마세요”라고 말하면서 순간 공간 이동력을 사용하여 그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사람은 보이는 세상에 살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 의존하며 살아간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과연 볼 수 있을까? 만약 그것을 볼 수 있다면, 그리고 측정할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예를 들어 빌 게이츠가 이런 프로그램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컴퓨터에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겠는가?

 

프로그램을 구입한 누군가가 애인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당신 애인의 사랑은 순도 38%에 밀도 89%, 그리고 최소 유효기간은 약 19년 정도입니다. 컬러는 다크 옐로우네요. 이 사람과 결혼생활을 하면 최소한 5년은 행복지수 80%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사랑의 변화가능성이 70% 이상이기 때문에 결혼 상대자로서 위험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그 사람을 사랑하는데요?”라고 입력하자, 프로그램에서는 잠시 후에 한 마리의 이모콘 강아지가 나와서 이런 말을 한다.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 왈왈”

 

사랑, 우정, 소망, 꿈, 좌절, 실망 등 인간의 삶을 이루어가는 이런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평생을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해서 투자하고 헌신한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가끔 계약서를 앞에 두고 이런 질문을 하는 클라이언트 사장들을 만나곤 한다. “마케팅이란…. 음... 소비자의 욕구를 발견하고 그 욕구에 맞는 상품과 브랜드를 개발해서 강력한 캠페인을 통해서 시장을 만들고…. 그리고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이라고 나는 말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곧 클라이언트에게 “우리는 마케팅을 잘 모르니 계약을 파기하셔도 괜찮습니다”라고 말을 하는 것과 같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철학적인 상대방의 질문은 철학적인 대답을 요구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마케팅은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종의 마술과 같은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만약 클라이언트가 고개를 꺄우뚱하면서 해설을 요구하는 얼굴을 하면 겸손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이렇게 다시 말한다. “보이지 않는 욕구를 보이는 상품으로 만들고, 보이는 상품을 보이지 않는 가치로 만듭니다.”라고 말한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것이 무슨 말이냐라는 질문은 받아보지 않았다.
  시장은 사람들의 마음에 있다. 명동 거리와 백화점을 보면서 시장이라고 말하면 대단히 위험한 판단이다. 명동에 있는 브랜드와 기업들은 과거의 욕구들이고 이미 소비자들은 그것들보다 더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짜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소비자의 마음에 있다. 문제는 그것이 보이지 않아서 소비자 스스로도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컨설팅을 하는 우리 회사는 마케팅을 공부하거나 경쟁 브랜드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미디어나 여타의 전략보고서에 절대 의존하지 말자는 내부 방침을 두고 있다. 시장환경 보고서나 노출된 기사, 혹은 IR 리포트의 내용을 절대로 인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보이는 것이지만 절대적으로 믿지 말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점에 있는 마케팅에 관한 책들도 제목은 재미있지만 내용은 대부분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또다시 되풀이하고 있고 별로 특이한 내용도 없다. 또 본질은 말하지 않고 항상 주변적인 것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변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성공 이유가 대부분 기업비밀로 취급되기에 오너 경영자의 결심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잘못 말하면 즉각 법적인 조치가 들어가서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그 성공의 이유가 너무나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정확히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서다. 예를 들어 매출의 급속성장에 대해 갑자기 경기가 좋아져서, 말단 사원의 단순 아이디어가 붐을 일으켜서, 매스컴에 갑자기 집중적으로 노출되어서, 혹은 판단할 수 없는 복합적인 성공변수로 인해서 등, 대부분의 성공원인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것을 하나하나 설명하거나 중요도에 따라서 순위를 매길 수 없다. 그리고 세 번째로 정확히 무엇 때문에 성공했는지도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케팅 책은 아주 간단한 사례를 제시하고 그 이유가 차별화에 의해서, 선점 포지셔닝에 의해서, 기발한 아이디어에 의해서, 소문 및 스타 마케팅을 잘 활용해서, 그리고 꾸준한 연구에 의해서 성공했다라고 항상 판에 박은 듯이 말한다. 실제로 성공한 회사에 가서 언론에 노출된 성공요인이 정확한지 확인해 보면 상당 부분이 ‘가공(편집과 희석)’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것을 믿고 그대로 실행하면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결국 ‘보이는 것은 믿지 말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성공은 계획 되지 않았거나, 우연히 이루어져서 비밀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의 노출되는 성공 정보는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해몽이라고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최근 경영자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은 ‘경기가 어떨 것 같습니까?’ 이다. ‘우리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나 ‘우리는 어떤 경쟁전략을 써야 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은 비교적 많지 않다. 그 이유는 같은 업종에 있는 다른 기업들도 똑같은 매출 하락을 비롯한, 불황 속에서 의한 여러 문제를 똑같이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환경이 좋아져서 더불어 매출이 좋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성장하는(아니 ‘폭발’하는) 브랜드가 항상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어떻게 될까? 경기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좀 무책임한 말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마케팅 환경에 대해서 만큼은 이처럼 무책임하지 않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앞으로의 시장은 최악의 경쟁상황이 될 것이다. 단순히 1, 2위를 다투는 경쟁이 아니라 연중 세일, 시즌 오프 세일, 이벤트 세일, 그리고 기획상품 세일이라는 이름으로 수익을 위해서 최소한의 마진 구조 조차 다 무너지는 상황이 가속화될 것이다.

 

영특한 소비자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가치를 추구하고 더 많은 정보로 브랜드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진짜 왕이 되어 버렸다. 패션 산업의 예를 보면, 패션 상품은 고관여 제품이기에 무엇보다도 ‘충성도’가 제품을 구매하는 결정적인 구매 요인이지만 묻지마 카피(복제 상품), 창조적 모방에 의해서 너무나 비슷해져 버렸다. 소비자는 구매의 혼란이 생기고 공급자는 아이디어의 한계를 맞게 되었다.

 

미디어의 다양화는 우리를 더욱 곤란스럽게 만든다. 10년 전에는 TV, 라디오, 신문과 잡지가 광고 믹스의 핵심이었지만 지금은 더욱 복잡하다. 일단 신규 브랜드를 런칭해서 성공시키려면 초기에 집중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되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정보의 양은 넘쳐나고 그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 그래서 광고 미디어 전략을 세우려면 가장 잘 나가는 포털 사이트에 홈페이지는 기본으로 만들어야 하고, 지식인들의 답변을 도울 좋은 컨텐츠도 만들어야 하고, 수십 개의 잡지를 위한 홍보전략과 기사도 만들어야 하고, 업계지 별로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 얼리어답터들에게 양질의 지적 호기심도 채워주어야 한다. TV 광고를 하지 않는 브랜드나 상품들은 더욱 정밀하게, 그리고 촘촘하게 브랜드 전파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1980년대에는 말다툼하다가 ‘신문에 써 있어’라고 하면 웬만큼 논쟁이 끝났다. 그러나 요즘은 기자들이 잘못된 기사를 쓰면 바로 댓글로 조목조목 토를 달거나, 아예 별개의 블로그를 만들어 실수를 온 천하에 밝히는 시대이다.

 

 

‘시장조사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 패턴을 잘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알아 내는 것’
- 리서치 회사 HPI 대표 데이비드 이디올스

 

 

정작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경쟁우위의 강화, 차별화 전략의 실패, 소비자 편익의 극대화 실패 등의 말들은 결론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할 수는 있지만 본질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런 변화에 대해서 마케팅 담당자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쉬운 말로 하라고 하면 지면에 쓰는 것이 유치할 정도이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중요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보이지 않기에 중요하다.”

 

우리 회사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 상품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 소비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우리 상품의 그 무엇을 사는가? 어제는 매출 상승의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상승되었을까? 성경에도 이런 말이 있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의 실상이다”

 

혹시 당신은 지금 상상하는 시장을 믿는가? 그러면 보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시장의 상품들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상상만의 시장이었다.

 

일찍이 필립 코틀러는 “모든 비즈니스 전략은 마케팅에서 출발하고, 또한 모든 마케팅은 시장조사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케팅의 바이블처럼 읽혀지고 있는 《미래형 마케팅》에서도 마케팅 경영관리 과정에서 가장 첫 번째 단계로 ‘조사research’를 꼽고 있다. 이렇듯 조사가 마케팅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에 대해 그 누구도 반론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브랜드들이 나름대로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마케팅 조사를 거쳐 브랜드를 만들어 내지만 모든 브랜드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 ‘발견’이란 남이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을 먼저 찾아내는 것을 의미하고 ‘발명’이란 그때까지 없던 기술이나 물건 따위를 새로 생각해 내거나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매일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런 경우 그 결과를 ‘발명’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발견’ 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인간은 인간의 능력으로 볼 수 없는 범위에 있는 물체를 보기 위해 현미경과 망원경 같은, 작은 것을 크게 볼 수 있는 장치와 멀리 있는 것을 가깝게 보기 위한 장치를 발명하였다. 분명한 것은 렌즈를 통해서 보이는 것은 그것이 아주 작거나 멀리 있어서 단지 인간의 능력으로 잘 보이지 않았던 것 뿐이지 사실은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 하지 않는 이상 세상의 모든 발명과 발견은 ‘발견’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발명자의 재능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발명’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렇듯 발명과 발견은 종이의 앞 뒷면과 같은 밀접한 사이이다. 마케팅 입장에서 보면 발견자는 ‘Researcher’이고 발명자는 ‘Marketer’라고 말할 수 있다. 훌륭한 탐색자가 되지 않고는 훌륭한 마케터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위의 이론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필자가 정의하는 시장조사의 정의는 바로 이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것’

 

‘시장조사’에 관한 시중에 나온 책이나 자료를 살펴보면 대부분 ‘조사를 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정성적, 정량적 조사의 방법론이 나오고 문항지를 작성하는 요령이 나온다. 하지만 조사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내용은 조사를 하는 방법이 아니라 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이다. ‘그 무엇’이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고, ‘그 무엇’을 통해 소비자와 시장의 욕구가 발견되어 진다.

 

마케팅 전문지의 특성상 1차적인 시장조사 (거리 조사, 매장 조사)를 자주 하는 편이다. 전문적인 시장조사 경험이 없는 두 신입 에디터에게 다음과 같은 모의 시험을 해보았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 명동, 이대 앞, 이렇게 세 군데의 주요 상권을 지정해 주고,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온 늦가을 어느 날 시장조사를 나가보라고 지시했다.

공통적으로는 위의 세 상권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대상으로 평일 하루, 주말 하루씩 해서 이틀 동안 두루 살펴보고 유행 경향을 찾아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에게만 몰래 반년 이전에 발표되었던 이번 겨울시즌의 유행 경향 자료(아이템, 컬러, 소재 등)를 숙지하게 하였다. 처음 이 신입 에디터가 가져온 결과는 단순히 나열에 불과했고, 유행 경향을 미리 알려준 연구원이 가져온 결과는 조사 대상자의 어느 정도 체계적인 분류와 올 시즌의 예측까지 언급이 된 자료였다.

두 신입 에디터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후자의 에디터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렌즈를 빌려준 것이었다.

 

 

‘시장조사는 제품과 서비스의 제공자가 그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 시장조사협회의 정의

 

 

 

 

망원경이나 현미경에는 여러 개의 렌즈가 들어가게 되는데 많게는 수십 개의 렌즈가 필요하다. 여기 세 개의 렌즈가 있다.

 

첫 번째 렌즈는 시야를 넓게 보여주는 렌즈이다. 흔히들 ‘오목 렌즈는 사물을 작게 보여준다’라고 착각을 한다. 오목렌즈는 사물을 작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넓게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정해진 시각 안에 사물을 넓게 보기 때문에 작게 보여질 뿐이다. 망원경으로 사물을 보면 멀리 있는 것을 가깝게 볼 수 있지만 꺼꾸로 보면 보다 넓은 범위를 볼 수 있다. 오목렌즈는 조사 대상을 넓게 보고 탐색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자료조사, 정량적 조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만일 정량적 조사 기법으로 의류브랜드를 예를 들어 조사를 한다면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브랜드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얼마나 많이 이 브랜드를 좋아 하는가.
-얼마나 많이 이 브랜드를 갖고 있는가.
-얼마나 자주 이 브랜드를 사용 하는가.

 

두 번째 렌즈는 보고자 하는 내용을 보다 자세하게 볼 수 있게 하는 렌즈이다. 볼록렌즈는 사물을 크고 자세하게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볼록렌즈를 사용하면 햇빛을 이용하여 종이를 태울 수도 있다. 볼록렌즈를 조사기법에 비유한다면 ‘정성적 조사 기법’을 들 수 가 있다. 정성적 조사란 ‘무엇을, 왜, 어떻게’에 답하는 조사이다. 의류브랜드를 예를 들어 조사를 한다면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브랜드를 왜 좋아하는가.
-이 브랜드를 어떻게 좋아하는가.
-어떻게 하면 이 브랜드가 좋아질 수 있겠는가.

 

세 번째 렌즈는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렌즈이다. 단순히 측정으로 얻을 수 없으며 오랜 경험을 통한 학습된 직관력에 의해 가능하다. 브랜드가 성공하느냐 성공하지 못하느냐의 차이는 바로 이 세 번째 렌즈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기인한다.

 

앨빈 토플러의 ‘제 3의 물결’을 보면 인류출현 이후 농업 혁명을 인류의 역사를 변모시키는 변화의 제 1물결이라 하고, 산업혁명을 제 2물결이라고 부르면서 1950년대 중반에 시작된 거대한 기술, 사회적 변화들을 인류 변화의 거대한 제 3의 물결 ‘새로운 공장 굴뚝 이후의 문명의 시작’이라고 규정하였다. 그 이후로 ‘제 3의 세계’, ‘제 3의 인물’, ‘제 3의 장소’ 등 ‘제 3’이란 접두어는 단순히 세 번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또 다른’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만일 사람에게 제 3의 눈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제 3의 눈’의 존재를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태아가 2개월 정도 되었을 때 형성되는데 그것은 형성되자마자 바로 퇴화하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두뇌 안의 완두콩 크기의 송과체로 되어 소위 ‘퇴화된 눈’이 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밖에 송과체의 전면에 눈의 구조가 있으며 빛의 명암과 색깔을 분별하는 단백질이 있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증명하였다.

 

제 3의 눈이 있다고 해도 이미 ‘보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또 하나가 더 있다고 해서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기존의 두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영역을 볼 수 있는 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과학자들은 파충류에도 ‘제3의 눈’이 있고 빛과 자기장에 모두 아주 민감하고 초음파와 저주파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태양빛은 신경 계통을 통하여 송과체로 전송되어 오고 초음파와 저음파도 감지하므로 파충류는 지진과 화산의 폭발 등 자연재해에 아주 민감하다.

 

이렇듯 제3의 눈은 단순히 보는 기능이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의 보는 능력을 말한다. 절의 벽화와 불상의 앞 이마에는 모두 ‘제3의 눈’ 나타내는 표시가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눈에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는 타심telepathy과 먼 곳을 보는 요시 clairvoyance 등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정신적 수련을 통하여 이러한 신기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마케터들에게 제3의 눈은 무엇일까. 바로 제3의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는 미래를 보는 능력이다. 그것이 바로 인사이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학습된 직관이다.

 

 

 

 

모든 조사는 짧고 굵게

손자는 그의 병법에서 ‘정찰에 투자한 시간은 거의 낭비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보았을 때 브랜드 런칭 성공에 있어서 시장조사와 설문조사는 90% 이상의 중요도를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10%는 무엇인가? (결론부분에 적어 두었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는 고전적인 방법인 설문조사와 F.G.I, 경쟁분석, 샘플분석, 일대일 면접 등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다. 보다 확실하고 입체적인 자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동시 다발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보조 인지율부터 시작해서 객단가 구매 선호도까지 무조건적으로 조사한다고 브랜드 런칭의 성공 요소가 드러난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개괄적인 정보들은 학습된 직관과 관찰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다양한 조사와 데이터는 ‘정답’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정답에 가까운 방향은 제시할 수 있다.

 

그 정답에 가까운 조사가 바로 경쟁 브랜드 조사이다. 대부분 자신이 런칭할 브랜드에 대해서 조사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같은 가격과 같은 시간이라면 경쟁 브랜드를 조사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 왜냐하면 시장의 흐름은 선두 브랜드와 경쟁 브랜드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신규 브랜드 런칭에 있어서 자신이 타깃으로 정한 소비자를 조사하는 것보다는 경쟁 브랜드의 약점과 소비자의 불만을 조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시장 성숙기에 있는 브랜드들은 자신의 고객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확인 조사를 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경쟁자들의 잦은 마케팅 공격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어떤 마케터는 조사를 통해서 브랜드의 상황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얻는 것에 그치지만 어떤 마케터는 조사를 통해서 시장 주도권을 얻는다. 왜냐하면 시장조사는 경쟁 브랜드의 약점을 계속 자극시키면서 경쟁 브랜드의 기존 방향을 흔들어 버릴 수 있는 마케팅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조사의 본질은 ‘조사’가 아니라 ‘주도권 쟁탈’이라고 할 수 있다.

 

300페이지가 넘는 시장조사를 했다는 이유로 브랜드 런칭을 허가 받은 것은 아니다. 마케터들은 수많은 채널을 통해서 얻게된 조사 자료를 상황에 맞게 재창조(마케팅) 해야 한다. 상황에 맞게,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마케팅의 지혜는 소비자 니즈의 해독과 적용에 있다. 소비자 보고서에서는 수많은 욕구들이 어지러운 숫자나 정렬된 순위로 나와 있다. 이것을 해석할 때 비로소 마케팅이 시작되는 것이다.

 

공상 영화같은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브랜드를 런칭하는 마케터들에게 필요한 10%의 능력은 바로 예지력(미래를 보는 예언의 능력)이다. 이 예지력을 높이기 위해서 마케터들은 조사를 통한 학습된 과거의 지식을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직관력으로 런칭 전략을 기획해야 한다. 학습된 직관력, 바로 조사의 누적에 의한 검증 그리고 훈련만으로 쌓을 수 있는 비즈니스 강자들의 성공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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