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1.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을 만들기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권민  고유주소 시즌2.5 / Vol.25 BRAND, B자 배우기 (2012년 06월 발행)

브랜딩은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컬러, 심벌, 서체, 디자인과 같은 것은 보이지만 세련됨, 우아함 그리고 혁신적인 느낌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브랜딩은 보이지 않는 상류 계급, 세련된 문화, 지적인 교양과 같은 것을 보이는 컬러, 심벌, 디자인, 서체로 보이게끔 만드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상품이라면 보이지 않는 것의 실체가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비드 오길비의 말에 빗대어 바보는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까?

광고계의 구루라고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는 수많은 브랜드들의 광고 기획을 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브랜드에 관한 얘기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바보도 거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재능과 신뢰, 인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지금으로부터 꼬박 10년 전인 2002년, 나는 한 주얼리 브랜드 런칭을 해준 적이 있다. 이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브랜드에 관한 나의 지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몇몇 책에서 이미 언급하긴 했지만, 브랜드에 관해 이만큼 좋은 사례가 없기에 다시 한 번 짧게 소개하겠다.

 

당시는 금 한 돈이 6만 원, 은 한 돈이 600원이던 시절이었다.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들렀다가 티파니 매장을 지나게 되었다. 마침 얼마 안 있으면 결혼 기념일이어서 아내에게 목걸이를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티파니가 비싸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티파니 제품 중에는 금보다 저렴한(?) 제품도 있다는 것도 알았기에 일단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마음에 쏙 드는 작고 귀여운 목걸이를 하나 발견했고, 점원에게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점원은 약 250만 원이라고 한 것 같다. 너무 놀라서 엉겁결에 나는 이렇게 질문했다.

“이거 은 아니에요?”
점원은 당황한 나의 표정을 보고는 당혹스러운 얼굴을 지으며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티파니입니다.”

 

탄소와 흑연으로 이루어진 다이아몬드는 원소기호 C, 원자 번호로는 6번인 탄소의 동소체로 산출된다. 이것의 구성 성분 중 하나인 탄소는 수소, 산소 혹은 질소 등과 공유결합 하여 생체분자의 기본 요소로 사용된다. 그러니까 석탄과 석유의 주성분과 같다. 천연 광물 중에 가장 강도가 우수하며 광채가 뛰어난 ‘돌’이기에, 다이아몬드의 또 다른 이름은 ‘금강석’이다. 이 탄소 덩어리는 원자번호 6번 탄소와는 색다른 ‘감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4월의 탄생석이라는 스토리가 있다. 이 스토리 때문에 그저 단단한 돌이 인간의 삶에 본격적으로 끼어들었다. 그러면서 인간 세계의 시장에서는 아주 독특한 다이아몬드 공식이 만들어졌다. 바로 ‘단단한 돌=비싼 돌’이다.

 

이 손톱보다 작은 돌로 집을 지을 수도 있으며, 검지와 중지에 이 돌을 달고 다니면서 스스로 부자라는 사실에 만족하고, 또 자랑스러워한다. 그렇다면 티파니는 무엇일까? 이제부터 복잡해진다. 사랑, 순수, 결혼, 화려한 청혼, 약속, 첫사랑의 첫 번째 선물 그리고 김중배 씨. ‘티파니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그 누구도 단단한 탄소 덩어리를 파는 브랜드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티파니는 ‘무엇을’ 파는 곳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곳이기 때문이다. 티파니에서 파는 다이아몬드는 탄소 결정체가 아니라 ‘가치의 결정체’로서 사람의 마음과 감정, 그리고 영혼을 표현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티파니에서 파는 다이아몬드는
탄소 결정체가 아니라 ‘가치의 결정체’로서 사람의 마음과 감정, 그리고
영혼을 표현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상품을 브랜드로 만들 때의 핵심 원천 기술은 ‘연상 이미지’와 ‘가치 생성’이다. 따라서 진정한 브랜드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고른 티파니는 은이 아니라 은 ‘이상의 것’이었다. 바로 ‘그 이상의 것’을 이해하며 기획한 브랜드가 제이에스티나다.

 

제이에스티나의 심벌 ‘티아라’는 여왕 혹은 공주가 쓰는 왕관이다. 제이에스티나라는 브랜드가 런칭되기 직전까지도 사실 왕관은 아주 흔한 심벌이었다. 빵집 심벌을 비롯해, 패션 브랜드의 심벌로도 왕관은 널리 사용되었다. 하지만 주얼리 쪽에서는 이 왕관을 심벌로 사용한 곳이 없었다. 은 귀고리가 14K 귀고리보다 비싸고 더 갖고 싶게 만들기 위해서는 은의 순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귀고리가 아니라 금 귀고리 이상의 것이 되어야만 했다.

 

여자들에게 이 같은 ‘그 이상’은 ‘사랑 받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남자들이 왕관 모양을 가진 귀고리를 선물했을 때 여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 귀고리를 받게 될까? 그 기쁨의 강도는 단순히 예쁘고 귀여운 액세서리를 받았을 때와는 다를 것이다. ‘티아라’라는 상징을 통해 남자친구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왕비 혹은 공주로 받들어 모시겠다는 왕자의 엄숙한 맹세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티아라라는 ‘상징’은 금과 은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가치인 ‘공주’를 브랜드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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