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무늬밤나방에게도 좋은 브랜드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5 / Vol.28 에코시스템 브랜드 (2012년 12월 발행)

나는 이번 특집을 기획하고 출판하면서 단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했다. ‘과연 《유니타스브랜드》는 20년 된 나무 100개를 베어버릴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번 Vol.28을 만들기 위해 베어버린 나무는 분명 수백 종의 벌레와 수십 종의 새의 안식처였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집을 파괴한 내가 길을 잃고 형광등 주변을 돌고 있는 나방을 죽여야 할 합당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엄지 손가락만 한 대형 나방이 거실로 날아들어 왔다. 나방은 큰 날개를 팔락이면서 형광등 주변을 부딪치며 날아다녔다. 10살 된 딸은 비명을 지르면서 피해 다녔고, 8살 아들은 자기 방에 들어가 장난감 칼을 들고 나와 휘둘렀다. 아내는 딸과 아들에게 소리 지르지 말라고 소리쳤다. 나는 본능에 의해서 불빛을 따라 들어온 나방을 그저 잠잠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본능 때문에 위험에 처한 나방을 죽이지 않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보낼 것인가였다.

 

3개월 전만 해도 나는 무단 침입한 나방이 보이는 그 즉시 주변에 있는 신문지와 책으로 한 번 내지는 두 번의 결정타로 끝내버렸다. 나방은 모기와 달리 본능적으로 형광등 주변을 날아다니는 규칙적인 동선 때문에 쉽게 죽일 수 있는 곤충이다. 아내는 이렇게 쉽게 죽일 수 있는 나방을 그저 쳐다만 보는 나에게 지금 뭐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불빛 때문에 집안으로 들어온 나방을 무사히 밖으로 돌려보내려고 한 이유는 이번 특집인 ‘에코시스템 브랜드’를 연구하면서 깨달은 바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나는 수십 권의 환경 관련 책을 읽으면서 커다란 각성과 반성을 했다. 이제 나는 곤충을 익충(益蟲)과 해충(害蟲)으로 분리하지 않고, ‘나처럼’ 자연의 생태계를 이루는 생명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집에 들어온 나방은 죽여야만 하는 곤충이 아니라 자연의 생태계에 존재해야 하는 나방인 것이다. 나에게는 나에게 나방을 죽여야 할 이유와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방을 죽이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나는 이번 특집을 기획하고 출판하면서 단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했다. ‘과연 《유니타스브랜드》는 20년 된 나무 100개를 베어버릴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번 Vol.28을 만들기 위해 베어버린 나무는 분명 수백 종의 벌레와 수십 종의 새의 안식처였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집을 파괴한 내가 길을 잃고 형광등 주변을 돌고 있는 나방을 죽여야 할 합당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나방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 소리 지르는 아이와 아내를 방으로 들여 보냈다. 처음에는 비닐봉지에 나방을 담아보려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옷을 그물처럼 이용해서 포획한 후에 날려 보내려고 했다. 예상대로 겉옷은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그렇게 포획한 나방을 창문 가로 가져가서 날려보내려 했지만, 나방은 다시 거실로 날아들어 왔다. 이런 포획작업을 두서너 번 더 했고 결국 나방은 날개가 뒤로 틀어진 채로 베란다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 나방의 이름은 막대무늬밤나방이다. 학명은 Orthosia gothica askoldensis Staudinge로서 귀족의 이름처럼 길고 근사하다. 막대무늬밤나방은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3천 종의 나방 중에 사과나무, 벚나무, 배나무, 참나무 등에 가해를 입히는 해충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과연 이 나방은 지구에 원래부터 존재했던 해충이었을까? 인간이 먹는 과실을 함께 먹는 곤충이라고 해서 해충이라고 분류해도 될까?

 

인간은 옷을 만들기 위해서 면화를 재배한다. 지구 재배 면적 2%에 해당하는 면화 밭에 지구 전체 농약의 25%를 투입한다. 이렇게 농약 중독으로 죽는 사람은 해마다 1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면화 재배지 근처에 있는 생태계는 대량살상으로 완전히 파괴된다. 그렇다면 지구 생태계 관점에서 인간은 과연 익종(益種)인가 해종(害種)인가? 브랜드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촉진제 역할을 하고 지구 쓰레기를 만드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브랜드를 시장에서 몰아내자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진정한 브랜드가 되어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수집되면 끊임없이 재생된다. 문제는 자칭 브랜드라고 하는 상표를 가진 상품이다. 우리는 이것을 쓰레기의 이전 단계인 소비재라고 부른다.

 

 

지금 시장에서 미약한 존재로 나타난 에코브랜드는
갑자기 인간의 공간으로 들어온 나방처럼 미약한 존재로 보이겠지만,
그것은 분명 지구가 자연과 경제를 자정하기 위해서
지구 스스로 만든 브랜드다.

 

 

《유니타스브랜드》는 수많은 브랜더와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말하는 브랜드에 관한 정의를 소개했다. 그러나 이번 특집은지금까지 들었던 브랜드 정의 중에서도 가장 수준이 높다. ‘브랜드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브랜드의 최종 모습이 쓰레기면 결국 쓰레기다.’ 이 브랜드 정의는 ‘자연’이라고 불리는 생태계 관점이다. 자연에는 쓰레기가 없다. 자연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생태계 일부다. 지구에서 유일하게 자연의 생태계를 거스르면서 파괴하는 것은 인간이 만든 물건이다.

 

이번 특집에서는 명동 거리와 백화점에서 볼 수 없는 에코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마치 깊은 아마존에서나 볼 수 있는 황금 날개 나방처럼 보기 어려운 희귀한 브랜드다. 이런 브랜드를 만든 사람은 자연과 경제의 생태계라는 에코 스피릿(Eco Spirit)으로 에코브랜드(Eco Brand)를 만들고, 자연에서 받은 소명을 따라 갖게 된 직분인 에코 잡(Eco Job)으로 미치는 사람이다. 그들은 비즈니스와 자연과의 생태계(Ecosystem)를 브랜드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나는 에코시스템 브랜드를 연구하기 위해서 시장에 미약한 존재로 출현하는 에코브랜드를 유심히 관찰했다. 나는 어쩌면 에코브랜드가 자연이 인간의 시장을 정화하고자 마련한 마지막 자구책일지도 모른다는 나비족(판도라에서 사는 종족)이나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런 황당한 상상은 공상과학 영화의 이야깃거리로 취급받아야 할까? 

 

《유니타스브랜드》는 이런 나비족이나 하는 상상을 2013년부터 실천하고자 여러 단체와 연합하는 중이다. ‘에코시스템 브랜드’를 생산하려는 브랜더들과 연합해서 포럼과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며, 그들과 함께 사람들에게 브랜드 선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려고 한다. 처음의 움직임은 시장의 중심을 기웃거리는 미약한 나방의 날갯짓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태평양 건너편 미국의 플로리다주 근처에 태풍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내 발앞에서 죽어가는 나방의 날갯짓은 나의 마음에 또 다른 태풍을 만들었다. 그 태풍은 나의 옛 소비 형태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이제 무엇을 살까보다는 어떻게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분명 소비의 주체인 우리의 이웃들이 소비의 기준이 생태계 관점으로 변하게 되면 쓰레기를 만들었던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 브랜드 그리고 경영 지식은 순식간에 멸종될 것이다. 만약 몇 개의 에코브랜드가 성공하면 분명 시장을 장악하는 대기업들도 어쩔 수 없는 변화를 받아들여 진화할 수밖에 없다. 분명 우리가 이번 특집에서 소개하는 에코브랜드의 성공 날갯짓은 쓰레기를 생산하는 시장에 거대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 시장에서 미약한 존재로 나타난 에코브랜드는 갑자기 인간의 공간으로 들어온 나방처럼 미약한 존재로 보이겠지만, 그것은 분명 지구가 자연과 경제를 자정하기 위해서 지구 스스로 만든 브랜드다.

 

이번 에코시스템 브랜드 특집에는 사라져가는 지구 식구들의 그림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백과사전에서 볼 수 있는 생생한 사진이 아니다. 형태가 희미하고, 온전한 모습이 잘라졌고, 자연색이 아닌 모노톤이며 그리고 매우 비사실적이다. 그 모습은 마치 인간의 꿈에서 나오는 기억의 편린(片鱗)들과 같다. 인간의 몸이 50조의 세포로 이루어진 유기체인 것처럼, 지구도 수십조의 종으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유기체적 행성이다. 이런 지구가 예전에 존재했던 동식물들을 기억하려면, 아마도 이런 불완전한 모습의 형태일 것이다. 과연 이들과 공존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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