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사라지고 퇴색하는 생물을 위한 회복의 디자인
재생 혹은 재제, 재고의 메시지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5 / Vol.28 에코시스템 브랜드 (2012년 12월 발행)

현시대의 디자이너 역할은 무엇일까. 브랜드를 포함해 대개 중요한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비물질적이고 공평해서 가끔은 물질적인 힘에 의해 터부시 되거나 소외되는 경향이 짙다. 그런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해서 소통 가능한 가시적인 언어(페인팅, 조각, 제품, 메시지 등)로 표현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특히 ‘가치’의 시각화가 활발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디자이너의 윤리적 사고가 강조되고 있다. 디자인 그루 빅터 파파넥(Victor Papanek)은 “윤리적 관점으로 정당화될 때만 성공적인 디자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디자이너는 사회적, 도덕적 책임감을 의식해야 한다.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제품, 환경, 디자이너 자신을 형성하는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치 지향적인 디자인은 자연의 근본적인 습성을 표방한다. 자연은 넘치거나 부족함 없는 공평함을 추구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가치의 속성이기도 하다. 에너지의 형태가 바뀌어도 전체 에너지의 총량이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 것이 단적인 예다(에너지 보존법칙). 이 에너지는 물질과 함께 윤리적 판단의 근거로 활용된다. 《몰입의 즐거움》의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이와 관련해 “현대과학이 알아낸 물질과 에너지의 성격은 선과 악을 이해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인간사회의 불필요한 악은 물질계에서 나타나는 *엔트로피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사회악이 대체로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인간이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자연은 더 많은 대가를 치른다. 그렇다면, 에코브랜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에코브랜더는 어떤 가치를 전달해야 할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The Interview with 공장 대표 박현정

 

 

단순한 디자인의 역발상

사회 전반적으로 축소하고 단순화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디자인도 ‘빼고 비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린 디자이너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디자인 측면뿐 아니라 만드는 과정의 축소도 같은 범주로 인식한다. 에너지와 자원 절약이 디자인과 무관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에코 문구브랜드, 공장(gongjang)의 박현정 대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디자인은 불필요한 것을 빼는 것이다. 디자인할 때 잉크가 적게 먹도록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자이너가 점 하나만 줄여도 제품을 몇천 개씩 만들기 때문에 잉크 소비를 줄일 수 있다”면서 “단순히 북극곰을 그려 넣고 오가닉이라고 표시하는 것이 에코가 아니다. 진정한 에코 브랜드는 생산 과정의 윤리적, 환경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공장은 디자인에 메시지를 담는다. 이는 브랜드 메시지를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 공장이 제품에 담는 친환경 레서피는 이렇다. 비목재펄프와 재생지를 쓰고 풀제본과 박음질, 스티커와 코팅장식 대신 끈과 버튼을 단다. 생분해성 비닐을 덧입히고 콩기름 인쇄를 원칙으로 한다. 자체 ‘그린 라벨’을 만들어 제품의 환경성을 진단, 평가리스트 총점에 따라 1~3단계로 나누어 라벨을 붙인다. 이런 공장 제품을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해외 디자인 셀렙숍이었다. 공장은 지난해 MoMA에 이어 오스트리아 벨베델 미술관 컨템포러리 아트 뮤지엄숍에 입점했으며, 지속적으로 해외의 친환경 제품 셀렉숍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엔트로피(entropy)
자연현상은 언제나 물질계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나는데, 이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 한다. 우주의 전체 에너지양은 일정하고 전체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할수록 자연의 무질서 즉, 엔트로피는 더 증가함을 의미한다. 우주의 모든 현상은 기본적으로 더 무질서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를 브랜드에 적용해보면, 브랜드의 엔트로피는 가치를 지양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증가한다. 또한 소통의 단절, 무한 복제 시스템, 창의와 혁신의 부재 등 브랜드를 브랜드 되게 하지 못하는 요인이 더해진다.

 

“공장(GONGJANG)은
공방에서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工匠),
물건을 만드는 장소(工場)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군더더기 없는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제품생산의 전과정(디자인, 재료선택, 가공, 사용, 폐기 등)에서 환경을 먼저 생각한다.
자연을 닮은 질감과 색감, 동양적인 감성이 편안하고 따뜻한 풀(草) 같다.”

 

 

브랜드는 생명이 있는 생물 같아서 계속 변화하고 생장하며, 영혼을 투영한다. 대표가 생각하는 공장의 스피릿은 무엇인가.
가치관은 해를 거듭하면서 계속 바뀐다.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 기업의 가치관은 제품과 서비스로 표출된다. 요즘 생각하는 건 그린 스피릿이 스스로의 건강함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제품도 건강할 수 없다. 건강한 에너지를 전파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브랜더로서, 쓰는 사람의 건강도 무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건강함을 위해 운동도 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또 세제 절약, 생활 속에서 음식 남기지 않기 등 자연스러운 실천을 삶으로 이행하고 있다.

사실 얼마 전 뉴욕에 다녀왔다. 에코 선진국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럽다. 사람들은 일회용품을 물쓰듯 쓰고 있었다. 에코브랜드가 많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사람의 의식 속에 환경이나 에코의 중요성은 일상의 뒤편에 자리 잡은 듯했다. 사람들의 모습은 물건을 버림으로 인한 피해와 우려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많이 써야 많이 생산한다는 소비 만능주의에 젖어 있는 탓이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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