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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서지인  고유주소 시즌2.5 / Vol.29 컨셉 (2013년 02월 발행)

 

The Interview with 커티삭 대표 서지인

 

 

컨셉의 영혼

나는 컨셉(Concept)을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신뢰(Belief)’라고 생각한다. 차별화라는 컨셉을 가져야 할 브랜드는 반드시 ‘신뢰’를 기반으로 핵심을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브랜드의 컨셉은 ‘신뢰’를 근간으로 해야 한다.
뛰어난 컨셉을 단순히 차별화된 이미지와 메시지로 생각하는 것은 표면적인 정의일 뿐이다. 좋은 컨셉이라는 것은 브랜드가 줄 수 있는 ‘신뢰감’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디지털 친구로서 신뢰감을 준다. 그 신뢰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기능이 ‘친근감’ 있게 구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신뢰할 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매우 어려워졌다. 나는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상처받는 것에 너무 지쳤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이 나의 브랜드뿐만 아니라 시장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나에게 신뢰할 만한 컨셉의 영감을 주는 대상은 대부분 사람이다. 자신의 원칙에 따라 자신의 길을 걸어 가는 사람에게서 강한 컨셉이 뿜어져 나온다. 원칙과 신뢰를 목숨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걸어갈 때, 그들에게는 같은 길에 난 같은 발자국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의 궤적이라고 할 수 있는 책, 인터뷰 기사, 작품을 따라 가면서 살펴보고 신뢰라는 컨셉을 구현시킨다.

 

 

나를 움직이는 것들

나의 가치 키워드는 신뢰,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명확성이다. 이런 가치 기준으로 나는 내가 만드는 가방에게 질문한다. ‘지금 만드는 것이 내가 기꺼이 돈 주고 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가방인가?’ ‘나는 지금 최고의 정성으로 완성도 있게 만들고 있는가?’ ‘이 가방은 작품성 및 소장가치가 있을 만큼 아름다운가?’ ‘이 가방을 들고 다니는 한 존엄한 인간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가?’ 그리고 ‘가방의 디자인이 난해하지 않고 명확하게 다가오는가?’이다. 이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나와 내 가방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 중에 ‘이 가방은 인간의 품위를 지켜 줄 수 있는 가방인가?’가 있다. 이 질문은 프랑스에서 10년 정도 유학한 지인에게 들었던 이야기때문에 만들어졌다. 프랑스에서 세대를 거쳐 오랜 세월 부를 유지한 진짜 부자들은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고 알고 있는 브랜드를 명품이라 생각하고 구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이 진짜 명품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하는 브랜드들은 따로 있다.

 

그 브랜드는 일반인들이 전혀 모르는 브랜드다. 제작의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하며, 대를 이어서 한 집안이 만들어 온 제품들이라고 했다. 그런 브랜드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대를 이어서 계속 그 제품을 산다고 했다. 프랑스 부자들은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바로 자신을 위해서, 장인이 자신의 손으로 제품을 작품처럼 만드는 것을 진정한 명품이라 말한다. 이 이야기로 말미암아 내가 알고 있었던 기존의 ‘명품의 기준’을 바꾸게 되었다.

 

부자 이야기는 아니지만 스웨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또 다른 지인의 이야기도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는 직원 중 한 명이 들고 있는 가방과 지갑이 독특해서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았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구매처를 말하는 것도 잊은 채, 물어 보지 않은 지갑까지 꺼내 놓고 자랑을 했다. 몇 개의 상품을 가방에서 더 꺼내 자신의 손 크기에 맞추어 주문 제작한 제품이고, 가죽과 실 색깔도 자신이 직접 선택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이 모든 것이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졌고, 이것을 주문하고 받는데 3개월 정도 기다렸다고 말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태어날 때부터 세계 1% 부자 혹은 왕족 그리고 귀족 신분으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을 위한 물건을 가질 수 없나? 우리는 공장에서 대량생산으로 찍어내는 명품을 매장 앞에서 줄서서 사고 만족해야 하나? 나도 힘들게 일하는데,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만든, 품위를 지켜줄 소중한 물건 하나쯤 갖는 것이 사치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없는 사람이 품위를 꿈꾸는 것이 부끄러운 사치인가? 인류의 조상들이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해 그렇게 많은 피를 흘렸는데 여전히 나는 존중받지 못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결과로 커티삭이라는 수제 가방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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