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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주소 시즌2.5 / Vol.32 브랜드와 부(富)랜드 2 - VISGRAM (2013년 08월 발행)

“시온아. 엄마는 일곱 살에 고아가 됐어. 내가 왜 태어나야 했는지 수없이 질문하며 신께 기도했어. 하지만 신은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지. 대신에 내가 왜 태어났는지 알아가는 지혜를 주셨단다. 그래서 나는 내가 왜 태어났는지 알기 위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거야.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 일이고. 지금은 내가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이 없어. 많은 사람이 모두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원해. 자기다움이 없 어지는 거지. 나는 내가 고아여서… 대부분의 고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지 잘 알고 있어. 내가 할 일은 그들에게 가족이라는 소속감을 만들어 주는 거야. 부모님처럼 그들을 양육하고 돌보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이것이 신에게 받은 나의 소명이란다. 이것이 나를 움직이고 있는 원동력이야.”

17. 새벽시간 소명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시온은 브살렐 매장을 블랙과 화이트 옷으로만 연출했다. 한승희는 시온이 연출한 매장을 아무 말 없이 10여 분 동안 보고 있었다. 시온의 질문에 한승희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서 한승희는 미소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고요함, 적막함.” 한승희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아무 말 없이 10여 분이 흘렀다.

 

“새벽, 그러니깐 여명 같은 브랜드예요.” 시온이 먼저 말했다.

 

“여명, 가장 어둡지만 곧 환해지는 시간이지.” 시온이 한승희의 옆에 앉아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엄마, 저 가운데 빨간색은 어떤 빨간색인가요?” 윤시온은 블랙과 화이트 옷 사이에 끼어있는 빨간 옷을 가리켰다. 한승희는 그제서야 시온이 연출한 컨셉이
무엇인지 알았다.

 

“이번 매장의 컨셉이 정말 여명이었니?” 한승희가 말했다.

 

“맞아요. 저 벽에서 빛이 나오는 것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저 빨간색이 어떤 빨간 색인지 잘 모르지만, 여명에 막 떠오르는 태양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말 그렇게 보여. 비스그램은 정말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브랜드가 될 것 같네. 나도 비스그램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구나.”

 

“아까 저에게 말하려고 했던 거죠?” 시온이 물었다.

 

“맞았어. 시온이가 엄마 마음에 들어와서 사는 것 같구나. 어떻게 다 알았지? 예전에는 우리 아들이 참 무뎠는데?” 한승희는 신기하다는 듯이 시온을 바라보았다. 

 

“엄마, 이상하게 흑백으로 세상을 보니까 본질만 보여요. 눈에 보이는 것을 보지 않고 상황과 의도만 보게 돼요. 색깔이 주는 신호는 보지 못하지만 의도가 주는 느낌은 파악할 수 있어요. 제 눈이 이제껏 없던 감각을 가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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