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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주소 시즌2.5 / Vol.33 브랜드 경험 (2013년 10월 발행)

“시간 되면 거기서 밥이나 한 번 같이 먹자.” 언젠가 동생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였다. 무심코 흘린 많은 말이 그렇듯 그때 준수는 ‘거기’가 어딘지 굳이 묻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는 이 이상야릇한 식당의 이름을 검색하는데 꽤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세 글자라는 것, ‘당’으로 끝나는 한자(漢字)라는 것, 그리고 아주 작은 식당이라는 것 정도의 정보만으로 검색의 망망대해를 헤매고 있을 때, 그제야 문득 두 명 이상의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동생의 말이 뒤늦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했다. 아까부터 준수의 자조 섞인 푸념을 듣고 있던 조 주임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 식당의 이름을 바로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1.

 

“시간 되면 거기서 밥이나 한 번 같이 먹자.”

언젠가 동생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였다. 무심코 흘린 많은 말이 그렇듯 그때 준수는 ‘거기’가 어딘지 굳이 묻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는 이 이상야릇한 식당의 이름을 검색하는데 꽤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세 글자라는 것, ‘당’으로 끝나는 한자(漢字)라는 것, 그리고 아주 작은 식당이라는 것 정도의 정보만으로 검색의 망망대해를 헤매고 있을 때, 그제야 문득 두 명 이상의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동생의 말이 뒤늦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했다. 아까부터 준수의 자조 섞인 푸념을 듣고 있던 조 주임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 식당의 이름을 바로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지구당.

그게 그 식당의 이름이었다.

번잡한 서울대입구역을 겨우 빠져나와 낯선 골목을 한참 올랐을 때, 그는 애초의 우려와 달리 생각보다 쉽게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가파른 언덕의 초입, 부동산의 노란색 네온 간판이 골목을 돌아 끝나는 그곳에 식당은 마치 건물의 숨겨진 뒷문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90년대 일일 드라마에서 흔히 보곤 했던, 주인집에 세 들어 사는 가난한 신혼부부를 위해 급조한 문처럼, 금방이라도 옹색한 옷차림의 새댁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고 그 문을 밀고 나올 법한 그곳이 식당의 입구였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였다. 나무문을 가린 소박한 군청색 차양에 흰색으로, 그것도 한자로 쓰인 ‘지구당’이라는 흰 글씨는 늦은 저녁, 가게를 찾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 식당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길게 늘어선 행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수는 가능하면 혼자 온, 그리고 처음 온 티를 내지 않으려 예닐곱 명이 기다리는 행렬의 끝에 은근슬쩍 붙어 섰다. 이제 막 가을이 시작된 비탈진 골목 저쪽 위에서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식당 입구는 마치 그 골목의 스산한 풍경처럼 쓸쓸했다. 자못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이 마치 그 식당과는 아무 상관 없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그때였다. 머쓱함과 의구심을 달래기 위해 식당 입구를 건들거리며 쳐다보던 준수의 눈에 식당 문에 아무렇게나 붙여진 쪽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혼자 오는 친구들도 많고, 뭐 여러 가지 이유로 3명은 안 받는다. 미안하다.’

뭐지? 이 시건방진 시골 문방구 삼촌이 잠결에 흘린듯한 불친절한 응대는. 다시 한 번 들여다보아도 경쾌하게 ‘다’ 자로 끝나는 반말의 문장이었다. 그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가 머리털이 난 이후로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개념 없이 반말을 함부로 하는 식당을 가본 적이 있었던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니 이번엔 그다음 줄의 문장이 함께 눈에 들어왔다.

‘지구당은 한국형과 일본 누나가 만들었다. 취재나 인터뷰 요청 같은 건 말아줘라. 싫다.’

흠. 당황스러운 첫 문장의 건방짐이 이상한 자신감으로 희석되고 있었다. 앞의 반말은 한국말이 서툰 일본 누나가 쓴 문장이었나? 하지만 한국말에 능숙한 한국형을 마다하고 굳이 우리말에 서툰 일본 누나가 이런 안내 문구를 쓸 이유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두 번째 문장은 방송 출연 플래카드로 도배된 변두리 음식점의 카피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었다. 자신이 일간지나 잡지사의 기자라면 오히려 그 말 때문에 주머니 속 수첩이나 스마트폰의 메모장을 열었을지도 모를 만큼. 그런데 그다음 말이 모호한 이 상황에 종지부를 찍었다.

‘음식만 팔고 있다. 친절은 안 된다. 없다. 그래도 괜찮다면…’

그리고 이 문장은 이렇게 끝이 났다.

‘어서 와.’

그리고 빨간색 형광펜으로 그려진 하트가 상황의 종료를 알리고 있었다.

준수는 자신도 모르게 ‘픽’하고 쓴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늘 이렇게 말하던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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