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위에 써 내려간 골목대장 브랜드
골목브랜드가 존재하는 두 개의 면(面)_2) 가상의 골목 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5 / Vol.35 골목대장 브랜드 (2014년 04월 발행)

PD였던 한 남자는 기성 노트가 자신의 필기 욕구를 채워주지 못함을 알았다. 그는 종이 문제를 개선해서 일을 좀 더 편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공장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4년간 꾸준히 폴더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다시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세상에 나온 복면사과까르네는 한국을 포함, 전 세계를 무대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거기에는 SNS와 커뮤니티 같은 네트워크의 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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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상의 골목
지역을 탈피한 골목 브랜드  

 

3차 산업혁명은 세상을 평평하게 한다. 수직이 아닌 수평의 시대. 《3차 산업혁명》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1, 2차 산업혁명은 수직적이어서 모든 권력관계가 피라미드 형태로 짜였지만, 인터넷이 지배하는 21세기는 수평 관계로 권력이 재편된다”고 피력했다. 시장의 일부가 네트워크 체제로 이동하면 판매자와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와 사용자의 협업 관계로 대체된다. 자신의 이익이 공동의 이익에 포함되며, 네트워크의 가치인 협업과 공유, 개방으로 전이한다. 구글 등의 수평적 검색엔진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 커뮤니티 사이트가 지식과 창조, 혁신을 자극하는 새로운 협업 공간이 된다. 온라인은 이웃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관계의 장이 열렸다. 엣시(Etsy)라는 기업이 있다. 수공예자와 수공예 가구에 관심 있는 잠재 구매자가 만나는 커뮤니티 사이트다. 채팅 공간과 온라인 공예 전시회, 제품 세미나 등을 제공,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글로벌 기업은 작은 수공예 장인과 후원자이자 동력자가 된 고객 관계와 경쟁할 수 없다. 사람 대 사람, 수평적인 관계가 엣시를 만드는 근간이다. 세계에는 생각보다 개인 소상공인이 만든 제품에 관심이 많으며, 글로벌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골목의 한 귀퉁이에서도 글로벌 소비자와 끈끈한 연을 맺을 수 있다. 골목 브랜드와 네트워크의 수평적 관계는 상하 구조에 입각한 세상의 틀을 배제한 가능성과 기회의 장이다. 골목 브랜드의 미래이기도 하다.  

 

 

노트 위에 써 내려간 골목대장 브랜드  

The interview with 복면사과까르네 대표 김영조  

 

노트를 펴고 깨끗한 종이 위로 만년필을 꽂는다. 촉이 지면에 닿자 잉크는 빠른 속도로 종이에 스며든다. 하얀 지면 위 검정 형태가 무늬처럼 번진다. 써 내려가는 글 아래 사각거리는 필기감. 종이를 스치는 속도와 스미는 정도에 따라 글자의 형태가 달라진다. 사람들은 이 순간과 감촉의 유희가 종이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PD였던 한 남자는 기성 노트가 자신의 필기 욕구를 채워주지 못함을 알았다. 우리나라 제지회사에서 파는 종이는 정해져 있다. 인쇄용지나 다목적 복사용지로 노트를 만들면 필기에 적합하지 않다. 필기할 때 쓰는 필기도구는 실로 다양하다. 사람들의 펜을 잡는 각도나 방법, 지면을 누르는 압력, 유분의 정도도 다르다. 노트의 종이는 이런 요소들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 그는 종이 문제를 개선해서 일을 좀 더 편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공장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후 이직을 준비하면서 4년간 꾸준히 폴더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료를 모았다. 4년이 지나고 국내외 문구업체에 제안했는데, 그중 한 곳에서 ‘네가 잘 알면, 한 번 해보라’고 답이 왔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노트라고 생각한 할아버지 노트가 생각나 그 노트 업체를 검색했다. 1980년대 말에 폐업을 한 상태였는데, 어렵게 일본 사무실을 찾았다. 재고만 남아 있는 상태였고 소량으로 쓰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팔고 있었다. 일본 문구계의 원로인 사장은 제안서를 보며 ‘노트를 직접 만들어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복면사과까르네가 궁극의 필기감을 좇아 홀로서기를 시도한 때가 이즈음이다(까르네Carnet는 프랑스어로 수첩을 의미함).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세상에 나온 복면사과까르네는 한국을 포함, 전 세계를 무대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거기에는 SNS와 커뮤니티 같은 네트워크의 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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