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위로의 브랜드가 온다
'마음 성형'이 가져다 줄 미래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서유헌  고유주소 시즌2 / Vol.19 브랜드의 미래 (2011년 02월 발행)

시작은 알랭 드 보통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지난 Vol.18 ‘브랜드와 트렌드’ 특집을 진행하면서 트렌드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고자 우리는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얼마 후 그에게서 답 메일이 도착했고, 그는 특유의 문체를 자랑하며 우리의 질문에 대해 정성스레 답변을 달아서 보냈다(자세한 그의 답변은 Vol.18 p161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중 미래의 트렌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사람들은 점점 영혼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행복알약이 출시될 것이다.”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황당무계한 답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은 다름 아닌 아스피린 다음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이 바로 항우울증제인 프로작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OECD 가입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의 주인공으로서 대부분 자살의 원인이 우울증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쐐기라도 박듯 세계보건기구 WHO가 ‘2020년에 이르면 우울증이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는 질환 중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제법 묵직한 발표까지 한 터였다. 이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 현재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으며, 그러한 마음을 치료해 줄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행복알약’이 등장하는 그날을 상상해 봤다. 행복알약의 제조자가 정부라는 다소 익살스런(?) 설정을 통해 사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이것이다. 마음을 조정 혹은 통제, 혹은 계획까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기는 미래가 예정(?)되어 있다면 브랜드는 대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말이다.

The interview with 서울대학교 약리학과 교수 서유헌, 카톨릭대학교 정신과 교수 채정호

 

 

마음을 조절하는 알약이 등장하다

“오늘날 햄릿이 ‘죽느냐 사느냐…’라고 읊조린다면 우리는 ‘어서 그에게 프로작을 줘’라고 말할 것이다.”

 

이것은 다름 아닌 옥스퍼드대학에서 미래학을 연구하고 있는 《미래학 강의》의 저자 제임스 마틴 교수의 말이다. 미국인만 3,000만 명이 애용(?)한다는 이 프로작의 비밀은 바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에 있다. 세로토닌은 감정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로서, 프로작은 이 세로토닌을 뇌 내의 시냅스에 선택적으로 올려 줌으로써 항우울증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정말 프로작을 복용했기 때문에 우울한 기분이 가라앉고 마음이 평안해진다면, 하고 말이다. 결국 프로작이라는 약물에 의해 증가된 세로토닌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이른바 ‘조작된 감정’인 셈이다. 그렇다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프로작과 같은 행복알약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이론상으로는 말이다).

 

우리나라 뇌 과학의 권위자라 불리는 서울대학 약리학과 서유헌 교수와 《옵티미스트》라는 저서를 통해 행복의 비법을 전하는 가톨릭대학 정신과 채정호 교수는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한다.

 

“분명, 이러한 약은 미래에 등장할 것입니다”라고 말이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를 오가다, 신경전달물질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에는 세포질이 서로 전깃줄처럼 연결되어 정보가 전달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1921년 오토 뢰비 박사에 의해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에서 정보 교신을 담당하고 있는 화학물질인 신경전달물질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오토 뢰비박사는 1936년 노벨의학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신경전달물질의 발견은 20세기의 가장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로 손꼽히며, 현재까지 약 40~50개가 발견되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도파민, 아드레날린이 바로 이 신경전달물질 중의 하나다. 신경전달물질이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의 원인을 규명하고 분석하는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주체들, 인류에 큰 타격을 준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의 신경전달물질 체계가 보통 사람들의 것과 어떻게 다른가를 연구해 본다면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가시적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만약 뇌 속에 존재하는 이 신경전달물질이 모두 밝혀진다면 인간 정신세계의 본질을 규명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지난번 세계적인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우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 사회의 한 단면으로 ‘행복알약’이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 이것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서유헌(이하 ‘서’) 알랭 드 보통 말고도 많은 미래학자들이 그러한 신약에 대해 얘기한 것으로 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을 보면 우울증, 정신병, 간질 치료제 등 10위 권 내에 드는 약은 모두 뇌와 관련이 있다. 현재 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러한 연구의 성과들이 속속 드러날수록 뇌와 관련된 신약들이 많이 출시될 거라고 예상된다. 행복알약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미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거나, 쾌감을 주고, 또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것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와 신경전달물질들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약으로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몇 년 전 엔도르핀이 소위 트렌드였던 적이 있지 않나. 그때 엔도르핀을 주스로 만들어 마시면 되지 않느냐는 문의를 받은 적이 많다. 그러나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적어도 10~20년은 족히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그것이 진짜로 출현할 수 있느냐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채정호(이하 ‘채’) 미래의 트렌드가 정신적인, 정서적인 부분을 조절하는 약이라는 데는 모든 의약계가 동의하는 것이다. 분명, 미래에는 소위 마인드를 긍정적으로 개발시키고 변화시키는 약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오늘날까지는 3C라고 하는 암, 심장, 뇌출혈 등에 관한, 그러니까 질병에 관한 약들이 많이 개발됐다. 그러나 미래에는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거나 혹은 특별한 질환이 없더라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약이 개발될 것이다. 예를 들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있다. 이 호르몬은 밤에 생산되며 햇빛이 밝은 낮에는 생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천연수면제라고 불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면증에 시달리면 수면제를 복용했지만 최근에는 멜라토닌을 먹는다. 이것도 일종의 정신적인, 정서적인 면을 다루는 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미래가 그리 가까운 미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트렌드의 방향은 그 방향을 좇겠지만 기술적인 면은 물론이고, 윤리적인 면 등과 함께 다방면에서 논의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행복알약과 같은 일명, ‘해피 드러그’라고 지칭할 만한 약은 없는가?
그렇진 않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인 ADHD증후군에 쓰이는 약의 경우 그러한 질환이 없는 사람이 먹었을 경우 기억력이 향상되고, 집중력이 생기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수험생의 경우 어떠한 질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조금 더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복용하기도 한다. 또한 얼마 전 나의 연구 팀도 신경전달물질 중의 하나인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여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뇌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뇌기능의 손상을 방지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 성과를 얻었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기억력을 활성화시키는 신약을 개발하여 현재 시판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이미 진행 중이다.

 

물론, 이러한 약보다는 치매나 파킨스병과 같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질환을 치료하는 약의 개발에 더 집중하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뇌는 굉장히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뇌에 화학적인 자극을 주는 약의 개발이 그리 용이하지만은 않다.

 

*옥시토신이라고 하는 신경호르몬이 있다. 이 호르몬은 여성이 임신했을 때 생기는 호르몬인데, 일종의 정서적인 유대감과 친밀감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호르몬이다. 그래서 여성이 임신 중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다 하더라도 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로 인해 아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모성애를 발휘하며, 나를 희생하더라도 자녀를 키우겠다는 신념을 가지게끔 한다. 실제로 알약 형태는 아니지만 스프레이 형식으로 뿌리는 약이 개발되었고, 이 약을 뿌렸을 때 사회불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평안해지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만약 옥시토신 호르몬을 이용한 약이 더 연구된다면 이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향상시키는, 어쩌면 행복알약보다 훨씬 더 강력한 효능을 나타내는 약이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이용한 신약들은 전 세계적으로 연구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제약회사에서 개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가이지, 개발할 건가, 말 건가는 아니다.

  

 

*신뢰의 메커니즘을 밝히다, 옥시토신
‘사랑의 묘약 9번 아미노산’. 이것은 과학자들이 옥시토신에게 붙여 준 애칭이다. 옥시토신은 애정뿐만 아니라 친절, 교감, 공감 등을 일으키게 하는 신경호르몬으로 친밀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2005년 네이처지에 옥시토신에 관한 흥미로운 논문이 또 하나 소개됐다. 논문의 주요 내용은 이러했다. “인체에서 신뢰와 관련된 화학물질은 오로지 한 종류뿐인데, 이것이 바로 ‘옥시토신’이다.”

이 논문은 미국 클래몬트대학원의 신경경제연구센터 소장 폴 자크가 발표한 논문으로, 그는 무려 4년에 걸쳐 경제학자와 신경학자로 구성된 연구 팀을 만들어 신뢰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 결과 사랑의 묘약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바로 신뢰에도 영향을 끼침을 발견한 것이다. 실제로 옥시토신을 처방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80% 더 관대하게 낯선 이에게 돈을 나누어 준 것으로 실험 결과 밝혀졌다. 세계적인 무역연합인 신경기술기구의 설립자 잭 린치는 그의 저서 《브레인 퓨처》를 통해 폴 자크의 발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신뢰감을 주는 옥시토신이 만약 대중화된다면 그것은 새로운 경영방법을 제공할 것이다. 이는 직관에 의존한다기보다 과학적인 방법이 될 거라는 것이다. 훌륭한 경영자들은 인간의 동기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다. 그들은 목소리, 태도, 전략, 전술을 상황의 요구에 맞추며 신뢰감을 보여 준다. 그러나 옥시토신이 상용화된다면 일부만이 소유하던 이러한 탁월함을 누구나가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외부로부터 화학적인 자극을 가하여 조정할 수 있는약이 미래의 트렌드가 되리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만약 실제로 행복알약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사회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인 《뇌》에서 말한 ‘최후의 비밀’은 바로 쾌감중추인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도파민이 이곳에서 발생한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컴퓨터와 체스 게임에서 이긴 사뮈엘 핀처는 이 *도파민이 과도하게 발생하여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시사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실제로 1950년대에 쥐의 쾌감중추를 전기 스위치로 연결한 실험에서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 다름 아닌 쥐가 끝없는 쾌감을 얻기 위해 음식, 물 등의 섭취까지도 거부한 채 쾌감을 자극하는 전기 스위치만 누르다가 지쳐 쓰러졌기 때문이다. 이만큼 쾌감이란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분명 우울증 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비타민처럼 쉽게 먹을 수 있는,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약이 개발되어 상용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마음을 조절하는 시대가 왔을 때 어떤 윤리학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신경윤리학 분야가 현재,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 가치 판단은 잠시 후에 얘기하더라도, 이러한 약은 분명 만들어질 것이다. 앞으로 수년간은 정서를 평안하게 만드는 것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행복알약은 시작일 뿐이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뇌 자기장 치료라는 것이 있다. 우울증을 발생시키는 뇌의 전두엽 부분을 자기장으로 순차적으로 자극하면 전기신호가 기분과 관련된 뇌 부위까지 전달되면서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이미 FDA의 승인을 받아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만약 이 기계가 포터블 형태로 나온다면, 길을 가다가 기분이 좋지 않으면 머리에 이 기계를 대고 전기 충격을 줄 수도 있을 것이며,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져서 휴대폰을 통해 뇌에 전기 신호를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모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과연 정서적인 안정감, 좋은 기분을 갖는다는 것으로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것들이 나타나는 미래에는 이러한 정서적 감정을 넘어서서 ‘영혼’에 더욱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사람들은 분명, 이러한 약과 스마트한 기계를 통해 정서적인 안정감을 누리고 있지만 그것은 가짜 행복일 뿐이다. 행복은 존재감과 가치감을 통해 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행복을 또다시 격렬하게 갈망하며 새로운 종교들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다.

 

 

*행복한 비명, 도파민
스탠포드대학에서 정서신경과학을 연구하는 크넛슨은 그린스테이트대학의 자크 판크세크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그들은 쥐들이 음식이나 다른 보상과 같이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할 때 발성을 한다는 것을 주목하며, 쥐들이 정서와 관련된 초음파 발성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는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진행했다. 바로 특정 뇌 부위에 쾌락 체계를 자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주입한 것이다. 쥐의 반응은 어땠을까. (예상한 대로) 도파민을 주입할 때마다 쥐들은 보상관 관련된 발성을 쏟아내며 굉장히 높은 빈도로 행복한 비명을 질러댔다. 크넛슨의 실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과 함께 프로작과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흡수제를 정상적인 사람에게 투입하여 그들의 정서 생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본 것이다. 실제로 그 실험 대상자에는 크넛슨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크넛슨은 선택적 세로토닌 흡수제를 자신에게 투여했을 때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 약을 복용한 후 어느 날 거리를 걷고 있을 때, 정말 얼어붙을 것같이 추웠어요. 그러한 날씨는 제가 그곳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였죠. 그런데 제 곁을 지나가는 두 사람이 눈에 띄더군요. 그 순간 저는 ‘오, 저들이 행복해 보이는군. 여생을 여기서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 순간 저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으니까요.” 크넛슨과 마찬가지로 이 실험에 참여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존재론적 고뇌가 상당히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뇌의 사생활을 보호하라, 신경윤리학
2003년 ‘신경윤리’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미국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는 이 말을 이렇게 정의했다. “사람 뇌의 질환 치료 또는 기능 향상에 관한 옳고 그름을 검토하는 철학의 한 분야.” 그 후 신경윤리는 뇌에 대한 생명윤리에서 더 나아가 광범위한 토론의 주제로 도마 위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2005년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마이클 가자니는 신경윤리를 “뇌의 기초를 이루는 메커니즘을 이해함으로써 알려지게 된 질병, 정상 상태, 죽음, 생활양식, 생활철학 등의 사회적 쟁점을 우리가 어떻게 다루기 바라는지를 검토하는 분야”라며,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재해석했고, 2008년에는 신경윤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제 학술지가 창간되기도 했다. 현재 신경윤리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문제는 정상적인 사람의 뇌를 정신약리학 또는 신경공학 기술로 조작하여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따른 윤리적 쟁점이다.

생각해 보라.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속속 발견되면서 그것을 이용한 신종 약들이 만들어지는 미래의 어느 날, 당신의 뇌는 소위, 사생활을 침해당할는지도 모른다. 기업들은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할 때마다 당신에게 그 브랜드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을 갖도록 유도하는 약을 선물하는 것이 신종 마케팅 기법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그런 날이 오면 정부나 기업의 침해를 받지 않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자유 등의 이슈는 시민권을 다투는 격전지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신경윤리학자들의 고민이다.

미국의 생명윤리학자 레온 카스의 다음 질문은 이러한 신약들이 쏟아져 나올 미래 사회에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사랑과 같이 인간의 삶에서 가장 강렬한 욕구가 화학물질에서 비롯한다면 우리가 진정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가?”

 

 

마음을 보면 마케팅이 보인다

이 원고의 마지막 부분을 편집하던 중 뜻밖의(?)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지난달 사이언스 온라인 판인 〈사이언스 익스프레스Science Express〉에 게재된 기사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리처드 휴가너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 팀은 사람들이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뇌의 특정 부분에서 독특한 수용체 단백질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취약성의 창(window of vulnerability)’을 발견했다. 이전의 연구들에서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안 좋은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지만 정확하게 그 모든 기억을 지우기는 무리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하여 발견한 취약성의 창은 단백질의 불안정성을 얘기하는 것으로,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약물로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캐나다 맥길대학과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 팀은 ‘아픈 기억을 지우는 약’을 개발했다. 의학전문지 정신의학 연구 저널(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에 소개된 이 논문은 심장병 환자의 고혈압 치료제인 교감신경억제제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을 복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연구한 결과, 아픈 기억에서 감정적인 부분은 지우고 의식적인 부분은 그대로 둠으로써 사건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하면서도 그 기억에 의한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얻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행복알약’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행복의 반대를 고통이나, 아픔으로 해석한다면 행복 알약의 유사품 정도로는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행복 알약의 출현은 이제 예측이 아닌 ‘예언’인 셈이다. 제임스 마틴은 이러한 미래 사회를 이렇게 말했다.

 

“미래에 테러리스트를 양성하는 훈련소는 약물로 정신적인 무장을 강화할 것이다. 실전 임무에 투입된 테러리스트들은 공격성을 배가하기 위해 특수 약품을 사용할 것이다. 도취감, 종교적 열의, 결의를 높이고,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의약품이 개발될 것이다. 반대로 공격성, 적대감, 흥분 상태를 낮추는 의약품도 개발될 것이다. 자존심, 행복감, 평온함을 주는 약품도 나올 것이다. 어떤 약은 개인의 창의성을 높이거나 밤늦게까지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언젠가 사람들은 행복약, 창의력 약, 기억력 약을 아스피린처럼 복용할 것이다.”

 

 

마음의 상태를 미리 계획하여 그것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미래의 어느 날에 대한 예언을 들은 당신이라면 지금, 무엇을 준비하겠는가? 그것도 당신이 브랜더, 혹은 마케터라면 말이다.

 

소위, 마음을 다스리는 약이 만들어지려면 사실 뇌의 연구가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뇌의 부분들이 더 많이 발견되고 연구된다면 브랜딩이나 마케팅의 영역에도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도 뉴로마케팅이라는 기법이 있지 않나. fMRI 장비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뇌를 스캔하여 그들이 어떤 브랜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그런데 뇌의 비밀들이 더 많이 밝혀지면 이것은 브랜딩과 마케팅의 전 영역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아주 단순한 예로 소비자가 한 브랜드 매장을 방문했을 때, 시각적인 정보를 인식하는 우뇌 때문에 왼쪽에는 시각을 자극하는 제품들을 진열하는 반면, 오른쪽에는 브랜드의 철학이나 가치를 적어 놓은 캐치프레이즈 등을 배치해 놓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뇌의 비밀이 밝혀지면 밝혀질수록 마케팅 기법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전략적이고, 과학적으로 바뀔 것이다.

 

 

개인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정서를 계획하고, 그로 인해 인식이 바뀌는 삶이 예고되는 미래 사회에서 마케터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미 수백 개의 회사들이 이러한 신경 기술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정신을 다스릴 수 있는 약들이 개발된다면 정확한 표적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나는 이러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을 정신 성형이라 부르고 싶다. 사람들은 이제 외모를 넘어서서 자신의 정신을 성형하고 교정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정신이 성형된다면 외모를 성형할 때와 비슷한 문제들이 똑같이 야기되지 않을까다. 브랜더와 마케터라면 나는 이것을 권유하고 싶다. 결국 사람들은 정신까지 성형했지만 행복은 못 찾았을 수도 있다. 그로 인해 소설 속에 나오는 내용처럼 자살률은 더욱 더 늘어날 수도 있겠다. 이러한 문제가 야기될 때 그들을 위로하고, 치유해줄 수 있는 브랜드를 개발하는 데 상상력을 발휘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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