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브랜드의 관계학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정재승  고유주소 시즌2 / Vol.22(하) Vol.22(하) 인문학적 브랜드 (2012년 01월 발행)

브랜드는 결국,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대한 상징기호라고 할 수 있어요. 과거에는 브랜드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고, 아이덴티티를 정립하여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했죠. 그러니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구찌라면 구찌다움을, 루이뷔통이라면 루이뷔통다움을 찾아가는 것이 브랜드에게는 가장 중요한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브랜드 인문학은,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는 학문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관계’라는 새로운 화두가 열린 지금, 브랜드 인문학이라고 했을 때는 ‘브랜드 관계학’이라고 정의 내려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제 브랜드가 질문해야 하는 것은 나는 누구인가를 넘어, 나는 누구 사이에 서 있느냐,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고, 나는 누구와 어떤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느냐, 라는 질문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나는 남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알아야 하는 거죠.

The interview with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정재승

 

정재승. 사실 그가 과학자라서 만나고 싶었다기보다는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였기 때문에 만나고 싶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우리의 몸속 지도도 낱낱이 공개된 이 시대에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곳이 바로 뇌이기 때문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 과학자도 단 15%밖에 사용하지 못했다는 낭설까지 돌 정도로, 뇌는 그만큼 인간의 모든 호기심을 곤두서게 만든다. 왜일까? 뇌의 작동법만 안다면 사람의 사고구조, 행동원인 등 보이지 않는 것들의 비밀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한꺼번에 모두 풀리기 때문이다. 여전히 뇌와 관련된 서적은 하루에도 몇 십 권씩 서점가를 두드리며, 살인자의 뇌는 이렇다느니, 천재들의 뇌는 이렇다느니 하며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어쩔 수 없습니다. 뇌는 모든 정보가 모이는 종착역이거든요. 하지만 뇌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뇌는 원인이 아니거든요. 그것은 종착지에 몰려든 정보로 추측, 분석할 수 있을 뿐입니다.”

뇌 과학자가 아무리 ‘위험한 생각’이라고 해도 뇌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시들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브랜더에게는 말이다. 왜냐면 우리의 뇌에는 브랜드를 알아보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뇌는 하늘보다 넓어라/ 옆으로 펼치면 그 안에/
하늘이 쉬 들어오고/ 그 옆에 당신마저 안긴다//

 

뇌는 바다보다 깊어라/ 깊이 담그면 아주 푸르게/
그 속에 바다가 다/ 물통 속 스펀지처럼 담긴다//

 

뇌는 신神처럼 무거워라/ 무게를 나란히 달면/
다르다 해도/ 음절과 음성 차이 정도나 될까
- 에밀리 디킨슨

뇌, 브랜드를 알아보다
Q. 기아자동차에서 K5의 네이밍을 할 때, 실제로 교수님의 연구팀이 실험을 하셨잖습니까. 수십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을 보여 주었을 때 뇌와 눈의 반응에 따른 결과로 K5라는 이름이 탄생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뉴로마케팅’이라는 것이 이제는 새롭지 않을 정도로 기업은 어느 연구소 못지않게 뇌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뇌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먼저 묻고 싶군요.

A. 뇌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만들어져 있던 거죠. 그런데 neuro plasticity, 그러니까 ‘가소성’이라는 것도 있어요. 이것은 자라면서 교육이나 경험, 문화 등 환경적으로 습득된 것을 통해 뇌가 많이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는 이 모든 것, 그러니까 생물학적인 것과 환경적인 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뇌를 자극하여 그 사람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어떤 것을 선택하는 행위가 드러난 건데요. 우리가 뇌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이렇게 생물학적인 것과 환경적인 것이 인간의 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 이런 것이죠. 너는 생물학적으로 이렇게 타고났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고, 또 너는 이런 문화권에서 자랐고 부모로부터 이런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거야, 라는 설명을 뇌를 통해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누구는 루이뷔통을 좋아하고, 누구는 에르메스를 선호하죠. 그러면 기업은 ‘왜’가 궁금할 것 아닙니까. 이것을 뇌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아직까지 이것을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뇌에 대한 연구가 더 이루어져야 하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뉴로마케팅을 비롯하여 기업이 뇌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는 당연한 거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뇌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건 아주 위험한 생각입니다. 뇌는 그저 생물학적이든, 환경적이든 이 모든 정보들이 최종적으로 모이는 소위 ‘종착지’거든요. 결국엔 모든 정보가 뇌로 전부 모이기 때문에 뇌를 들여다보는 것이지, 뇌가 어떤 것의 원인이나 근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뇌에 브랜드를 인지하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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