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싱이 빚어낸 브랜드 명작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이명옥  고유주소 시즌2 / Vol.22(하) Vol.22(하) 인문학적 브랜드 (2012년 01월 발행)

사비나미술관의 이명옥 관장은 늘 독특하고 신선한 전시를 기획해 미술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는화제의 인물이다. 또한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를 위해 다양한 소재와 접근 방식으로 미술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책은 늘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최근 들어 미술과 인문학의 크로싱을 시도하며 종횡무진하던 그녀가 이번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명화의 조건을 통해 브랜드 명작의 조건을 제시한다. 브랜드도 영원히 변치 않는 가치를 담은 명작이 되기 위해 어떤 조건들을 갖추어야 하는지 지금부터 이명옥 관장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 보도록 하자.

The interview with 사비나미술관 관장 이명옥

 

 

지난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며 전 세계 유수의 언론 매체에서인류의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발명품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문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뉴욕타임스는 밀레니엄 최고의 발명품 10개를 선정했는데 그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암흑 시대를 벗어나 르네상스의 여명을 가져왔다고 극찬받은 쿠텐베르크의 금속활자도, 세상의 중심을 완전히 뒤집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도 아닌 바로 ‘원근법’이었다. 2차원적 평면에 3차원의 공간감을 가져온 회화 기법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원근법이 지난 천 년을 통틀어 인간의 가장 큰 발명품으로 뽑힌 이유는 다름 아닌 그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신의 시선이 아닌 인간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칼 융은 “예술가는 그가 속한 시대 정신의 표현 수단이며 대변자로서 시대의 특성이나 가치를 유형화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원근법이 창조된 시기는 인간에 대한 지독한 탐구가 이루어졌던 르네상스 시대로 이는 단순히 회화 기법을 넘어 예술가에 의한 또 다른 인문학적 성과인 셈이다. 예술가들의 인문학적 성과는 비단 원근법뿐이 아니다. 명화라고 불리는 세기의 명작들이 감상자 개인의 심리적 차원을 넘어 인간의 공통적인 감성으로 이해되는 것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예술가들의 사유가 표현된 인문학적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사비나미술관의 이명옥 관장은 늘 독특하고 신선한 전시를 기획해 미술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는화제의 인물이다. 또한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를 위해 다양한 소재와 접근 방식으로 미술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책은 늘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최근 들어 미술과 인문학의 크로싱을 시도하며 종횡무진하던 그녀가 이번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명화의 조건을 통해 브랜드 명작의 조건을 제시한다. 브랜드도 영원히 변치 않는 가치를 담은 명작이 되기 위해 어떤 조건들을 갖추어야 하는지 지금부터 이명옥 관장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 보도록 하자.

 

 

브랜드 명작의 조건
Q
인문학과 예술은 둘 다 인간의 본성과 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그 형식은 매우 다른 것 같습니다. 하나는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사유의 산물로서 역사, 철학, 문학 등의 형태로 표현된다면 다른 하나는 감성적이며 직관적인 사유의 산물로서 회화, 조각, 음악 등의 형태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인간을 주제로 삼다 보니 두 학문은 서로 많은 영향을 주며 발전해 온 관계인 듯싶습니다.

 

A
예술과 인문학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밀접하다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희대의 독부, 팜므 파탈의 여왕, 혐오와 욕망의 상징이 된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살로메입니다. 그녀의 존재가 최초로 언급되어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성경의 마태복음 14장과 마가복음 6장이었어요. 흥미로운 점은 성경에는 그녀의 정확한 이름도, 나이도, 외모도 그 어떤 것도 구체적으로 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단지 헤로디아 왕비의 딸로 그녀는 어미가 시키는 대로 헤롯 왕 앞에서 춤을 춘 후, 그 대가로 세례자 요한의 목을 요구했다는 사실만이 아주 간단하게 기술되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짧은 구절로 인해 살로메에게 매혹 당한 화가와 문인들은 그녀를 희대의 요부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 출발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는 공주였는데 왜 춤을 추는 무희가 되었으며, 계부인 왕은 왜 자기 앞에서 의붓딸을 춤추게 했을까를 상상하게 된 거죠. 춤을 추는 무희에, 두 모녀가 합작하여 성자인 세례 요한의 목을 자르도록 사주했다고 하니 이것은 선정적이고 폭력성이 결합된 드라마로 변신하여 결국 그녀는 성적 매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미모로 남성들을 유혹해 파멸시키는 세기의 요부가 된 것이죠.
 
예술가들의 상상력에 의해 잔인할 정도로 관능미 넘치는 요부로 변신한 살로메는 조리 카를 위스망스나 오스카 와일드와 같은 당대 최고의 문인들에 의해 수천 편의 시의 주인공이 되었고 소설, 연극, 오페라의 주인공으로도 등장하며 팜므 파탈의 원형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구스타프 클림트, 귀스타브 모로와 같은 당대 화가들 역시 앞다투어 색녀, 독부의 이미지를 가진 팜므 파탈로 그녀를 만들어 냈죠. 인문학과 예술은 이처럼 인간에 취해 서로 주거니 받거니 영향을 주며 시공을 초월해 인간의 판타지를 만들고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어요. 이렇듯 예술과 인문학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또 받으며 발전해 온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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