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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고건혁  고유주소 시즌2.5 / Vol.29 컨셉 (2013년 02월 발행)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The Interview with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고건혁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 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 빈 나를 잠근다”

 

 

2008년 발매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 가사 중 일부다. 이 앨범 한 장으로 제작사인 붕가붕가레코드는 1년 만에 3200%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구글의 성장률 1600%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고건혁 대표는 직접 이 앨범을 제작했는데, 집에서 녹음하고 공 CD를 구워서 만들었다고 했다. 비록 공 CD로 만들었지만,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요소도 집어넣었다. 나름의 포맷을 가지고 앞으로 여러 앨범이 나왔을 때를 대비해 일관성을 줄 컨셉도 만들었다.

 

핸드메이드 용어 대신 ‘수공업’이란 단어를 쓰고, 당시 유행하던 미니앨범 대신 ‘소형음반’이라는 용어를 써서 그들만의 기조상품을 소개했다. 일종의 말장난이었다. 이런 말장난으로 탄생한 첫 번째 앨범이 싸구려 커피 앨범이다. 음반 납품 당일, 앨범 디자인을 안 한 걸 알고 1시간 만에 있는 소스를 가지고 커피색 바탕에 장기하 얼굴과 싸구려 커피의 카피를 새겨 넣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결과물은 매우 투박했다. 그러나 그 투박함이 먹혔다. 적나라한 표현이 사람들에게 진솔하게 느껴졌음은 물론이다. 걸쭉한 옛정서가 서울대 출신 엘리트라는 배경과는 다소 모순되지만 수공업소형음반이라는 제작 방식과 가사, 소박한 이미지와 맞아떨어졌다.

 

정형화, 대형화, 상업화 되어가는 대중가요 속에서 사람들은 소위 사람 냄새 나는 노래가 그리웠는지 모른다. 그것이 인기를 얻게 된 연유다. 이로써 붕가붕가레코드라는 인디 레이블과 장기하와 얼굴들은 하나의 브랜드로 사람들의 공감과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디 레이블 시장의 한계와 모순은 여전히 브랜드 컨셉의 방해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싸구려 커피 발매 이후에도 인디 레이블 시장은 바뀌지 않았다.

 

 

 

 

INTRO:
2000년대 인디신(Indie Scene)

1990년대는 대중가요의 황금기였다. 그만큼 가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컸다. 시대 문제를 반영한 가사가 유행하고 사회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려는 시도가 늘어났다. 또한 이때 대중가요는 청소년의 전유물로 바뀌면서 상업성이 부각하기 시작했다. 이런 황금기에 청년기를 보낸 중고등학생들이 2000년대 초 대학생이 되었고, 이들은 보다 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자신들의 생각을 음악과 춤으로 표현하기 원했다. 이러한 욕구가 특정 지역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키우며 *인디신(Indie Scene)을 형성했고, 여기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는 새로운 문화를 일으키는 주역이 되었다. 인디밴드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소비자의 반응을 끌어내며 자신들만의 컨셉을 가진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든 것은 이러한 시대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인디신(Indie Scene)
인디 밴드(Independent Band, 줄여서 Indie Band)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자립형 밴드로, 기존의 상업적 음악과는 달리 독립된 자본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결성한 밴드이다. 이들은 주류에 편승하지 않으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현재 인디는 음악의 장르가 아닌 문화며, 자신의 생각이나 스타일을 담는 데 의의를 둔다. 이런 독자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는 활동 무대를 인디신이라고 한다

 

 

2002년 서울대학교 음악 동아리에서 결성한 밴드인 눈뜨고코베인과 동기였던 현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 등은 2004년 신림-봉천 지역 음악인들의 모임인 ‘쑥고개 청년회’ 활동을 하며 극심한 취향의 편중으로 인해 발생하는 음악인들의 생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이듬해 2월, 인디밴드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붕가붕가레코드를 설립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붕가붕가레코드의 모토는 단 하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Sustainable DoReMi)’이다.

 

지속가능 경영에서 따온 이 용어는 커트 코베인에서 따온 눈뜨고코베인처럼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시대상과 젊은 지식인의 재치를 반영한다. 장기하와 얼굴들, 눈뜨고코베인, 브로콜리 너마저(전 소속사), 술탄 오브 더 디스코, achime(아침),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미미시스터즈랑 미남미녀 등 걸출한 인디밴드를 거느리고 있는 인디 레이블 브랜드, 붕가붕가레코드의 곰사장, 고건혁 대표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라는 내부적인 컨셉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됐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고백한다.

 

 

컨셉은 시작이 반이다
“나에게 있어 컨셉은 선을 긋는 것이다.”

 

고건혁 대표는 컨셉을 이렇게 정의했다. 누구에게 컨셉은 정의되지 않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무엇을 구체화하는 행위의 시작이다. 하얀 백지 위, 머뭇거리다 점 하나를 찍었을 때, 그것은 그냥 점이 아니다. 선이나 면이 될 수도 있고 상품이나 브랜드가 될 가능성을 가진 그 무엇이다. 고 대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은 보통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고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선을 그으면 초점이 생기고 생각할 여지를 만들어 줘서 다음 스텝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며 그것이 컨셉의 역할이 아닐까? 라고 반문한다.

 

 

 

 

그런 의미에서 붕가붕가레코드는 그 자체가 컨셉이었다. 물리적 기반이나 자금이 전혀 없던 상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인디밴드를 위한 장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붕가붕가’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이는 개나 고양이가 스스로 성욕을 해소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인디밴드가 현시대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스스로 자생하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이름을 짓고 바로 디자이너와 연락해 로고를 만들었다. 그렇게 이름과 로고가 생기니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선이 그어졌다. ‘이것은 인디 레이블이구나!’ 그렇게 다시 사람들의 생각이 수렴되고 모여 컨셉이 발전했다. 브랜드의 컨셉은 그 브랜드를 이해하는 사람에서 비롯하며, 브랜드에 자신의 경험을 대입해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진화해 나간다.

 

숭실대학교 김근배 교수는 “컨셉은 인간이 감각적으로 경험한 내용을 붙잡는 것”이라고 했다. 외부 환경에서 오감으로 경험한 것이 컨셉으로 인식됨을 말한다. 컨셉이 없을 때, 사람들은 사물이나 현상을 봐도 그냥 지나쳐 버린다. 그러나 컨셉이 생기고 그것이 자신의 경험과 일치할 경우, 그것은 단순한 브랜드 이상의 브랜드가 된다. 음악은 상대적으로 경험치가 높고 몰입도가 강하며, 다양한 취향이 반영된다. 컨셉이 브랜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예이다.

 

 

컨셉의 품격:
아티스트 안에 답이 있다

붕가붕가레코드의 컨셉은 소속 팀 명에서도 나타난다. 앞서 언급했지만, 그들만의 독특하고 일관된 특징이 있다. 그러나 모든 밴드 이름은 각자 짓는다. 심지어 눈뜨고코베인은 회사가 존재하지 않을 때부터 있었다. 비슷한 감각과 취향을 가진 사람이 모이는 것이다. 이 특징의 근간에는 소위 ‘농담 따먹기’가 있다.

 

고 대표는 “기저에는 최근 유행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라는 이슈가 있다. 단순히 유행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농담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다. 그리고 한편으로 농담 속에 서늘하게 정곡을 찌르는 면이 존재한다. 눈뜨고코베인의 경우, 노래는 유머러스한데 가사를 보면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애매모호함, 소탈하지만 세상의 씁쓸한 면을 반추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가 이런 붕가붕가레코드의 개념화(Conceptualization)에 영향을 미쳤다고 토로했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가치는 세 가지로 함축된다.

 

첫째, 재미(Fun)이다. 싫증을 잘 내는 타입이라서 늘 재미있는 것, 맛있는 것, 듣기 좋은 음악, 영화를 탐닉한다. 둘째는 새로움이다. 어떤 방식이든 새로운 것을 포함하려 한다. 셋째는 지속성이다. 가지고 있는 재능과 능력을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 가져가는 것이 바람이다. 그가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람과 사람 간의 절충(折衝)이다. 특히 후자는 서로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모을 것이냐의 문제인데, 이는 타협보다 좀 더 강한 느낌이다. 그는 “타협은 서로를 인정하고 넘어가는 부분이라면, 절충은 ‘적의 창끝을 끊는다’는 뜻처럼 첨예하게 부딪히는 지점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다. 우리처럼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절충은 그가 영감을 얻는 원천이며, 경청은 이런 절충을 위해 그가 선택한 최고의 방안이다. 모든 답은 이미 아티스트 안에 있다.

 

 

우리는 나아지고 있다

2009년 고 대표는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 책에는 그가 말한 해학의 화법과 독특한 형태로 담아낸 음악, 수공업 홍보와 소심한 운영의 면모까지 잘 나와 있다. 그 책의 에필로그 ‘우리는 나아지고 있다’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반 보 전진한 것도 나아진 것이다.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보 전진에 반 보 후퇴. 여기서 반 보 전진을 포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외형적인 수치에만 매달리면 힘들다. 이번에 진행한 일에서 찾은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가령 관객 입장에서 좀 더 수월해졌고, 조건이 나아져서 자원을 조금 덜 써서 일할 수 있었다는 식의 독려가 필요하다. 작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끊임없이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이를 위해서 후퇴에는 좀 둔감해지고 전진에는 좀 더 예민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재정적으로 힘들 때, 후퇴하는 지점에서 객관적인 평가가 뒷받침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쨌든, 붕가붕가레코드는 8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 그리고 장기하의 2집 앨범 수록 곡 제목처럼, 별일 없이 산다.

 

다만, 고 대표는 현시점에서 계속 유목집단을 떠올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사람들이 유동적으로 모이고 동일한 맥락에서 서로 주고받으며 뭔가를 생산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음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취미와 취향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획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마을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

 

 

어쨌든 붕가붕가레코드라서 하는 일이다

붕가붕가레코드의 음악과 인디 레이블 운영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 산업 경제도 그렇지만, 음악을 향유하는 소비자 계층과 성향도 늘 변수를 내포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요인 탓인지, 고 대표는 스스로의 컨셉을 유동성의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했다.

 

먼저는 Flexibility, 이는 외부 조건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특성을 의미한다. 다음 Fluidity는 외부 조건에 맞춰서 잘 움직이는 특성을 반영한다. 그가 자신의 중요한 키워드를 모순과 절충이라고 말한 것은, 최대한 많은 요소를 하나로 감싸 안으면서 외부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의도다. 지속성 측면에서 위험부담이 큰 음악 사업을 하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소속 아티스트와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붕가붕가레코드라서 하는 일이다’라는 애정과 신뢰가 밑받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고 대표는 자신만의 컨셉으로 이것들을 감내하고 있다. ‘유동성(Flexibility)’이야말로 현재 그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컨셉인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찾아 잇고 만나는 중이다.

 

현재 그는 붕가붕가레코드와는 별개로 Great Escape tour(GET In JEJU)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2박 3일 동안 여행과 공연을 묶어서 경험하게 하는 멀티문화투어다. 2012년 5, 6, 7, 8, 10, 11월 총 6번 개최했다. 여행이라는 새로운 아이템과 음악을 결합한 것으로 인디 음악을 보다 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앞으로는 다른 지역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인디 음악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에는 없는 새로운 브랜드를 공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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