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ynergy, 모토로라코리아의 디자인 경영
시너지는 에너지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황성걸  고유주소 시즌1 / Vol.10 디자인 경영 (2009년 06월 발행)

스티브 잡스는 “애플은 팀 스포츠다”라고 했고, 샘 월튼은 “우리는 모두 함께 일합니다. 그것이 비밀이죠”라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와 샘 월튼 사이의 공통점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이끈 카리스마 경영자라는 것 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지만, 이들이 동시에 강조한 것이 바로 ‘시너지’이다. ‘경영은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영에 있어 ‘시너지 효과’는 무엇보다 강조된다. 그렇지만 “어떻게 시너지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이에 대한 대답을 모토로라코리아에서 들을 수 있었다.

The interview with  모토로라코리아 디자인센터장 상무 황성걸

 

 

모토로라는 CXD(Consumer eXperience Design, 소비자 체험 디자인)라는 이름의 디자인센터를 전 세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서울 스튜디오는 본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모토로라 CXD 서울 스튜디오를 책임지고 있는 황성걸 상무는 모토로라가 기술 중심에서 디자인 중심의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하던 시기인 2001년에 모토로라에 합류하여 년부터 2년간 모토로라의 ‘글로벌 디자인 통합 운동(global design integration movement)’ ‘디자인 랭기지 운동design language movement’을 주도했다.

 

지금의 모토로라 브랜드의 디자인 비전과 언어를 정립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그는 2006년부터는 서울 스튜디오에 본사의 디자인 철학, 브랜드 철학, 그리고 기업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다. 모토로라코리아가 페블(PEBL), 모토폰(MOTOFONE), RAZR2 럭셔리 에디션 등의 제품을 주도적으로 개발하며 성과를 내고 본사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그는 “한국인의 특성을 활용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기까지만 들었다면 추가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시너지 효과’라는 경영 전략의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세 번의 인터뷰를 통하여 마침내 모토로라 CXD 서울 스튜디오가 가진 조직문화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 낼 수 있었다.

 

‘들었다’가 아니라 ‘벗겨 냈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윤리성을 기본으로 하는 협업의 시너지를 강조하기에 ‘함께 만든 것’을 특정한 누군가의 공으로 돌리는 것을 조심스럽게 여기는 모토로라의 조직문화 때문이다. 시너지는 한 군데 모아서(협업을 통하여) 단순한 합계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 ‘시스템 에너지’의 준말이기도 하다. 모토로라코리아 CXD의 디자인 경영의 핵심도 시너지, 즉 시스템 에너지였다. “시너지효과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말은 편리하다. 그 말은 듣는 순간 “그렇다”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어진다. 1+1은 2가 아니라 3이 될 수도 있고, 4가 될 수도 있다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어떻게 시너지를 내는가”라고 물으면 조금 막막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토로라코리아 CXD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디자인 경영은 그러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우리는 그것의 실체를 M시너지(Motorola Synergy)라고 부르기로 했다.

 

 

What is ‘M-Synergy’
"쇠사슬이라는 것은 가장 약한 고리의 강도로 전체의 강도가 결정된다." 아서 코난 도일

 

M 시너지, 한국의 장점과 글로벌 장점의 교집합 

모토로라코리아 디자인 경영의 핵심인, M 시너지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바로 ‘지역과 글로벌의 시너지’와 ‘조직 내의 수평·수직적 시너지’이다. 모토로라코리아는 글로벌 모토로라의 장점과 한국이라는 지역 특성이 갖는 장점이 합쳐져서 모토로라 본사가 갖지 못하는, 그리고 일반적인 한국 기업이 갖지 못하는 문화를 만들어 냈다. 또한 상부의 협력 문화가 조직 아래까지 내려오는 수직적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수평적 조직 간에도 다양한 전문분야의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에너지를 모으는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그래서 조직원 개개인간의 코드(chemistry)를 맞추어 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훌륭한 디자이너 두 명이 만난다고 해서 디자인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이 개인적으도 친밀한 관계일 때, 즉 개개인간의 코드가 맞을 때에 시너지를 내서 풍요로운 아이디어나 컨셉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황성걸 상무의 기본생각이다. 두 가지 측면의 시너지 중, 지역(한국)과 글로벌(본사) 사이의 시너지는 모토로라코리아의 가장 커다란 강점이다. 모토로라코리아의 경우 하나의 기업이지만 2차원적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 차원은 한국이라는 지역적 통합, 또 하나는 글로벌적 통합이다. 한국이라는 지역의 세 가지 장점과 글로벌 모토로라의 세 가지 장점이 만나서 M 시너지를 만든다.

 

 

 

 

글로벌 모토로라의 장점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윤리성(Ethics)을 강조하며, 미국인이 오히려 소수일 정도로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기 때문에 다양성(Diversity)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브랜드의 핵심인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모토로라스러움(Motorolaness)’이라는 이름으로 구축되어 있다.

 

여기에 모토로라코리아의 장점들이 결합되어 화학 작용을 만들어 낸다. 글로벌 모토로라는 전 세계를 총괄하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가지 이슈에 에너지를 분산시켜야 한다. 그렇지만 모토로라코리아의 경우 한 가지 이슈에 집중(Focus)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나머지 두 가지는 장점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인’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 바로 민첩성(Agility)과 협력(Cooperation)에 강하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급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각도에서 바라보면,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어느 민족보다 응집력이 강하기 때문에 하나의 목표 아래에 공동작업을 할 때에 더 좋은 결과물을 가져 온다. 이러한 글로벌과 지역적인 특색이 시너지를 이루어서, 모토로라코리아는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성과와 문화를 만들어, 오히려 글로벌 모토로라의 교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모토로라 본사의 모토로라코리아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제가 한국에 있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거의 모범사례로 확정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거론을 해서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혹은 시샘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될 만큼이죠.

 

디자인 경영을 리드하는 입장에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의 디자인 경영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한국에서도 애플이나 나이키 등 디자인 중심의 기업들을 보고 기업 내에서 디자인의 위상을 승격시키고 벤치마킹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해외 디자인 회사나 해외 컨설팅 회사의 컨설팅과 교육을 받죠.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았을 때에 이렇다 할만한 성공사례가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국내 기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여 한국, 일본, 중국 등은 너무나 다른 조직문화와 행동양태(behavior)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행동양태는 어떠한 점이 가장 다른가요?
한국이 특히 다른 점은 위계질서가 다른 나라에 비하여 강하다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라도 조직에는 관료제라는 것이 있지만 한국의 기업은 더 심하죠. 초기에는 이러한 한국의 관료적인 문화가 장애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위계문화가 있기 때문에 수직적 시너지(vertical synergy)가 빨리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직적 시너지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쉽게 이야기하면 윗사람이 서로 친해짐으로써 아랫사람들도 친하게 지내도 좋다는 간접적인 허락을 한 셈이라는 것입니다. 한국과 같이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직에서는 윗사람들끼리 친하지 않으면 아랫사람들도 눈치를 보며 서로 친해지기 어렵습니다. 특히 디자인 조직은 한 명의 매니저가 무게를 잡거나 눈치를 주면 조직 전체에 마이너스 시너지가 납니다.

 

물론 순발력이나 결단력이 필요할 때에는 분명 위계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융통성이 있어서 조직이 납작해질 줄도 알아야 하죠. 즉 조직의 상부와 하부 사이의 거리가 짧아 진다는 것입니다. 이 위계라는 것이 모토로라코리아에서는 오히려 강점이 되었습니다. 위계가 있었기 때문에 수직적 시너지가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탑다운 시너지는 해외보다 한국기업에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모토로라코리아 디자인 경영의 성과는 ‘한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 성과는 한국인의 어떠한 부분(특징)을 자극해서 폭발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말씀드린 대로 ‘위계’라는 부분입니다. 한국인의 특성인 위계질서가 다이너마이트 역할을 했죠. 그 중에서도 수직구조의 상부에 있는 리더들이 좋은 역량(leadership quality)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 내에 알력다툼이란 항상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래에서 위를 설득하거나, 해외 컨설팅사의 컨설팅을 받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모토로라코리아는 이러한 리더들 간의 이해가 있었고 그것이 시너지가 되어 폭발적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위계의 문화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한국 기업이 앞서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갖는 특성 외에도, 한국 디자이너만의 장단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기본 자질이 모두 좋습니다. 개개인의 퀄리티가 좋기 때문에 학습 속도도 굉장히 빠릅니다. 반면 자습 속도는 굉장히 떨어집니다. 무언가를 시키거나 가르쳐주면 빨리 적응하고 거기에 공식까지 주어진다면 더 잘 해냅니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업무에 강하죠. 그렇지만 틀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하고 늘 윗사람의 허락을 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 컨설팅 기업의 경우에는 seeking permission, 그러니까 허락을 구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경직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한국인은 굉장히 상식적인 문제도 “이렇게 하면 될까요?”하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저는 “당신이 생각했을 때에는 괜찮겠느냐”고 반문하고는 하는데 그러면 당황스러워합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그 지역 문화의 기초교육, 초등교육의 문제로 환원되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디자인 경영을 하면서 가장 노력하는 부분은 생각과는 달리 인재 양성 부분입니다. 특히 사람들이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에 주눅들어 있습니다.

 

주장이 약하고, 남다른 생각을 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항상 허락을 구하죠. 이러한 기본적인 습관을 고치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그러한 기본적인 습성들은 어떻게 고치고, 관리를 해야 할까요?
저도 연구 중입니다. 워낙 기초교육부터 습관화되어온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바꾸기에는 몹시 어렵습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바꿀 수 없는 부분인, 긍정적인 근성을 가진 인재를 선발한 뒤 기술이나 지식적인 차원의 문제는 교육을 통해서 개발시키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태도나 자세는 지적 능력보다 훨씬 더 변화되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토로라코리아는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이 다른 한국 기업과 많이 다릅니다. 학점이나 영어점수, 회사의 자체 시험을 전혀 보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이 이러한 문제만 해결된다면 세계적인 기준의 경영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디자이너의 역량뿐 아니라 한국은 환경적(지리적) 조건에 있어서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산업 환경이 워낙 좋습니다. 디자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할 수 있는 업체들이 모두 가까이에 있고 후가공 업체, 양산업체가 많은 중국, 일본과 거리가 가깝습니다. 미국에서는 2주에 걸쳐서 해야 하는 후가공이 한국에서는 이틀도 아니고 2시간이면 가능합니다. 또한 핸드폰이라는 카테고리에서 특히 한국 소비자들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한국 시장은 단일화된 세그먼트여서 샘플링 하기에 좋습니다.

 

100명 정도의 작은 수 안에서 세그먼테이션 한다고 할 때에 라이프스타일이 너무 다양하면 샘플링이 안 됩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못 살아도 그랜저, 잘 살아도 그랜저를 타는 특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핸드폰 업계에서 시장 자체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관찰하기가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재가 풍부하다는 점도 커다란 장점입니다. 인재 각각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협업에도 능숙합니다. 저도 중국의 개발팀이나 싱가폴, 대만, 미국팀과도 많은 일을 해 봤는데 일을 해보면 그 나라들은 팀원간에 융합(melting)이 쉽게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인의 특성이 다른 문화와의 호환성이 있기 때문에 협업의 성과가 좋습니다.

 

M 시너지의 엔진, 모토로라스러움

모토로라코리아가 디자인 경영에 있어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모토로라스러움’이라는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토로라는 의사결정을 할 때에 ‘모토로라스러운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한다. 그 ‘모토로라스러움’이라는 기준이란, 황성걸 상무가 모토로라 본사에 합류했을 당시에 만든 모토로라의 디자인 에센스에 기초한다. 즉, 진솔함(honesty), 간결함(simplicity), 깊이감(richness), 놀라움(surprise)’이라는 네 가지 기준은 모토로라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창조적 긴장점이다.

 

일관된 원칙이기 때문에 창의성을 제한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 기준 안에서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은 모토로라 디자인의 표준화를 이끈다. 표준화라는 것이 모든 것을 같게 만든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모토로라스러움’이라는 정신적 표준을 이룸으로써 시간의 전략, 일관된 메시지의 전달, 내부적 방향성 제시로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기준이 필요했다. 각 지역색에 맞추다 보면 어느새 모브랜드가 갖는 아이덴티티가 흐려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모토로라는 진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고 대응하기 위하여 이 네 가지 에센스를 기준으로 룩앤필(look and feel), 디자인 랭기지(design language), 디자인 아이덴티티(design identity) 등을 재설계한다. 이러한 생각을 늘 공유하고 진화하기 위해서 모토로라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비자 조사’와 ‘정기적인 글로벌 컨퍼런스 콜’이다.

 

모토로라의 네 가지 디자인 에센스는 영원 불변하는 원칙을 만들기 위해서 정립하셨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모토로라 안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나요?
이 네 가지 가치를 기준으로 제품을 해석하고, 그 안에서 일관성을 갖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이유는 로고를 가리고 봤을 때에도 모토로라스럽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브랜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관성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신뢰감이기도 합니다.

 

모토로라스러움은 내부적인 관점인 것 같은데, 소비자가 느끼는 모토로라스러움과 내부에서 바라보는 모토로라스러움은 일치하나요?

그 부분이 중요합니다. 브랜드를 두 가지로 정의한다면, 소비자에게 누적되는 체험과 기업의 철학입니다. 그 교집합 부분이 진정한 브랜드 정체성이라고 하겠죠. 따라서 그 교집합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즉 저희가 바라보는 모토로라와 소비자가 바라보는 모토로라의 이미지를 일치시키기 위해서 소비자 조사를 철저히 합니다. 제품의 리서치를 할 때의 비용은 아끼지 말자는 것이 회사의 방침입니다. “예산을 다시 검토하고 있으니까 출장 다니지 마세요”라는 지침이 있을 때에도 “그런데 리서치는 꼭 가세요”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소비자에게 귀를 기울이게 하는 회사의 철학을 의미하죠.

 

또한 이러한 기준을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세 번씩 글로벌 컨퍼런스 콜을 합니다. 그 중 한 번은 디자인이 주요 이슈입니다. 전 세계 7명의 디자인 책임자가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논의합니다. 보통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스케치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토로라는 각 국가의 디자인 헤드들임에도 실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이기 때문에 실제로 스케치를 하고 0.2mm의 미세한 변화까지도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회의에서는 디자인 최고 책임자인 부사장이 아주 미세한 변화에 대해서 물었을 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할 만큼 엄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브랜드이기 때문에 그러한 소비자 경험, 즉 브랜드를 관리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각 지역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있고, 각 지역에서 볼 때 영업 차원에서의 정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네모난 제품이 많이 팔리면 동그란 제품은 만들지 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반작용적인 것보다는 모토로라가 말하고자 하는 ‘모토로라의 브랜드 스토리’를 일관되게 전달하기 위해 소신을 지키는 것이 브랜드 관리의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모토로라의 경우 이 많은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면서도 이 정도의 디자인과 브랜드에 대한 철학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도 같은 연유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상황에 맞는 전술들을 발견하고 구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모토로라코리아의 M시너지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How to make ‘M-Synergy’
“의도적으로 개선하려 하지 않으면, 만물은 자연적으로 나빠진다.” 프란시스 베이컨

 

시너지를 에너지로 바꾸는 M 시너지 시스템

황성걸 상무는 모토로라코리아 CXD를 운영하면서 미국 본사에서 팀을 꾸릴 때와는 다른 전술적 접근을 시도했다. 한국 상황에 맞는 전술들을 발견하고 구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모토로라코리아의 M 시너지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래 소개되는 실행 전술들은 내년에는 또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 하지만 디자인 경영을 함에 있어, 세 가지 축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재원관리의 차원, 마인드 개발의 차원, 그리고 조직관리의 차원이다.

 

이 세 가지의 축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재원관리를 위한 활동이 결과적으로 마인드 개발이 되기도 하며, 조직 차원의 활동이 조직문화로 자리잡아서 다시 재원 관리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축으로 구분하여 전술들을 엿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전술들이 어떻게 시너지를 이루어서 M 시너지를 만드는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다.

 

각각의 전술들을 가능하게 하는 두 가지 코드가 있는데, 바로 ‘Vertical Synergy’와 ‘Diverse Commonality’이다. 이 두 키워드는 이원적으로 모토로라코리아의 디자인 경영을 대변하기도 한다. 수직적으로는 ‘Vertical Synergy’가 키워드이다. 이미 황성걸 상무가 설명했듯, 글로벌 컴퍼니가 한국에 정착함에 있어 우리나라 일반 기업의 관료제는 디자인 경영시에 문화적인 마찰을 빚어내는 많은 문제의 원인이었고, 외국계 컨설팅을 통해 해결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모토로라코리아는 Vertical Synergy를 통해 극복했다. 즉 디자인팀 내부 그리고 외부 리더들의 시너지가 사원 레벨에서 상호간의 벽을 허물고 관료주의적 부담감을 없애주는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조직의 상부로부터 하부로 전달되는 시너지가 한국기업의 특성을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수평적으로는 ‘Diverse Commonality’가 키워드이다. 다양한 가치관이 모여서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디자인 조직이 다기능화, 다각화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디자인 회의를 하면 디자이너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 설계, 혁신기술, 재료, 트렌드, 인간공학, 프로그램매니지먼트, 디자인전략 전문가들이 모여서 모토로라의 디자인 관점을 대변한다. 이렇게 서로 기반이 다른 전문가들이 하나의 디자인 마인드와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혼합된 근무환경, 다양한 방법의 팀 빌딩, 협업을 기준으로 하는 업무평가, 근본적인 윤리성, 회사를 위한 결정 등을 실행하고 있다. 경영은 시너지를 만드는 기술이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래의 <그림 3>은 모토로라 코리아가 ‘Vertical Synergy & Diverse Commonality’라는 디자인 경영 철학을 바탕, 하여 어떻게 M 시너지를 만들어 냈는지에 대한 구체적 전술들이다.

 

 

1. Talent_재원 관리 차원

선발 Recruiting : 4A

“일단 사람 뽑는 기준이 다릅니다. 재원 선발 과정 자체가 인터뷰 중심이고 학점이나 토익, 토플 등의 점수를 보지 않습니다. 영어 점수가 높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체 시험을 봐서 사람을 거르는 것은 쉽지만 특히 디자이너를 뽑는 데에 있어서는 재무나 인사, 마케팅 등의 인재 선발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재원 선발에 있어서는 4A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Ability, Attitude, Agility, Aspiration입니다. 물론 실력(Ability)은 기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세 가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보통 우리나라 기업은 어떠한 기술과 지식이 있느냐 하는 디자이너의 실력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력은 교육을 통해서 가장 바꾸기 쉬운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나머지 세 가지는 고치기 어려운 부분이 더 많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태도가 안 좋으면 다른 것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성과관리 Performance Management : Behavior Goal, Behavior Quality

“모토로라코리아 CXD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을 하기 때문에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느냐가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개개인의 성과관리 할 때에 태도를 강조합니다. 이를테면 보통은 “우리는 올해 실적을 얼마만큼 달성해야 해”라고 사업의 최종 목적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성과 관리라면, 저희는 “당신이 당신의 역할상 이 팀과 함께 일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당신의 성과입니다”라고 하며 의무론적인, 동기론적인 목적을 줍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근본적인 방향이 바뀝니다.

 

비즈니스 목표(business goal) 달성은 당연합니다. 단, 비즈니스 목표 앞에 ‘행태적인 측면의 목표(behavior goal)’를 두는 것입니다. 우리 조직에서는 행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죠. 이렇게 근본적인 마인드를 바꾸는 문화적 변화(cultural shift)는 보통 2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바뀌었고, 실제로 체감하는 성과로 연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Mind_마인드 개발
 

교육 프로그램 Training and Development : ACR

“ACR(Attract, Convert, Retain)이라는 이니셔티브(initiative)가 있습니다. 직원들이 모토로라 CXD에 다닌다는 프라이드를 주기 위해서 이것을 자주 명시합니다. ACR만 풀타임으로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고, 다른 회사에서 보았을 때는 시간과 자원의 낭비라고 생각할 만큼 투자를 많이 합니다.

 

Attract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활동이 있지만 대학을 대상으로 미리 좋은 인재를 유인하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중요한데, 학생들이 어떤 기업이 좋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것은 매체를 통한 정보보다는 입소문의 힘이 큽니다. 그래서 대학에 모토로라의 문화와 강점을 알리는 활동을 하며, 동시에 교육 지원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Convert적인 측면에서는 각 지역의 전략적 파트너를 설정하고, 그 중에서 잠재력 있는 교육기관을 선정해서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진흥원, 산업기술평가원 등과 협업을 많이 하고 지원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지역사회의 정부 지원 활동이나 기업 클러스터와 같은 지원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Retain에 있어서는 저희의 역량을 외부의 디자이너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디자이너들이 오랫동안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상(reward)이 있어야 합니다. 보상이라는 것으로 쉽게는 인센티브를 생각하지만, 우리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낸 바로는 심리적 요인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가장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얻고, 프라이드를 갖고 일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를 하고, 매년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전술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보상 프로그램 Reward Program : 작은 보상 (Hidden and Wild, Above and Beyond)

“보상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작은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작은 일을 했을 때에 그것을 높이 사 주는 것이죠. 제가 처음에 왔을 때 한 일 중 하나가, 일을 조용히 열심히 하는 분들에게 정기적으로 공개적인 보상을 해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작년에 일 년 동안의 실적을 보았는데,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컴플레인이 한 번도 없었는데도 한 마디도 안 하고 계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 분에게 ‘Hidden and Wild’라는 이름으로 보상을 해드렸습니다.

 

또한 ‘Above and Beyond’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발런티어리즘(volunteerism)을 가지고 일을 하시는 분들을 찾아서 보상을 해 드린 것이죠. 자신이 굳이 해도 되는 일이 아닌데도 모두를 위해서 자원해서 일을 한다거나, 다른 사람들이 귀찮아하는 일을 오히려 리드해서 바꾸어 놓는다거나 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큰 기업의 경영 관리의 단점 중 하나는 ‘스텝 업 매니지먼트(step up management)’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스텝 업이라는 것은 무대 위에 서기를 좋아하는 근성을 이야기 합니다. 보통 기업에서는 아부하는 사람들이 포상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희가 중간 매니저에게 있어서 강조하는 것은 ‘스텝 인 매니지먼트(step in management)’입니다. 매니저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뛰어들어서 개개인을 관리하고 살펴보고, 그것을 통해서 올바르고 정당한 보상을 주는 것이죠. Hidden and Wild, Above and Beyond 역시 스텝 인 매니지먼트의 일환입니다.”

 

동기부여 Motivation : Environment, Organic Growth

“디자이너를 개발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 중 하나가 동기부여입니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 한 팀을 가두어 놓고 “2주 안에 휴대폰의 두께를 15mm에서 10mm로 줄여라”라고 하면 만들어 냅니다. 그렇지만 디자이너를 가두어 놓고 “세계 최고의 디자인을 만들어내라”라고 하면 못합니다. 왜냐하면 디자이너는 행복한 자극이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엔지니어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재원을 관리하고 개발해야 합니다.

 

모토로라코리아는 동기부여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합니다. 많은 방법이 있는데 얼마 전에는 IIT(Illinois Institue of Technology)라는 디자인 대학에서 쓰는 방법인 AEIOU라는 프레임웍을 이용해 브레인스토밍을 했습니다. 어떠한 활동(Activity)을 해야 하고, 어떠한 환경(Environment)을 만들어주고, 어떻게 교감하고 소통(Interaction)할 것이며, 어떠한 물건(Object)이 있으면 좋을까, 그리고 어떻게 사용자중심(User)으로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죠.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 개선 작업입니다. 그래서 지금 CXD의 환경을 다시 새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일하는 성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4~5개 스타일 존을 만들어서 각자에게 가장 맞는 존을 선택하게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마치 고시원같은 개인 벙커가 있는 존, 나란히 창 밖을 보면서 일 할 수 있는 스카이라인 뷰, 오뎅바라고 부르는 4명이나 8명이 모여서 소곤소곤 이야기하면서 일 할 수 있는 존 등으로 업무환경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이틀째 먼지 날리며 공사를 하고 있는데, 분명 원망도 살 테지만, 이러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스튜디오 리더로서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오가닉 그로스(Organic Growth)라는 말도 많이 씁니다. 오가닉이라는 말은 인위적인 성장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성장을 의미합니다. 마치 식물이 햇빛이 비추는 쪽으로 자라나듯이, 재원 관리에 있어서도 틀을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제품 디자인을 하다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더 맞는 것 같아서 하겠다고 하면 그것을 지원해 줍니다. 어떻게 보면 각각의 관리자가 다르기 때문에 조직적인 측면에서는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조직적인, 정치적인 문제를 배제하고 원하는 대로 부서 이동을 돕는다든지, 커리어 방향을 당신에게 맞게 짜 보자고 제안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을 오가닉 그로스라고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조직을 만들 때에 탑다운(top down) 방식도 좋지만, 바텀업(bottom up) 측면의 재원 관리도 필요하고, 이것이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3. Organization_조직 관리

조직구조 Organizational Structure : Design Centralized

“모토로라는 디자인 조직이 중심에 있습니다. 디자인 조직이 어떠한 사업부 아래에 있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디자인이 서비스가 아니라 하나의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사업부 밑에 있다면 모든 결정이 사업부장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다행히 디자인 조직이 CEO 아래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균형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동등한 관점에서 타 사업부와 서로간의 설득 과정을 거치면서 디자인 결정은 디자이너가 하고, 사업 결정은 사업부에서 합니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 때에도 여러 분야의 관점들이 있기 때문에 타협을 봐야 하는데 그때 모두가 같은 눈높이에서 타협을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직도의 문제란 결국 의사결정권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조직문화 Organizational Culture :
Skip Level Lunch, Cement Role Play

“저희는 서로 존중하며 협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스킵 레벨 런치(Skip Level Lunch)를 정기적으로 하려 합니다. 직급을 뛰어넘는 상호작용을 만들어내기 위함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상무가 중간의 부장을 건너 뛰고 대리와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좋지 않게 받아들여 집니다. 그러나 저희는 그런 것에 더 익숙해지도록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일대일로 대화해 보지 않은 스탭 레벨의 직원과 함께 점심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조직에는 개개인이라는 ‘벽돌’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들 벽돌들을 연결하는 시멘트 역할을 하는 사람도 꼭 필요합니다. 때로는 별것 아닌 것 같은 잡음들이 조직을 흔들 때가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면서 혹은 커피를 마시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멘토링에 네거티브한 관점들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이가 많고 연배가 높다고 항상 지혜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시멘트 역할을 할 사람들을 선정해서 개인적으로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앞에 나서서 설교를 하는 것보다, 이 조직이 한 팀이 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긍정적 리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포기하지 않고 그 사람들에게 두 번 이상 기회를 주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에 맞는 기회를 주려고 노력합니다.”

 

황성걸 상무는 담배를 피우면서, 혹은 커피를 마시면서 전해지는 자연스러운 멘토링이라는 간과하기 쉬운 부분도 조직문화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러한 작은 부분까지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 직원들이 편한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의 효과를 워터쿨러 효과(water cooler effect)라고 한다. 황성걸 상무는 이러한 워터쿨러 효과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조직 내에 시멘트 역할을 할 사람을 찾아서 융화시키려 노력한 것이다.

 

실제로 1990년대 말 미국 소매업계에서 급속하게 성장한 베스트바이(bestbuy)는 워터쿨러 효과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본사 건물을 설계했다고 한다. 본사가 있던 미니애폴리스의 14개 지역에 흩어져 있던 7,500명의 직원을 수용할 신사옥을 지을 때, 조직 내 대화와 팀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사옥 한가운데 거대한 공간을 두어 노천 까페와 같은 분위기를 만듦으로써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이 회의나 개인적 만남을 위해 자연스럽게 모이고 더 많은 상호 관계가 이루어지도록 설계한 것이다. 《내 인생에 부족한 2% 프렌드십》에서는 이러한 조직원들의 친밀도가 기업 경영의 성과와 얼마나 연관이 깊은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저자인 톰 래스(Tom Rath)는 실제로 미국 갤럽연구소에서 ‘직장 내 조직연구 및 리더십 컨설팅 팀’을 이끌며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동안 112개 국가에서 451만 명을 조사했다.

 

 

의사소통은 경영예술의 정점이다.
-존나이스비트(미래학자)
나는 재직 중 일과의 40퍼센트를
회사의 핵심가치와 믿음에 대해 직원들과 의사소통하는데 할애했다.
-짐 버그(전 존슨앤존슨 회장)

 

 

그 결과 회사에 절친한 친구가 있는 직장인이 업무에 충실할 가능성은 그 반대의 경우에 비해 7배나 높았으며, 회사에 대한 만족도도 50%나 높았다고 한다. 또한 그들 가운데 96%이상이 현재의 직장생활에 만족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물론 조직원들 사이의 프렌드십만이 M 시너지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채용부터 평가, 동기부여, 그리고 조직문화 구축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유기적인 조화에 중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 결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프렌드십이 구축되고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의 핵심인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 것이다. 모토로라코리아에서 강조하는 스킵 레벨 런치가 대표적일 것이다. 소통의 분위기 중심에 리더가 서있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이러한 시너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던 것이다.

 

How ‘M-Synergy’ works
“디자인은 비즈니스이며 동시에 비즈니스 속의 문화이다.” 칸 타이킁

 

M 시너지의 작동원리, Ethics라 불리는 조직문화

‘모토로라코리아는 M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스템화시켰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다시 시너지를 일으켜서 조직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가 지금까지의 요약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모토로라만이 가지고 있는 철학 때문이다. 그리고 그 철학의 핵심은 ‘Ethics’, 즉 윤리성에서 출발한다. 이때의 윤리성은 단지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 류의 윤리 경영(moral management)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착하다’라기 보다 ‘엄격하다’에 가까울 것이다. 페어플레이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모방을 최악의 가치로 여기는 것이 모토로라의 윤리성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협업을 중시하고, 결과보다 과정을, 그 안에서 개개인의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윤리적인’ 기업 철학이 정착한 것이다. 성과 중심의, 그리고 개개인의 능력만을 높이 사는 문화였다면 M 시너지는 없었을 것이다.

 

황성걸 상무 역시 모토로라코리아, 그리고 모토로라의 경쟁력은 기업 철학에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의 표현대로 이러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좋은 태도를 가진 조직원들과 리더들이 모토로라코리아를 지키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황성걸 상무가 늘 주지시킨다는 모토로라의 핵심 가치에도 윤리성이 묻어난다. 바로 ‘사람에 대한 변함없는 존중(Constant respect for people)’과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직성(Uncompromising integrity)’이다. 이는 ‘끊임없는 차별화’ ‘최고 지향’ ‘자기 혁신’과 같은 여느 기업의 핵심 가치와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이 윤리성은 모토로라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다른 기업에서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모토로라코리아만의 핵심 경쟁우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업 윤리와 행동양태이죠. 모토로라의 힘은 윤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에 있다고 오픈해서 말을 한다 해도 다른 기업이 당장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업 문화라는 것이 한 번 맛을 보면 버리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기업은 그 조직이 쌓아온 문화적 전통이나 유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천성이 다릅니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말이죠.

 

하지만 모토로라가 쌓아온 윤리를 강조하는 문화가 아주 오랫동안 누적되어 하나의 유산이 된 것은 저희가 자랑할 만한 것 같습니다. 함께 일하는 인재 중에는 이 산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분명 그 분들은 다른 기업으로부터 유혹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모토로라코리아에 함께 하시는 이유로, “이 문화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딱 잘라서 말씀하십니다.

 

모토로라의 핵심은 윤리성이라고 하셨는데, 그러한 윤리성이 어떻게 보여지나요?
특별히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말을 과격하게 한다거나 경쟁사의 보안을 건드린다거나 하는 것 등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습니다. 항상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죠. 특히 윤리적인 문제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절대 타협이란 없습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강하다는 생각도 들 정도이지만, 이것이 결국 리더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리더들이 그것을 따르게 되고 다시 조직원들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주는 선순환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태도가 성과보다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회사들 역시 사람이 자산이기 때문에 매년 사람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데 보통은 성과를 더 많이 봅니다.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기업에서는 성과가 좋으면 태도가 좋지 않더라도 인정을 해 줍니다. 그런데 저희는 윤리성을 철학적으로 워낙 강조하기 때문에 사람을 전략적으로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도 태도의 비중이 큽니다. 그러다 보니 리더십 퀄리티가 계속적으로 개선이 되고, 좋아질 수밖에 없죠.

 

이렇게 엄격한 조직문화가 때로는 갑갑하게 느껴지진 않으시나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제가 오래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다른 회사에서는 이러한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점은 논쟁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사의 사장님이나 부사장님을 비롯한 경영자들은 굉장히 카리스마있지만, 그 누구의 말이라도 경청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청하는 문화가 조직의 상부에서부터 자리잡혀 있기 때문에 그만큼 결정이 합리적이게 되고, 누구나 동의하기가 쉬워집니다. 정치적인 판단보다는 모토로라를 위한, 모토로라 사람들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문화 자체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조직의 상부로 올라갈수록 희귀한 문화죠. 돈으로 맞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끼리 서로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다는 것도 좋습니다. 지난 주에도 본사에 다녀왔지만 늘 저에게 자극이 되는 것이 비즈니스 중심적 사고를 하시는 경영자들이 회의가 끝나고 나면 디자인 철학을 깊이 있게 논하기도 합니다. 일반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이상의 디테일에 대해서 철학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또 하나의 비전이 되죠. 그래서 학구적인 분위기를 항상 균형감있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경영, 디자인 경영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 중 하나는 어떠한 부분에 편집증에 가까운 집착을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상무님 역시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편집증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에 대한 것, 그리고 원작성을 중요시한다는 것입니다. 오리지널리티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모토로라의 정체성에 걸맞느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절대로 남들을 따라서 하는 등의 반응은 하지 말자라는 것이죠.

 

그것은 윤리성과 관계가 있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원작성을 지키지 않았을 때의 불쾌함이 있습니다. 리더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카피한 것인가 아닌가에 관한 것입니다. 버튼 하나라도 표절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동시에 개발을 하기 때문에 우연히 엇비슷한 것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이러것 조차 허용하지 않습니다. 편집증에 관한 것은 소비자가 과연 이러한 디테일에 관한 것을 알아챌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그것을 보고 정확하게 표현을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한 디테일은 보이지 않는 요소(Intangible quality)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소비자는 분명 그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모였을 때 왠지 모르게 제품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눈을 가리고 좋은 차를 탔을 때의 느낌과 나쁜 차를 탔을 때의 느낌이 다르듯이 말이죠. 그런 것을 잡아내기 위해서 디자인 전문가는 그 정도의 꼼꼼함, 즉 편집증적인 성향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브랜드앤컴퍼니의 이상민 대표가 “디자인 경영이란 디자인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닌 홀리스틱(holistic)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는 바로 조직원 모두가 홀리스틱해 질 수 있는 문화이다”라고 말했듯 조직문화는 홀리스틱한 무언가이다. 홀리스틱은 ‘전체론의, 홀리즘적인’으로 풀이되는데 홀리스틱이라는 어감에서 왠지 모를 ‘정신적인’ 부분이 작동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바로 성스러움을 의미하는 홀리(holy)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holy의 어원인 holos는 전체(whole), 건강(health), 치유(heal), 마지막으로 신성한(holy)의 의미를 담고 있다.

  

 

원작성을 지키지 않았을 때의 불쾌함이 있습니다.
리더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카피한 것인가 아닌가에 관한 것입니다.
버튼 하나라도 표절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모토로라코리아의 홀리스틱한 조직문화를 단지 정신적인 부분으로만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토로라는 글로벌 브랜드 기업이다. 따라서 전 세계에 퍼져있는 브랜드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브랜드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원칙과 패턴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 원칙과 패턴은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되며, 디자인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반영된다. 이때 단순히 원칙을 정해 놓고 각 리더에게 “공유하라”라고 말로만 해서는 인도 공장의 납품업자에게까지 그 홀리스틱함이 전해지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정신적인 부분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문화로 정착시켜야 했다. 모토로라가 강력한 조직문화를 갖추게 된 것은 필요에 의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너지 효과와 링겔만 효과

시너지 효과의 반대는 링겔만 효과이다. 독일의 심리학자 링겔만은 줄다리기 실험을 통해서 집단 속에 참여하는 개인의 수가 늘어 날수록 1인당 공헌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줄다리기를 하는 팀의 팀원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전체의 힘은 추가된 인원만큼 커져야 하는데, 실험 결과 힘이 점점 줄어들다가 결국 8명이 함께 할 때에는 4명이 쓰는 힘의 합밖에 내지 못했다고 한다.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가’가 아니라, 거꾸로 ‘어떻게 링겔만 효과를 내지 않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조직에서 윤리성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다. 윤리를 중심에 둔 모토로라의 조직문화는 개인으로 인해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계하며, 개인보다 협업의 문화를 중시하고, 모방과 같은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정직성을 갖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링겔만 효과와 멀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링겔만 효과를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늘이기 어려운 이유는, 의도대로 조절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두고도 ‘인체의 신비’라고 하는데, 하물며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의 비밀을 알아내서 그것을 통제·관리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시너지 효과’ 그리고 ‘조직문화’라는 말이 식상한 이유 역시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방법론이 존재하기 어렵고, 그것의 실체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공중에 떠다니는 말뿐이 되는 것이다.

 

모토로라코리아는 조직원들을 관리하고 통제해서 좋은 결과물을 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윤리성에 근간한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함으로써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그것은 조직문화를 조직의 ‘분위기를 좋게 하겠다’라는 차원이 아닌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연구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조직문화와 인사관리는 경영계의 커다란 화두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지만 어떠한 조직을 내부에서 관찰하지 않는 이상, 조직관리 혹은 인사관리의 방법들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한 의미에서 무질서해 보이는 인간계에 질서를 부여해서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 모토로라코리아의 디자인 경영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시스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황성걸 상무의 이 한마디가 모토로라코리아의 디자인 경영을 대변하는 말일 것이다. “모토로라에는 스타 디자이너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스타 디자이너란 하나의 판타지이죠. 디자인은 기업의 디자인이자 기업 철학이기 때문에 한 명의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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