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와 일등친되기: 듀폰
Step 2 G to G: Great to Grand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5 / Vol.27 브랜드의 제자도, 브랜드십 (2012년 10월 발행)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수명은 27.3년이고, 중소 제조업체의 평균 수명은 12.3년이라고 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기업의 평균 수명은 13년이라고 하니, 210년 동안 기업이 생존했다는 것은 가히 ‘기적’이라는 말을 붙여도 무방하다(물론, 578년에 설립돼 지난 2006년 문을 닫기까지 무려 1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현존했던 기업인 일본의 곤고구미(金剛組)에 비하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거기에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서 1955년부터 매년 발표해온 세계 500대 기업 명단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기업이었다는 것은 이 기업이 단순히 목숨을 부지한(?) 것이 아니라 어떤 역사를 써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Vol. 16의 특집 ‘브랜드십’을 준비하며 당시 듀폰 아시아 태평양 고문으로 있었던 김동수 고문과 만난 후, 2년 만에 다시 듀폰을 찾았을 때는 2011년 4월 새롭게 취임한 임정택 사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째 만남을 통해 듀폰에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그들이 밟아온 ‘역사’였다. “과거는 미래에 대한 예언자다”라는 말처럼, 그들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추적해 보면 그들이 어떻게 브랜드십을 구축해왔는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기다움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던 근원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인터뷰는 지난 Vol. 16에서 진행한 김동수 前 고문의 인터뷰 중 지면에 싣지 않았던 인터뷰와 임정택 사장의 인터뷰를 편집하여 실은 것이다.

The interview with 듀폰코리아 사장 임정택

 

210년,
Core Value로 지속가능경영을 하다

 

1/4분기 기업의 실적 보고를 하는 날이다. CEO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으며, CEO를 바라보는 임원들의 얼굴도 한껏 긴장돼 보였다. 드디어 CEO가 단상에 올라가 상반기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수많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이 되었다. 마이크의 스위치가 On이 되자 CEO의 다문 입술이 열리기 시작한다.

 

자, 그럼 이제 다음 장면을 한번 상상해 보자. CEO는 어떻게 실적 보고를 할 것 같은가? 뜬금없는 질문이라 생각되는가? 왜냐하면, 대부분의 기업이 그렇듯 상반기 매출은 어느 정도였으며, 이 매출은 지난 해보다 얼마나 성장했고, 그래서 우리 기업은 현재 동종 업계 몇 위에 있으며… 라고 얘기할 것은 너무나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질문은 그 의도를 궁금케 하는 질문이라 생각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상상하고 있는 시나리오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면 어떤가? 바로 이렇게 말이다.

 

“이번 분기에 안전사고는 ( )번 일어났는데, 이것은 지난 분기보다 ( )% 줄어든 것이다. 다음 분기에는 ( )%까지 줄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윤리 문제로 이번에는 ( )명이 안타깝지만 퇴사했다. 앞으로 윤리적인 문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자…. ”

 

이것은 다름 아닌, 듀폰의 CEO 엘렌 쿨먼(Ellen Kullman)이 전 세계에 있는 7만 명의 듀폰 직원들에게 메일로 보낸 듀폰의 2012년 1/4분기 실적 보고서의 시작 부분을 편집한 것이다(실제로 실적 보고는 메일로 이루어졌다). 그녀가 언급한 ‘안전’과 ‘윤리’는 ‘환경보호’와 ‘인간존중’과 함께 듀폰의 Core Value다(핵심가치라고 번역할 수 있으나, 듀폰은 글로벌 기업이며 듀폰 코리아 내부에서도 Core Value라고 통상적으로 사용하기에 이 원고에서도 이렇게 표기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임정택(듀폰코리아 사장) 바로 2주 전에 쿨먼으로부터 받은 메일이다. 지난번 쿨먼을 만났을 때 그녀가 나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도 이것이었다. “한국은 Core Value가 잘 지켜지고 있어?” 물론, 쿨먼만이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듀폰의 어떤 CEO든 실적 보고를 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메일링을 할 때면, 가장 먼저 시작되는 이야기는 바로 듀폰이 이번 분기에 Core Value를 얼마큼 잘 지켰는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Core Value가 우리의 존재와 그 상태를 말해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Q. 듀폰은 어떻게 200년을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기업을 유지할 수 있었죠?
A. Core Value를 지켰기 때문입니다.

 

Q. 듀폰은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해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기업 중의 하나입니다. 이러한 성장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A. Core Value를 지켰기 때문입니다.

 

Q. 듀폰에서 다른 기업에는 없는 것을 단 한 가지 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
A. Core Value를 지키는 것입니다.

 

농담처럼 보이는 질의응답 같지만 이것은 듀폰의 200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문답이다. 안전, 윤리, 환경보호, 인간존중이라는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 네 가지 단어를 지켜내기 위해 듀폰이 이토록 애를 쓰는 이유는 1801년 듀폰이 설립된 이후, 그들이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삶을 통해 체험적으로 깨달은 그들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즉 듀폰을 경영해오면서 지식이 아닌 경험을 통해 머리가 아니라 손과 발로 얻은 진짜 가치라는 것이다.

 

 

Core Value의 영역은
모든 비즈니스와 그리고 조직생활을 할 때
‘Not negotiation, No change’, 즉 어떤 협상도 안 되며
변형시켜서도 안 된다는 철칙이 있다.

 

 

듀폰의 Core Value는, 윤리를 중심으로 안전, 환경보호, 인간존중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네 가지 가치가 210년 동안 듀폰의 존재 이유를 말해주는 것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동수(전 듀폰 아시아 태평양 고문) 회사가 설립되고 가장 먼저 생긴 Core Value가 ‘안전’이다. 듀폰은 화학회사로 출발했기 때문에 이곳 저곳에서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은 듀폰에게 있어서 생명 같은 것이 되어버린 거다. 이처럼 Core Value는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오면서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가치들을 하나 하나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윤리 문제도 그렇다. 듀폰은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 회사로 수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기에 윤리라는 이슈는 언제나 연구원들과 직결되었다. 또한, 듀폰이 다루는 것들은 환경과 밀접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듀폰에서 프레온을 제일 먼저 개발했다. 처음으로 이것을 개발했기에 사업적인 면에서 굉장한 이익을 얻었다. 그런데 이 프레온이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즉시 개발을 중지했다. 인간 존중도 그러한 맥락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기업을 운영하면서 ‘사람’이 얼마나 귀한 자산인지 수없이 많은 경험을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간존중이라는 Core Value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의 네 가지 Core Value는 모두 우리의 오래된 경험 속에서 발견한 ‘가치’다. 그렇기에 어떤 당위성을 가지고 지켜야만 하는 가치라기보다는 늘 우리 옆에서 살아있는 가치라 할 수 있다.

 

Core Value는 듀폰에게 있어 어떤 다짐이나 선언이라기 보다는 210년의 삶이 가르쳐준 지혜 같다.
임정택 그렇다. 그래서 Core Value의 영역은 모든 비즈니스와 그리고 조직생활을 할 때 ‘Not negotiation, No change’, 즉 어떤 협상도 안 되며 변형시켜서도 안 된다는 철칙이 있다. 아무리 업무 성과가 뛰어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에게 하는 말은 딱 한 가지다. “Core Value는 절대 건드리지 말아라.”

 

기업의 핵심가치가 만들어지는 경위는 기업마다 다를 테다. 듀폰의 경우 ‘우리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라는 미래의 당위성을 보며 핵심가치를 만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겪은 체험 속에서 듀폰이 지속적으로 듀폰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혹은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하는, 즉 Dos&Don’t’s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있어 Core Value는 단순히 기업의 비전이나 사명의 개념보다는 ‘듀폰을 듀폰되게 하는 브랜드의 정언명’(Vol. 16 p. 28~31 참조)이다. 정언명령이란, 호불호(好不好)를 고민하는 수준의 명령이 아닌, 어떤 조건도 수반되지 않는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하는 절대 명령이기에 오직 (조금 무서운 표현이긴 하지만) ‘복종’만이 명령에 반응하는 행위다. 그렇기에 듀폰의 고용계약서에는 다른 기업에서는 보기 드문(어쩌면 없는) 문구가 하나 더 들어가 있다. “당신은 듀폰의 Core Value를 모두 읽고 충분히 이해하였으며, 이것을 이행할 수 있다면 사인(sign)하십시오.”

 

 

 

사인을 했다면, 이제부터 듀폰의 정언명령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절대명령이라 할 지라도 그것을 지켜내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정언’이라는 말 자체가 무조건적인 것을 내포하고 있기에, 이것이 안 지켜지거나 혹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순간 ‘정언’이라는 의미는 그 순간 파괴되며, 그때부터 그것은 정언적 명령이 아닌 가언적 명령이 되고 만다. 그래서 칸트는 정언명령이 지켜지기 위해 선결되어야 하는 것으로 첫째, 누구나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선의지’여야 하며 둘째, 강제력이 있는 의지인 ‘의무’가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것이 바로 듀폰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였다.

 

 

듀폰의 Core Value는 ‘What’이 아니라 ‘How’다.
Core Value는 모두 듀폰을 ‘어떻게’ 듀폰답게 성장시켜나갈 것인가에 대해
직원들이 지켜야 하는 일종의 행동 양식이다.

 

 

듀폰의 브랜드십, Core Value의 내재화
그렇다면 듀폰의 Core Value가 210년 동안 한결같이 지켜질 수 있었던 방법이 매우 궁금해진다. 사실,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르지 않나.
임정택 잘 보면 듀폰의 Core Value는 ‘What’이 아니라 ‘How’다. 즉 이상적인, 관념적인 가치를 아예 ‘실천법’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Core Value는 모두 듀폰을 ‘어떻게’ 듀폰답게 성장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 직원들이 지켜야 하는 일종의 행동 양식이다.

  

다시 한 번, 듀폰의 Core Value를 보자. ‘윤리’, ‘안전’, ‘환경보호’, ‘인간존중’. 임정택 사장이 이것을 ‘How’라고 표현한 것은 다름 아닌 이것은 행위의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듀폰은 무엇을(What) 추구하는 회사인가?” “윤리”라는 문답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듀폰이 Core Value를 해석하는 관점은 아주 단순하게 말해 “윤리적으로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 “안전하게 직원들이 일해야 한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인간을 존중해야 한다”와 같이, ‘우리는 어떻게(how) 일해야 하는가’에 해당하는 ‘행동 강령’이다. 하나의 가치가 행동으로, 그것도 조직원 모두에게 동일한 행동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더불어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듀폰은 Core Value를 직원 개개인의 행동강령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듀폰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정답부터 말하겠다. 그들은 Core Value를 ‘암묵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암묵지를 조직의 암묵지로

암묵지(暗默知)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물리화학자인 마이클 폴러니(Michael Polanyi)가 구분한 지식의 한 종류로, 언어나 문자로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학습과 경험을 통해 체화된 지식을 말한다. 이와는 반대로, 언어나 문자를 통해 문서화되거나 데이터화된 지식은 형식지(形式知)라고 한다. 폴러니는 이 두 가지 지식 중 암묵지에 주목하라고 했다. 왜냐하면 암묵지는 ‘인간 행동의 기초가 되는 지식’이기 때문이다. 왜일까? 생각해보라. 당신 앞에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 때 행동의 근거가 되는 지식은 그 순간 책에서 찾은 지식이 아닌, 이미 몸과 마음에 체화되어 있는 지식이 아닌가.

 

그렇다면 암묵지가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게 하는 지식이라면, 이 암묵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일본의 경영학 구루 중의 하나인 노나카 이쿠지로가 만든 ‘지식창조 루틴’의 개념은 우리에게 혜안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노나카 교수는 그의 저서 《지식창조 루틴》을 통해 폴러니가 말한 암묵지와 형식지를 통해 지식이 창조되는 과정을 총 4단계로 설명한다.

  

1) 공유화(socialization), 암묵지에서 암묵지로

견습공은 일을 할 때 숙련공이 일하는 것을 관찰하고, 또 모방하며 일을 배워 나간다. 매일 이러한 생활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서로가 가지고 있는 암묵지들이 공유되기 시작한다. 노나카 교수는 이처럼 특정한 환경에 함께 있는 개인들이 매일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통해 암묵지들이 공유되면서 새로운 암묵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식 창조의 1단계라고 얘기한다. 이 단계에서는 말이나 글이 아닌 오직 경험으로만 암묵지가 공유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경험은 서로가 똑같은 경험의 세계로 들어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2) 표출화(externalization), 암묵지에서 형식지로

이렇게 동일한 경험의 공유를 통해 만들어진 암묵지는 표출화 작업을 통해 형식지로 바뀐다. 이때 표출화시킨다는 것은 바로 언어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이미지가 떠오른 후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찾기 위해 은유나, 유추, 개념화 등의 작업을 하는데 이것이 표출화 작업이다. 숙련공이 암묵적으로 이해한 자신의 기술을 트레이닝 매뉴얼로 가시화하려면 그것을 언어로 만들어야 하듯, 암묵지는 형식지로의 전환을 통해 집단에게 공유된다.

 

3) 조합화(combination), 형식지에서 형식지로

표출화는 머릿속에 있는 개념을 밖으로 끄집어낸 것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나온 것을 조직에 맞게 다시 세분화하고, 가공하여, 편집하는 것이 조합화다. 예를 들어, 어떤 ‘개념’이 있을 때 이것을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조합화라 할 수 있다. 이 조합화를 통해 제품 사양서가 만들어지고, 표출화를 통해 만들어진 컨셉이 구체화 되어 제품에 반영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4) 내면화(internalization), 형식지에서 암묵지로

이렇게 조직을 통해 세부적으로 만들어진 형식지는 다시 개인의 암묵지가 되는데, 이것을 내면화라고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연수생이 자신의 임무나 조직에 대한 매뉴얼 정보를 받은 후, 그것을 숙독하고 숙지하면서 체화하는 과정이 바로 내면화다. 이때에 형식지가 다시 암묵지가 되는 것이다. 노나카 교수는 내면화란 형식적인 지식을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기술로 바꾸는 과정이라 말했는데, 이러한 내면화 과정은 배운 것의 의미를 숙고하는 의식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암묵지에서 시작된 지식이 집단으로 표출화되고, 그리고 이것이 조직으로 뻗어나가, 다시 개인의 암묵지로 돌아왔을 때 이 지식은 단순히 개인의 가치관과 경험에 기초한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다. 이것은 조직의 가치와 문화가 접목된 조직의 암묵지다. 노나카 교수의 지식창조 루틴은 기업의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을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이론이지만, 기업에서 개념이나 가치가 어떻게 조직으로 전파되어 그것이 기업 문화로까지 정착되는지 볼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가, 지식창조 루틴에 비추어 듀폰을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 듀폰의 Core Value는 미래적인 목표로서 만든 가치가 아닌, 그들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라 했다. 여기서부터 다시 출발해 보면, ①화학회사로 시작한 듀폰은 연구소나 공장에서 함께 개발하고, 생산하며 서로의 암묵지를 공유하기 시작한다(공유화). ②그리고 함께 일을 하며 공통된 경험들이 누적되기 시작하자 듀폰에 윤리나 안전, 환경보호, 인간존중이 필요함을 알게 된다. 바로 암묵지가 형식지로 전환된 것이다(표출화). ③이렇게 전환된 형식지는 단순히 연구소나 공장에서만 사용되는 지식이 아닌 듀폰의 전체 조직으로 퍼져 나가면서 ‘Core Value’로 조합화되며 듀폰다움을 더욱 더 강화시키는 고차원의 형식지인 핵심가치로 탄생한다(조합화).

 

 

듀폰의 Core Value가 정언명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제 듀폰의 현장에서 터득한 경험들이 모여 만들어진 암묵지가
집단에서 조직으로 퍼져가며 정리된 것이기 때문이다.

 

 

듀폰의 Core Value가 정언명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제 듀폰의 현장에서 터득한 경험들이 모여 만들어진 암묵지가 집단에서 조직으로 퍼져가며 정리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약 공장에서 한 번도 일해 보지 않은 직원이 “공장에서 일할 때는 안전모를 반드시 써야 합니다”라고 얘기한다면, 그것은 마치 자동차를 한 번도 운전해보지 않은 사람이 운전자의 옆 좌석에 앉아 안전 운전에 대해 얘기하는 것과 같다. 노나카 박사는 암묵지가 공유화되는 과정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여 얻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단계에서 공유되는 암묵지는 “실제 경험에 몸담고 있는 사람만이 겪을 수 있는 과정 속의 한 상황”이라고 얘기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안전’이라는 Core Value를 얘기했을 때, 그것은 안전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공장에서 20년을 일한 공장장이 ‘안전모를 써야 합니다’라고 얘기할 때 동의가 되는 것과 같은), 그러니까 ‘실체’이기에 누구에게나 타당한 ‘선의지’가 된다. 이로써 듀폰은 정언명령이 지켜지는 하나의 선결 조건을 만족시켰다. 이제 남은 건 그것을 지키게 하는 의무다.

 

 

 

 

지식창조 루틴의 4단계는 ‘내면화’다. 조합화를 통해 완성된 Core Value는 210년의 시간이 쌓이는 동안 개개인의 암묵지가 되어, 듀폰을 더욱 듀폰답게 만들었다. 임정택 사장이 말한 ‘Core Value는 How에 관한 것이다’라는 말을 떠올려 보자. 듀폰에게 있어 Core Value는 보이지는 않는 관념이 아니라 보이는 규칙에 더 가깝다. 듀폰은 Core Value가 머릿속의 관념이 아닌 행동의 실체로 나타나게 함으로써, Core Value를 문서가 아닌 다시 암묵지로 전환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언명령이 지켜지게 하는 두 번째 선결 조건인 의무다. 의무란 ‘강제력이 있는 의지’라고 했다. 듀폰은 Core Value가 문서화된 지식이 아닌, 행동화된 실체로 만들기 위해 직원들에게 이것을 자연스럽게 지키게 하는 내적 의지를 심어줬다. 바로 다음의 3P가 그것이다.

 

듀폰의 내면화 법칙, 3P
1. Practice : 옵션이 아니라 ‘습관’이다
Core Value가 How에 관한 것이라면, 이 Core Value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코드북이 있는가?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가 상세하게 적혀 있는 매뉴얼북 같은 것 말이다.
임정택 당연히 있다. 하지만 이 코드북을 보고 달달 외워서 실천하기 보다는 우리는 Core Value가 습관이 되게끔 하는 것에 더 노력을 기울인다. 자연스레 모든 생활 속에서 그것이 묻어나게 한다. 왜냐면,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Core Value는 우리가 경험을 통해 발견한 가치들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머리로 이해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이 되어야 Core Value가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습관이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Core Value가 지켜지는 범위는, 생각해보면 다른 기업들의 경우 단순히 비즈니스 영역이나 혹은 관념적인 이상향이 아닌가. 하지만 듀폰은 아주 작은 생활에서도 모두 이 Core Value가 적용된다. 단적인 예 한 가지만 들어보면, 내 책상의 연필 꽂이를 보라. 모든 연필의 연필심이 아래로 향하도록 전부 거꾸로 꽂혀져 있지 않나. 연필심이 날카로우니까 잘못 하다가 손에 찔릴 위험이 있다. 이게 바로 안전에 관한 Core Value다. 이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Core Value가 스며들어 일상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듀폰에서는 어떤 회의를 하든, 회의의 안건을 논하기 전 최근 자신의 삶에서 Core Value를 잘 지킨 경험을 나눈 후 회의를 시작한다. 리더들이 모인 자리는 반드시 각 부문에서 Core Value를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나누며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매일매일 자신의 생활에 Core Value가 어떻게 녹아있냐가 Core Value가 지켜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관건이기 때문에, 그것을 아예 삶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머리는 잊어버려도 몸이 익힌 습관은 평생을 간다고 하지 않나. 몸이 이미 Core Value를 익혀버렸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몸이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일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Core Value는 관습이 되는 것 같다.
김동수 맞다. 내가 처음에 입사했을 때, 회사에서 손을 씻으라는 것을 너무나 강조하더라. 안전교육 중의 하나였는데, 하루에 손을 7~8번씩 씻는 것을 교육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실천하도록 회사가 지속적으로 나를 돕더라. 처음에는 참 희한하다, 무슨 회사가 손 씻는 것을 이렇게 강조하고 실천하게 하나, 했다. 비단 손 씻는 것뿐만이 아니다. 계단은 반드시 핸드레 일을 잡고 올라가게끔 한다. 보다시피 듀폰의 모든 계단에는 ‘핸드레일을 잡고 올라가시오’라는 문구가 어딜 가든 붙어 있다.

 

또 방어운전을 하라고 가르친다. 내가 잘못해서 사고가 날 수도 있지만, 상대편의 잘못으로도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방어운전을 하라는 것이다. 또 집에는 소화기를 가져다 놓아라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이해가 가는가? 여기는 기업이 아닌가? 기업에서 자기 회사의 Core Value라고 하면서 직원들에게 지키라고 알려주는 규칙들이 이런 것이다. 그런데 이게 참 무서운(?) 것이다. 습관이 되다 보니까, 일을 하다가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무의식적으로 이건 안전한가? 안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지? 하며 안전을 생각하게 되더라. 회사뿐만 아니라 나의 모든 삶에서 끊임없이 안전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까 자동반사가 되어 버려, 굳이 Core Value를 떠올리며 안전을 어떻게 지킬까, 하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내 몸과 마음이 먼저 안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지키라고 강론하는 것보다 생활 속에서 Core Value를 몸에 배게 하니까 무의식 중에 Core Value가 각인되어 자동적으로 지키게 된다.

 

 

 

 

2. Perfect : 99%가 아니라 100%다
습관이라는 것이 무서운 것이라 하지 않나. 이렇게 생활 속에 배어 있으면 정말 모든 직원의 사고나 행동이 이 Core Value대로 움직이게 될 것 같다. 이보다 더 강력한 브랜드십은 없어 보인다.
임정택 생각해보라. 99% 지켰으면 그것이 지킨 것일까? 아니다 1% 지킨 것이든, 99% 지킨 것이든 100% 아닌 것은 결국에는 못 지킨 것이다. 내가 사장으로 취임할 때 전(前) 사장님으로부터 받은 문구가 하나 있다. 바로 “Goal is Zero”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안전, 윤리, 환경, 인간 존중의 네 가지 핵심가치의 사고를 ‘0’으로 만들라는 말이다. 즉, 100%, 퍼펙트하게 Core Value를 지키라는 말이다. 하지만 상황이 항상 유동적이다 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데에서 사고가 나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난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다. 사고가 났을 때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다음이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의 Core Value는 우리가 경험을 통해 발견한 가치들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머리로 이해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이 되어야,
Core Value가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Core Value가 100% 지켜지게끔 하려면 잘 지켜지지 않는 혹은 못 지켜지는 부분을 찾아 그것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곳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하다.
임정택 중요한 지적이다. 이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는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사고가 난 것보다 훨씬 더 민감한 부분이다. 우리는 아주 작은 사고라도 어쨌든 사고가 발생하면 그 사고 경위에 대해 낱낱이 브리핑을 하는 것을 물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게 한다. 어떤 사고의 경우는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분석과 측정이 가능하여 정확한 대응책이 마련되는 것이 있고, 또 어떤 사고의 경우에는, 특히 윤리적인 문제는 사고 경위나 대응책에 대해 분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반드시 리코딩하여 대응을 생각해야 한다. 심지어, 자기 집에서 일어난 사고도 전부 보고하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집에서 사고가 나면 회사에 나와 일을 못하기 때문에, 이것은 ‘lost work case’라고 하여 회사에 보고해야 한다. 이러한 작은 리포트는 그저 팀 내에서 보고를 위한 보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조직은 물론, 글로벌까지 보고서가 올라간다. 지난 번 인터뷰에서 김동수 전 고문님이 교통사고가 났을 때 그것을 브리핑하여 메일로 공유했던 예화가 바로 단적인 예다. 알다시피 그 보고서는 모든 로컬 기업들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여 반복적으로 메일을 공유하다 보니 한 사람이 무려 네 번씩이나 같은 내용의 메일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는 작은 사고라도 반드시 기록하고 공유하여 그에 대한 철저한 대응책을 만든다. 하지만 사실, 대응이나 대책보다도 듀폰이 더 중요시 하고 노력하는 것은 ‘대비’다. 그러니까 사전에 예방하는 것 말이다.

    

3. Prevention : 대책이 아니라 대비다
Core Value가 경험에서 흘러나왔고, 또한 듀폰이 움직이는 방법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듀폰만의 대비책이 있는가?
임정택 교육이다. 듀폰에서는 다양한 교육을 통해 Core Value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세심하게 가르쳐 준다. 이 Core Value에 관한 교육은 입사 1년 차든 20년 차든 예외 없이 모두 반드시 받아야 하는 교육이다. 이러한 반복 교육은 너무나 중요하다.

 

교육은 어떤 기업이든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데에 탁월한 방법인 것 같다. 이러한 교육의 효과는 어떤 대비책을 가지고 왔나?
임정택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우리 회사 구매 쪽에 있던 A라는 직원이 있었다. A는 듀폰의 중요한 원재료를 국내의 어느 기업에서 구매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인데, 글쎄 하필이면 A의 형이 그 국내기업의 판매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원래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보직이 바뀌면서 판매를 담당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Core Value의 윤리적인 측면에서 걸릴 수 있는 일이다. A는 이 상황을 상사에게 리포트 했다. 그리고 회사와 협의하여 다른 원재료들은 A가 구매하되, A의 형이 담당하는 원재료는 다른 직원이 구매하도록 조치를 했다. 그로부터 3년 후 A의 형이 다른 곳으로 보직을 다시 이동하게 됐다. 그 후부터 다시 A가 전체 구매를 담당하게 됐다. 바로 이런 것이다. 사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를 자신도 모르게 가져올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이때 미리 사전에 예방하고 아예 차단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생각해 보라. 이런 것을 보고하는 기업이 있을까? 하지만 듀폰은 윤리적인 것이 Core Value이기에, 그리고 윤리적인 문제를 강화시키지 않고는 듀폰이 존재할 수 없기에 반드시 지킨다. 이것이 바로 교육이 가져다 주는 결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스스로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사실은 발생하지 않더라도) 아주 작은 상황이 생기면 거리낌없이 상사에게 보고하고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한다. 그래야만 Core Value가 100%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듀폰이 Core Value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바로, preventable, 즉 대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Practice, Perfect, Prevention은 Core Value가 어떻게 암묵지로 변환되는지를 확연히 보여준다. 다시 한 번 노타카 교수의 말을 떠올려 보면, 내면화란 ‘형식적인 지식을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기술로 바꿀 수 있도록 스스로 숙고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 3P는 바로 직원들이 Core Value를 숙고할 수 있는 환경을 듀폰이 조성해 준 것으로, 학습이나 훈육이 아니라 직원들 또한 체험하게 함으로써 이것을 지킬 수 있는 무의식적인 의지를 가지게끔 한 것이다.

 

 

Core Value를 숙고할 수 있는 환경을 듀폰이 조성해준 것으로,
학습이나 훈육이 아니라 직원들 또한 체험하게 함으로써 이것을 지킬 수 있는
무의식적인 의지를 가지게끔 한 것이다.

 

 

내면화((internalization)의 동의어는 ‘내재화(internalization)’다. 내재화란 원래 심리학에서 어린 아이가 성장할 때 생각이나 습관을 비롯, 사회의 기준이나 가치 등을 인식하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설명하는 용어다. 최근에는 심리학뿐만 아니라 경영학을 비롯 다른 학문에서도 그 경계를 넘나들며 이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내재화는 ‘리더에 의해 유도된 행위가 조직 구성원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됨으로써 그 리더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정의한다. 이것을 브랜드십의 관점으로 재정의해 보면, ‘브랜드에 의해 유도된 행위가 조직 구성원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함으로써 그 브랜드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조직 구성원의 가치관과 동일시 되면서 결국, 조직 구성원이 브랜드를 리더로 인정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십 관점에서의 내재화다. 결국 내재화란, 브랜드와 조직원간의 ‘가치관의 일치’를 끌어냄으로써 한 방향으로 브랜드가 흘러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는 듀폰입니다”

브랜드 경영 분야의 구루 중의 한 명인 장 노엘 캐퍼러 교수는 지난 Vol. 14 ‘브랜드 교육’에서 유니타스브랜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얘기한 바 있다. “기업이 내건 약속을 (직원들이) 이해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직원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샤넬을 보자. 샤넬의 직원들은 그들 스스로가 이미 샤넬이다. … 이것이 충분히 샤넬다운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으며, ‘샤넬이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주저하지 않고 알았고,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지식(implicit knowledge, 암묵지)’이다.” 브랜드의 핵심가치가 직원들에게 내재화되는 순간, 그들은 그 브랜드 자체가 된다. 그렇기에 어떤 상황이나 순간이 닥치면 자동적으로 스타벅스라면 어떻게 할까? BMW라면 어떻게 할까? 애플이라면 어떻게 할까? 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 다움’으로 행동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십이 장착된 기업의 실재다. 듀폰도 마찬가지였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들은 듀폰 안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 영역에서도 듀폰 그 자체였다.

 

듀폰의 Core Value는 210년간 정말, 듀폰을 듀폰답게 만들어준 보호막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비단 비즈니스 영역뿐만 아니라 듀폰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도 이 Core Value가 적용되다 보니, 개인적인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하다.
임정택 학창시절에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가치들이 끊임없이 변한다. 왜냐면 인격적으로 덜 성숙했고 자아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지 않나. 그런데 듀폰에 입사하여 여기에서 Core Value를 지키고 완성시켜 나가면서 나의 가치관을 형성하게끔 해줬다. 내 인생의 가치관을 회사를 통해 경험한 것이다. 누군가, Core Value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더라. 어느 한 가지가 아니라, 이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삶에서 ‘integrative’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직성, 완전성, 완결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integrative는 Core Value가 회사와 개인적인 삶에서 모두 동일하게 일어났을 때만이 붙일 수 있는 말일 것이다. 회사에서는 Core Value를 지키고 개인적인 삶에서는 지키지 않고,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말해 그 사람은 100% 지키는 않는 것이며 Core Value의 가치와 의미도 모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듀폰의 사람이라면 개인과 직장에서 모두 Core Value가 동일하게 지켜지며 integrative한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한다.

 

김동수 내가 듀폰에 입사한 후 나갈 때 더 정직한 인간이 됐고, 또 원칙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됐고. 또 그걸 가지고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입장까지 되었다. 요즘 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학생들이 굉장히 도전을 받는다. 학생들이 ‘아, 윤리 참 중요하구나’ 하며 토론하는 것을 볼 때면, 듀폰이 이상적인 가치를 자신들의 가치로 삼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당연히 준수하고 따라야 하는 기준들을 삼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것을 실천했기 때문에 도전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좋은 기업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그러한 혜택을 아주 많이 받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결국, 브랜드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가 하나가 되면서 브랜드가 영속가능할 수 있는 탁월한 조건을 만들었다. 회사의 가치가 단순히 회사의 가치로만 남는 순간, 그것은 무용지물이지 않을까. 그 안에 있는 직원 어느 누구도 변화시킬 수 없는 가치는 의미가 없다.

 

 

브랜드의 가치로 직원들이 세례를 받는 순간,
그들은 ‘브랜드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존재가 변하면 ‘관계’ 또한 변화된다.

 

 

 

 

종교적인 의미로 ‘세례’란 자신이 ‘거듭났음’을 자신의 개인적인 고백에서 모든 사람들 앞에서 하는 언약으로서의 고백을 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때 ‘거듭남’의 의미는 ‘존재의 변화’를 얘기한다. 브랜드의 가치로 직원들이 세례를 받는 순간, 그들은 ‘브랜드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존재가 변하면 ‘관계’ 또한 변화된다. 세례를 받은 직원과 브랜드는 단순히 브랜드와 직원의 관계가 아닌, 가치를 공유한 ‘일등친(一等親)’의 관계가 된다. 이러한 관계는 결국 모든 직원들을 《브랜드 챔피온》의 저자 니콜라스 인드가 말한 것처럼 ‘브랜드처럼 살게(Living the Brand)’ 만든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브랜드십의 궁극이다. 듀폰은 ‘듀폰다움’을 지키기 위해 Core Value를 만들었고, 이것을 암묵지로 만들어 그들 자신이 듀폰이 되었다. 듀폰의 전 사장과 현재 사장의 다음 고백이 현재, 브랜드십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과 브랜드에게 왜 브랜드십으로 브랜드와 기업을 경영해야 하는지 대답해줄 것이다.

 

김동수 나는 정말 듀폰 때문에 윤리적인 사람이 되었고, 무엇보다 목숨까지 구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실 많은 기업에도 이런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저 회사의 녹을 먹기 위해서 그 가치를 지킨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한 심플한 진리’다. 그것을 알아야만 한다.

 

임정택 듀폰이 듀폰다워진 것은 이처럼 Core Value를 지키려고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가치로 삼고 헌신하며 여긴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만약 내가 듀폰에서 나갈 때 가장 가지고 가고 싶은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사람이다. 나의 가치를 기업의 가치와 일치할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그 기업의 생명은 보장된 것이라 생각한다.

 

 

Vol. 16 듀폰편 Review
듀폰의 역사와 Core Value
듀폰은 1802년, 프랑스에서 미국 델라웨어주로 이민 온 엘 테일 듀폰(E. I. Dupont)이 화학공장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2009년부터 여성 CEO인 엘렌 J. 쿨만(Ellen J. Kullman)이 경영하며, 화학, 섬유, 에너지 산업에서 더 나아가 소재, 영양, 안전, 바이오케미컬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듀폰에는 네 가지의 Core Value가 있는데, ‘안전, 윤리, 인간존중, 환경보호’가 그것이다.
* 이 원고는 Vol. 16에 소개된 ‘한 방향으로 흐르는 영속기업의 표본, 듀폰’(p. 64~71)’의 2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원고를 읽기 전 반드시 위의 글을 읽어 보길 바란다. ▶www.unitasbrand.com/article/76200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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