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이 된 남자, Steve Jobs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5 / Vol.31 애플 코드와 씨드 (2013년 06월 발행)

나는 아직도 스카이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사과의 달콤한 유혹을 이미 맛본 회사 사람들은 모바일의 선과 악을 경험할 수 있는 애플을 두 손에 들고 무엇인가에 홀린 듯 한 번 먹어보라며 손짓한다. 가끔 솔깃하긴 하지만 하늘(스카이)에서 가장 밝은 별이라는 직녀성(베가)을 가졌는데, 별로 아쉬울 건 없다. 그래서 여전히 난 하늘에서 맴돌며 육지의 애플을 지켜보고 있다. 관찰 도중,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나와 다르게 애플 매니아들은 그 기계 자체는 물론, 직접 만나보지 못한 사람에게 상당히 열광한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그와 그의 조직이 만든 제품을 손에 쥐고 칭송하며,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를 면대면으로 만나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플 마니아들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리고 이제 하늘로 돌아간 그의 이름을 추억한다. 스티브 잡스라고. 장 노엘 캐퍼러 교수는 이런 현상을 이해하는 단초를 던져줬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창조자의 아이덴티티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 그렇고, 입생로랑의 입생로랑이 그렇다. 애플이 commodity에서 identity로 변하고, 이 identity가 ideology화되며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하는 모든 사건의 중심에서는 다름 아닌 스티브 잡스가 그의 숨을 불어넣고 있었다. 애플의 유저들이 사랑해 마지 않고, 손에 쥐고 자신과 동일시 하는 ‘i-’로 시작하는 그것들을 만들고, 정신을 공유하게끔 한 창조자의 저력은 쉽게 인정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에 유니타스브랜드가 만난 수많은 인터뷰이들은, ‘애플의 씨드’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스티브 잡스를 꼽았다. 그런데 나는 머지 않아 애플을 찬양하는 자들이 내세우는 잡스의 모습과 다른 잡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그것을 광기라고 정의했다.

스토르만스갈스카프와 악당

세네카는 ‘광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천재는 없다’고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약간의 광기도 없는 천재는 없다’고 했다. 노르웨이어에 스토르만스갈스카프(Stormannsgalskap)라는 단어가 있다. Stor는 영어로 ‘great’, Mann은 ‘man’, Galskap는 ‘madness’을 의미한다. ‘위대한 이들의 광기’를 정의하는 이 말은, 뛰어난 업적을 거둔 이의 뒤에는 못난 구석 또한 존재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리처드 테들로우는 《사업의 법칙(Giants of Enterprise)》에서 위대한 기업을 만든 사람들을 비교했는데, 이들이 ‘권력의 광기 ’로 고통받는 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스토르만스갈스카프라는 용어를 차용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 인물로 스티브 잡스를 꼽았다.

 

그런데 정말 잡스가 ‘권력의 광기’로 고통받았을까? 애플에서 제 발로 걸어 나오기 전까지의 잡스와 상통하는 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1997년, 애플로 돌아오고 나서 잡스의 연봉은 1달러였다. (물론 막대한 주식이 있었다.) 그는 돈을 벌기보다 자신의 철학으로 제품을 구현하는데 미친 사람이었다. 잡스의 현실왜곡장은 유명했지만, 정신질환적인 광기는 아니었다. 권력 자체에 미쳤다기보다, 그렇잖아도 남들보다 독특한 성격이 리더라는 자리와 맞물려 더욱 독특하게 발화되었을 뿐이다. 

 

그의 모난 면모는 권력의 광기가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악당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하다. 하지만 시대가 선택한 영웅과 악당은 존재한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도 시대는 냉소를 보냈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갈릴레이였다. 악당은 위대한 광기로 기존의 현실을 부정하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다. 자신의 꿈을 좇았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과감히 덤비는 모습이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말을 빌려보자. “악당은 다르다. 판단기준은 어디까지나 자기에게 있다. 자기를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들을 나쁘게 하는 것이지, 악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중략) 그러므로 결국 악당은 선을 지향하는 존재다. 다만 자기 자신에게 좋은 것을 우선한다는 점이 두드러질 뿐.” 스티브 잡스는 자칫 이런 악당이 아니라 악인으로 추억될 뻔 했다. 다음의 일화를 살펴보자. 

 

1974년 초, 아타리에서 일하던 잡스. 아타리의 창업자이자 대표였던 놀란 부시넬은 당시 게임에 설계에 사용되던 평균 150개의 칩을 70개 정도로 줄이고 싶어했다. 아타리에서는 칩을 50개 미만으로 설계하면 700달러를, 40개 미만으로 만들면 1000달러를 지급해주기로 한다. 잡스는 워즈니악에게 게임 설계를 나흘 안에 해야 하는데, 계약이 700달러로 되었으니 반씩 나눠 갖자고 얘기한다. 워즈니악은 천재답게 나흘 만에 45개의 칩으로 게임을 완성하고(그 유명한 ‘벽돌깨기(Breakout)’다), 잡스는 워즈니악에게 350달러를 준다. 하지만 사실 잡스가 받은 돈은 5,000달러였다. 게임에 감동한 아타리에서 웃돈을 얹어줬는데, 잡스는이 사실을 워즈니악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머지 4,650달러를 갖고 오레곤으로 휴가를 떠났다.

 

애플이 생기기 전인데, 배짱(?)이 남다르지 않은가? 스티브 잡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주 회자되는 이야기다. 또 잡스는 어떤 일에 주도권을 쥐면, 굉장히 지기 싫어하는 면면을 보였다.

 

 

 애플 II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애플컴퓨터. 여기에 탄력을 받아 회사 안에는 애플, 리사, 매킨토시 세 팀이 꾸려진다. 잡스는 리사에 ‘꽂힌’ 상태였고, 사내 인재의 다수를 리사 팀으로 데려간다. 사실 매킨토시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시작했다기보다, 순수하게 직원들의 의지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당시 매킨토시 팀의 리더는 제프래스킨으로, 1979년 잡스가 제록스PARC를 방문하여 최초의 GUI를 탑재한 ALTO를 보았을 때 동행한 인물이다.
잡스는 래스킨의 프로젝트가 애플에 방해만 된다며 없애자고 주장하지만, 애플의 초대 CEO였던 마이클 스콧은 암암리에 매킨토시 프로젝트를 살려둔다. 한편, 독자도 잘 알다시피 리사도 애플 III도 성공적이지 않았다. 잡스는 ‘무혈입성’이라는 말이 적절하게 매킨토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의견충돌을 사유로래스킨을 해고한다. 1983년, 스콧의 후임 CEO 존 스컬리는 리사 팀과 매킨토시 팀을 합치려 한다. 그러자 잡스는 ‘리사 팀은 형편없다’ 며 악담을 퍼붓는데, 사실 그 팀을 모은 건 이미 말했듯이 잡스 자신이었다. 때맞춰 매킨토시 팀도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잡스의 강요로 주 90시간 수준의 일을 했는데도 급여 수준이 리사 팀의 5만 달러 연봉보다 두 배 가량 낮았기 때문이었다. 잡스가 보너스를 주기로 합의하자, 워즈니악이 있던 애플 팀이 반기를 들었다. 보너스로 지급될 돈의 대부분을 애플 II가 벌어들였기 때문이었다. 
애플은 1984년, 시대의 명광고 ‘1984’를 화려하게 선보이지만, 정작 매킨토시는 판매고가 2만대에 그친다. 내장디스크 용량도 충분하지 않았고, 기존의 애플 II와 소프트웨어 호환조차 잘 되지 않았다. 1985년 당시 매출의 70%는 여전히 애플 II의 차지였지만, 매킨토시를 편애하는 경영진 탓에 결국 애플 II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의 대부분은 회사를 떠났다. 잡스는 매킨토시의 부진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며 조직원을 괴롭혔다. 스컬리를 비롯한 경영진은 잡스의 행동 때문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고 판단, 경영에 손을 떼게 하는 수순을 밟으려 한다. 이에 분개한 잡스는 본인이 영입한 스컬리를 실각시키려는 사건을 꾸미다가 들키고, 결국‘Global Thinker’ 라는 직함과 사무실 한 칸 외에 모든 권한을 박탈당한다. (그 방은 당시 애플에서 ‘시베리아’라고 불렸다.) 1985년 9월 17일, 잡스는 본인 손으로 사표를 쓰고 애플을 나온다. 

 

 

이후 넥스트에서도 *기괴한 행각은 계속 나타났다. 1992~1993년 사이에 스티브 잡스의 전략에 문제를 제기했던 부사장 7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다. 또, 사업상 중요한 파트너 사의 중역들이 회사를 방문했을 때, 잡스는 그들을 20분동안 세워놓고 조경 인부들에게 스프링쿨러 꼭지가 가리킬 정확한 방향을 지시했다고 한다.

*출처: Randal Stross, ‘ What Steve Jobs learned in the wilderness ’, New York Times 2010. 10. 2., http://www.nytimes.com/2010/10/03/business/03digi.html?_r=0

 

 

비즈니스 세계에서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하다.
하지만 시대가 선택한 영웅과 악당은 존재한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도 시대는 냉소를 보냈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갈릴레이였다.

 

 

악당도 철학이 있어야지

1997년, 애플 복귀 당시 잡스는 이런 취약한 부분을 많이 고쳤다. 넥스트 시절, 잡스의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케빈 컴튼(Kevin Compton)은 “최고의 열정에서는 똑같은 스티브지만,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거대한 회사를 어떻게 권한위임할 것인지 이해한 면에서는 새로운 스티브다. 넥스트에서 스티브는 자기가 모든 걸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복귀 후, 스티브 잡스는 경영진들과 예전보다는 훨씬 평탄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12년 간 인간관계에 서툴렀던 독기를 슬쩍 빼고 돌아왔어도, 일 자체에 임하는 원칙과 태도 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이것이 악당으로서의 스티브 잡스를 이해하는 핵심이다.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를 집필한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기고에 “잡스의 성격은 잡스가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하다. 내 생각으로는 그게 잡스의 정수(Essence)”라는 말을 남겼다.

*출처: Walter Issacson, ‘The real leadership lessons of Steve Jobs’, HBR 2012. 4.

 

비단 아이작슨만 그런 주장을 한 건 아니다.

“잡스의 리더십을 외형적 스타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LG경제연구원의 조직·HR분야 컨설턴트, 강진구 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는 조직 리더들의 외면적인 ‘독함’보다 내면적인 ‘독함’에 초점을 맞춰보라고 조언했다. 악당의 성격을 색다른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다. 강진구 연구위원은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여러 CEO들이 보여준 탁월한 행보를 완벽주의, 집요함, 단호함, 집중과 몰입, 꾸준함, 통찰력 등의 속성으로 분석했고 이를 *‘독한 리더십’이라고 명명했다. 시대는 이제 세상의 문제를 혼자 짊어지는 고고한 성격의 영웅보다, 급변하는 정세를 빨리 감지하고 악착같이 살아남는 악당의 행보에 열광한다. 단, 악당의 칭호도 철학이 있어야 받을 수 있고, 이때서야 ‘위대한 사람의 광기’라는 말이 통한다. 철학이 없는 악당은 악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독한 리더십
1. 완벽주의 : ‘최고의 완벽’을 추구하다
잡스의 완벽주의는 ‘Insanely great(비상식적으로 뛰어난)’이라는 단어로 대표된다. 그는 사내에서 화두로 오른 제품과 관련된 개발자의 이메일과 전화번호는 모조리 암기하고 있었다. 애플 팬이라면(팬이 아니더라도) 열광하는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위해서 보폭의 너비, 홀 조명의 밝기는 물론 문구까지 하나씩 반복하며 고쳤다. 매킨토시 회로기판 내부에는 개발팀 45명의 서명도 새겨져 있다. 완벽한 제품은 곧 예술품이라는 그의 철학을 증명시킨 예다.
2. 집요함 :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
2006년 미국아트센터디자인대학이 주최한 래디컬 크래프트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애플의 산업디자인 수석부사장 조너선 아이브는 이렇게 말했다. “스티브가 말하는 애플의 목표는 돈 버는 것이 아니다. 애플의 목표는 정말로 좋은 제품, 정말로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거다.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 애플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끈질기게 분투 중이다. 애플이 보여주는 단순함의 미학도 위대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잡스의 집요함과 끈질김에서 비롯한다.
3. 단호함 : 신념과 원칙에 한치의 양보 없다
“한 마디로 엉망이었다.” 2008년 여름에 애플이 출시한 ‘모바일미(MobileMe)’를 잡스가 평가한 말이다. 모바일미는 유료 클라우드 서비스인데, 출시 당시 기기 간 호환이 원활하지 않아 언론에서는 비난을 퍼부었다. 애플이 공들여 쌓은 ‘최고의 제품과 혁신’이라는 이미지가 실추되는 순간이었다. 잡스는 모바일미 개발팀 전원을 본사 강당으로 소환했고, 30분 넘는 호된 질책 끝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팀장을 해고했다.
4. 집중과 몰입 : ‘더 중요한 것’ 을 위해 ‘중요한 것’ 은 포기하다
잡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자율과 배려가 아니라 아이디어로 성과를 내는 것이었다. 회의 때 그의 눈에 어설픈 프리젠테이션은 언제든 중단되었다. 이런 잣대는 직원들을 ‘최고’ 혹은 ‘멍청이’로 이분화시켰다. 사실 그 기준이 명확한 것은 아니었다. 쓰레기 같은 아이디어라며 모욕을 주고도, 나중에는 자기가 그 아이디어를 낸 것처럼 상대를 설득시키곤 했다. 월터 아이작슨은 “잡스의 두뇌 회로에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충동적인 생각들의 극단적 증가를 완화하는 장치가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5. 꾸준함 : 여정 자체가 주는 가치를 중시하다
독한 리더들은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은 개의치 않는다. 매킨토시 개발팀에서 일했던 앤디 허츠펠트는 “잡스는 가능한 가장 위대한 일을 하는 것, 혹은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것이 목표였으며, 나와 팀원들은 그런 잡스의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고백했다. 하루는 한 엔지니어가잡스에게 부팅 시간 단축의 어려움을 변명했다. 그러자 잡스는 말을 자르고 일갈했다. “500만 명의 맥 사용자가 매일 컴퓨터 부팅 시간을 10초 덜 사용하면 연간 3억 분이 절약되고, 이는 100명의 일생에 해당한다.” 몇 주 후, 그 엔지니어는 부팅 시간을 28초나 단축했다.
6. 통찰력 : 이면에 감춰진 본질을 꿰뚫어 보다
잡스가 즐겨 인용하던 문구가 있다.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이제 제록스의 GUI와 비트맵 기술을 도둑(?)질한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해졌다. 당시 잡스에게 새로운 기술을 알려준 제록스의 엔지니어 테슬러는 “잡스는 흥분해서 가만있지를 못하고 이쪽저쪽을 왔다갔다했다. 내 설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궁금했지만 계속 질문만 하고 화면이 바뀔 때마다 감탄을 내질렀다”고 회고했다. 아이팟과 아이튠즈가 빛을 보게 된 계기도 재미있다. 아이맥 출시 이후, 잡스는 소니의 슬롯 드라이브에 매료되어 엔지니어들의 반대에도 아이맥의 CD 트레이를 슬롯드라이브로 바꾸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파나소닉에서 읽고 쓰기가 가능한 CD 드라이브가 출시되자, 엔지니어의 말대로 난관에 봉착한다. 이때 잡스는 문제의 본질이 음악의 CD로 굽는 게 아니라 음악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변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구상하게 된다.
인용 및 참고: ‘독한 리더십, 독한 리더가 조직을 성공시킨다’, 강진구, LG경제연구원 ‘LG Business Insight’, 2012. 3. 6.

 

 

악당은 자기를 사랑한다

악당의 차원에서 분석한 잡스는 굉장히 자기 철학이 강한 사람이다. 본인이 믿는 것은 옳은 것이며, 이것을 조직 내에서 구현시켜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악당, 혹은 잡스의 광기를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나르시시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패기 넘치고 자신만만하게 비전을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이력서를 보자.

 

 

Steve Jobs’s Resume
•목표(Objective)
기반이 탄탄한 헌 집을 찾는 중. 벽을 허물고, 다리를 건설하고, 불을 밝힐 준비가 되어 있음.
다양한 경험, 넘치는 에너지, ‘비전’에 관한 의식이 있음. 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음.
•능력(Skill)
그 ‘비전’, 연설, 팀 동기부여, 그리고 정말 놀라운 상품을 만드는 것을 돕기.
출처: ‘Steve Jobs’s Resume’, http://www.me.com, 2000년 1월 5일 (편집자 주: 원 게시물은 삭제되었지만, 네티즌들이 많이 공유해 웹 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잡스는 자신의 꿈에 완전히 매료되어 이것을 실현시키고 싶어했다.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면서 그 생각을 구현하고 싶어하는 나르시스트였다. 신화 속 나르시스와 다르게 잡스는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만 감탄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 대단한 생각을 널리 알리고 동참시키고 싶어했다. 분명 잡스는 비전으로 조직을 감화하는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신이 잡스에게 준 천부적인 선물이었다. 신이 내린 선물. 우리는 이 선물을 그리스어로 ‘카리스마’라고 부른다.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적 지배’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1947년, 저서 《사회경제조직론(The Theory of Social and Economic Organization)》에서 조직체계이론을 체계화하며 지배의 형태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막스 베버의 지배 유형
1. 전통적 지배(Traditional Authority)
말 그대로 전통적인 규범에 의한 지배다. 신성화된 관습 상의 권위로, 옛 씨족 사회의 가부장이나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중국의 황제, 터키의 술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 합리적 지배(Rational-Legal Authority)
조직의 구성원들이 합의한 일정한 규칙으로 지배의 합법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법적으로 규정된 절차에 의거하여 리더가 임명, 선출되고 추종자는 지도자에게 부여된 권위에 따라 복종을 수락한다. 천주교의 교황이 여기에 해당한다.
3. 카리스마적 지배(Charismatic Authority)
개인의 특별하고도 천부적인 자질, 즉 카리스마에 의거한 지배다. 조직의 하부에서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있더라도 결국 최종 의사결정은 비범한 리더가 내린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리더의 능력에 감화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리더를 향한 충성도나 동의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카리스마적인 권위는 과거를 거부하고 새롭게 탄생하는 혁명적인 힘을 동반한다.

 

 

세 번째 ‘카리스마적 지배’의 전형이 스티브 잡스다. 막스 베버는 부하들이 자신들의 리더가 남들에게는 없는 천부적 재능이 있다고 느낄 때, 리더도 역시 스스로 자신의 카리스마를 자각하고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애플 초창기의 자신과 직원을 묘사할 때, 잡스는 ‘반항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매킨토시 팀이 일하는 빌딩에 해적의 해골기를 꽂아놓은 일화는 유명하다. 해적들의 수장은 의심할 바 없이 잡스였다. ‘해군이 되느니 해적이 되겠다’는 잡스의 말은 그의 자신만만함을 보여준다. 애덤 라신스키는 “애플의 취향에 대한 문제에 있어 최종 결정권자는 잡스다”라고 지적했다. 애플의 전직 제품 마케팅 관리자였던 마이클 헤일리는 “비전을 가진 리더가 있고, 그가 신임하며 그의 비전을 실행할 재능이 있는 부하들이 있다. 잡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그의 비전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매우 사소한 것까지 직접 확인한다”라고 언급했다.

 

 

마이클 맥코비의 ‘생산적인 자아도취자’

완벽주의적 성향으로, 아주 작은 것까지 직접 확인했던 스티브 잡스. 비즈니스 코치 마이클 맥코비는 그를 생‘ 산적인 자아도취자(Productive narcissist)’라고 불렀다. 

“진정한 자아도취형 인간이란 이런 사람이다. 첫째, 자신이 어떤 것을 해야 한다고 믿으면 절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둘째, 세상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다.” 맥코비는 코칭과 연구를 통해 관리자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항목을 프로이드의 용어를 빌려 정의했다.

 

 

마이클 맥코비의 리더 유형
1. 에로틱(Erotic)
타인으로부터 사랑 받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타고난 리더보다는 관리자에 적합하다. 이들은 관리자가 일을 시킨 부하직원을 나중에 칭찬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편집광(Obsessives)
에로틱과 반대의 성향이다. 자기 의존적이며 효율적이고 모범적인 전략가 스타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들으려고 하고 중재할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객관적인 자료로 하는 업무에 능통하다.
3. 자아도취자(Narcissist)
독립적이며, 다른 사람에게 쉽게 감화되지 않는다. 즉, 심지가 굳은 사람들이다. 혁신가이며,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실에 도전한다. 원대한 꿈이 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도 덤빌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다.
출처: Michael Maccoby, Page 3, ‘Narcissistic Leaders: The Incredible Pros, the Inevitable Cons’, HBR 2004, January

 

 

자아도취자에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밀어붙일 수 있는 대담함이 있지만, 앞서 봤듯 그 이면에는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약점이 존재한다. 본인의 기준치에 맞지 않는 사람을 공개적으로 ‘얼간이(Bozo)’로 부르거나, MobileMe의 총책임자를 사람들의 앞에서 해고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맥코비의 분류에서 기억해야 할 점은, 비즈니스 역사에서 영웅으로 칭송 받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생산적인 자아도취자형이었다. 베버가 말한 ‘카리스마적 지배’ 유형과 유사하게, 생산적인 자아도취자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그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을 조직에 전파하고, 본능적으로 심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잡스도 이 영리한 나르시스트 중 한 명, 위대한 나쁜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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