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브랜드 사례 3
브랜드 공동체는 참여가 생명입니다/ 브랜드 공동체는 안전한 보호장치입니다.

고유주소 시즌3 / Vol.39 Vol.39 (2015년 02월 발행)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90년대 초반 ‘아이들을 잘 키워보자’는 부모들의 열망에서 시작됐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부모들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성미산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졸업한 후에도 그 대안으로 방과후학교, 성미산학교 등 다양한 조직을 만들어나갔고, 현재 70여 개의 모임이 성미산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어린이집은 ‘브랜드는 공동체다’는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형태의 도시 마을인 ‘성미산 공동체’의 근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기틀을 잡았던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의 정영화씨와 현직 어린이집 이사장 홍은배씨를 만나 20년이 넘게 공동육아를 유지해 온 비결을 들었다

 

 

브랜드 공동체는 참여가 생명입니다

The interview with 정영화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UnitasBRand(이하 UB):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어떤 교육 브랜드인가?
‘함께 크는 아이, 더불어 성장하는 어른’을 모토로 생태 교육, 관계 교육을 지향합니다. 내 아이, 남의 아이로 가르지 않고 우리 아이로 함께 키우며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아름다운 생활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거죠. 현재 우리어린이집(1994), 참나무(2002), 성미산(2005), 또바기(2005) 총 4곳 입니다.

 

 

UB: 브랜드 구성 요소 (5M)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면?
사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어린이집의 철학이 중요한 이유가 ‘우리가 같이 무엇을 믿는가’를 채택한 거잖아요. 일반 어린이집 경우 부모들이 선택한 이유가 집과 가까워서, 원장님이 맘에 들어서, 국공립이어서 등이 이유인데 반해 이곳은 가치에 동의한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까지 온 거라고 생각해요. 거기에다 ‘나 혼자만 내아이를 책임지는 게 아니라, 애들을 같이 키우고 싶다’는 욕구가 더해진 거죠. 여러 사람들이 아이를 같이 키우는 것은 사실 품앗이거든요. 공동체는 결국 나 혼자만 잘 살기보다는 조금 덜 잘 살아도, 같이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UB: 공동육아의 경우 부모의 참여를 강조하는데 그이유가 무엇인가요?

공동육아는 70년대 야학을 했던 대학생들의 경험이 토대가 되었습니다. 부모의 참여없이 운영한다는 게 어렵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이후 공동육아를 위해 모인 부모들이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되는데 결국 아이를 위해선 부모도 잘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통한 거죠. 기본적으로 교사와 부모의 신뢰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게 공동육아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논란에 있는 CCTV를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 자체가 아동학대를 방지한다고 보지 않거든요. 그것보다는 어린이집을 개방해서 부모님들이 자주 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이사회에서 어린이집의 CCTV를 반대하는 안건을 내놓았는데, 교사와 아이가 감시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 철학과도 맞지 않죠. 이번 사안이 우리의 철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UB: 여러 사안에 대해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를텐데, 구성원간의 갈등은 어떻게 조정하나요?

어느 사회, 공동체나 항상 있는 문제인데 구성원끼리 얘기하다보면 생각이 안 맞아서 분리되는 경우가 있어요. 저희도 가장 고민하는 테마 중에 하나인데, 비폭력대화법이라던가, 생각을 맞춰나가는 회의법을 알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공동육아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거다, 어려울 때는 서로 도와준다’는 걸 알려나가고 있어요. 실제 갈등이 발생할 때는 저희한테 갈등 조정을 신청하기도 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보면 오해로 틀어지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 사람의 진심이 무엇인지 이해시키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그리고 구성원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갈등은 항상 있거든요. 가령 어린이집 대청소날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못할 경우, 그 전날에 다른 일을 분담시킨다든지 상황에 맞게 하도록 권유해요. 똑같이 업무를 배당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죠. 사람마다 성격,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 가면서 이해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UB: 지속가능한 브랜드 경영을 위해 제도화한 것들은 어떤 게 있나요?

자발성은 저희의 생명이어서 약간 의무화한 게 있어요.한번 모임에서 빠지면 한발 뒤처지게 되고, 갈등 요소가 되거든요. 회의를 빠지면 회의록을 숙지하도록 권유하는 편이예요. 저희는 특히 정보 공유가 자발성을 일으키는 큰 동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발적으로 하는 연습을 어린이집을 통해서 하게 되는 거죠.

먼저 어린이집 운영진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어린이집의 이슈, 마을의 이슈, 조합의 이슈를 논의하는데, 홈페이지에 회의 내용을 올리면 봐야 합니다. 한달에 한번 방모임을 가야 되나 보다, 1년에 한번 총회는 꼭 참석해야한다, 이사회 회의록은 다 봐야 한다더라…. 이렇게 익혀나가면서 다음엔 운영진이 되고, 후배들, 신입들이 들어오면 알려주는 거죠. 1년은 배우고, 1년은 일하고, 1년은 알려주는 사이클로 교육이 진행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동질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요. 그런 면에서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동안 어린이집의 경우 조합원(부모)의 출자금을 모아서 집을 마련해왔거든요. 그러다가 2007년, ‘우리어린이집’의 경우 졸업조합원들이 출자금을 거의 전액 기부하게 됩니다. 어린이집을 통해 아이를 잘 키웠듯이 앞으로 미래의 아이들이 잘 자랄거란 믿음이 모인 거죠. 이를 바탕으로 기본 자금이 마련됐고, 현재도 각 어린이집마다 기부금 제도가 운영되고 있어요. 그런 마음들이 어린이집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UB: 단지 부모 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아이를 함께 돌보는 구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죠. 저는 어린이집을 터전이라고 부르는데, 마을살이 하면 저는 작은나무카페가 상징적으로 떠올라요. 저도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키웠는데 아이들이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으면 “작은나무에 가 있어”하면서 약속장소가 되기도 하고요, 제가 없더라도 아는 어른들이 한 두명 정도는 있어서 챙겨주시거든요. 마을의 거실같은 느낌이죠. 아이들도 많이 만나고 놀기도 하는 장소인 셈이죠. 그런 카페는 마을에도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UB: 앞으로의 계획은?

대개 공동육아 하면 협동조합 형식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렇지는 않거든요. 2007년부터 직장어린이집이나 국공립어린이집도 위탁을 받아서 부모 참여를 많이 도입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품앗이 공동육아(전업주부 또는 프리랜서 엄마들이 중심이 되어 아이를 함께 돌보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부모참여 모델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브랜드 공동체는 안전한 보호장치입니다

The interview with 홍은배 성미산 공동육아협동조합 11대 이사장

 

UB: 성미산 공동육아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저는 아이가 3살 무렵에 왔어요. 지금은 5살이 됐는데, 대개 이런 곳에 오게 되는 이유는 아내가 적극적인 경우가 많아요. 실제 육아를 담당하는 엄마가 현실적으로 어린이집의 문제점을 잘 알잖아요. 어릴 때받는 조기교육이 못마땅해서 교육관에 맞는 공동육아를 택하게 되죠. 더 나아가 아이들이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쩌면 가르쳐주지 않아도 깨달은 자신만의 본능으로 선택한 것 일수도있어요.

 

 

UB: 교육 측면에서 성미산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다른 어린이집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여기는 나들이라고 해서 성미산에 자주 올라다니고 망원시장에도 자주 가고 틈나면 바깥에서 많이 활동을 하는 편입니다. 또 통합교육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서로 형, 동생하며 섞여 놀아요. 주말에는 가족들끼리 놀러가기도 하고요. 다양한 형태로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이들이 교우 관계의 폭이 넓어요.

그리고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놀잇감이 별로 없어요. 나무, 풀, 흙이 아이들 장난감인데, 그런데도 아이들이 별로 심심해하지 않아요. 아이들 스스로 창의적으로 놀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또 한가지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마실이라고 해서 엄마들과 함께 아이들이 자주 다른 집에 놀러 다니고 밤마실이라고 해서 다른 집에 아이를 재우기도 해요.

 

 

UB: 브랜드 경영에 있어 커뮤니케이션은 얼마나 중요하며 어떤 기능을 한다고 보나요?

성미산 마을에서는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어른과 아이를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로 보고, 마을구성원 전체가 서로 호칭, 별명을 불러요. 저는 왕소금이라고 불려요. 이렇듯 어느 집단이나 소통을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평소 소통을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가 낭비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하지만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구성원간의 소통의 결과가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여긴 애들끼리 문제가 발생하면 지켜보다가, 사태가 심각하면 부모 모임을 가져서 선생님과 계속 소통하거든요. 그러면서 저희들도 배우는 거죠. 아이들을 통해서 배우고 깨닫는 게 많아요. 애들은 싸워도 금방 화해하지만 어른들은 싸우면 고정관념 때문에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여기 모토가 ‘애들이 성장하면서 부모가 성장한다’예요.

 

 

UB: 원활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조율하려고 해요. 가령, 제가 어떤 사안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잖아요. 그것이 틀리다고 생각할 수도있고요. 근데, 그게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사실 성미산 어린이집이 조합이다보니 그동안 여러 번 깨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본적으로 제 주장을 하기보다 많이 들어주고 조율하려고 해요. 구성원들이 각각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거죠. 구성원들간에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UB: 브랜드 경영에 있어 가장 위험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분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너, 옳고 그름, 남자와 여자, 빈부, 좋고 싫음 등 이분법적으로 마음에서 구분하면 공동체는 존립하기 어려워요. 또 어린이집의 경우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모임이 있어요. 바쁘신 분들은 참석이 어려울 수 있거든요. 항상 어디나 보면 많이 참여한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의 문제가 있는 거죠. 그럴 때 “왜참여 안했냐?” 하기 보다 어느 정도 감싸 안으려고 노력하죠. 전통같은 거예요. 그래왔기 때문에 공동육아가 유지되어 온 거니까요.

 

 

UB: 공동육아에서는 ‘부모의 참여’가 중요한데, 주로 어떤 것들을 하나요?

집집마다 가족문제가 있을 수 있잖아요. 얼마 전, 아빠 교육이라고 해서 아빠와 아이와의 관계를 어떻게 원활하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신과 의사를 초빙해서 강의를 듣기도 했어요.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전체 조합원 교육을 통해 강의를 진행하거든요. 같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또한, 부모들도 즐기자는 차원에서 대학 서클처럼 기타, 당구, 바느질, 합창 모임 등 여러 모임을 다양하게 만들어요. 사람들이 그래요, 금요일까지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면 여기서 놀 생각한다고. 자연스럽게 마라톤 모임이 생겼는데, 아이 데리고 다른 가족과 함께 한강에서 5km정도 걸어갔다 오기도 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함께 뛰기도 하고, 산에도 가고, 텃밭도 일구면서 재밌게 지내다보니까 스트레스가 풀리고 재충전이 되요. 처음엔 아이 때문에 왔다가 부모가 더 재밌어지는 거죠.

 

 

UB: 결국 부모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네요.

맞아요. 식물도 환경이 중요하잖아요. 햇빛을 잘쬐고 물을 잘 주고 영양분을 잘 줘야하는 것처럼 결국 아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부모, 더 확장하면 마을이고, 그렇게 모두가 행복해지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행복해지는 거죠. 아이를 중심으로 그 모든 연결고리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마음이 통한 거죠. 한 달에 한번 늦게까지 이사회 회의를 하는데 그것을 다 감내하는 이유도 아이가 행복해질 거란 믿음이 있고, 또 관계들이 무르익어 가니까 힘이 생겨서 그런 거 같아요. 에너지가 생기는 거죠.

 

 

UB: 강력한 브랜드는 ‘에너지 요소’가 있는데, 성미산 공동체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회가 점점 각박해질수록 사람들이 대안이 될만한 곳이나 자기가 지향하는 가치에 맞는 곳을 찾아 가는 거죠. 관계가 주는 편안함이 있거든요. 커다란 틀 안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같이 만들어 나가는데, 그 순간 살아 있다고 느껴요. 저는 그게 바로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작년에 성미산 극장에서 기타 연주 공연을 했거든요. 기타를 잘 치는 아빠가 있어서 매주 모여서 연습하고 각자 수준에 맞는 연주곡을 준비해서 연주했는데, 마을분들, 아내, 아이들이 와서 응원하고 박수쳐주니까 뿌듯하고, 같이 준비한 사람들끼리 연대감도 느껴져 좋았어요. 사실 그런 게 쉽지 않잖아요. 이곳 분들은 직업과 취미가 다양해서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모임을 만들 수 있거든요.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하는 거죠. 그래서 마치 자석에 끌리듯이 이곳으로 많은 분들이 오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UB: 브랜드는 결국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라고 하는데, 브랜드 공동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사회적 안전망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홀로 떨어져서 살 수 없으니까요. 물질적인 욕망의 고리가아니라, 사랑이라는 정신적인 가치가 실천되는 공간인 것이죠. 마치 연이 연줄이 있어서 바람에 흔들려도 지탱할 수 있듯이, 다양한 사람의 연줄이 걸쳐 있다면 바람이 심해도 위험을 면할 수 있는 안전한 보호장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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