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is Well, 제니스웰
그들만의 스마트 브랜딩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유민수  고유주소 시즌2 / Vol.21 스마트 브랜딩 (2011년 06월 발행)

A : “브랜드가 중요합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고객의 인식 속에…” B : “그걸 누가 모릅니까. 문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브랜드에 투자할 돈이 없다는 거죠.” 당신 역시 B처럼 답할지 모른다. 특히 중소기업에 몸담고 있는 독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라 예상된다. ‘브랜딩 = 추가 지출.’ 애석하게도 이것이 현재 브랜딩에 씌워진 누명 중 하나다. 물론 이 단어가 그간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빌미를 제공해 온 것도 사실이다. 브랜딩은 (화려한 광고와 힘 있는 프로모션 등으로) 꽤나 화려해 보였고, 그래서 자본이 있어야만 조금씩 완성될 것 같은 난제의 영역처럼 비쳐지기도 했다. 또한 투자된 자금이 언제 회수될지 모르는, 기약 없는 약속처럼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당장 생존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중소기업들에게는 (있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당장에는 지출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보험처럼 느껴지기도 했을 것이다. ‘언젠가 돈을 벌면…’ 하는 마음으로 굳건히 서 있는 다른 브랜드를 마냥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해다. 물론 브랜딩이 시간과 자금이란 변수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늘 정비례의 수식을 갖는 것은 아니며, 그 변수 앞에 어떤 장치를 두느냐에 따라 브랜딩의 결과 값은 전혀 달라진다. 변수(시간과 자금)를 좀 더 스마트하게 만지는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기술을 ‘제니스웰’의 유민수 대표에게 들어 보자.

The interview with (주)코비스코퍼레이션 대표 유민수

 

 

감질(疳疾)

‘감질나다’라는 표현으로 자주 활용되는 이 단어는 ‘바라는 정도에 아주 못 미쳐 애타는 마음’을 뜻한다. 그리고 경영자만큼 이 단어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거나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현금 흐름만 조금 좋아져도, 시간이 한 달만 더 있어도, 소비자 조사도 하고 제품과 서비스도 개선하고 훌륭한 인재도 채용하고, 광고에도 투자할 텐데…’라는 아쉬움에 절로 탄식이 흘러 나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 때문에 각종 금융권에 손을 벌리는 CEO들, 그리고 그 부채 때문에 잠 못 이루고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영자가 적지 않다. 시간과 돈은 대체 언제 어디로 흘러나간 것인지 늘 아쉬운, 감질나는 존재들이다.

제니스웰(Zeniswell)의 유민수 대표 역시 자신을 포함해 10명이 채 되지 않은 작은 조직을 이끌며 이러한 문제에 봉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에게는 이것이 좀 더 견디기 힘든 유혹이 될 것이, 마음만 먹으면 좀 더 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밝혀 두자면 그는 한국 화장품 업계 굴지의 기업, 코리아나 유상옥 회장의 차남이다.

  

유민수(이하 ‘유’) 매번 아쉽다. 누가 그렇지 않겠나. 그러나 나 역시 1억 원의 자본으로 코리아나를 창업하여 성공한 아버지처럼 자수성가하고 싶었다, 또 내게는 어떤 비즈니스를 하든 꼭 지키고자 하는 ‘비즈니스의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소자본으로 런칭하고, 무재고 시스템을 갖추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인데, 이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귀한 단어들이다.

 

그가 꼽은 세 가지 단어가 실제로 비즈니스로 구현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이상적일 수가 없다. 적은 자본으로 재고도 없이 고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꿈에 그리던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는 어떤 경험을 했기에 이런 원칙을 추려 낼 수 있었을까?

 

  첫 직장이던 제일기획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광고의 허와 실은 무엇이며, 적절한 투자 방법은 어떤 것인지를 다양한 성향과 이력의 삼성 내·외부 CEO들을 보며 알게 됐다. 그렇게 배우며 10년 정도 일하다가 1년 가량 미국에 공부하러 갔는데, 공부를 마치고 나니 한 번쯤 미국에서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제일기획에 사표를 냈고 사업자금은 당시 퇴직금으로 받은 1,500만 원가량에서 세금을 제한 1,300만 원이 다였다.

 

 

 제니스웰
‘Zen is Well’을 의미하며, 이 단어를 모두 붙인 것이 브랜드명이 되었다. 2006년 9월 첫선을 보인 제니스웰은 제조한 지 3~6개월 이내의 제품만을 유통하는, ‘신선 화장품’을 주된 컨셉으로 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제니스웰은 사람과 자연에 대한 공감 능력과 상생의 태도를 의미하는 ‘젠(Zen, 선종) 사상’을 바탕으로 탄생했으며 인공 화학성분의 최소 처방을 목표로 하는 에코스메틱(Ecosmetic, ECO+Cosmetic) 브랜드다.

 

 

1,300만 원이면 서울에서 6개월치 사무실 임대료도 내기 힘든 돈이다. 그 돈으로 미국에서 컴퓨터 관련 회사를 차렸다. 이유는 단 하나, 컴퓨터를 사러 갔다가 만난 기술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벤처 붐이 일기 직전이던 당시에 컴퓨터 비즈니스는 상당히 유망한 사업 ‘아이템’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그 기술자를 직원으로 뽑고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미국은 법인 설립 절차가 하루 만에 끝나는, 회사 차리기가 참 쉬운(?) 나라더라. 회사를 만들어 임대차계약을 하고 직원 두 명과 사업을 시작했다. 자금에 여유가 없으니 머리를 잘 써야 했다. 비즈니스 영역은 크게 세 가지였다. 컴퓨터 판매와 수리,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랜(LAN) 공사 수주 및 업체 중개, 그리고 교육사업이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MCSE(Microsoft Certified System Engineer)라는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3만~5만 달러를 내고 교육을 받아야 했다. 상당히 비싼, 게다가 영어로 진행되는 교육이라 한국 사람들에겐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래서 한국 강사를 초빙해 5,000달러짜리 코스를 만들었다. 숙제는 어떻게 알릴 것인가였다. 알리기만 하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중계업(LAN 공사 수주와 컴퓨터 세일즈)과 교육사업이라는 (상대적으로) 저자본에 유리한 아이템을 선택한 그에게 문제는 광고였다. 그가 찾은 방법은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마켓과의 제휴였다. 당시 그 지역에서 가장 유명했던 ‘부산마켓’의 사장을 찾아가 컴퓨터 한 대와 쌀 한 포대를 경품으로 걸고 공동 프로모션을 제안했고 8월 15일, 광복절을 추첨일로 둔 이 프로모션에는 1,000명 가량이 응모했다.

 

  응모한 1,000명에게는 이메일로 뉴스레터를 만들어 보냈고 경품 추천일에는 샌프란시스코 중앙일보 기자가 취재를 나왔다. 그만 한 홍보가 없었다. 결국 15명이 교육생으로 등록했고, 7만 5,000불이란 꽤나 큰돈을 모아 등록생에게 컴퓨터 한 대씩을 무상 지원하고 강사비와 강의실을 마련했다.

 

그렇게 1기 등록생의 수강이 끝난 뒤에는 더 많은 수의 2기, 3기 등록생이 생겼고, 유 대표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함께 런칭했던 기술자들에게 회사를 넘겨 주기까지 했다. 이런 성공 경험은 ‘소자본, 무재고, 고부가가치’의 세 가지 비즈니스 원칙을 그의 마음에 아로새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그가 회사를 넘기고 귀국할 당시까지도 그 회사의 직원 수는 처음과 같은, 2명이었다).

 

 

전략적 마케터에서 철학적 브랜더로의 전이

천상 전략가로서 마케팅 본능을 지닌 그는 어떤 연유로 오랜 기간 동안 몇몇 가치에 지속적인 (심적, 물적) 투자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 브랜드를 동경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그 시점을 명확히 꼬집어 낼 수는 없지만 유 대표의 말을 되짚어 보면 다음의 두 가지 경험이 그 시발점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과 브랜드의 수명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다

이 이슈는 유니타스브랜드 Vol.16의 특집 주제였던 ‘브랜드십(리더가 아닌 브랜드, 즉 기업의 핵심가치가 조직을 이끄는 상태)’과 같은 맥락이다. 100년 이상 지속되는 브랜드가 되려면 유한한 리더의 삶, 그리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기업에 구애(拘碍) 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루이비통, 바디샵, 나이키의 ‘소유주’는 수없이 바뀌었지만 그 ‘브랜드’는 여전히 존재한다), 유 대표 역시 그런 생각을 일본 유학 당시 읽은 책 한 권을 통해 정리해 둔 적이 있다 했다.

 

  일본 유학 당시 《기업의 수명은 30년이다》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가 일본 회사들의 평균 수명을 조사했더니 30년으로 상당히 짧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영자의 철학을 강조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100년 이상 건재한 브랜드를 관찰해 봤더니 그들에게는 철학이 있고, 소비자에게 늘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것이다. 나 역시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나 회사의 수명을 넘어서는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제니스웰도 내가 죽거나 상황에 따라 리더가 바뀔 수도 있고, M&A가 될 지도 모르지만 철학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만 잘 정립되면 브랜드로서 영생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믿어야 지금 당장을 위한, 올 한 해를 위한 얄팍한 짓을 안 한다. 가격이나 제품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은 브랜드를 하루살이로 만든다. 100년을 생각하면 1년은 정말 전광석화와 같은 시간이기 때문에 1년을 위한 타협이 적어지는 것이다.

 

 

나 역시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나 회사의 수명을 넘어서는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브랜드 가치와 비즈니스 수익, 그 공존의 솔루션을 발견하다

하지만 유 대표가 얻은 그 교훈이 바로 구현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는 어려서 ‘그렇구나’ 정도로만 머릿속에 넣어 뒀지, 내 것으로 만들고 가치관으로 정립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 한참 후라는 것은 그가 미국에서 돌아온 뒤 일하게 된 고세(일본 화장품 업계에서 약 4~5위 하는 코스메틱 브랜드)에서 일본식 경영을 접하면서다.

 

- 코리아나에서 일본 고세 화장품과 손잡고 고세코리아를 런칭하게 됐다. 일본 유학 경험이 있던 내가 맡게 됐는데,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에 꼭 맞는 일본식 경영의 진수를 그 때 맛봤다. 면밀한 조사를 위해 오랜 준비 기간을 갖고 상당히 시스템화 된 그들의 경영 방식이 가끔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매사에 철저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에 감동할 때도 많았다. 아직 생산되지도 않은 제품의 컨셉만 보고 출시 6개월 전에 시장성 검토는 물론 3개월 전에는 주문까지 완료해야 한다. 그렇게 전세계로부터 주문 받은 제품을 런칭 한 달 전에 생산을 마친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렇게 하면 무재고 시스템은 물론 재고가 없으니 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신선한 화장품도 만들 수 있겠더라. 내가 꿈꾸던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에게 전달할 새로운 가치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구조를 엿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 소자본으로 비즈니스를 런칭한 경험, 고세코리아에서의 재고율 조정 기술, 그리고 그 옛날에 읽은 양서 한 권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한데 어우러져 ‘신선 화장품’이란 새로운 가치를 브랜드의 핵심으로 하는 제니스웰이 마침내 탄생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요소 하나하나가 브랜드 탄생의 씨앗이 된 것을 넘어 앞으로 본격적으로 소개할 제니스웰의 기업 경영의 모든 행보에 녹아들어 있으며, 그것 자체가 중요한 브랜딩 솔루션이 되었다는 점이다. 브랜드의 스토리는 리더의 히스토리와 긴밀한 관계에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유 대표를 많이 닮았을 제니스웰, 그들의 스마트한 브랜딩 전략을 이제부터 면밀히 살펴보자.

 

 

7S로 보는 그들의 스마트 브랜딩 전략

 맥킨지의 7S 모델은 Skills(조직의 핵심 능력), Structure(조직 구조), Strategy(전략), Staff(인재 구성), System(운영체계), Style(조직 문화)이라는 기업 운영의 여섯 가지 필수 요인이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 요인으로 꼽히는 Shared Values(공유가치)를 중심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프레임이다. 이런 프레임을 제니스웰의 브랜딩 전략을 살펴보기 위한 분석 모델로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제니스웰의 ‘신선 화장품’이라는 아이덴티티(혹은 철학, Shared Value) 구현을 위해 기업 운영의 모든 요소(6S)를 어떻게 스마트하게 배치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잘 짜여진 씨실과 날실의 직조물처럼 도무지 분리해서 볼 수 없는 그들의 기업 운영 요소들은 적은 자본 안에서 어떻게 최적화 되었는지(smart) 확인해 보자.

 

둘째는 당신의 브랜드를 한 번쯤 이 분석 툴로 조망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7S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갖게 되는 7가지 요소를 꼭지점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운영하고(혹은 일하고) 있는 조직의 7S를 점검해 보고 각 요소에서 발견된 문제를 바탕으로 혁신이 필요한 부문을 명확히 하거나 부문별 새로운 전략 아이디어를 도출해 보자. 특히 그냥 ‘기업’이 아닌 ‘브랜드’를 운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머지 여섯 S들이 Shared Values(공유가치)를 중심으로 어떻게 일관성(alignment)을 가졌는지 확인해 보았으면 한다. 이제부터 소개될 제니스웰의 7S가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맥킨지의 7S 모델
         
                       

맥킨지의 대표적인 경영 모델로 잘 알려진 이 경영 진단 모델은 사실 일본 기업들의 성공 전략을 연구하던 리처드 파스칼, 앤서니 에이토스가 1981년 소개한 《The Art Of Japanese Management》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또한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 모델이 저자인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만이 리처드 파스칼, 앤서니 에이토스와 함께 1978년 탄생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맥킨지가 경영 진단의 기본적인 프레임으로 채택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첫 번째 S, Shared Values : 조직 운영의 중심 축

Shared Values(공유가치)는 7S 모델의 중심축이다. 브랜드 용어로 대치해 보자면 브랜드의 철학(그에 앞서 리더의 철학)이자 아이덴티티를 응축해 놓은 핵심 에너지원과도 같다. 제니스웰, 그리고 유 대표가 믿고 있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제니스웰의 최후 목표는 지구상에서 화장품을 없애는 것이다.

 

여러 사유의 과정과 그 의미가 축약된 표현이라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겠지만(그는 화장품 회사의 대표이지 않은가!) 이것이 유 대표가 바라는 궁극의 모습이다. 그의 말인즉, 왜 인류가 화장품을, 게다가 이렇게 고기능 화장품을 써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냐는 것이다. 자연이 훼손되고 환경이 나빠졌기에 더 강력한 자외선 차단제 등이 필요하게 됐고, 외적 아름다움에 대한 지나친 강조 때문에 과한 치장이 필요하게 됐으며, 그만큼 더 세정력 좋은 클렌징 오일이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만약 아담과 이브 시절로 돌아간다면 화장품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같은 극단적인 (긍정적) 자기 부정의 과정은 ‘경쟁자’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낳기도 했다. 첫 번째 인터뷰에서 그에게 경쟁자를 물었다(유 대표가 생각하는 경쟁자는 세 부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경쟁자는 앞으로 이어질 다른 S요인들에서 소개된다).

 

  제니스웰의 경쟁자는 오이, 우유, 달걀 같은 식품들이다.

 

사실 그가 말한 첫 번째 단어인 ‘오이’를 들었을 때는 발음이 비슷한 모 화장품 브랜드로 생각했다가 연이어 듣게 된 우유, 달걀이란 단어에서 ‘그것이 아니로구나’를 깨닫기도 했다. 자연을 보호하고 아름다운 환경으로 가꾸는 데 일조하고 싶기에 제품을 만들 때는 오이, 우유, 달걀같이 순수한 성분을 가진 천연제품과 경쟁하는 마음으로 임한다는 의미다. 그리고는 한 가지 목표를 더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왕 써야 한다면 최대한 신선한 화장품을 써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향은 물론 방부제 등 피부에 필요하지 않은 것은 최대한 빼는 방식으로 제품을 구성하고 3~6개월 이내에 생산된 제품만 출고한다. 물론 천연방부 시스템이 도입된 제품이라 그 안에 팔지 않거나 쓰지 않는다고 전혀 유해하지는 않지만 고객들의 인식은 물론 업계의 관행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에 조금 더 자극적이고 강력한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중이다.

 

사실 대부분의 화장품 브랜드가 방부제를 넣는 이유는 한 번의 대량 생산으로 원가를 낮추고 오랫동안 팔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거기에서 비축된 나머지 예산으로 각종 (연예인) 광고 및 마케팅 비용(샘플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니스웰의 핵심은 이런 업계의 길을 걷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것은 제니스웰의 모(母)기업인 코리아나 화장품에게도 화살이 돌아가는 메시지 아닌가.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불편한 이야기이긴 했지만 설득이 어렵지는 않았다. 처음 컨셉을 제시했을 때 “컨셉은 좋지만 코리아나에게도 그리 좋은 메시지는 아니기 때문에 제니스웰이 신선 화장품으로 강하게 어필한다면 모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라. 만약 제니스웰이 업계 3~4위 정도의 코리아나를 위협할 정도로 시장을 흔들 수 있다면 여타 1, 2위 브랜드의 피해는 얼마나 크겠나. 게다가 제니스웰의 매출은 상당할 것이다. 모기업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고 신선화장품이라는 좋은 메시지도 널리 전파할 수 있으니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유 대표가 이러한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그러한 생각을 고수한 이유는 이름에서도 드러난 *젠(Zen) 사상에 심취했기 때문이다.
채움보다는 비움, 사유와 정신 수양을 통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젠 사상은 제니스웰의 신선 컨셉과 꽤나 닮았다. 화장품에 무엇을 넣느냐보다 무엇을 넣지 않느냐를 더 고민하는 그들의 태도, 예상 고객 프로파일링에도 외적 아름다움보다는 내적 아름다움(요가와 명상을 즐기는 여성)을 위한 화장품으로 포지셔닝하는 등 ‘젠 사상을 담은 신선 화장품’, 이것이 제니스웰이 지켜고자 하는 그들의 공유가치다.

 

 

* 젠
개인의 자각과 명상을 강조하는 불교 사상 중 하나로 인도의 달마 대사가 중국으로 전했고 중국에서 다시 일본으로 전해진 선종(禪宗) 사상이다. Zen이란 명칭은 서양 관점에서 정리된 선 사상을 통칭하며 일본에서는 일종의 ‘스타일’로 자리매김하여 이제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자기 제어, 정신 집중, 내면적 침잠, 인간과 우주의 근본 파악을 근간으로 하며, 미학적으로는 반꾸밈, 공
(空), 야츠시(의도적 빈곤), 와비사비(투박하고 조용한 상태), 제거의 미학으로 정리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상, 절제의 운동인 요가가 대표적으로 젠을 반영한 행위다.

 

 

두 번째 S, Skills : 가치 실행을 위한 조직의 능력

Skills(기술)는 조직이 지닌 핵심 능력에 관한 이야기다. 이것은 일반적인 중소기업들이 강소기업으로 거듭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또한 앞서 소개한 공유가치를 얼마나 ‘현실화’ 시킬 수 있는가, 즉 ‘가치의 실효성’과도 관계가 깊다.

 

원료 회사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천연 방부 기술’은 ‘신선 화장품 제공’이라는 우리의 목적을 현실화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특히 모이스트 토너의 경우는 140여 회에 걸친 실험을 통해 얻어 냈다. 이 외에도 용기상의 문제로 발생하는 산화(oxidation, 공기와 접촉해 화장품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현상)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가가 높아도 에어리스 튜브(airless tube)를 사용한다. 런칭 전 컨셉 설정부터 제품 개발, 생산까지 3년이 걸렸다.
아마 다른 회사에서 보면 답답하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화장품 브랜드 하나 개발하는 데는 짧으면 3개월, 길면 6~9개월이 걸린다. 대부분 기존 제품의 끝단(패키지)만 새로 매만지는 수준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수순을 밟고 정직한 개발을 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이처럼 명확한 공유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R&D 활동은 곧 제품 자체뿐 아니라 브랜딩을 위한 기술이 된다. 암벽 등반 시 바위나 얼음에 박는 피톤(piton)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초크(피톤의 대체재)를 개발해 ‘지속가능한 등산’을 위한 기술을 만든 파타고니아, PKU 환자(특정 단백질 분해 효소가 선천적으로 결핍)를 위해 저단백밥 제조 기술을 개발한 CJ햇반과 저단백 분유를 개발한 매일유업 등은 기술개발 자체가 그대로 스토리텔링이 되어 브랜딩에 큰 도움이 됐다. 얼마 전 화학 프림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은 커피믹스 제품을 출시한 남양유업은 출시 두어 달 만에 전체 유통망의 90%를 확보하는 등 식음료 업체로서는 이례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세 번째 S, Structure : 가치 실현을 위해 최적화된 구조

Structure(조직 구조)는 조직의 형태 및 내·외부 네트워크 구축 형태에 관한 이야기다. 유 대표까지 포함해 8명의 직원으로 이루어진 제니스웰은 생산을 모두 아웃소싱으로 진행한다. 소자본, 무재고, 고부가가치의 비즈니스에 대한 유 대표의 기본 사고가 반영된 조직 구조다. 아직은 전반적인 판매량이 높지 않은 상태라 공장 라인을 따로 갖는 것은 무리이며, 게다가 3~6개월 이내에 제조된 상품만 출고하는 컨셉에 맞추기 위해서는 그간 업계에서 통용되던 관성을 깨는 것이 더 중요했다.

 

처음에는 코리아나의 생산 시스템을 활용했지만 코리아나의 대량 생산 시스템이 우리에게 맞을 리 없었다. 단적으로 화장품 제조에 필요한 가마(pot)는 제일 작은 게 50kg짜리이고, 보통은 100kg짜리다. 당시 제니스웰은 신생 브랜드이고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30kg짜리 가마를 따로 구입했다. 사실 30kg도 화장품으로 치면 엄청난 양이다. 그래서 30kg짜리 가마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소 수량, 15kg으로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코리아나의 대량 생산 시스템과 물류는 제니스웰의 것과는 밑그림이 달라 결국 아웃소싱 업체를 찾았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OEM 업체와의 ‘정서적 관계’다. 제니스웰의 생산량은 제품별로 다르지만 최소치 400개에서 최대치 3,000개 선으로, 아직 미비하다. 아무리 작은 OEM 업체일지라도 유쾌한 주문 생산량은 아니다. 원가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아무리 적은 수치라도 엄연한 개별 브랜드의 하나이며 관리 및 시간 할애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력 운용에도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수익도 적기 때문이다.

 

규모상으로 보면 우리보다 그 아웃소싱 업체가 더 크다. 그래서 나는 늘 을(乙) 같은 갑(甲)이다(웃음). 우리처럼 적게 생산하는 데도 거의 없을 텐데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감사하다. 그들이 우리와 관계를 유지해 주는 것에는 제니스웰의 브랜드 철학이 한몫했다. 우리 철학과 행동을 깊이 이해하기에 가능한 관계다. 원가와 퀄리티, 그것에 붙인 가격까지 적나라하게 알고 있는 그들이기에 이해해 준다는 의미다.

 

브랜딩에 있어 이해관계자(Stakeholders)와의 관계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들 역시 또 하나의 고객이자 입소문(업계 입소문은 그 무엇보다 무시무시하다)의 진앙지이기 때문이다. 옳게, 잘 정립된 브랜드의 핵심가치는 이처럼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브랜딩에도 효과적이다.

 

네 번째 S, Strategy : 돈 보다 중요한 스마트 아이디어

전략은 기업의 ‘(미션이나 비전으로 표현되는) 존재 이유를 한정된 자본 안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세상에 공표하고 인정받는가’에 관한 활동의 총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에 관해서는 철학을 그대로 녹여 전략화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지난 유니타스브랜드 Vol.17 ‘철학의 전략화’에서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제니스웰의 굵직한 전략 방향성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 소개될 그들의 전략들을 통해 유 대표가 표방하는 비즈니스의 세 가지 근간 요소와 그들의 공유가치가 어떻게 매칭되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 소자본 경영방침

① 늘 불황인 중소기업의 돌파구 : 광고 보다는 홍보

앞서 설명한 ‘브랜딩 = 추가 지출’이란 오인이 생겨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광고’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경영자 혹은 마케터는 ‘브랜딩 = 유명세 = 광고’의 도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세, 즉 ‘인지도’는 브랜드란 학문의 선구자 격인 데이비드 아커가 꼽은 브랜드 자산의 4요소(인지도, 충성도, 지각된 품질, 연상 이미지) 중 오직 한 요소일 뿐이다. 실제 광고를 많이 하지 않으면서도 확고한 브랜드력을 갖춘 브랜드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스타벅스 역시 광고를 하지 않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구글 또한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맛집, 멋집, 명소들을 생각해 보면 광고 없이 ‘지각된 품질’을 바탕으로 ‘인지도’와 ‘충성도’를 얻어 결과적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연상 이미지’를 갖춘 곳은 수없이 많다.

 

 

대부분의 경영자 혹은 마케터는 ‘브랜딩 = 유명세 = 광고’의 도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도 넉넉하고 빠른 시일 내에 대중적 인지도를 원한다면 잘 만든 광고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광고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적은 돈으로도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 광고를 하든 안 하든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그 브랜드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는 가치를 제공하는가’다.

 

유 대표의 말처럼 광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심지어 유 대표는 스위치라는 광고대행사의 대표이기도 하며 제니스웰 역시 최소한의 매체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그의 입을 통해, 이 글을 통해 재차 강조하고 싶은 것은 광고가 브랜딩의 전부, 그래서 ‘돈이 없으면 브랜딩을 못한다’라는 인식을 깨고 싶은 것뿐이다. 광고를 많이 하지 않는 대신 그들은 스마트한 다른 방법을 찾았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고객들과 좀 더 긴밀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다음과 같은 활동들이 그것이다.

 

 

무빙 갤러리(Moving Gallery)
제니스웰은 예술 작품을 통한 컬처마케팅에, 그것도 신진 예술가들에게 큰 관심을 갖는다. 예술은 ‘시끄럽지 않지만 웅장한 메아리’가 있다는 점에서, 신진 예술가들은 ‘신선하다’는 면에서 제니스웰과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을 통한 홍보를 활용하고 있는데 그 예로 대표적인 것이 무빙 갤러리다. 작년 10월에 가진 제3회 무빙 갤러리는 젊은 대학생들이 미술 작품을 봇짐 지듯 등에 매고 가로수길 등지를 걷거나 일정 지역에 서 있음으로써 미술 작품을 보여 주는 방식이었다.  
소비자 모델 기용
그들은 유명 연예인 모델이 아닌 소비자를 모델(모델명, 제니)로 기용한다. 일반 고객 중 슬로 푸드를 즐기거나 요가를 하고 정신적이고 내면적 아름다움까지 케어할 줄 아는, 제니스웰다운 여성을 선출해 모델로 선정하는 것이다. 소비자 모델을 사용하는 것에도 당연히 스마트한 그들만의 전략이 숨어 있다. 스타를 사용하지 않아 광고비를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 모델을 통해 상당한 입소문을 기대할 수 있으며(평범한 사람들 중 일생에, 그것도 여자로서 화장품 모델이 될 기회를 가진 자는 몇 안 될 것이다), 범접할 수 없는 연예인 대신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은 일반인 모델은 고객들에게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 줄 수 있다(때로는 일반인들의 일반인 모델에 대한 시기심마저 브랜딩에 효과적이지 않을까?). 현재까지 5명의 제니가 활동한 바 있다. 또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과대 기氣 살리기 이벤트(단과대 학생회장을 통한 버즈 확산 프로모션)’ 또한 같은 맥락의 스마트 전략이다.

 

 

② 유통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 고정비의 최소화

제니스웰의 탄생에는 시대적 환경에 따른 요구도 있었다. 2000년 초로 접어들면서 화장품 방문판매 시장이 상당한 포화 상태에 이르기 시작했고 새로이 온라인 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었다. 2001년 등장한 여인닷컴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고세 화장품에서 일하던 유 대표에게 이것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2002~2003년경 한국의 침체를 야기한 카드대란이 결국 도화선이 되어(당시 방문 판매에 기반을 둔 오프라인 화장품 시장은 카드대란에 따른 미수금 누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온라인 시장 진출 준비를 시작했고, 결국 제니스웰이 탄생한 것이다. 게다가 온라인은 오프라인 매장 런칭보다 상대적으로 소자본으로 가능한 비즈니스 형태이며, 신선 화장품의 컨셉을 유지하는 동시에 고정비를 최소화할 수 있기에 그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유통채널이었다.

 

2) 무재고 경영방침

① 적은 수량, 작은 용량, 빠른 회전율 : 보유 재고의 최소화

무재고, 적은 수량, 작은 용량은 무재고 경영 방침을 그대로 전략화한 것이다. 이로써 ‘신선 화장품’의 컨셉은 더욱 극명히 드러날 수 있었다.

 

용기의 크기는 실로 많은 것을 의미한다. 진열대에서 일어나는 경쟁사와의 경쟁은 제품 크기 싸움에 의해 판가름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 용기가 점점 커져 가는 경향이 있다. 결국 큰 용기의 화장품이 ‘보이는 경쟁’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내실과 철학으로 경쟁하고 싶어 용량과 용기 크기를 유지한다. 30~100㎖ 크기가 대부분이라 신선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처럼 우리도 제니스웰이 ‘고객의 빈번한 구매에 따른 용기 및 패키지 때문에 발생하는 자원 낭비’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해 물었다. 그들 또한 이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몇 가지 원칙들을 세워 지키고 있었다. 첫째는 과대 포장을 하지 않는 것이다. 포장 박스 재질은 심미성을 강조한 라미네이팅 용지(반짝이는 종이 재질은 대부분은 라미네이팅 재질이다) 대신 타사에서는 포장 속지 정도로 사용하는 PTN(완충 역할을 하는 소재) 용지로만 외관 포장까지 아우른다. 둘째는 리필용 상품을 이용해 새 용기 사용을 줄여 나가는 것이며, 셋째는 다 쓴 용기의 회수 정책이다. 빈 용기를 가져오면 샘플이나 증정용 미니어처를 선물로 주고 있다. 용기를 회수하는 이유는 추후 아트 마케팅을 위한 재활용 재료 비축과, 일괄 수거 및 폐기를 통한 환경 오염 방지 등이다. 게다가 이런 정책은 자연스레 고객의 매장 재방문을 높이는 스마트한 전략이 되기도 했다.

 

② 코스메틱바 운영 : 아이덴티티 강화, 품목 수 확대, 수익 고양을 모두 해결

제니스웰은 현재 바(bar) 형태의 (차(tea)를 판매한다) 에코스메틱 제품 컬렉샵을 운영 중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제니스웰의 오프라인 진출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들이 이런 컬렉샵을 운영하는 데는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아이덴티티 명확화
신선 화장품, 무첨가 화장품의 시장 확대 자체를 위해 노력하는 제니스웰에게는 타사 제품일지라도 그 컨셉이 비슷하다면 든든한 동역자가 된다. 고객들에게 왜 기존 화장품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화장품이 유익한지 설명할 때 제니스웰과 비슷한 지향점을 갖고 제품력에서 인정받은 브랜드(라베라, 스미스로즈버드 립밤, 뷰티풀솝, 캘리포니아 베이비, 나이아드 가슬, 넛츠 등)는 더없이 든든한 후원군이 된다. 이런 제품을 한데 모아 고객과 소통함으로써 제니스웰의 진정성과 아이덴티티는 더 크게 공유될 것이다.
부족한 제품군 보완
오프라인 매장에 상품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량 이상의 품목 수가 준비돼야 한다(보통 코스메틱 매장의 경우 400~500개 품목 필요). 하지만 제니스웰의 현재 경영 방침으로는 50여 개의 품목이 전부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그중 30개 품목은 신선 판매 기간 보증 제품이기에 재고를 보유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족한 제품군의 빈 공간을 채워 주는 것이 타 브랜드 제품이다. 이로써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좀 더 보완된, 다양한 품목으로 고객에게 토털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를 선사할 수 있게 된다.
부족한 자본 확보
자사 제품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유명 유기농, 무첨가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얻는 수익을 통해 부족한 자본을 확보할 수 있다.

 

 

코스메틱바는 주로 여성 고객들이 잠시 들러, 제품 상담은 물론 차를 마시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휴게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실제 코스메틱바를 방문하면 전문 상담사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 이야기의 주제는 차에서부터 시작해 피부, 제품을 넘어서 내면적 아름다움에 관한 이슈로 넘어가기도 한다(온라인 공간으로는 부족했던 소통의 공간을 오프라인에서 해결하고 고객과의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시장 트렌드 및 고객의 니즈를 찾을 수 있다). 처음 1년 동안은 굉장히 힘들었고 적자 상태였다는 것이 유 대표의 고백이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는 꽤나 높은 순이익을 내고 있으며 코스메틱바 방문 고객의 80% 이상이 구매로, 또 재구매로 이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극복하며 아이덴티티까지 강화시키는 일, 그리고 수익까지 낼 수 있는 구조에 대한 고민이 스마트한 브랜딩 전략의 힘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코스메틱 바 2개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입소문과 온라인 컨텐츠의 중심에 선 네이버 사옥 앞 상가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유 대표의 귀띔이었다.

 

③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 : 클로징 마켓을 확인하라

보이는 시장이 전부가 아니다. 제니스웰은 일반 소비자들은 볼 수 없는 여러 클로징 마켓(예를 들어 대한항공 승무원만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유통채널을 확대했다. B2C 브랜드의 B2B 확장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이들의 전략은 현재 현대카드, 이마트 등으로 넓혀지고 있는 추세로, 사실상의 수익·손실의 완충지대가 된다. 아직 인지도가 낮은 제니스웰의 인지도 고양과 수익 확보, 재고에 대한 부담까지 해소할 수 있는 스마트한 전략이다.

 

3) 고부가가치 경영방침

① 브랜드력을 최우선순위로 : 제품력 강화가 곧 브랜딩

 

“명품은 달리 명품이 아니다”라는 유 대표의 생각 저변에는 강력한 제품력에 대한 확신이 녹아 있었다. 여기서 제품력은 단순히 기능적 측면이 아니다. 유니타스브랜드가 그간 명품의 조건으로 꼽아 온 ‘전통성(originality), 정통성(master), 트렌드(trend)’에 대한 코드와 같은 맥락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진정한 명품 브랜드는 대부분 100년이 넘었다. 높은 가격은 그 역사와 실력, 그리고 그들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보상이다. 우리 브랜드가 그런 브랜드가 되는 것이 결국에는 고부가가치 경영의 핵심 동인임을 잘 알고 있다. 제니스웰은 이제 4년 되었고, 우리가 꿈꾸는 100년 이상 영속하는 에코스메틱 브랜드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자금이 생기면 광고보다는 제품 개발과 연구, 그리고 제니스웰을 진화시키는 데 사용해야 한다.

 

100년을 가야 하는 그들에게 서두르는 것은 오히려 일을 그르칠지 모른다. 광고를 통해 지금의 제니스웰이 많이 알려지는 것보다 조금 더 진화되고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모습으로 성장한 상태의 제니스웰을 알리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인 스마트한 전략일 것이다.
그가 말하는 100년 브랜딩이 주변인들에게는 허울 좋은 홍보 멘트나 흔하디흔한 미사여구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유 대표 스스로는 그렇게 확실히 ‘믿고 따르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20년 후의 직원을 미리 뽑겠다는 아이디어는 앞으로 적어도 20년 동안 제니스웰이 지속성을 가져야 지켜지는 약속일진데, 실행했으니 말이다.

 

② 100년을 내다보는 브랜딩 : 20년 후의 직원을 뽑다

당신은 20년 후 당신의 회사에서 일할 직원을 ‘오늘’ 뽑을 수 있을까? 20년 후는커녕 당장 3년 후 우리 회사가 존재할지도 의심스럽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이 세상에 꼭 존재해야만 하는, 가치 있는 일인지도 의심스러운데 말이다. 또 이보다 훨씬 좋은 (가치가 아니라) 비즈니스 아이디어만 생겨도 명함을 바꿀지도 모르지 않은가. 그런데 유 대표는 2008년에 20년 후의 직원 두 명을 뽑았다.

 

‘제니 이름 짓기’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제니는 제니스웰을 의인화해 내부에서 프로파일링하며 롤모델로 둔 가상 인물의 이름이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꿈꾸며 일과 사람, 자연을 중시하는 우리의 철학을 그대로 투영한 인물인데, 이 이름이 실제 사람의 이름이 되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년 플랜을 두고 ‘제니’라 이름 짓는 아이에게 몇몇 선물을 하고 싶었다.

 

그가 말한 선물은 다양하다. 제니스웰 제품과 부모와 아이에게 최우수 고객자격을 부여하고 돌잔치 때 답례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후원하며 아이가 자라 20세가 되면 100만 원 상당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20년 후 대학생이 된 제니가 어떤 이력을 지녔는지에 관계없이 제니스웰에 취업하는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실제 두 명의 아이가 각자의 호적에 제니(강제니, 최제니)라는 이름으로 등록됐다.

 

제니스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두 제니의 부모가 앞으로 적어도 수년간은 제니스웰의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 아이의 돌잔치 때 제니스웰이 (적어도 100명에게는) 확실히 홍보될 것이란 점, 그들의 부모가 자신의 딸아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제니스웰을 떠올리게 될 것이란 점, 두 제니가 커 가면서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왜 글로벌한 이미지의 ‘제니’가 됐는지를 설명할 때마다 유익한 버즈가 만들어질 것이란 점 등의 상상은 외려 ‘소소한’ 즐거움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 더 큰 자산이 될 것은 앞으로 20여 년간 제니스웰을 지켜보고 혹은 사용해 보면서 제니스웰의 20년 히스토리를 고스란히 (그것도 고객 입장에서) 습득할 그 제 니가 실제로 제니스웰에서 근무하게 될 경우 기업이 얻게 될 엄청난 가치다. 유 대표 또한 그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마케팅을 좀 더 공부하기 위해 찾은 미국 버클리 대학의 마케팅 과목 첫 수업에서 “자네는 왜 마케팅을 공부하려는가?”라는 교수의 질문에 “마케팅을 하지 않기 위해 마케팅을 배운다”고 답한 그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섯 번째 S, Staff : 경쟁자를 동역자로 만들기

많은 선배 경영자들이 수없이 강조했듯, 직원은 곧 기업의 지속은 물론 브랜드의 영속에 가장 큰 에너지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유 대표는 이런 직원들을 두고 ‘제2의 경쟁자’라고 부른다. 왜일까?

 

 직원들은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할인이나 프로모션도 더 하고 싶고, 유통기한이 지난 것도 슬쩍 끼워 팔고 싶을 것이다. 사람 마음이 다 그렇다. 그래서 직원들이 제니스웰다움을 지켜 내는 데 방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내겐 경쟁자일 때가 있다. 경쟁자를 조력자로 바꾸는 방법은 계속적인 브랜드 교육일 것이다. 이 부분은 솔직히 많이 부족하고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야 할 숙제다. 그래도 현재 직원들에게 너무 고맙다. 어려운 대표를 만나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아주 힘들 것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지키기는 까다롭고, 재고 관리도 어렵고, 생산 프로세스도 쉽지 않은데다 광고도 많이 안 해주니 얼마나 죽을 맛이겠나(웃음). 하지만 정형화된 틀에 따라 돈을 써서 광고하고, 할인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를 추구하고, 독보적인 행보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도 배울 것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가끔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에 오래 있지 마라. 3년만 하고 나가서 여기서 배운 진짜 브랜딩 노하우를 자본 많은 브랜드에 가서 제대로 해보며 날개를 펼쳐라”고 말한다.

 

브랜드란 무엇인지, 또 우리 브랜드다움이 무엇인지를 조직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특히나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는 더 그럴 것이다. 교육을 하자니 직원들이 힘들어 하고 안 하자니 브랜드는 점차 망가지고, 열심히 교육했더니 금세 이직하고 말이다. 교육, 학습에는 왕도가 없으니, 브랜드 교육에도 왕도는 없다. 하지만 조금 더 효율적인 방법은 있다. 바로 ‘체험’이다.

 

단순 인지 학습보다 오감을 이용한 체험 학습이 더 큰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그래서인지 유 대표는 최대한 많은 이벤트들을 직원들과 함께 진행한다. 앞서 소개한 무빙 갤러리 이벤트나  ‘신선 스티커’과 ‘신선 서약서’ 캠페인도 분명 홍보의 수단이기에 앞서 직원들에 대한 유 대표의 스마트한 브랜드 교육 솔루션일 것이다.

 

 

 ‘신선 스티커’과 ‘신선 서약서’
2011년 1월 1일, 제니스웰은 명동에서 소비자들에게 ‘신선 스티커(화장품 사용 시작일을 기재해 용기에 붙여 제품 신선도를 스스로 가늠할 수 있도록 돕는 스티커)’를 나눠 주고, 현장 및 홈페이지에서 ‘2011년 뷰티 신선 서약서(건강한 화장 문화 정착을 위한 행동지침)’를 전파한 것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 교육 차원이기도 하다. 그런 활동을 통해 자사 브랜드의 철학을 알게 되고, 고객에게 전할 메시지를 정리하는 동안 스스로 정리되는 이점도 있다.
‘뷰티 결심 선언서’는 화장품 사용에 관한 고객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신선 서약서라는 이름으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전개한 캠페인의 일환이였다.

 

 

 

여섯 번째 S, System : 핵심가치 구현의 최적화를 위한 조직 구성

7S에서 말하는 시스템은 작업의 프로세스는 물론 재무, 인재 채용, 커뮤니케이션, 성과 보상 시스템까지의 모든 것을 아우른다. 사실 제니스웰처럼 작은 규모에서 시스템은 크게 잡혀 있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그것이 작은 조직으로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모든 시스템(업무 형식부터 성과 보상 차원까지)의 기준은 명확해야 하며 그 기준은 그 브랜드다움이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제니스웰의 경우 ‘신선 화장품’을 그들의 아이덴티티의 근간으로 둔다면 작업 프로세스의 기준도, 인재 채용의 기준도,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 극대화 기준도, 성과 보상 기준도 모두 신선 화장품 컨셉의, 신선 화장품 컨셉에 의한, 신선 화장품 컨셉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간결함의 미학(simplicity)’을 자기다움으로 삼은 필립스는 회의 방식도, 직원 성과 보상 측면도, 일상의 커뮤니케이션도 모두 ‘얼마만큼 간결한가’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시스템을 잡아 나간다(유니타스브랜드 Vol. 14 ‘브랜드 교육’ 참조).

 

제니스웰의 경우 7명의 직원 중 3명이 제니스웰의 BM(Brand Manager)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 이는 작은 규모지만 조직 차원에서 ‘브랜드 관리와 운영’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공표하는 리더의 의사결정일 것이다.

 

일곱 번째 S, Style : 그들만의 문화 확산법

Style(조직 문화)이란 단어는 너무 거대해 몇 자로 요약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간결히 표현해 보자면 ‘조직이 가진 암묵지(implicit knowledge, 모두에게 체화되어 있으나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지식)’다. 그렇다면 그들이 가진 조직 문화는 무엇일까?

 

- 앞서 소개한 모든 것들이 우리의 문화를 보여 주는 행동들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지난 행보와 앞으로의 꿈을 종합해 보면, 특히 문화와 예술로 커뮤니케이션하려 하고 100년을 내다보는 원시안과 오늘의 숙제를 풀 줄 아는 근시안을 지닌 그들이야말로 유니타스브랜드가 만나길 원하는 ‘소리치지 않고, 속삭이는 브랜드’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그들의 조직 문화를 설명하는 문장이 될 법도 하다.

 

그들의 남은 숙제는 이런 조직 문화를 고객들에게까지 전이시켜 시장 자체에 제니스웰다움의 문화(가끔은 라이프스타일이라고도 표현되는 이것)를 전파하는 것이다. 신선한 화장품, 나아가 정신과 육체의 균형 잡힌 건강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것일 테다. 물론 그런 작업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유 대표가 세 번째로 지목한 경쟁자는 바로 고객의 인식, 그리고 종전의 화장품 업계에 자리 잡힌 관행이다.

 

아직도 신선 화장품에 대해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고, 이는 곧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이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내 세 번째 경쟁자는 소비자의 화장품 구매 습관과 소비 행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매출액보다 회원수가 더 중요하고 회원수 중에서도 구매 고객 수와 그중 충성도 높은 고객 수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제니스웰은 브랜드라기보다는 무브먼트고, ‘젠 이즈 웰Zen is Well’이 그 무브먼트가 내건 메인 캐치프레이즈인 셈이다.

 

그 역시 생각보다 이런 무브먼트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그냥 인정하고 넘어갈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현재 준비 중인 신선 컨셉의 세컨드 브랜드가 그 증거다. 좀 더 소프트한 버전의 에코스메틱 브랜드를 준비 중인데, 이 브랜드에 좀 더 명확한 캐시카우 역할과 범용적인 캠페인, 그리고 제니스웰의 구매로 이어질 브릿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감질, 그 결핍이 주는 혜안

와인 감별사나 바리스타들의 시음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은 아주 소량의 와인, 소량의 에스프레소를 (딱 감질맛 날 만큼만) 입에 머금고는 혀의 앞, 옆, 뒤, 아래의 모든 미각세포를 일깨워 아주 천천히 그 맛을 분석해 낸다. 그것은 와인과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켤 때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깊고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혀의 돌기들은 부족할 때 오히려 더 그네들의 촉수를 곤두세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고충으로 여기는 자금과 시간의 부족은 역설적으로 자사의 조직원들(돌기)이 촉수를 곤두세우게 하는 최적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족한 자금과 시간으로 인한 결핍이 조직원들 스스로 진화의 시간을 갖게 만드는 셈이다.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세상에 흘려보내기 위해 가장 최적화된 방법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최소의 자금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낼 수 있는가, 조직원들은 이를 위해 골몰히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고민의 시간이 더욱 귀중한 것은, 그들이 자사 브랜드의 핵심가치와 정체성을 더욱 극명하게 체감하는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한 브랜딩 전략을 짜내는 능력은 절대 지능IQ에 있지 않다.

 

단, ‘결핍이 주는 혜안’을 얻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구현해 내고 싶을 만큼 조직원들이 브랜드의 핵심가치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따르고 있는가다. 앞서 소개한 7S의 핵심 중추 역할로 소개한 첫 번째 S가 ‘Shared Value’, 즉 공유된 가치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것이 중소기업일수록 돈보다 (배부른 자들만이 떠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더 애달프게 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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