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브랜딩으로 상대적 우위를 노리다, 쥬빌리 쇼콜라띠에
초콜릿 속에 녹인 스마트 브랜딩 노하우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김영환  고유주소 시즌2 / Vol.21 스마트 브랜딩 (2011년 06월 발행)

5년 전쯤 대학로에서 ‘쥬빌리 쇼콜라띠에(jubilee chocolatier)’라는 다소 어려운 이름의 간판을 단 한 카페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이곳이 JF&B라는 B2B 초콜릿 전문 중소기업의 B2C 브랜드임은 알지 못했다. 다만 (지금도 그리 익숙한 문화는 아니지만) 그때는 이곳의 씁쓸하기까지 한 순도 높은 초콜릿 음료와 생초콜릿 디저트가 생소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고, 매장의 다양한 초콜릿들을 구경하며 어린 시절 읽었던 영국 작가 로얼드 달의 동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초콜릿들의 맛이 이렇지 않았을까 상상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올해, 이 브랜드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들에 대해 예전과 달리 알게 된 점이 있다면 ‘쥬빌리(jubilee)’가 ‘미칠듯이 기뻐하다’ ‘기쁨의 해’ 등의 뜻을 담고 있는 희망적인 단어라는 것과, 이 단어가 그들에게 이름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지금부터 이들의 스마트 브랜딩을 살펴보며 이들처럼 당신의 제품 속에는 어떤 가치를 넣을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어떻게 나눌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면 어떨까?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스마트함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하면서 말이다.

나눔 브랜딩으로 상대적 우위를 노리다, 쥬빌리 쇼콜라띠에

The interview with (주)제이에프엔비 대표 김영환

 

 

작은 기업의 상대적 우위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없을 때는 현재 가지고 있는 숙련된 기술을 사용하여 결정적인 시기에 상대적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전쟁 사상가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써 내려간 이 한 문장이 작은 기업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기술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것도 많은 자본과 인재, 네트워크를 가진 대기업이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말이다.

얼마 전 뉴스 기사들을 들춰 보다가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초콜릿 종주국이라 해도 무방할 벨기에 남부 니벨 지역에 공장을 세우게 된 한국 초콜릿 회사, *JF&B에 관한 것이었다. 벨기에가 어떤 나라인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고급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와 길리안의 모국임과 동시에 곳곳에서 초콜릿 박물관을 만날 수 있고 이 때문에 관광산업마저 발전하게 된 나라다. 까다로운 선별을 거쳐 ‘Made in Belgium’이 찍힌 초콜릿은 좀 더 쉽게 최상품으로 인정받는다니 그 명성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그 나라에 JF&B가 디어푸드유럽(dear food europe)이라는 이름으로 벨기에 투자청과 민간 합작 투자사들의 투자(3년간 약 240만 유로)를 받아 공장을 짓게 되었고, 벨기에 이브 르테름 총리가 JF&B의 방문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아 이슈가 된 것이다(디어푸드유럽에서 생산되는 B2B 초콜릿들은 모두 Made in Belgium으로 올해 6월 1일부터 본격 생산됐다). JF&B에 전에 없이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고 이들의 기술력과 초콜릿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 JF & B
Jubilee Food & Bakery의 준말이다. jubilee는 본래 유대인이 7년에 한 번 갖는 안식년이 7번 지나고 맞는 50번째 해마다 사람들의 모든 빚과 채무를 탕감 주고 노비를 해방하는 축제에서 비롯된 단어로 우리 말로 번역해 ‘희년(禧年)’으로도 쓰인다. 이 축제가 그러했듯 쥬빌리라는 단어 속에는 무거운 짐에서 해방되었다는 기쁨과 새로운 50년을 살아갈 희망, 축제로서의 풍요로움이 담겨 있다.
JF&B는 1996년 5월 ‘케이제이 인터내셔날’이란 이름으로 설립되었으며 특급 호텔이나 유명 제과점 등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프랄린(아몬드 또는 말린 과일 등이 들어 있거나 올려진 초콜릿), 케이크 위의 초콜릿 데커레이션, 그 외 쥬빌리 쇼콜라띠에 카페를 통해 유통되는 다양한 초콜릿들과 케이크나 쿠키 등의 베이커리류를 생산하고 있다. B2B 시장에서는 이미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작년 한 해 30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들이 다루고 있는 다양한 초콜릿에 관한 정보와 역사가 궁금하다면 쥬빌리 쇼콜라띠에의 홈페이지(www.jubileechocolatier.com)를 참고하기 바란다. 

 

 

* 고급 초콜릿 브랜드들
벨기에에서는 초콜릿 종주국이라 불리는 만큼 고디바(Godiva), 길리안(Guylian),레오니다스(Leonidas) 등의 많은 브랜드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고 그 밖에 프랑스의 드 보브에 갈레(De Bauve & Gallais), 리샤(Richart), 이탈리아의 페레로 로쉐(Ferrero Rocher), 스위스의 린트(Lindt), 일본의 메리스(Mary’s) 등의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중 고디바는 1966년 우리에게는 수프 통조림으로 유명한 캠벨(Cambell Soup Company)에서 지분을 인수한 뒤 미국 내 공장을 지으면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알려졌으나 2008년 터키의 Yildiz Holding으로 매각되었고 같은 해에 길리안은 한국 롯데제과에 인수되었다.

 

 

       

 

 


국내에도 초콜릿을 만들고 생산하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많지만 과거, 이들에게 초콜릿 시장은 제과 시장 내 일부에 불과했다. 몇 해 전 롯데제과의 드림 카카오를 필두로 해 이른바 하이 카카오 초콜릿(high cacao chocolate,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들이 잇따라 개발되고 이런 초콜릿이 건강에 더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4,000억 원대 이상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만 여전히 초콜릿 산업에만 집중하기에는 다른 제품들을 많이 생산하는 대기업들이다. 더군다나 전문 *쇼콜라띠에의 개입이 필요한 수제 초콜릿 시장은 더 어려운 시장임에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1996년부터 계속 초콜릿을 만들고 개발해 온 JF&B의 ‘숙련된 기술’이 마침내 근 1~2년, ‘결정적인 시기’에 ‘상대적 우위’를 차지할 기회를 발견한 것이다.

 

 

 * 쇼콜라띠에(쇼콜라티에)
chocolatier. 프랑스어로 초콜릿을 의미하는 쇼콜라에서 유래된 단어로 초콜릿을 만들거나, 초콜릿으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까지 통칭한다. 초콜릿은 다양한 재료를 어떻게 혼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제품이 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까다로운 분야다. 이런 상황에서 수제 초콜릿 생산에 쇼콜라띠에의 개입은 필수적이다. 주로 유명 쇼콜라티에 밑에서 도제 형태로 기술이 전수되며 이들이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흡사한 발음으로 쇼콜라테리chocolaterie라는 단어도 있는데 전문적으로 초콜릿만 취급하는 가게를 뜻한다.

 

 

한 분야에 대한 오랜 집중을 통한 전문 기술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여 더 큰 성장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많은 것에 분산 투자하는 대기업보다 더 유리한 점이라 할 수 있다(우리는 비슷한 예를 p126 ‘씽크와이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해외 진출을 통해 한국에서만 생산했다면 얻을 수 없는 경쟁력을 얻게 되기도 한다. 실제로 다른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김영환 대표는 벨기에에 초콜릿 공장을 짓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해결’을 꼽기도 했다. 아무리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어도 한국에서 생산했다는 이유로 수출이 어려웠던 초콜릿을 더 많은 사람들이 맛보게 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B2B 영역에서 디어푸드유럽이 안착하고 나면 독자적인 브랜드인 쥬빌리 쇼콜라띠에를 세계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여기까지 듣고 보니 김 대표가 작은 기업으로서 생존 이상의 성공을 이뤄 내는 데 매우 스마트한 전략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를 만나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어 보기로 했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시장 전략이나 경쟁에 관한 이야기 속에 숨겨진 초콜릿과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인사이트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초콜릿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쇼콜라띠에가 만드는 예술에 가까운 초콜릿 작품, 생각지도 못한 복잡한 공정 속에 미묘한 온도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초콜릿 맛의 차이, 그 정성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포장과 비싼 가격. 따라서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귀족 문화. 수제 초콜릿이라고 했을 때 기본적으로 가질 수 있는 인식이다. 굳이 원류를 따지자면 멕시코 원주민들이 매우 귀중한 약용으로만 사용하던 카카오콩을 콜럼버스와 코르테스가 유럽에 전파했을 때 초콜릿은 귀족들의 디저트로서 사랑 받았다. 물론 지금처럼 화학 성분이나 우유, 설탕의 함량을 높게 하여 대중화된 초콜릿이 아닌 카카오 순도가 높은 수제 초콜릿들이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초콜릿은 귀족들이 향유하던 사치스런 문화에 가까웠다. 그래서 시장 초기 해외 굴지의 브랜드들은 사람들이 이런 점을 소비하도록 부추겼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우리는 수제 초콜릿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가져 볼 때가 된 것 같다. 김 대표가 직접적으로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인터뷰 첫머리에 그가 한 한마디가 마음에 남았고, 그것이 지금 쥬빌리 쇼콜라띠에(이하 ‘쥬빌리’)의 모든 브랜딩 활동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영환(이하 ‘김’) 초콜릿이란 것을 연상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 초콜릿이란 음식은 유난히 좋은 단어들만 속에 품고 있다. 쉽게 말해 사랑, 기쁨, 행복, 만족, 따뜻함 같은 것 말이다.

 

김 대표는 처음에 초콜릿을 접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심도 있게 초콜릿 기술에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초콜릿이란 음식 자체에서 특별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초콜릿이 갖고 있는 정서다. 사람이 사랑을 느낄 때 생기는 신경 물질인 페닐에틸아민이 초콜릿 속에 포함되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뭔가를 선물할 때는 물론이고 기분이 좋지 않거나 힘들 때, 스스로 용기를 북돋고 싶을 때 달콤한 초콜릿을 떠올리곤 한다. 쥬빌리는 이 같은 초콜릿의 특성에 김 대표의 개인적 신념이 잘 어우러진 독특한 브랜드다. 그는 쥬빌리 이전에 JF&B만 운영할 때도 줄곧 종교를 가진 사람으로서 ‘나눔’의 실현에 대해 남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해외 유통을 하면서 초콜릿을 알게 되어 사업을 시작했지만 운이라 해야 할지, 초콜릿은 하면 할수록 그의 생각과 잘 맞는 아이템이었다. 따라서 그는 쥬빌리가 단순히 럭셔리한 소비 문화 이상의, 따뜻한 나눔이 있는 초콜릿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쥬빌리라는 브랜드는 단어의 의미 그대로 기쁨, 풍요로움, 그리고 희망인 것 같다. 희망은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쥬빌리의 초콜릿을 접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그것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브랜드를 키울 때 나눔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제 쥬빌리가 기쁨과 풍요로움, 희망 등 ‘나누어야 할 가치들’을 어떻게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그것이 브랜딩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말이다. 아직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는 아니지만 이런 행보들이 앞으로 오랜 시간 하나로 정렬되어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기만 한다면 다른 초콜릿 브랜드들과는 다른 쥬빌리만의 목표가 실현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첫째, 가진 것으로 나눔 실천하기
초콜릿 교육을 통한 나눔

초콜릿 생산의 기술력은 굳이 말하지 않겠다. 시장 장악력만 보아도 이들의 기술력이 필요한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기술은 단순히 제품을 더 잘 생산하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방식의 컨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바로 초콜릿 공장과 쿠킹 클래스에 고객들이 직접 방문해 배울 수 있는 교육 컨텐츠로의 재탄생이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컨텐츠 중 몇 가지는 다른 기업들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다. 그 중 한 가지는 우리 공장에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 일반인까지 와서 견학할 수 있고 초콜릿에 대해 직접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로부터 학교에서 겨우 1년에 몇 번 진행하는 체험 학습인데도 이것을 할 만한 공간과 컨텐츠가 없다는 이야기를 줄곧 들어 왔다. 매번 똑같은 곳에 가서 재미 없고 지겨운 내용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컨텐츠를 교육을 통해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고 투자를 결정했다. 처음에 공장을 지을 때부터 견학이 가능한 유리식 복도를 만들도록 해서 생산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견학 후 초콜릿에 관한 영화를 시청하거나 초콜릿을 만드는 실습을 자체 강사가 진행해 현장에서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공장에서 운영되는 현장 교육뿐만 아니라 쥬빌리 직영점인 종각점 2층 공간에서 열리는 쿠킹 클래스 등에서도 일반인들이 쇼콜라띠에로부터 직접 수제 초콜릿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나누는 초콜릿 문화라는 핵심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그들이 가진 자원을 제품을 생산하는 데만 사용하지 않고 문화와 교육적인 측면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활용함으로써 나눔이라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스마트한 전략이라 하겠다(공개했을 때 다른 기업에서 카피가 가능한 기술력이 아닌 전문가만 가질 수 있는 기술력이 있는 기업의 경우 적용해 볼 만한 전략이 아닐까?). 물론 이런 교육이 장기적으로 쥬빌리의 잠재 고객을 넓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유익하다. 아직도 디저트 문화가 완전히 우리 문화로 정착되지 않았다고 보는 한국 시장에서 쥬빌리를 통해 어린 시절 이런 교육을 받게 된다면 이들의 인식 속에는 쥬빌리가 제품 이상의 새로운 경험과 추억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비고객을 위한 나눔?

“혹시 지난 대지진 이후 아이티에 가본 적이 있나?” 김 대표가 이렇게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 이유는 쥬빌리가 실행하고 있는 많은 나눔 관련 행사와 지원 때문이었다. 겉보기에는 CSR을 통한 홍보나 이미지 쌓기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곳을 돕고 싶다며 아이티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와 함께 봉사하시는 분들 중에 현지에서 물품을 나누는 일을 하신 분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아이티를 돕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돈과 물품을 지원했는데 UN군이 그 많은 지원 물품을 싣고 헬기로 아이티에 갔다가 결국 내려주지 못하고 옆 나라로 옮겨 갔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뭔지 아는가? 필요한 것이 많은 아이티 사람들이 헬기가 착륙하고 있는데도 멀리 비켜나지 않고 모여들어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물품을 실은 트럭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제아무리 많은 자본과 물품으로 지원을 한다고 해도 결국 그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물품을 나누는 봉사라는 실질적인 도움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무엇을 하건 돈만 쥐어 주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은 즉시 실행하려 한다.

 

쥬빌리의 직원들은 매달 첫 번째 월요일에 서울역에서 ‘밥퍼 운동’에 참여한다. 새벽부터 사랑의 밥차를 통해 노숙자들과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이 행사는 봉사자를 포함해 약 1,500명이 모이는 규모로 벌써 1년 넘게 후원, 봉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봉사 자체가 특별하지는 않단다. 이미 이런 일들은 사내 문화로 정착한 듯 보였다.

 

신영선(쥬빌리 홍보팀장, 이하 ‘신’) 솔직히 처음에는 마음먹기가 좀 힘들었다. 새벽에 나가야 하고 이전에는 이런 일을 해보지 않아서 부담도 됐다. 그런데 처음 밥을 펐을 때, 굉장히 ‘찡한 느낌’이 있었다. 정확히 말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그 느낌을 받고 난 후 이건 계속 나와야겠다, 안 나오는 직원이 있다면 억지로 깨워서라도 나오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제 그럴 필요도 없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문화라 특별히 공지하지 않아도 나와 있고 대표님도 항상 참석하신다.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실 어찌 생각하면 쥬빌리가 도움을 주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마트에서 파는 초콜릿 보다 고가인 쥬빌리의 초콜릿을 당장 구매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계속하는 이유는 역시 나눔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밥퍼 행사뿐만 아니라 쥬빌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특히 어려운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 *지라니 합창단 등은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또한 유방암 의식 개선 및 유방암 환우를 돕는 핑크리본 캠페인에 동참, 핑크리본을 초콜릿 위에 새겨 판매하고 수익금 일부는 저소득층 유방암 환우들을 위해 기부한다. 이래저래 도움을 주는 일에 적극적이다 보니 옛날에는 잘 모르는 사람이나 단체들이 좋은 일에 사용한다고 해서 도와줬다가 생각지 못한 사기(?)를 당하기도 했단다. 협찬이 도움을 위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어찌됐든 쥬빌리의 나눔 행보는 계속 되고 있다.

어쨌든 이런 나눔을 통해 추가적으로 얻는 것들도 많다. 하나는 직원들이 사내 문화로 이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얻는 기쁨이다. 직원들은 암묵적으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동기를 부여 받는다. 또 하나는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를 자랑스러워하고 알리는 데 좋은 의미에서의 ‘명분’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돈이 들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도움이었기 때문이다.

 

 

* 지라니 합창단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전역의 쓰레기가 모이는 고로고초(스와힐리어로 ‘쓰레기’라는 의미다) 마을에 사는 아이들을 모아 한국인인 임태종 목사가 꾸린 어린이 합창단이다. 지라니는 ‘좋은 이웃’이라는 의미로 임 목사는 성악가 김재창 씨를 상임 지휘자로 초빙해 아이들에게 합창을 가르치고 2006년 2월에 케냐 국립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현재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고 있는 지라니 합창단은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것을 한다는 걸 기자분들께 말씀 드리면 처음에는 ‘아, 홍보 정도만 하는구나’ 라고 생각을 많이 하신다. 물론 이것들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는 게 우리가 대외 활동으로 방송에 나간 것만 훑어봐도 기부나 장애우들을 위한 방송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보와 관련된 일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떳떳하다. 우리가 다른 곳들처럼 겉으로 보일 때만 악수하고 손 내밀고 돈 내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진심으로 이런 일을 찾아서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작은 힘을 천천히 크게 키우기
쥬빌리라는 이름으로 살기

그런데 앞서 짚었던 쥬빌리의 이런 나눔이 지속적으로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 쥬빌리가 꼭 지키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제조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OEM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모든 가치가 ‘쥬빌리(B2B에서는 JF&B)’라는 이름 아래 실행되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의해 흔들리지 않을 힘을 키우고 브랜드로서 자립하기 위해서는 이런 원칙이 꼭 필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우리는 비슷한 사례를 p38 폼텍에서 찾을 수 있었다).

 

대기업과의 상생은 꼭 필요하지만, 그들의 힘에 의지해서 우리같은 중소기업의 브랜드력이 약해지거나 원하는 방식대로 일할 수 없다면 상생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경우 경영자나 담당자가 바뀌면 조직적인 문제로 투자 규모가 바뀌거나 거래 업체가 바뀌는 일이 잦다. 그럼 그것만 믿고 일하는 하청 업체 등은 타격이 어마어마하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PB상품을 만드는 등의 OEM은 하지 않고 있다. 압력이 있어도 우리의 저력을 믿기 때문에 우리 나름의 기준을 고수하는 것이다.

 

쥬빌리가 그 이름처럼 기쁨이나 풍요로움, 희망을 나눈다고 했을 때 그 가치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기업이 계속해서 생존하지 않으면 나눔이 지속될 수 없다. 따라서 좀 더 쉬운 길을 가자는 유혹도 떨쳐낼 수 있었다. 얼마 전 홈플러스에 쥬빌리의 이름으로 디저트 라인을 내놓은 것도 이들 고집의 저력을 보여 주는 사례다. 물론 처음부터 생산자로서 인정받는 충분한 시간 없이 이런 원칙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폼텍과 쥬빌리는 모두 탁월한 생산자임을 인정받기까지 충분한 검증의 시간을 거쳤고 그 결과로 생산에서 해당 분야의 높은 마켓 셰어를 얻었다). 그러나 만약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기로 마음먹은 다음이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원칙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쥬빌리 천천히 키우기
우리가 작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소인배는 아니다. 무슨 말이냐면, 돈을 빨리 벌기 위해서 근시간 내에 조직을 불리고, 상장을 시키고… 그렇게 일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회사가 존립할 만큼 계속 돈을 벌어야 하고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에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적을 두고 있다. 가족까지 합치면 약 8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삶을 책임지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하게, 가능한 길게 보고 일하려는 것이다.

 

'비전과 수익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트레이드오프 상황이 발생하면 비전을 선택한다’는 점은 《스몰 자이언츠》에 등장하는 많은 강소 기업들의 공통점이기도 했다. 로버트 토마스코는 《거대 기업의 종말(Bigger isn’t always better)》에서 아예 ‘성장’이 “옳은 방향으로의 전진이지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고 재정의한다. 그는 “고속 성장이 최선의 성장은 아니”라며 금융학 교수 사이러스 라메자니(Cyrus Ramezani)가 11년 동안 수천 개 기업의 영업 실적을 검토한 결과를 예로 들기도 했다. 매출 증가율이 연평균 167%에 달하는 상위 25개 기업들이 속도는 느려도 천천히(연평균 26%) 성장하는 기업들보다 주주들에게 결국 더 낮은 이익을 안겨 주었다는 것이다.

 

쥬빌리가 규모 성장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은 카페 형태를 띤 쥬빌리의 프랜차이즈 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요즘 프렌차이즈들 답지 않게 5년이나 지났음에도 매장이 단 9곳뿐이다. 프렌차이지 수를 제한할 이유는 없지만 목적에 맞게 천천히 늘려 간다는 계획인 것이다. 이는 *홈페이지상에도 뚜렷이 명시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또 하나의 원칙인 셈이다.

 

 

쥬빌리 쇼콜라띠에의 매장들 

 

* 홈페이지상에 명기된 쥬빌리의 프랜차이즈 원칙
1. 쥬빌리 쇼콜라띠에는 회사의 이익과 성장만을 위해 가맹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아닙니다.
2. 저희가 배우고 다듬은 초콜릿 제조 기술과 영업 전략을 밑천으로 좀 더 많은 고객님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초콜릿의 맛을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3. 돈이 우선이 아니라 쥬빌리 쇼콜라띠에의 자존심과 양심으로 고객님을 맞이하고 호흡이 맞는 분과 인연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4. 작은 것을 크게 보이게 하려고 과대 포장하거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대응은 앞으로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5. 어제 나눈 작은 약속이 10년이 지난 후에도 오롯이 남아 있고, 정직하게 이익을 창출하는 쥬빌리 쇼콜라띠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순도 높은 브랜딩은 쌉사름하다 마치 순도 높은 초콜릿처럼
보통 대기업에서 어떤 일을 시작하면 어마어마한 자본금을 가지고 일을 시작한다. 그 한도 내에서 광고도 크게 하고 패키지도 화려하게 하고…. 그러나 나처럼 적은 자본금으로 시작한 사람들은 획기적인, 남들이 하지 못한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 브랜딩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업계에서) 남들이 쉽게 웅성웅성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으려 한다. 그런 곳에서는 해보니까 절대로 내가 말하는 희망이나 만족감을 얻지 못하더라.

 

어떤 사람들은 카카오의 순도가 높은, 소위 고급이라고 불리는 초콜릿이 쓰기만 하고 쓸데없이 비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그런 순도 높은 다크 초콜릿들이 몸에 좋은 성분들(예를 들어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코코아 플라노볼 성분 등)을 훨씬 많이 함유하고 있다. 설탕 함유가 높고 자꾸 손이 가는 초콜릿은 입에는 달지만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이 당연한 사실들이 브랜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건강에 좋은, 순도가 높은 브랜딩은 입에는 쓰다. 마치 순도 높은 초콜릿처럼 말이다.

물론 쉽지 않았다. 초창기에 무턱대고 해외 식품 박람회를 찾아가 초콜릿을 보여 주며 그 자리에서 바로 부스를 얻어 냈고, 그렇게 쥬빌리를 해외에 알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엄두를 못 냈던 벨기에 공장도 기약 없어 보이는 그런 시도들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이런 시도가 있을 때마다 내부에서 걱정의 목소리,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고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원칙들을 지키기 위해 맛보아야 한 씁쓸함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분명하게는, 높은 단기이익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입에는 쓰더라도 쥬빌리라는 브랜드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쥬빌리가 보여 준 행보에는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쁨의 나눔, 희망의 나눔, 풍요로움의 나눔 같은 씨앗이 내포되어 있다. 그것을 모아 정리해 보면 <그림 1>과 같다.

 

 

 

 

다만 아직까지도 쥬빌리라는 이름하에 모든 것들을 정리해 나가는 중이며 이제 B2B에서 B2C 브랜드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하는 중이라 이 모든 것이 핵심 키워드로 일관성있게 정렬되어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 쥬빌리의 핵심 키워드를 가운데 두고 앞으로도 계속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구성원들의 행동 원칙을 정하고, 이를 보여 줌으로써 고객들의 머릿속에 이렇게 ‘포지셔닝’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가끔 포지셔닝이 단순한 광고 혹은 홍보의 효과를 통한 인지도의 영향으로 잘못 이해되는데 포지셔닝 개념을 처음 내놓은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의 말처럼 포지셔닝은 철저히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쥬빌리는 많은 부분에서 이미 행위들에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것들을 정리하고 조직화 하여 더 세분화된 원칙들을 세움으로써 더 많은 고객들과 옳은 가치를 공유하고 그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작은 브랜드의 성장은 브랜드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로서 따라 오지 않을까.

 

요즘 세대에게는 너무 옛날 이야기라 쉽게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한국전쟁이 막 끝난 참상 뒤 배고프고 절망에 빠진 우리 민족이 다시금 일어서도록 희망으로 전해졌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초콜릿이었다. 지금도 일상에서 피곤하거나 지칠 때, 혹은 다른 사람과 작은 행복을 나눌 때 초콜릿을 많이 떠올린다. 어쩌면 우리가 이제껏 떠올린 초콜릿의 럭셔리함이란, 이런 작은 행복들보다는 좀 더 사치스러운 이미지로 왜곡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쥬빌리를 보면서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이들이 계속 좋은 가치들을 더 많이, 더 잘 나눈다는 핵심에 초점을 맞춘 브랜딩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간다면 우리가 가진 이런 인식들을 더 따뜻하게 바꾸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쥬빌리도 더욱 사랑을 받으면서 말이다. 중소기업이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스마트한 브랜딩 비법이란 바로 이런 가치 우선 주의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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