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에 대한 답이 만든 USP Unique Selling Point 오르그닷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김진화  고유주소 시즌2 / Vol.20 브랜드 창업 (2011년 04월 발행)

《탈무드》 가라사대, “더 좋은 질문은 더 좋은 해답을 얻어 낸다.” 히브리어로 연구, 배움을 뜻하는 ‘탈무드’는 유대인들의 (종교를 넘어선) 종교적, 도덕적, 법률적 생활에 관한 교훈을 엮은 책이다. 기원전 300년경부터 전해진, 어찌 보면 케케묵은 이 고서의 한 문구를 최신 트렌드를 찾아 헤매는 예비 창업자인 당신에게 굳이 들이미는 이유는 다음의 질문이 당신의 창업과, 그 창업으로 발아될 브랜드의 씨앗을 좀 더 건강한 것으로 추려 내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당신은 왜 창업을 하려 하는가?” 어째서 이 질문이 당신의 창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곧 소비자들이 당신이 내놓은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이러한 창업의 이유(Why)에 대한 답변은 모든 경영자와 마케터, 그리고 브랜더가 찾고 있는, 비즈니스의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고유 차별화 포인트)의 근원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변이 “지금 하는 일은 ○○이 싫고, ○○이 싫고, ○○이 싫어서”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라는 가치를 제안할 수 있어서”라는 뾰족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말이다. 만약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지금부터 소개할 오르그닷의 김진화 대표가 제안하는 가치제안서(Value Proposition)의 빈 칸을 채워 가며 창업을 구체화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The interview with 오르그닷 대표 김진화

 

 

“여러분은 ‘잘 입고’ 계십니까?, 잘 입는다는 건 대체 무얼 말하는 걸까요?”

누군가 ‘잘 입다’란 표현의 정의를 다시금 묻고 있다. 분명 종전의 정의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다.

 

“기업가는 언제나 변화를 탐색하고, 그것에 대응하고, 그것을 하나의 기회로 활용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기업가와 기업가 정신의 정의이기도 하다.”

 

두말할 나위 없는 경영학의 그루, 피터 드러커가 《기업가정신》을 통해 밝힌 기업가, 기업가 정신에 대한 정의다. 그 정의의 중심에는 ‘변화(change)’라는 핵심 키워드가 있다. 뭔가 변화를 꿈꾼다는 것, 현상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는 것, 그것은 지혜의 시작이고 그 지혜의 시작은 곧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의 모태가 된다. 이번에 소개할 오르그닷의 김진화 대표가 그랬듯 말이다. 

 

“당신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별 머뭇거림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Change Maker”라고. 어째서 그는 스스로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Change Maker
김진화(이하 ‘김’) 과거부터 현재까지, 내 삶의 맥락이 그랬다. 단과대 학생회장을 하며 주장하던 이슈들, 졸업 당시 우리나라 변화의 소용돌이 중심에 있던 다음(Daum)이란 IT회사에서 일한 것, 거기에서 아고라를 탄생시킨 것 모두가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음의 미션도 ‘즐겁게 세상을 바꾸자’ 아닌가. 다음을 나와서는 친구와 함께 돌연 패션 브랜드, 반달리스트를 런칭한 것도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는 상당한 선회다. 그리고 지금은 미약하나마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패션 산업의 구조를 바꿔 보고자 오르그닷을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바뀌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충분히 그럴 만한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물질적인 토대는 마련됐고 인류가 이것을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변화에 기여하고 싶다.

 

여러 ‘변화’를 통해 사회와 관계를 맺어 가는 그가 현재 런칭한 오르그닷을 간결하게 표현하자면 ‘보다 친환경적인 소재와 기법으로써 제품을, 노동에 대한 공정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의류 생산 공정을, 나아가 패션 산업의 밸류체인 전반의 프로세스를 혁신하려는 사회적 기업’이다. 그리고는 이런 일을 해나갈 자신들의 이름을 ‘오르그닷(orgdot)’이라 칭했다. 유기체, 즉 어떤 물질이 스스로 활동하거나 주변 환경에 의해 변할 수 있는 조직이 되는 것이 이제는 그들의 사명(社名)이자 사명(mission)이다. 거대 담론보다는 삶에서의 작은 실천들을 원하며 그것이 확산되는 것을 즐긴다는 그들은 앞서 소개한 단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우리는 잘 입고 있는가?” 그 의미를 이미 짐작했겠지만, 여기서 ‘잘 입는다는 것’은 시즌별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제품을 나름의 코디로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 사람당 한 해 구매하는 의류 55kg, 버려지는 의류 30kg, 이로 인해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넘어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현 소비 행태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제대로 소비하고 있는가?’를 의미한다.

 

결국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동반한 의문에서 시작된 ‘질문 하나’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킨 것이다. 즉 ‘Why’라는 문제의식은 그들로 하여금 그것을 해결해 나갈 How(방법론)을 고민케 했고 결국 그것에 대안이 되는 What(제품과 서비스)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강연가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의 골든서클과도 상당한 연계성을 갖는다.

 

 

 오르그닷

유기체’의 영어표현 organization에서 org만을 추려 축약한 org.을 소리 나는 대로 읽고 표기는 Orgdot으로 한다. 2009년 런칭한 그들은 기존 브랜드에 대항하는 것이 아닌, 패션을 생각하는 우리들의 인식과 경쟁한다. 봉제 장인과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의 만남을 위한 플랫폼을 마련하며 작지만 개성이 뚜렷한 레이블들의 집합적 네트워크가 되기를 꿈꾼다. 일반 소비자를 위한 재활용 및 친환경 제품도 눈에 띄지만 사회연대은행, MBC환경재단, 서울YMCA와 유한킴벌리의 합작 캠페인, 삼성, 희망제작소 등 기업과 협업을 많이 하고 있으며 최근 Vol.18(p74)에서 소개한 SK와이번스의 야구단 유니폼과 어린이 야구단 관련 제품을 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 눈길을 끈 바 있다.

 

 

 사이먼 시넥의 골든서클
영감을 주는 리더를 위한 코칭, 변화를 고무하는 강연으로 유명한 미국의 연설가이자 《Start with Why》의 저자인 사이먼 시넥은 위와 같은 골든서클을 제안한다. 이 골든서클은 그가 세상을 바꾼, 대중을 고무시킨 여러 리더들을 연구하며 발견한 일종의 법칙 같은 것인데 그의 강연은 창업을 하려는 사람, 또 브랜드를 통해 세상과 커뮤니케이션하려는 사람에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www.ted.com에서 Simon Sinek으로 검색해 꼭 한번 시청하길 권한다). 브랜드 역시 자신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세상에 외치는, 일종의 캠페인과도 같기 때문이다.
이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람은 뇌 구조상(p26 참조) ‘공감할 만한 이유나 신념, 가치관’에 의해 고무되고, 또 행동의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가 사례로 소개한 애플의 경우, ‘think different’라는 그들만의 외골수적인 신념(Why)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론(How)을 찾게 했는데 그것이 바로 ‘디자인 중심’과 ‘친사용자주의User friendly’다. 이런 How는 최종적으로 이를 반영한 제품(즉 What으로서, 아이팟, 아이폰, 아이티비 등)과 서비스(아이튠즈)를 탄생시킨다.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있어서도 What(제품이 지닌 기능적 속성)이 아닌, 그들이 ‘왜 이런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 나아가 ‘왜 다르게 생각하려 하는지(Why)’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그들이 1984년에 선보인 최초의 맥킨토시 광고(망치로 빅브라더를 깨부수는 장면) 역시 Why를 천명하는 커뮤니케이션이었다. Why 즉, 창업자가 제안하려는 가치만 변하지 않는다면 그 후단의 How나 What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파생될 수 있는데, 이는 애플뿐만 아니라 버진, P&G 등 자신의 사명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무수한 브랜드 사례에서 증명된다. 또한 순서가 반드시 Why→How→What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급적 Why는 먼저 오는 것이 좋고(특히나 사회적 기업의 경우), How와 What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서로 영향을 끼친다. 이는 추상(Why)과 구체(What) 사이를 오가며 더욱 강력한 How를 만드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대안적 가치를 제안합니다”

아래와 같은 사이먼 시넥의 주장은 김 대표가 사회적 기업은 물론 일반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강연에서 주로 사용하는 가치제안서(Value Proposition)와도 많은 부분 그 맥락을 같이한다.

 

테드 강연을 보기 전에도 개인적으로 가치제안서라는 것을 늘 강조해 왔다.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려는지’ A4용지 반 장 정도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제안하려는 가치는 그만큼 간단 명료하고 탄탄해야 한다는 의미다.

 

굉장히 단순해 보이고 몇 시간 안에 찾을 수 있을 것처럼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생각만큼 잘 그려지지 않는다. 가치제안서만 잘 되어 있으면 어떤 시장에서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제품을 통해 이윤을 낼 것인지가 보인다. 여기까지가 일반 기업의 과제라면 사회적 비즈니스는 이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효과를 창출하고 그 효과의 수혜자는 누구이며 그 사람들이 왜 우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에 관한 것까지 명확해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Why에 해당하는 가치 제안에서부터 What에 해당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풀어 내는 방법,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What to do’ 까지가 한 맥락으로 정렬(alignment)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오르그닷 같은 사회적 기업인 경우는 Why 없이는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또 투자한다고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열악한 근무환경과 저조한 사회인식 속에서 자발적인 문제의식을 근간으로 하는 ‘지력(智力)자본(?)과 체력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Why가 굳건히 공유되지 못하면 고객은 물론, 스스로도 설득할 수가 없게 되고 결국 쉽사리 무너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구체적으로 오르그닷은 세상에 어떤 대안적 가치를 제안하고 있으며 그것은 얼마나 튼튼할까?’다.

 

 

가장 중요한 것은
Why에 해당하는 가치 제안에서부터
What에 해당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풀어 내는 방법,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What to do’ 까지가
한 맥락으로 정렬(alignment)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치제안서
Step 1. 가치제안
가치제안은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혹은 창업)와 그것을 통해 제공하려는 가치에 대한 간결하고 핵심적인 서술이다. ①타깃 고객 및 수혜자가 누구인지, ②다른 대안을 제쳐두고 왜 당신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할지를 핵심가치와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Step 2. 목표시장 정의 및 세분화
가치제안 단계에서 찾은 프로젝트(혹은 창업)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규모는 얼마나, 특징은 무엇인지를 묘사하는 단계다. ①전체 시장 규모, 즉 당신이 창업하려는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수혜자들의 규모를 파악 후, ②그중에서 당신이 현재 목표로 하고 있고 대응이 가능한 시장을 정의, 그 규모를 추산해 본다. ③고객(수혜자)의 특성을 정의해 시장 세분화를 위한 표를 작성하는 것으로 2단계에 해당한다.
Step 3. 비즈니스 모델 선정
당신의 프로젝트(혹은 창업)의 주된 수입과 비용을 예상해 보는 것으로, 수입·비용 구조에 근거해 재무적 지속성을 위한 (기대되는) 성공요소를 서술하는 것이다. 이 단계를 거치면 문제의식(Why)을 갖게 한 현상과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How), 그리고 그 방법을 적용했을 때 진행 할 사업의 유형(What)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는 임팩트 밸류 체인(Impact Value Chain, 김 대표가 제안하는 도구로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된 ‘이슈(issue)’부터 브랜드의 미션이라 할 수 있는 ‘목적(goal)’까지 정렬된 도표)을 작성해 보자. 아래는 김 대표가 밝힌 오르그닷의 임팩트 밸류 체인이다.
 

 

“우리는 패션을 해체하고 재창조한다”

이것이 오르그닷의 사명선언서 중 맨 처음에 씌어진 문구다. 기존의 패션과 패션 산업의 밸류체인을 해체하고 윤리적으로 재구성한다는 의미다.

 

 

 

 

*카탈리스트 코드를 중심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는 젊고 유능한 독립 디자이너(independent designer)들이 많은데, 자본과 유통의 어려움 때문에 자기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들을 숨은 봉제 인력과 연결해 주려 한다. 뿐만 아니라 패션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친환경, 재활용 소재로 패션 상품을 만들고 있고, 그 비율을 점차 높일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을 인터넷을 매개로 계속 확장시켜 나갈 것이다. 우리 같은 사회적 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이윤이 아닌, 사회적 파급력(Social Impact)이다. 따라서 우리는 SPA 형태의 브랜드처럼 브랜드 자체를 소유하고 리테일링을 중심으로 대형 브랜드가 되려는 것이 아닌, 작더라도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제1 목표다.

 

그들의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발전해 건강해질 경우 우리 사회에 미칠 긍정적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 본다. 5자(디자이너, 봉제인력, 소비자, 지구, 오르그닷) 수혜 구조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독립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디자인 욕구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수입을 얻어 지속적인 디자인 활동을 해 나갈 수 있으며, 봉제 인력의 고용 문제 또한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고 친환경 소재와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많이 활용함에 따라 환경오염이 줄어들 확률이 높다. 또한 다품종 소량생산의 형태상 재고가(이것은 오르그닷이 패션산업에서 상당히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확연히 줄어 창고 및 물류 유통비 또한 절감할 수 있고 이는 곧 석유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된다면 오르그닷 역시 연속성 있는 비즈니스를 위한 수익을 창출해 내 바람직한 선순환 구조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선한 브랜드가 만들어 낼 선한 경제인 셈이다. 꿈만 같은 이런 생태계를 위해 현재 오르그닷은 다음과 같은 액션플랜을 준비 중이다.

 

 

* 카탈리스트 코드
김 대표는 데이빗 에번스(David S. Evans)와 리처드 슈말렌지(Richard Schmalensee)가 공저한 《카탈리스트 코드》를 흥미롭게 읽었다고 한다. 카탈리스트란 ‘둘 이상의 다른 대상 사이에 반응을 일으키거나 촉진하는 물질, 즉 촉매(觸媒)’란 뜻인데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플랫폼 비즈니스’나 《수익지대》에서 말하는 ‘스위치보드 수익 모델’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신용카드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신사업을 창출한 것도, 이베이, 구글, 네이버 등의 비즈니스 모델도 크게보면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유통과 광고 시장의 판도를 뒤 흔들며 등장한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같은 소셜커머스 역시 카탈리스트 코드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상생을 위한 ‘프로듀싱 허브(Producing hub)’프로젝트

사실 이 프로젝트를 듣기 전까지는 이 글을 적는 에디터 역시 계속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오르그닷이 표방하는 친환경,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브랜드로서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으며, 독립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유통해 주는 것 역시 이미 여러 편집매장에서 해오던 일 아니던가. 게다가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등장한 지 수천 년이 지났을 것이다. 무언가 ‘중개(meditation)’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그 누군가가 등장했을 그 시점 말이다(보부상은 언제 등장했을까?). 하지만 그가 추진하려는 프로젝트는 사뭇 달랐다.

 

오르그닷이 꿈꾸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독립 디자이너들이 멤버십을 갖고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제품개발 센터를 갖는 것이 핵심이라 본다. 그 센터에는 패터너, 재단사, 샘플사, 봉제사, 소제기획자, 모델리스트 등 수준 높은 전문가들이 디자이너를 돕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이며 디자이너 20명에게는 작업실도 제공된다. 독립 디자이너 각각이 그런 시스템을 소유할 수는 없겠지만 공유할 수는 있지 않겠나. 오르그닷의 경쟁력이 싹틀 꿈의 공간이다.
 
동시에 진행될 것은, 웹을 통한 소비자 참여와 확산의 툴이다. 일종의 메이킹 필름(making film)도 소개하고 기획단계에서부터 디자인, 생산까지의 과정을 공유하여 디자이너들의 스케치에 투표를 함으로써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뽑혀 샘플로 제작된 후 실 제품으로 생산되면 구매할 수도 있고, 재고 없는 패션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목적에 걸맞게 (예를 들어) ‘100개 한정’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고객들에게 전할 수 있는 여러 파생적 가치들이 생길 것이다.

 

 

  

 

 

이것이 빛을 발한다면 메이킹 필름 자체가 오르그닷의 제품 뒤에 있는 ‘비하인드 Why’를 더 잘 알리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필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선보일 이 플랫폼은 ‘레인보우 인디패션 플랫폼’이란 이름으로 올해 8월 경 오픈할 예정이다. 크라우드소싱과 소셜커머스가 조합된, 매우 새로운 서비스로 느껴질 것이다.

 

이것이 흥미로운 것은 단지 그럴듯한 시도이기 때문은 아니다. 오르그닷이 브랜드화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 같아서다. 소비자 참여 기회가 높아질 것은 물론, 온라인을 통한 확산도 기대될뿐더러 수십, 수백, 수천 명의 신진 디자이너들이 선보일 다양한 디자인 작품 역시 앞으로 오르그닷의 브랜딩 행보를 지켜볼 때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그렇다면 오르그닷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그리고 마케터 혹은 브랜더인 당신이 집어 낼 학습 포인트는 무엇일까? 글의 시작에서부터 현재까지 소개한 그들이 지닌 여러 장점들, 제공하려는 가치들, 그것이 빚어 낼 브랜딩 전략들…. 그것이 바로 오르그닷의 USP가 된다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USP는 다름이 아닌 ‘자신들의 Why와 그 Why를 해결해 낼 How를 진정성 있게 고민한 결과’라는 점이다. 정리하자면, “Why는 USP의 시작점이다. 남과 근본적으로 다르길 원한다면 Why에서 시작하라!”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제 런칭 3년 남짓 된 오르그닷이 앞으로도 자신의 Why를 잊지 않고, 또 조직 깊숙이 뿌리내리도록 부단히 노력했을 때를 전제로 하는 청사진이다. 그렇다면 ‘영속하는 브랜드’로의 기준으로 보자면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전 직원이 자신들의 핵심가치를 명확이 이해하고 공유하는, 즉 브랜드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 역시 좋은 의도를 지닌 창업자를 넘어서 좋은 의도가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 경영자 모드로 진화하는 것일 테다.

 

 

브랜딩을 위한 진화, Change maker(창업자)에서 Enabler(경영자)로

창업자는 곧 경영자가 된다(p56 참조). 많은 사회적기업의 런칭 멘토링 경험과 두 번의 창업을 통해 체감해서였는지 이 이슈를 꺼냈을 때 김 대표 역시 창업자와 경영자의 역할을 어느 정도 구분해 설명했는데, 그 설명 속에 자주 등장한 단어는 enabler(enable + er, 가능하게 하는 사람)였다. 즉 일을 벌렸으면 일이 되게 하는 사람으로 모드 전환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과 동시에 그가 강조한 것은 이런 밸런싱 역시 ‘Why를 중심으로 해야 할 것’이었다.

 

위험한 enabler

그런데 혹시 enabler를 사전에서 찾아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관념상 ‘~을 할 수 있게 하다’란 동사인 ‘enable’에 사람을 표현하는 ‘er’을 붙여 ‘~을 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enabler를 쓰곤 한다. 이따금씩 리더를 두고 enabler라 칭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사전에는 전혀 다른 의미를 말하고 있다. ‘남을 도와주고 있다고 본인은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남을 망치고 있는 사람.’ 만약 리더가 이러한 의미에 꼭 맞는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리더십 바이러스(유니타스브랜드 Vol.9 p142 참조)에 걸린 것이 틀림없고 결국 직원들은 물론, 본인, 그리고 브랜드까지 파멸의 길로 이끌 것이다. 그

 

렇다면 예방책은 없을까? 갑자기 리더십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창업 후 자신의 독단과 독재로 이제 겨우 옹알이를 시작하려는 브랜드의 숨통을 조이지 않으려면 최대한 빨리, 자신이 리더십 바이러스에 걸리더라도 브랜드는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직원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교육을 실시해야함을 일러두려는 것이다. 그래야 리더는 ‘남을 도와주고 있다고 본인은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남을 망치고 있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

 

사실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에 직원들 역시 같은 뜻을 품고 온 경우가 많아서 내가 미션과 핵심가치를 강조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훨씬 어려웠다. 영리회사는 미션이 조금은 불분명해도 매출 목표가 있어서 다잡기 쉽지만 우리처럼 매출보다 지켜야 할 가치가 우선인 경우엔 직원마다 그 가치에 대한 의미 부여 정도와 조바심을 내는 정도가 다르더라. 어떤 직원은 나보다 더 급진적이고 단호한 반면, 또 어떤 직원은 생각보다 미약하다. 그래서 매출에 대한 이야기보다 훨씬 어렵고 오랜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이 가치에 대해 오히려 더 많이 대화해야 하더라.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Why 때문에 뭉친 사람들이지만 Why 때문에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삶은 상당히 다층적이다. 때문에 Why가 중요하다고 해서 Why만 외치는 경영자와 회사는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삶에서 느낄 수 있는 디테일한 부분을 함께 공유해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 조직 내에 흘러야 한다는 점이다. 즐거움 없이 Why만 추구하는 것은 사실상 종교 집단이랑 다를 바가 없는, 이념적 집단이다. Why와 더불어 즐거움, 복지 같은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 재정난을 겪는 사회적기업에게는 당연히 어려운 이야기다. 그래서 ‘즐거움의 코드’를 권한다. 가장 손쉽게,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문화로 정착되기도 쉽다.

 

위와 같은 문제는 본사 직원들뿐 아니라 공장에서 일하는 봉제 근로자들에게서도 나타난다. 그래서 김 대표는 의미 있는 연간 보고서(Annual Report)를 준비 중이다. 이 리포트는 일반적인 그것처럼 재무적 성과 측면을 주로 다루는 것이 아닌, 소셜 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라는 독특한 항목이 있다. 즉 오르그닷이 사회적기업으로서 또, 브랜드로서 세상에 전한 메시지가 얼마나 메아리로 돌아오고 있는지를 조직 구성원 및 이해관계자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사회 속에서 조명된 오르그닷의 소식을 모아 보여 주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소셜 ROI는 오르그닷의 현주소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의 메시지는 어떤 결과를 내고 있는가, 어떤 점이 좋았는가, 개선할 점은 무엇이고, 문제의 근원은 무엇인가 등을 고민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실의 논리 때문에 힘들어지는 우리에게 재생 에너지원이 되기도 할 것이다.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전달하는 오르그닷의 자체적인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들이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를 잊지 않기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이겨 내기 위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직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생각을 공유한다. 전 직원이 함께 쓰는 회사 블로그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세상에 알리는 동시에 자신도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본사 사무실 직원뿐 아니라 공장에서 봉제를 담당하는 직원들과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그간 비정규직으로 일해 오던 직원들이라 처음에는 주 5일 근무와 4대 보험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적잖은 노력이 필요했다.

 

오히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 같다는 그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이렇게 하는 것이 당신들만의 혜택이 아니라 업계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중이다.

 

그런데 혹시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이런 것은 사회적기업이나 NGO 단체에서나 필요한 것 아닌가?” 하며 의아해 할 수도 있겠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김 대표의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영리기업들도 100억을 벌 아이디어로 10억밖에 벌지 못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전달하는 오르그닷의 자체적인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들이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를 잊지 않기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이겨 내기 위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직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생각을 공유한다.

 

 

비영리단체가 영리기업에게 전하는 ‘메시지 2.0’

오늘 우리에게 익숙한 ‘미션’ ‘비전’ 등의 단어들은 원래 비영리단체의 것을 영리기업이 배워 온 것임을 잘 알 것이다. 그것이 비영리 단체들이 전한 메시지 1.0이었다면, 이번에는 비영리기업을 많이 닮은 영리기업, 즉 사회적기업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메시지 2.0을 전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좀 더 명확한 Why를 가지라는 것, 거기에서 How와 What을 파생시키라는 것, Why야말로 영리기업이 간절히 원하는 USP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당신은 왜(Why) 창업을 하려 하는가?”

답을 찾기 전에 시작한 창업은 단기간의 ‘아이디어 영업’으로 끝날지 모른다. 물론 아직은 손에 잡히는, 명확한 단어로 정리되지 않은 ‘가설’ 수준의 것이어도 좋다. 그 가설은 당신의 창업과 경영의 과정을 통해 점차 명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태도, 믿고 있는 것을 구현해 내려는 자세를 지녔는가에 관한 것이다. 그 태도가 결국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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