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애플의 디자인 경영과 브랜드 경영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13 브랜딩 (2010년 01월 발행)

《슈퍼노멀》의 저자이며 일본에서 디자인 철학가로 불리는 *후카사와 나오토는 디자인 경영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들려 주었다. “애플은 전통을 만들어 가는 대표적인 브랜드입니다. 애플은 디자인 경영을 사회적 책임 혹은 사회에서의 역할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과 한 짝을 이룰 수 있는 말로 영국 패션 브랜드의 경영자 폴 스미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제대로 된 디자인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직업을 만들어 내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두 말을 씨실과 날실의 개념으로 비추어 본다면 ‘디자인 경영’은 단순히 기업의 전략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있는 국가 경쟁력이라는 말이다. 이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굳이 책을 볼 필요 없이 그저 백화점에 가 보면 된다. 탄탄한 디자인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우리의 시장을 안방처럼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애플의 iPod은 MP3 플레이어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 경영’이 ‘사용자 중심적(user friendly) 사고’라는 브랜드 철학과 시대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지배하는 애플에 대해 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연구하도록 하겠다.

《슈퍼노멀》의 저자이며 일본에서 디자인 철학가로 불리는 *후카사와 나오토는 디자인 경영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들려 주었다.

 

“애플은 전통을 만들어 가는 대표적인 브랜드입니다. 애플은 디자인 경영을 사회적 책임 혹은 사회에서의 역할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과 한 짝을 이룰 수 있는 말로 영국 패션 브랜드의 경영자 폴 스미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제대로 된 디자인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직업을 만들어 내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두 말을 씨실과 날실의 개념으로 비추어 본다면 ‘디자인 경영’은 단순히 기업의 전략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있는 국가 경쟁력이라는 말이다. 이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굳이 책을 볼 필요 없이 그저 백화점에 가 보면 된다. 탄탄한 디자인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우리의 시장을 안방처럼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애플의 iPod은 MP3 플레이어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 경영’이 ‘사용자 중심적(user friendly) 사고’라는 브랜드 철학과 시대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지배하는 애플에 대해 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연구하도록 하겠다.

 

애플의 전통이라고 불리는 것 중 하나는 애플의 제품에 ‘i’라는 소문자를 붙여서 PC는 iMac, 휴대폰은 iPhone, MP3 플레이어는 iPod이라는 통일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관된 디자인과 통일된 제품명으로 애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결국 차별화된 스타일을 만듦으로써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였다. 애플의 디자인 일관성은 이 ‘i’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i’는 컨셉 키워드가 아니라 세계관이라는 것을 간파해야 한다. 모든 것을 ‘i(나=소비자)’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애플의 철학과 사명은 디자인과 기능을 매우 ‘탁월한 단순화’로 통합했다. 바로 ‘i’는 ‘사용자 중심적 사고’를 애플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결국 애플 ‘i’의 신념은 신앙의 수준까지 도달하면서 ‘iGod’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이것을 ‘디자인 경영’이라 말하고, 그들은 ‘다르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애플은 전통을 만들어 가는 대표적인 브랜드입니다.
애플은 디자인 경영을 사회적 책임 혹은 사회에서의 역할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 후카사와 나오토(Fukasawa Naoto)
디자이너로 비앤비이탈리아, 드리아데, 삼성 등 유럽과 아시아 여러 기업의 디자인 컨설팅을 하고 있다. 2001년부터 무인양품의 디자인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2003년 플러스마이너스제로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10 p26 참고

 

 

애플이 iGod이 되기까지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 경영에 대해서는 아마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또한 지금의 애플이 애플스러움을 가지기까지 디자인 부사장인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의 헌신이 있다는 것도 아는 사람은 모두 아는 이야기다. 먼저 조나단 아이브가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자. “디자인이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 제품이 어떠한 제품인가를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그리고 명확한 방법이다.” *매튜 힐리도 “디자인은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핵심에 가까이 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디자인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플의 디자인은 애플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표현해 냈을까? 애플의 디자인을 살펴보며 그들이 부분을 통해 전체를,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나타냈는지 파악해 보자.

 

워드에서 unibody(유니바디)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자동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에 의해 빨간 줄이 그어진다. 오타라는 뜻이다. 만약 이 단어를 처음 보았다면 어떤 의미인지 상상해 보자. 과연 무슨 단어일까? (애플의 사용자가 아니라면 이것이 어떤 것인지 느끼기 위해 애플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제품을 보기 바란다. 더 좋은 방법은 매장에 가서 직접 보고 만져 보는 것이다.)

 

(그럼 상품의 이미지를 보고 만져 보았다는 가정하에) 독자는 딱히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먼저 이렇게 귀찮게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사항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디자인 경영의 결론은 경영자와 마케터들이 디자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실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접근(혹은 공감)을 하기 위해서 ‘unibody’라는 신조어를 디자이너들이 주로 사용하는 직관인 ‘창조적 접근’과 ‘느낌’으로 알아보려고 했다(애플을 알기 위해서는 애플의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디자인 경영에 관해 여러 명을 인터뷰를 하면서 사실 첫째 조건은 ‘애플말고 다른 것’을 찾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인터뷰를 위해 만나는 대부분의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인 경영의 모델로 항상 거론한 브랜드가 애플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많은 사례는 스타벅스와 닌텐도였다. 1990년대 초반에 도요타, 사우스웨스트항공, 노키아, 이케아 사례가 지겹다고 느낄 정도로 많았던 것처럼 현재는 거의 모든 브랜드, 마케팅 책에서 성공 사례 기업으로 애플, 스타벅스, 닌텐도를 들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애플 외에 다른 것’을 찾았던 것이다. 애플을 피했던 것은 애플이 틀리거나 싫어서가 아니다. 다만 애플 신드롬과 애플 적조 현상으로 인해 모든 디자인과 마케팅의 대안으로 애플을 찬양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iGod 신드롬은 사실, 조금 심각할 정도다. 최근 모 대학교에서 발행한 디자인 공모전수상작 모음집을 보고 깜짝 놀라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애플에서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을 하나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애플의 ‘사은품스러운’것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리딩하는 디자인과 스타일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 때문에 전 세계의 디자인들이 모두 애플 매장에 놓아도 어색하거나 손색이 없을 정도로 ‘탁월하게’ 비슷했다. 궁핍한 변명이겠지만 ‘트렌드’라는 이유를 들이대며 자신의 디자인에 덧칠을 하는 것이다.

 

브랜드 인류학적 관점에서 최근 시장을 이끌어 가는 디자인 컨셉에 대해 연구(진단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하다 보면 많은 브랜드들이 인간의 ‘다운증후군’과 같은 ‘애플 증후군’에 걸린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유전병인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정상인보다 한 개 더 많아서 생기는 염색체 유전 질환이다. 신체 전반에 이상이 나타나는 다운증후군의 특징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서로 닮은 얼굴 생김새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다운증후군과 비슷한 브랜드 유전병이 애플 증후군이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애플의 디자인 스타일에 대해 존경과 경의를 보내 왔는데, 최근 상황은 그 오마주(hommage)를 넘어선 것 같다. ‘모방은 최고의 아부다’라는 계명 하에 모두 ‘애플스러움’을 경외함으로 숭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시장과 브랜드의 다양성을 보여 주고자 애플을 피하려 했지만, 전 세계의 석학들과 디자인 경영자들은 이 특집을 준비하는 기간 내내 ‘애플’만을 지목했다. 급기야 어떤 회사는 리더십, 어떤 회사는 디자인 스타일, 어떤 회사는 혁신적 기업 문화 등 건축 디자이너부터 패션 회사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경영의 모델 브랜드를 ‘애플’로 정하고 있었다. 결국 편집팀은 애플을 다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애플의 디자인 경영 프로세스와 뻔한 대답을 들을 법한 스티브 잡스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 애플에서는 어떻게 상품이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만 말할 것이고, 편집팀이 수십 개의 브랜드를 만나면서 알게 된 디자인 경영과 애플의 그것이 어떻게 다르고 또 같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iDesign, 애플

‘unibody’는 애플의 노트북 MacBook을 만들기 위한 컨셉, 목적, 가치, 디자인, 기능 그리고 이 노트북을 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개념이다. 먼저 애플의 디자인 부사장 조나단 아이브와 수많은 기술 담당 임원들이 자사의 홍보 동영상을 통해서 언급한 unibody에 대한 간증(?)을 들어보자.

 

애플의 unibody에 관한 동영상 내용
“MacBook은 Mac 시리즈 중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제품입니다. 그러나 애플에서는 하나의 관습처럼 늘 해왔듯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MacBook은 정말로 놀라운 엔지니어링의 산물입니다. 그야말로 혁신적인 노트북 제작 방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일반적인 노트북은 여러 부품을 조립하여 만듭니다. 이 방법의 문제점은 크기와 무게를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새로운 Mac-Book을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돌파구는 여러 파트를 하나의 파트로 대체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하나의 파트를 unibody라고 명명했습니다. 우리가 고안한 방법으로 노트북을 근본적으로 더 얇고, 더 가볍고,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으며,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크기와 모양, 그리고 마감 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외장을 하나의 파트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알루미늄 한 덩어리를 가공하는 것입니다. (중략) 제가 보기에는 모든 면에서 unibody는 외부보다 내부가 더 멋집니다. 이는 우리의 관심, 아니 제품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단순한 컨셉에 그치지 않고 부품 선택에서 엔지니어링 방식, 포장 및 선적 방식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재활용 방식도 포함시켰습니다. (중략) 저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아이디어를 아끼지 않는 애플의 풍토가 좋습니다. 우리는 최고의 아이디어와 모든 혁신을 가장 인기가 좋은 Mac에 쏟아 부었습니다. Mac을 이용해 사진을 다뤄보고, 개인 프로젝트 작업을 해보면, 단순한 부품의 집합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세한 부분까지 다듬고 또 다듬어서 사용자가 복잡하게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습니다. 필요 없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새로운 MacBook만큼 기본에 충실하면서 사용하기 편한 노트북은 없을 것입니다.”

 

 

애플의 unibody 동영상 중 조나단 아이브

 

 

애플의 철학과 디자인, 마케팅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7분 36초짜리 동영상에서 애플이 말하는 ‘그들만의 디자인 경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제품 홍보 동영상이 아니다. 컬트 집단의 교주인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최측근을 통해서 전 세계의 추종자에게 주는 메시지다. ‘확대된’ 해석이 아니라 ‘확실한’ 해석을 위해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와 스토리의 전개, 그리고 결론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제품 홍보 동영상은 마치 테너, 바리톤 그리고 베이스로 잘 짜인 남성 3중창 같았다. 먼저 첫 음을 잡는 것은 조나단 아이브의 몫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혁신을 디자인으로 그려내는 조나단 아이브도 신비한 사람이다. 그는 애플이 어떤 문화에서 왜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조나단 아이브가 불렀던 첫 번째 소절과 클라이막스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애플의 ‘디자인 경영’ 문화
“MacBook은 Mac 중 인기가 가장 많은 제품입니다. 그러나 애플에서는 하나의 관습처럼 늘 해왔듯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아이디어를 아끼지 않는 풍토가 좋습니다. 우리는 최고의 아이디어와 모든 혁신을 가장 인기가 좋은 Mac에 쏟아 부었습니다.”

 

애플에서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중·장기 전략에 따른 ‘실행’이 아니라 단지 ‘관습’이라고 설명한다. 정확히 말하면 애플의 문화에 의해 ‘새로운 일을 한다’는 뜻이다. 그 문화는 한마디로 ‘최고를 위해 최고로 한다’이다. 아마 독자들은 앞으로 전개될 글을 읽으면서 모든 인터뷰에서 ‘디자인 경영의 핵심은 문화다’라는 말을 흔히(?) 보게 될 것이다. 기업에서 문화는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다. 전체적인 생각과 방향성을 결정하는 기업 문화는 굳이 디자이너들과 마케터, 그리고 기술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논쟁에 가까운 논의를 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왜냐하면 신상품의 특성, 새로운 기능 그리고 혁신적인 디자인도 문화에 의해 가장 자신다운 디자인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는 ‘최고의 아이디어를 아끼지 않는 풍토’를 익히 경험한 바가 있다.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가 1997년 애플로 다시 돌아왔을 때다. 조나단 아이브는 iMac을 스티브 잡스에게 처음 보여주었다. 스티브 잡스는 iMac을 엔지니어들에게 보여주었는데 그들은 그것이 안 되는 이유를 무려 38가지나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닙니다. 우리는 이것을 만듭니다. 왜냐하면 내가 사장이니까요. 성공할 것이기 때문에 만드십시오.” iMac 성공 이후에 애플은 새로운 철학이 생겼다.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엔지니어는 그 디자인에 맞게 만든다.’ 사실 이것은 스티브 잡스의 고집이 아니라 앞으로 오게 될 디자인 경영의 혁신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감성 경제 시대의 반응에 따라서 기업이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지 결심(이제부터 디자인 중심으로)하고, 결정(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하여, 결단(앞으로 우리는 디자인 경영이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나단 아이브는 MacBook을 설명하면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미 완성된 디자인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면서 목표치를 계속 상향 조정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조나단 아이브가 일년간 준비한 iMac을 본 후에 스티브 잡스가 그를 자신의 집 앞에 있는 뜰로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조나단, 아무래도 안 되겠어.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당시 조나단 아이브의 기분은 알 수 없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우연히 본 해바라기에 영감을 받아 혁신적인 디자인 iMac G4를 만들었다고 한다.

 

디자이너가 일하기 좋은 분위기(비싸 보이고 쿨해 보이는)를 만드는 것은 디자인 경영이 아니다. 최근에 경영자들은 디자인 경영을 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바로 돈을 사용해서 환경미화를 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일하기 좋은 문화를 만드는 것은 ‘최고의 아이디어’를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 기업의 모든 시스템이 함께 돌아가게 하는 것일 뿐이다. 바로 창조적 도전이 창의적 상품을 만들어 내는 문화를 말한다.

 

2) 낮에 꾸는 꿈, 혁신
“여러 파트를 하나의 파트로 대체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하나의 파트를 unibody라고 명명했습니다. 우리가 고안한 방법은 노트북을 근본적으로 더 얇고, 더 가볍고,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으며, 예전엔 꿈도 꾸지 못했던 크기와 모양, 그리고 마감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자사의 제품에 대해서 뭐라고 딱히 할 말이 없었는지 그들은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그것이 ‘unibody’다. 굳이 한국말로 해석한다면 제일 근접한 것으로 기술 용어에서 사용하는 ‘통합 본체’라는 말이 있으나 ‘등갑 구조(거북의 등과 배가 연결된)’가 더 정확할 것 같다. 이것을 보다 영적인 표현으로 옮긴다면 아마 ‘혼연일체(渾然一體)’일 것이다. 물론 unibody를 단순히 제품의 기능적 특장점으로 판단하면 절대로 안 된다. unibody는 스티브 잡스의 세계관이고, 경영 전략이며, 신념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애플의 구조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애플은 말 그대로 자기식대로 운영하고 살아남는 독특한 회사다.

 

‘선택과 집중’은 모든 경영 원칙의 불문율이며 황금률이다. 기업의 실패원인은 대부분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테크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까지 보인다. 그러나 애플은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 먼저 하드웨어(iBook과 iMac)를 만든다. 이 하드웨어에서 작동하는 운영체제(Mac OS)도 만든다. 그리고 운영체제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safari, iWork 등)도 만들며, 음악을 제공해주는 온라인 서비스(iTunes)도 만든다. 그것도 모자라서 IT 제품인 MP3 플레이어(iPod)도 만든다. 여기에 응용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App Store)도 운영한다. 그리고 휴대폰(iPhone)도 만들고 있다. 분명 애플은 이 분야에 전지전능한 iGod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른바 스티브 잡스의 이런 ‘통뼈 경영(혼자 모든 것을 다 하는 경영)’에 대해서 혹자는 ‘애플의 미니어처 경제’라고 비꼬기도 한다. 그러나 애플의 변명은 아주 단순하다. “소비자에게 최고의 것을 주기 위해서 차선과 타협하지 않는 것뿐이다.” 이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뜻이지만 이 말은 ‘내가 만든 것처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도 있다. 그래서 애플은 항상 모든 것을 혼자 다 한다.

 

애플의 혁신 방향성은 통합이다. 그래서 노트북의 혁신 방향도 unibody에서 시작하고 있다. 혁신의 기준은 조나단 아이브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바로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가 꿈도 꾸지 못한 것을 애플은 꿈꾸고 있었다. 애플의 DNA도 통합이다. 비록 내부 호환과 통합이라는 폐쇄적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애플은 뭐든지 통합하려고 한다. 통합에 대한 집착은 결국 노트북의 ‘통합형 구조’를 생각하게 했다. 결국 혁신을 그려 내기 위한 디자인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통합의 혁신은 얼마나 위대한 것일까?

 

사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노트북이 깨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관리에 대해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쿠션 보호 가방이나 노트북 전용 가방이 있기 때문에 굳이 로봇Robot을 제작할 때나 사용하는 알루미늄에 대한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unibody MacBook은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그 무게는 15인치 기준 2.49kg이다. 우리나라 회사가 만든 15인치 노트북의 무게는 평균 3kg이다. 돼지고기 한 근이 조금 못 되는 500g 차이다. 그래서 우리는 꿈꾸지 않았다. 하지만 애플은 꿈꾸었다. 500g을 줄이고, 얇고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애플은 3kg 노트북이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혁신이라는 것으로 연결되어 있고 디자인은 혁신을 표현하고 정의하는 수단이자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혁신은 새로운 개념인 unibody를 낳았고 결국 디자인으로 보여 주었다. 필요, 욕구, 혁신 그리고 디자인을 우리에게 통째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3) 편집증 혹은 열정
“제가 보기에는 모든 면에서 unibody는 외부보다 내부가 더 멋집니다. 이는 우리의 관심, 아니 제품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는지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컨셉에 그치지 않고 부품 선택에서 엔지니어링 방식, 포장 및 선적 방식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재활용 방식도 포함시켰습니다.”

 

애플 컴퓨터를 쓰는 사람이라면 특수 장비가 없이는 본체를 분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물론 unibody 자체가 원래 분해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조나단 아이브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완전히 고장 나서 폐기 처분 직전에만 한 번 볼 수 있는 내부 디자인에 자부심이 있다고 말한다.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회사가 하나 있다. 바로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0.8mm 정도의 카드 옆면에 디자인 요소를 넣었다. 그 이유를 TV 광고에서는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현대카드 관계자는 ‘열정’이라고 답했다.

 

조나단 아이브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디자인하는 것이 ‘디자인 전략’이 아니라 ‘디자인의 전부’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자신들의 열정을 보여주는 유일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디자인 편집증은 노트북을 열어 보면 알 수 있다. 다른 브랜드 노트북 터치패드 옆에는 평균 3개, 많게는 5개의 스티커가 붙 어 있다. 대부분 내부 CPU의 종류와 업그레이드된 칩에 관한 설명이다. 하지만 MacBook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직 애플 디자인 외에는 접근을 불허한다.
디자인의 영역은 상품만이 아니다. 상품을 만드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상품의 전달 방법, 소비자가 박스를 개봉하는 느낌까지 모두 디자인(어원의 뜻을 그대로 표현한 ‘설계’다)했다. 사용하는 기분까지도 디자인 관점으로 접근한 것이다.

 

4) 디자인 경영의 초점, 편리함에 의한 친근감
“Mac을 이용해 사진을 다뤄 보고, 개인 프로젝트 작업을 해 보면 단순한 부품의 집합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세한 부분까지 다듬고 또 다듬어서 사용자가 복잡하게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습니다. 필요 없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새로운 MacBook만큼 기본에 충실하면서 사용하기 편한 노트북은 없을 것입니다.”

 

소비자는 *애플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무엇을 느낄까? 조나단 아이브는 노트북이 바로 단순한 부속들의 집합이 아닌 unibody, 즉 집합체임를 설명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이것을 느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애플은 욕망과 필요, 기능과 디자인, 컴퓨터와 자신, 그리고 애플과 소비자가 하나가 되어서 함께 작업하는 팀워크을 디자인했다. 팀워크의 핵심은 친근감이다. 조나단은 노트북의 디자인, 기능, 그리고 열정이 어떻게 사람과 친근감을 형성하는지 알고 있다.

 

사용 설명서가 두꺼운 전자 기기일수록 빨리 사라진다. 이것은 제품이 소비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핵심은 자신의 제품을 소비자가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애플의 리모컨은 여섯 살 아이들의 장난감 리모컨의 버튼 개수와 거의 같거나 오히려 더 적다. 마치 장난감을 대하듯이 애플의 상품과 친해지도록 만든다. 프로그램의 작동도 대부분 드래그(drag, 긁다)를 하는데, 마치 놀이터에서 모래 장난하는 것처럼 패드 위에 손가락으로 돌리고, 두드리고, 어루만지면서 사용하게 만들었다. 필요 없는 것은 하나도 없고, 미처 필요를 생각하지 못했던 디테일로 놀라움을 주는 것이 애플의 디자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문장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다. 아마 애플 컴퓨터를 사용하면 “장난이 아닌데”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것이다. 소비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 재미까지 더해서 그야말로 스테이크의 참맛인 레어rare를 디지털에서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 정도의 수준을 ‘기본에 충실’하다고 말했다. 과연 그들의 기본은 무엇일까? 노트북 사용자가 작업을 할 때 느끼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체험이 아닐까? 애플이 만든 장비를 볼 때, 그들이 추구하는 컨셉이 ‘기본과 편함’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소비자 용어로 ‘친근감과 즐거움’이다. 

 

 

디자인이란 브랜드를 작동시키는,
그리고 소비자를 이끄는 일종의 영적 교감신경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결국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으로, 영혼의 표현이다.

 

 

5) 조나단 잡스와 스티브 아이브

“조나단 아이브는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다.” 그리고 “조나단 아이브는 애플의 영혼이다.” 스티브 잡스는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오른팔을 보면서 이렇게 공표했다. 이쯤 되면 조나단 아이브가 누구인지보다 애플에 있어서 무엇인지(이미 존재의 의미를 넘어섰다) 알 것이다.

 

디자인 경영에 대해 글을 쓰면서 머리와 마음이 복잡해졌던 것은 스티브 잡스가 ‘디자인은 영혼’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이다. 분명 무엇인가를 알고 하는 말이거나 깨닫고 하는 말이지만, 좀처럼 그 수준과 정의를 알아채기 어렵다. 이것은 디자인 영혼 합체설을 주장하는 일종의 신흥종교와도 같아 보였다. 스티브 잡스의 은유법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디자인이란 브랜드를 작동시키는, 그리고 소비자를 이끄는 일종의 영적 교감신경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결국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으로, 영혼의 표현이다. 유감스럽게도 스티브 잡스를 따라가면 항상 이런 식의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놀랍게도 편집팀에서 만난 대부분의 브랜드 책임자들도 스티브 잡스와 비슷하게 말하고 있다. 그들은 “디자인은 종교이고, 영적이며 신앙이다”라고 말한다.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하지는 못해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정의는 ‘디자인 경영이란 상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정도다. 이것도 논리적으로 명확한 답변은 아니지만 그들의 경험에선 가장 확실한 대답이다.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아이브의 마인드를 갖고, 조나단 아이브는 조나단 잡스처럼 디자인을 한다. 해석 한다면 경영자는 디자인 마인드를 가지고, 디자이너는 경영자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조나단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가 공식 인정한 스티브 잡스, 곧 자기 자신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나 명료하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디자인 경영의 황금 열쇠, 뫼비우스의 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1953년 7월 27일에 휴전을 했다. 정확히 56년간 우리나라는 휴전 중이다. 1955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시장에서 명품은 세 가지였다. 상품의 기준은 미제, 일제, 독일제였다. 미제면 모두 튼튼했고, 일제면 정교했고, 독일제면 탁월했다. 디자인은 필요 없었다. 198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소위 메이커 시대가 왔다. 대기업이 만들었는가, 아니면 중소기업이 만들었는가가 구매의 기준이었다. 대기업은 인지도와 명성을 통해 TV도 만들고, 양말도 만들었다. 이때까지도 디자인은 ‘기왕이면 메이커’라는 구매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 후 갑자기 들이닥친 IMF외환위기로 인해 기업들은 ‘브랜드’라는 것을 학습하게 되었다. 삼성의 하우젠과 래미안처럼 대기업들이 자신의 기업명을 버리고 브랜드명을 갖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실로 IMF 외환위기는 브랜드 시장으로의 전환점이 되었다. 쿠쿠같은 브랜드를 만들어내면서 중소기업에서는 브랜드를 ‘전문성’의 개념으로 시장에 포지셔닝 했다. 그 이후에 *아이리버, 미샤와 같은 탈 대기업 브랜드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이 시점의 디자인 경영은 대기업의 필요에 따라 시작된 것이다. 대기업은 해외에서 비슷한 품질과 중저가로 글로벌 기업과 싸우고 있었다. 브랜드력도 없었고 국가적 이미지도 좋지 않았다. 여기서 발견한 것이 바로 디자인이라는 (초창기 개념으로는) 덧칠이었다.

 

지금은 어떤 분야에서는 세계의 기준이 되는 탁월한 디자인력을 갖춘 브랜드들도 있다. 하지만 역사가 10년도 채 되지 않은 디자인 경영의 정의와 효과에 대해 현장 경영자들에게 물어보면 당황스러워한다. 비록 디자인으로 ‘대박’의 맛을 보았지만, 그 맛을 이루는 디자인 메커니즘에 대해서 미처 연구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디자인 경영을 정의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디자인을 통해서 브랜드의 가치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은 브랜드의 영혼인 것이다.

  

 

* 아이리버
유니타스브랜드 Vol.10 p198 참고 

 

 

다행히 ‘디자인 경영’에 관해 여러 사람과 인터뷰를 하면서 디자인 경영의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브랜드 사례를 다루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애플의 디자인 경영을 말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비교하고 특이점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재미있게도 애플의 성장 코드와 교집합이 많았다. 애플은 자신의 혁신을 디자인으로 보여 주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기업 철학, 심볼의 의미, 아이덴티티, 전략, 판매 방법, 서비스, 광고, 상품 그리고 스티브 잡스까지 모두 ‘애플스러움’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그들 이 말한 unibody처럼 디자인 경영은 브랜드 경영이고, 브랜드 경영은 디자인 경영이며, 이 둘은 혁신 경영이고, 이 혁신은 소비자의 욕구이고, 그것은 또 디자인 경영이고…. 이런 방식으로 모든 것이 통합되고 연결되어 있다. 또 한 번 강조하지만 디자인 경영은 한마디로 뫼비우스 경영이다. 뫼비우스의 띠는 겉과 안이 교차하면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뫼비우스의 논리로 스티브 잡스가 말한 ‘디자인은 영혼이다’를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영혼은 몸의 내부에 있는 것이지만 그 사람의 말, 태도, 눈빛 그리고 분위기를 통해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브랜드의 가치도 보이지 않지만 디자인을 통해 볼 수 있다. 철학을 디자인하고, 디자인에서 철학을 느끼고, 느끼는 철학에서 가치가 나오고, 가치를 통해서 상품의 충성도가 올라가고, 충성도가 올라가면서 디자인에 만족을 하고, 만족된 디자인을 통해서 시장점유율이 올라가고, 올라간 시장 점유율을 통해서 철학이 전파되고, 전파된 철학에 의해서 또 다른 디자인을 생각한다. 소비자는 디자인을 통해서 브랜드의 가치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은 브랜드의 영혼인 것이다. 디자인 경영을 뫼비우스의 띠로 해석하는 두 번째 접근은 보다 현실적이다. 디자인을 통해서 브랜드 가치를 느끼고, 브랜드 가치는 전략이 되고, 전략은 시장에 강력한 포지셔닝을 유도하고, 강력한 포지셔닝으로 인해서 디자인은 스타일이 되고, 스타일이 된 디자인은 브랜드를 구축하고, 강력하게 구축된 브랜드는 자신만의 디자인을 통해서 시장을 리딩한다.

 

브랜드에도 상표에 가까운 브랜드와 인간에 가까운 고등브랜드가 있듯이, 디자인 경영도 디자이너를 잘 관리하는 경영에서 디자인을 기업의 핵심 우위로 삼는 경영까지 있다. 그렇다고 디자인 경영을 등급별로 말하거나, 산업군별로 말하기도 위험하다. 하지만 애플을 제외하고 유니타스브랜드 Vol.10에서 다룬 ‘디자인 경영’은 대부분 ‘뫼비우스 띠’의 개념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디자인 경영으로 성공하거나 디자인 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패턴은, ‘통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브랜드를 만나면서 통합이라는 철학과 프로세스는 식상할 정도로 많이 나오고, 심할 정도로 중복되고 그리고 의심이 갈 정도로 강조되고 있었다. 그래서 독자들은 디자인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통합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중복되었다면 원칙이고, 반복되었다면 법칙이다.

 

디자인은 가치와 상품의 통합, 소비자의 생활과 공급자 솔루션의 통합, 전략과 미학의 통합, 차별화와 스타일의 통합, 옛것과 새것의 통합, 가치 생산과 가치 소비의 통합이다. 어쩌면 흔히들 디자인을 종합 예술이라고 정의하지만 이것은 매우 단편적인 개념이다. 디자인은 행위의 ‘종합예술’이라기보다는 전략적 ‘통합 가치’라고 말하고 싶다. 내부와 외부가 모두 연결된 뫼비우스 띠의 속성은 무한대다. 디자인 경영의 컨셉 용어인 뫼비우스 경영은 말 그대로 브랜드(내부)를 디자인(외부)으로 연결하는 무한 개념이다. 따라서 디자인은 그 자체의 가치가 무한하며, 브랜드 경영에 있어 무한 가치의 근원지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디자인은 통합과 무한의 실체인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는 공간의 위치를 다루는 위상수학(位相數學, topology)적인 곡면으로, 경계가 하나밖에 없는 2차원 도형이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안과 밖의 구별이 없기 때문에 쳐다보면 신기함마저 든다. 이런 묘한 뫼비우스의 띠가 발견된 히스토리 역시 구별이 힘들다. 그저 1858년에 *아우구스트 페르디난트 뫼비우스와 *요한 베네딕트 리스팅이 서로 독립적으로 발견했다고 전해질 뿐이다. 같은 것을 같은 시기에 연구했다는 것이 우연일까? 아니면 뫼비우스의 띠의 원리에 입각한 창조적 필연일까? 비약처럼 보여질지 모르겠지만 또 하나의 아이러니컬한 것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그의 암묵적 숙적인 빌 게이츠와 1955년생으로 동갑이다(연관성은 없지만 참고로 상대성이론을 제창한 아인슈타인은 1955년에 사망했다).

 

 

* 아우구스트 페르디난트 뫼비우스(August Ferdinand Moebius)
독일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다. 라이프치히대학 천문학 교수였던 그는 사영기하학(射影幾何學)과 직선기하학 연구의 선구적인 역할을 했으며 뫼비우스의 띠 연구로 널리 알려졌다.

 

 

* 요한 베네딕트 리스팅(Johann Benedict Listing)
19세기 독일의 수학자다. 뫼비우스와는 독립적으로 면의 표리에 구분이 없는 띠를 발견했으나, 이는 곧 ‘뫼비우스의 띠’로 명명되고 말았다.

 

 

다시 돌아가서, 원시생물 중에 뫼비우스의 띠와 비슷한 개념을 가진 것들이 있다. 바로 암수 양쪽의 생식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자웅동체(hermaphrodite)와 입과 항문이 하나인 강장동물(coelenterate)이 그것이다. 자웅동체와 강장동물이 원시 생물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이라고 보았을 때 처음부터 가장 완벽하게 진화된 생물이 아니었을까? 이유는 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무성생식’이라는 종족 번식 방법이기 때문이다. 무성생식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번에 수만 개 혹은 연속적으로 자신의 ‘종족’을 퍼뜨린다는 것이다.

 

애플과 뫼비우스의 띠, 자웅동체, 강장동물, 그리고 무성생식을 연결시키고자 하는 기괴한 궤변을 시작하는 이유는, 애플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마케팅 법칙으로는 도저히 해석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마케팅의 황금률이라고 불리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법칙이 무색할 만큼 다양한 일을 하고 있으며, 모두 강조하는 로열티 경영의 핵심, 고객 애프터서비스 관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또한 일반적인 마케팅 프로세스에서 중시하는 ‘소비자 조사를 토대로 한 마케팅 전략 구축’도 애플에게는 없다. 부드러운 리더십이 강조되는 요즘에도 스티브 잡스의 독재 경영에 대해서는 굳이 예로 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전설적인 스토리가 많다.

 

애플은 변종일까, 기형일까, 아니면 우리는 진화의 끝을 보는 것일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디자인 경영’의 사례와 기준을 가진 브랜드로 모든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뽑은 회사가 ‘애플’이었다. 그래서 디자인 경영을 풀기 위해서 애플의 경영을 훔쳐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애플이 디자인 경영을 잘 하고 있는지, 애플식 디자인 경영이 가장 좋은 것인지, 애플처럼 디자인 경영을 하면 모두가 성공하는지, 더 나아가 애플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디자인 경영이 필요한지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나쁜 소식부터 전하자면 애플의 단점을 아직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한국에도 스티브 잡스와 거의 비슷하거나 같은 마인드와 실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만약에 누군가 ‘그런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애플과 같은 회사가 등장하지 못하는가’를 물어온다면 답변은 다양하다. 여기가 미국 시장이 아니라는 다소 무식한 답변을 시작으로, 우리에게는 조나단 아이브처럼 분야를 넘나드는 디자이너가 없으며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동시에 그러한 디자이너가 탄생될 만한 환경이 못 되어왔다는 것도 그 답변이다.

 

다시 돌아가서 자웅동체, 강장동물 그리고 무성생식으로 애플을 이해하려는 이유는 이러한 특징을 애플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조나단 아이브와 스티브 잡스와의 관계는 익히 영혼과 육체의 관계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스티브 잡스는 경영자이며, 기술자이며, 그리고 디자이너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디자이너 본능과 경영자적 야성을 동시에 가진 사람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경영자들은 ‘디자인 경영’을 경영 트렌드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디자인을 경영의 도구 중 하나로 보거나 품질 경영과 같은 ‘과목’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기업에서는 여러 교육 기관에서 강의를 듣고, 좋은 디자이너를 추천 받고, 디자인실에 많은 비용을 들여서 창조적인 공간만 만들려고 애쓴다. 그러나 경영자들은 디자인에 관한 것을 ‘교육’으로 끝낼 뿐이지 자신 스스로 ‘어떻게 디자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다. 입는 옷도, 디자인 관련 현장 교육도, 자신들이 구매하는 브랜드도 여전히 예전의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직원들을 선발할 때 추천에 의한 만장일치로 뽑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확인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것은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직원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조나단 아이브와 스티브 잡스는 머리 스타일도 비슷하다). 편견과 선입관 때문인지 모르지만 애플 자체가 거대한 한 몸(자웅동체)처럼 보인다.

 

애플의 강장(腔腸)은 철학이 디자인이고, 디자인이 전략이고, 전략이 브랜드 경영이며, 브랜드 경영을 통해서 자신의 철학을 사용자에게 체험시키고 있다. 애플에 관한 어떤 자료를 찾아보아도 애플이 스스로 ‘디자인 경영’을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다만 ‘사용자 편리’라는 철학이 돌고 돌아서 결국 ‘고객 체험’으로 돌아온다. 애플 사이클 안에 들어가면 고객은 디자인으로, 서비스로, 문화로, 정보로, 스토리 등 각종 커뮤니케이션 툴을 통하여 ‘애플’을 갖게 된다.

 

 

애플에 관한 어떤 자료를 찾아보아도
애플이 스스로 '디자인 경영'을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다만 '사용자 편리'라는 철학이 돌고 돌아서 결국 '고객 체험'으로 돌아온다.

 

 

애플을 무성생식에 비유한 것은 그들은 자신들의 철학을 말 그대로 무성생식처럼 상품에 넣어서 전 세계에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앱스토어는 오픈 9개월 만에 다운로드 10억 건을 넘겼다. MP3 플레이어 같은 경우에는 세계 점유율 70%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애플을 과연 어떤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 물론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브랜드를 연구하는 필자도 애플이 이런 추세로 10년 정도는 더 달려가면서 새로운 규칙과 법칙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과연 이런 브랜드를 또 볼 수 있을까?’라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애플을 지켜보며 포스트post 스티브 잡스를 기대하고 있다.

 

만약에 애플이 스티브 잡스와 함께 사라진다면 마치 갈라파고스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종을 실제로 본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고, 스티브 잡스가 없어진 후에도 오히려 더 성장한다면 브랜드계에 새로운 법칙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앞서 말했듯 디자인 경영을 준비하면서 애플의 패턴, 즉 모든 소비자 가치를 철학으로 통합한 디자인 경영의 패턴들이 우리나라의 기업과 기업인, 그리고 디자이너들에게도 똑같이 나타났다.

 

 

 

 

 

디자인 경영 양손잡이들의 편집증

‘편집증’이라는 정신병명에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지적인 느낌이 난다. 특히 브랜드 관련 업계에서 편집증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미쳐있는 상태’로 인식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누군가 “김 과장은 신규 브랜드에 편집증 증세가 있어!”라고 말한다면, 배 나온 말년 과장의 직장 생활 몸부림으로서의 ‘일 중독’과는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딱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일 중독과 달리 편집증은 보다 주도적이며 세련 되고 아티스틱하며 지적인 몰입 혹은 집중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앤디 그로브의 저서 《승자의 법칙Only the paranoid survive》으로 인한 것으로(책의 원제를 직역하면 ‘편집증자만이 살아남는다’이다), ‘편집증’은 세례 받고 성화된 듯하다.

 

 

* 앤디 그로브(Andy Grove)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와 함께 세계적인 기업 인텔을 창업하였다. 1997년 <타임>이 선정한 최고의 인물이기도 한 그는 저서 《Only the paranoid survive》에서 인텔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기업의 변화 요인과 성장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디자인 경영’ ‘브랜드 경영’ 혹은 ‘창조 경영’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가치를 경영하는 경영자들은 모두 편집증에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미친 듯이(정량적으로)’ 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제대로 미쳐야(정성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제대로 미친 것일까? 먼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편집증에 대한 해석부터 다시 해 보자.

 

백과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편집증(paranoia)은, ‘심각한 우려’나 ‘과도한 두려움’ 등의 특징이 나타나는 이상심리학적 증상을 일컫는다. paranoia란 단어의 구조를 살펴보면 ‘para(바깥) + nous(마음)’의 구조로 되어 있다. 마음이 바깥에 있으면 어떻게 될까? 흔히 ‘편집증’을 문학에서는 의심이 많다는 뜻의 단어로 쓰는데, 심할 경우 대개 비이성적 사고나 착각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편집증이란 한마디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정신이상 증세의 한 가지다. 결론적으로 디자인 및 브랜드 경영을 하는 경영자들은 편집증에 걸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편집증, 즉 para(바깥) + nous(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바깥’은 ‘소비자 중심’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기술 중심, 기업 중심, 공급자 중심은 적어도 생산자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생산자가 주는 상품에 스스로의 욕구를 끼워 맞춰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 중심(바깥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버리고 소비자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조직 내부에서는 이것을 ‘혁신’이라 하고, 경영자는 ‘창조’라고 말하며, 소비자는 ‘가치’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이것을 ‘제대로 된(제대로 미쳐서 만든)’ 브랜드라고 말한다.

 

*할리데이비슨은 ‘우월감’을 판다고 한다. 스타벅스는 ‘위로의 안식처’라고 말한다. 현대카드는 ‘혁신적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한다고 말한다. *컨버스는 ‘오리지널과 트렌드’를 섞는다고 한다. *루펜리는 음식물 처리기가 주방의 ‘예술 작품’이라고 말한다. *크라운베이커리는 ‘디자인 가치’를 판다고 한다. 모토로라코리아는 휴대폰 디자인에 ‘창조적’이며 ‘윤리적 가치’를 넣었다고 한다. *애경에서는 생필품 패키지를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예술로 승화시킨다고 한다. 아이리버는 ‘혁신적 디자인’을 MP3 플레이어에 녹였다고 한다. 크라제버거는 ‘씹는 디자인’도 있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설득력 있는 망상’이 아닐까?

 

 

* 할리데이비슨
유니타스브랜드 Vol.7 p62 참고

 

 

* 컨버스
유니타스브랜드 Vol.2 p104 참고

 

 

* 루펜리
유니타스브랜드 Vol.10 p212 참고

 

 

*크라운베이커리
유니타스브랜드 Vol.10 p174 참고

 

 

*애경
유니타스브랜드 Vol.10 p106 참고

 

 

현대카드의 경우를 살펴보자. 어떻게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 값을 계산하고 포인트를 쌓는 것이 혁신적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는 것일까? 문제는 현대카드는 정말 이렇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카드 사용자도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괴한 현상에 대해서 그들은 ‘브랜딩’이라고 말한다. 현대카드는 디자인을 ‘신앙’이라고 말한다. 또한 자신이 신앙이라고 믿는 디자인은 일반적인 디자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카드의 디자인은 ‘가치를 혁신적으로 보여 주는 과학의 결정체’라고 말한다. 과연 정통으로 마케팅과 디자인을 배운 사람 중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그들의 설명은 매우 명료했다. 현대카드의 카드 디자인은 카드에서 나오는 이미지를 그대로 삶에 옮기는 데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현대카드의 ‘블랙카드’는 베일에 싸인 특권층의 라이프스타일을, ‘퍼플카드’는 도도하고 지적이며 럭셔리한 삶의 가치를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현대카드의 뫼비우스 경영은 ‘디자인=아이덴티티=철학=라이프스타일=브랜드=소비자 욕구=포인트=카드지불=혁신=디자인’처럼 모두 ‘통합’되어 하나가 되어 있다. 바깥 마음인 ‘소비자의 가치’는 내부 마음인 ‘기업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또한 소비자가 추구하는 라이프 디자인(바깥 삶)은 기업이 제안하는 카드 디자인(내부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마치 그들은 태양계의 아홉 행성이 모두 일직선이 되는 그랜드 얼라인먼트Grand alignment 때에 새로운 시대가 온다는 것을 믿는 신앙인처럼 ‘통합과 일치’를 숭배하고 있었다.

 

비단 현대카드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소개된 디자인 경영을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디자인을 시각적 ‘기술’로 사용하지 않고 ‘소비자 가치 창조’라는 ‘마술’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바깥 마음(소비자 중심)을 가지고 그들을 놀랍게 하며, 즐겁게 하고, 환상적인 기쁨을 통하여 자신의 브랜드와 소비자를 ‘통합’시키려고 한다. 그들은 소비자와 하나가 되는 자웅동체를 원하고 있으며, 브랜드라는 입력과 출력 기관을 통해 소비자의 가치와 기업의 디자인을 함께 보여 주려는 강장동물이 되고자 한다. 이것을 과연 제정신으로 할 수 있을까?

 

다시 애플로 돌아가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처음으로 들고 나온 애플 I, II 맥킨토시와 iPod이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이라는 소비자 중심의 철학으로 자신의 상품을 혁신적으로 진 보시켰고, 그것을 디자인으로 느끼게 했다.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을 한 권만 읽으면 그의 극단적인 성격과 행동에 대해서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케팅 권위자들이 디자인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가 가져온 혁신의 결과 때문이다. 혁신의 결과는 바로 스티브 잡스의 편집증적인 ‘소비자 중심 경영’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편집증적 경영자만이 디자인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경영을 하면 편집증적 경영자가 된다. 왜냐하면 기술은 기업이 원하는 수준이라면 디자인은 소비자가 원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경영은 자기 수준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극단적인 비유겠지만, 흔히 일반적인 정신병자는 하나 더하기 하나는 셋이라고 알고 있으며, 이것에 대해서 매우 만족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편집증적 환자는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를 몹시 걱정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에 불만족한 고객들을 자신이 주는 가치를 모르는 건방진 부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취재로 만난 경영자들은 이미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이 내일은 불만족할 것 같아서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있었다. 이제야 왜 시장에서 편집증자만이 살아남는지 이해가 된다. 그래서인지 취재를 통해서 만난 디자인경영의 경영자들의 능력과 리더십은 보편타당하고 상식적이고 경영학적인 전문 용어로는 정의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굳이 한다면 그들은 모두 스티브 잡스처럼 ‘디자인적 본능과 경영적 야성’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디자인 경영, 트렌드 용어에서 혁신 용어로

모 아파트 광고에서는 자신을 가리켜 유비쿼터스 아파트라고 한다. 원래 유비쿼터스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라는 뜻으로, 인터넷이 없던 1988년에 상상력을 발휘해서 나온 단어다. 따라서 유비쿼터스는 심오한 예언가적 단어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휴대폰과 인터넷 망을 통하여 어디에서든지 네트워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통합이라는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케 하는 유비쿼터스는 예언가적 용어도 아니고, 전문 기술 용어도 아니다. 바로 대중 용어이며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어 버렸다.

 

최근 트렌드 용어인 디자인 경영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다시 한 번 ‘디자인( )경영’에 괄호 넣기를 해 보자.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경영, 디자인(을 전략으로 하는) 경영, 디자인(출신자들이 하는) 경영, 디자인(마인드를 가진 경영자가 하는) 경영, 디자인(을 혁신의 도구로 사용하는) 경영, 디자인(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는) 경영, 디자인(을 잘하는 디자이너에게 허영심과 명예를 주는) 경영, 디자인(을 소비자의가치로 전환하는) 경영 등이다. 앞서도 말했듯 마케팅에 관한 정의가 200가지가 넘듯이 디자인 경영에 관한 정의를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다양한 생각과 접근을 통해서 또 다른 혁신적 정의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의가 아니라 초점이다. 아무리 뜨거운 태양일지라도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아무것도 태우지 못한다. 불황이 닥쳐 오면서 또다시 디자인이 탁월한 브랜드에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구어졌지만 시장을 태워 버릴 만큼 디자인이 탁월한 브랜드는 사실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초점’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 바로 ‘브랜딩을 디자인으로 하는 전략적 경영’이 초점이다.

 

 

편집증적 경영자만이 디자인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경영을 하면 편집증적 경영자가 된다.
왜냐하면 기술은 기업이 원하는 수준이라면
디자인은 소비자가 원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디자인 경영의 초점에 해당하는 ‘실행’에 관한 브랜드 지식이 암묵적으로 계승될 뿐 정량적으로 패턴화된 것이 없다. 어떤 면에서는 다행인 것이, 우리나라의 디자인 경영은 이제 10년도 안 된 지식이기 때문에 지금 시작해도 처음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특집에서 취재한 기업들이 어쩌면 1세대 디자인 경영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디자인 경영도 유비쿼터스처럼 어느 순간에 특화된 개념이 아니라 경영에서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이 말은 조건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고 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기능, 품질, 그리고 서비스는 더 이상 차별화가 될 수 없고 오직 ‘디자인’으로 브랜딩을 하는 브랜드만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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