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닥터의 퍼즐 맞추기 전략
지금까지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원래 병원은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김승범  고유주소 시즌2 / Vol.17 브랜드 전략 (2010년 10월 발행)

정체를 알 수 없다. ‘이곳’에는 고양이가 산다. 언론에서는 이곳을 이색 카페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곳의 본업은 ‘1차 진료기관’이다. 종종 이 공간에서는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전이나 탐스슈즈와 같은 브랜드가 참여하는 전시가 진행된다. 음악가들의 공연도 열린다. 이곳에서 진료 받기 위해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도 있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편안한 마음으로 들르는 사람도 있다. 이 이야기만 듣는다면, 당신은 이곳을 ‘무엇’이라고 부르겠는가? 홍익대학교 앞, 쉽게 찾기 어려운 어느 공간. 그리고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 우리는 이 브랜드를 ‘제너럴닥터’라고 부른다. 제너럴닥터를 만났을 때 우리는 제너럴닥터라는 ‘직소 퍼즐’의 한 조각을 발견한 셈이었다. 퍼즐에 이들을 굳이 비유하는 것은 이들의 정체를 알 수 없어서는 아니다. 고백하자면 이들이 구사하는 전략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그것을 전략 전문가들이 세워 놓은 전략 교범에 꼭 맞게 해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터뷰가 진행된 후 이들의 전략이 퍼즐을 완성하는 전략과 매우 닮았음을 발견한 것이다. 제너럴닥터는 무엇보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철학이 있는 브랜드’였고, 그 철학을 한 장의 그림으로 완성하기 위해 퍼즐을 맞춰 가고 있었다. 우리가 제너럴닥터에서 살펴봐야 할 것은 직소 퍼즐 처럼 쉽지 않은 이들의 ‘브랜드 전략’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찾아낸 퍼즐 조각을 맞춰가며 결국 이들이 완성하고자 하는 ‘그림’이다. 왜냐하면 제너럴닥터의 머릿속에 그려진 선명한 그림(철학) 없이는 이 퍼즐이 완성될 수도 없고, 완성할 이유조차 없기 때문이다.

The interview with 제너럴닥터 원장 김승범, 정혜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퍼즐

당신이 만약 500피스(piece), 1,000피스로 나눠진 직소 퍼즐을 맞춰 본 경험이 있다면 이것을 완성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들고, 까다로운 작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물론 그 때문에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도 더욱 크다는 것도 알 테다. 직소(jigsaw)는 본래 실톱이라는 뜻으로, 퍼즐이 영국에서 교육을 위해 목판에 그려진 지도를 실톱으로 잘라 맞춰 보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기 때문에 직소 퍼즐로 이름 붙여졌다.

 

직소 퍼즐은 1930년대 경제 대공황 때는 매주 1,000만 개나 팔려 나갈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쉽게 해치울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고, 혹여 조각의 일부가 사라지거나 잘못 맞춰지면 절대 완성할 수 없거니와 자칫하면 원래 의도와는 다른 애매모호한 그림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직소 퍼즐 중에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퍼즐(The World’s Most Difficult Jigsaw)’이라는 수식을 단 ‘임파시퍼즐(Impossipuzzle)’이 있다. 조각 수가 많아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조각을 맞출 때 그 조각이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할지 판단하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퍼즐 앞면의 그림 때문에 어렵다.

 

<그림 1>처럼 그림이 너무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되어 가이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이드 없이 오로지 조각의 형태만으로 퍼즐을 완성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그래서 혹자는 이 퍼즐을 일컬어 ‘400피스지만 4,000피스처럼 느껴지는 퍼즐’이라고도 말한다.

 

 

<그림 1> 임파시퍼즐의 예

 

 

브랜드 전략을 짜기 위해 골몰할 때도, 직소 퍼즐을 맞출 때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퍼즐을 맞추는 사람(경영자, 혹은 전략가)은 조각(브랜드가 가진 자원) 하나 하나를 이리저리 배치해 퍼즐을 완성해 보려 노력하지만, 단번에 딱 들어맞는 조각을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더군다나 임파시퍼즐처럼 얼핏 봐선 ‘자원을 이렇게 배치해도 맞고, 저렇게 배치해도 맞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기 때문에 전략을 세우고도 브랜드에 딱 맞는 전략인지 확신하기가 어렵다. 더 어려운 것은 브랜드 전략은 직소 퍼즐처럼 정해진 개수의 조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때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에서 나온 조각이나 맞지 않는 조각들도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러 조각에서 자신이 완성하려는 그림에 맞는 조각을 골라내야 하며, 어떤 때는 딱 맞는 조각이 없어 직접 조각을 만들거나(만들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결국 완성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만약 실제 직소 퍼즐이 브랜드 전략 퍼즐처럼 황당한 조각들로 구성되었다면 호기심은 생길지 몰라도 완성할 엄두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제너럴닥터는 언뜻 보기에는 브랜드 구축을 위한 전략을 세울 때 고려해야 할 조각들이 (심지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까지) 뒤엉켜 있는 듯하다. 제너럴닥터는 사실 유니타스브랜드 Vol.10의 특집 주제였던 ‘디자인 경영’에서 다루기에 적합한 브랜드였다. 뒤에서 소개하겠지만 명확한 이유가있는 제너럴닥터의 여러 디자인 요소나 ‘인형 속에 숨겨진 청진기’ 등을 통해 브랜드가 디자인 경영을 할 때 고려해 볼 법한 여러 요소들을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너럴닥터의 특수한 비즈니스 모델과 그 밑바탕에 깔린 철학에 대한 소개는 전략이란 주제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에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대다수 언론이 이들을 ‘이색 카페’처럼 소개하고 있지만 우리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를 놀라게 만든 여러 가지 사실들(그것도 꼭 의료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은 요소들)이 모두 그들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너럴닥터가 단지 '돈을 버는 행위'만을 브랜드의 목적으로 두었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제너럴닥터가 구사하는 전략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전략일 수도 있다. 가장 큰 예로 진료비는 여느 동네 의원들과 다를 바가 없는데 ‘1시간 대기 3분 진료’가 아니라 최소 30분 이상의 진료를 하면서 하루에 20명 이하의 환자만을 예약 받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물론 제너럴닥터는 다른 병원들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이 단지 ‘돈을 버는 행위’만을 브랜드의 목적으로 두었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그들만의 특정한 목적에 따르다 보니 어렵게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제너럴닥터의 전략은 왜 ‘브랜드’가 그들의 철학과 목적을 전략화하여 어렵지만 고집 있게 지켜 나가야 하는지를 진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 유사 이래 최고의 베스트셀러라 불리는 성경도 우리에게 ‘좁은 길’로 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브랜드 관점에서 보자면 넓은 길로 가는 것은 매우 쉬우나 같은 길로 가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전혀 차별화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대로 좁은 길은 어렵지만 그래서 차별화되고, 경쟁자가 적다는 의미가 된다. 이것이 차별화를 원하는 브랜드들이 제너럴닥터에서 배워야 할 이유 중 하나다.
그럼 지금부터 직소 퍼즐 같은 이들의 전략과, 전략 아래 숨은 철학을 하나씩 맞춰가 보도록 하자.

 

 

strategy, starting by the edge
“성공한 장군들은 상황에 맞게 계획을 세우지, 계획에 맞게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조지 패튼 장군

 

퍼즐을 일부러 어렵게 맞추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직소 퍼즐을 앞에 두고 사람들은 누구나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퍼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맞출 것인지를 고민할 것이다. 퍼즐을 완성할 때도 나름의 ‘전략’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당신이 만약 퍼즐을 맞추려는 사람이라면, 처음에 어떻게 맞춰 가기 시작할 것인가? 위키피디아에서 ‘직소 퍼즐’을 검색해 보면 재미있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직소 퍼즐을 잘 맞출 수 있는 전략에 대한 해설이다. 이 해설에서 퍼즐을 쉽게 맞추기 위해 가장 흔히, 먼저 사용된다고 말하는 방법이 바로 퍼즐 전체에서 외각 부분, 즉 모서리에 있는 퍼즐 조각부터 걸러내어 틀을 먼저 맞추고 난 뒤, 외각에서부터 안으로 맞춰 들어가는 것이다. 알다시피 모서리에 있는 퍼즐 조각은 한 쪽 모서리가 직선이라 골라내기 쉽다. 그렇게 골라낸 퍼즐을 이어 일단 외곽의 ‘틀’이 완성되면 안으로 퍼즐을 맞춰 들어가기는 한결 쉬워진다.

 

브랜드 전략을 짠다고 할 때 가장 먼저 전략가들이 하는 일도 이 퍼즐의 외곽 부분, 즉 기업이 처한 환경과 시장 상황을 살펴보아 자신의 위치를 정하고 전략의 틀을 잡는 일일 것이다(물론 직소 퍼즐처럼 이렇게 네모반듯한 틀이 짜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제너럴닥터라는 브랜드 역시 시작은 자신이 속한 의료계의 현실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진료뿐만 아니라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전이나 다양한 주제의 워크숍, 기획 전시 등이 진행되기도 한다.

 

 

제너럴닥터를 병원이 아니라 카페로 알고 찾는 사람이 더 많을 듯하다. 많은 기사들이 제너럴닥터를 ‘이색 카페’로 다루기도 하더라. 이런 새로운 병원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김승범(이하 ‘김’) 현재 일반적인 진료기관과는 모습이 다르다 보니, 인터뷰를 할 때마다 “병원이 맞나?”부터 “돈을 벌려는 생각은 있나?”까지 다양한 질문을 받는다. 우리는 “돈에는 관심이 없다”며 도덕적인 명분을 내세워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제너럴닥터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된 것은 의료 현실에 대한 우리의 생각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는 특히 공공재처럼 여겨져 ‘병원에 무슨 브랜드냐’는 말까지 나올 만한 분야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람들은 아플 때 친구가 추천해 주는 병원에 갈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알던 병원에 갈 것인지 고민하는 등 매번 의료 서비스를 ‘소비재’처럼 선택하고 있다. 알다시피 의료 서비스는 고객이 기분 좋게,  ‘만족한다’는 표현이 쉽게 나오기 어려운 분야다. 거기다 의사는 더 많은 의료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의료 체계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병원은 특별한 혁신 없이도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 가지는 공포를 이용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었다. 현대 사회를 (medicalized society)라고도 하지 않나. 의사는 아주 평범한 일상, 그래서 건강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도 ‘건강’을 생각하게 만들어 이것을 볼모로 어떤 것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없도록 하는 힘을 가진 자가 되었다.

 

현재 의료 산업이 가지는 한계를 느끼고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가 제너럴닥터인 셈인가?
 현재 의료 산업의 문제는 누구나 이 속에 들어오면 돈을 쓰더라도 불쾌하고 만족도 없으며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다. 세상에 그런 산업이 어디 있나. 돈을 쓰는 사람은 만족해야 하고 쓸수록 기분 좋아야 하는데 왜 의료 산업은 그것을 전제로 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가장 컸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있다면 실험해 보고 싶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는 지금 의료 산업의 어떤 문제도 지적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병원이 단편적으로 몸의 병만 보고 고치는 곳이 아니라 환자의 인생을 놓고 그 사람의 삶에 어떤 문제가 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그런 병원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랬을 때 결과적으로 제너럴닥터도 소비자에게 선택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만의 경쟁력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제너럴닥터에는 ‘가장 인간적인 관점을 견지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를 실험해 보고 싶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는 의료 산업의
어떤 문제도 지적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장 인간적인 의료를 위해 ‘더 많은 월급과 편리한 인생’을 포기한 두 의사는 자신이 직접 겪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의 제너럴닥터를 만들었고 그 전략의 틀을 잡은 셈이다. 김승범 원장이 제너럴닥터를 연 뒤에 만난 정혜진 원장은 사실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안정적인 의사의 ‘수순’을 다 밟은 상태였다. 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했고 대학병원에서 여자로서는 드물기에 전문성을 더 인정받을 수 있는 비뇨기과 전문의로 이미 3년을 지냈다. 현실에 만족할 수도 있었겠지만 정 원장은 김 원장을 만난 뒤 평생 의사로 살 자신의 ‘업’을 돌아보게 되었고, 대학병원 생활을 하면서 느낀 모순을 제너럴닥터에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정혜진(이하 ‘정’) 어렸을 때 ‘의사’라고 하면 마음속에 떠올리는 그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의사가 되고 환자들과 만나보니 모든 것이 그 그림과 잘 맞지 않았다. 진료실 세팅이나 진료 방식, 환자의 자세, 의사의 자세, 약의 처방 등 모든 것에 괴리감을 느꼈고 굉장히 불편하기도 했다. 제너럴닥터로 오고 나서 이전의 불편한 요소를 없애고 최대한 편안하게 의료의 원형에 가까운 것들만 끄집어 내서 제공하는 방식을 사용하다 보니 나도 만족스럽고, 현재의 제너럴닥터의 모습과도 가까워진 것 같다.
 
 현실에서 느끼는 괴리감이나 부조화, 안타까움을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다. 의사로서 평생을 살 텐데 가장 나답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존 시스템을 버리고 백지에 가까운 상태에서 하나씩 만들어 가는 상황이고, 아직 채워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만족한다’는 표현이 쉽게 나오기 어려운 분야, 의료 산업
“한국의 의료보험은 미국이 배울 것이 많다.” 얼마 전 의료보험개정안과 관련해 홍역을 치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건강보험제도가 꽤 성공적으로 안착된 나라로 꼽힌다. 그러나 미국과 같이 의료보험제도가 열악한 국가의 경우 의료 서비스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대표적인 소비재 중 하나다. 소비재란 무엇인가? 이것을 선택하는 고객이 우선시되어야 하며, 이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생산자가 끊임없이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미래 기업의 조건》에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지적했듯 의료 산업이 소비재 중 하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①소비자들이 언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지 모르고(누구도 의료를 이용하지 않겠다 자신할 수 없다), ②의사가 의료 지식에 대해 소비자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이유로 역사적으로 계속 생산자(의사) 중심의 시스템이 구축되어 왔다. 그러나 크리스텐슨 교수는 “과거에 비해 인터넷이 발달하여 의학 정보가 넘쳐나고 환자들의 자가진단도 용이해짐에 따라 지식의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점점 의료 산업도 혁신이 필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더 이상 생산자 위주의 산업 구조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인 것이다. 더군다나 병원 수가 늘어 가고 시장이 포화 상태로 치달을수록 의료 산업도 다른 산업이 겪은 딜레마를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환자는 ‘소비자’로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만족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의료 산업의 특성상 소비자는 (몸이 아파서 이용하는) 병원을 시작 단계부터 기분 좋은 소비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사람의 몸은 기계의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것처럼 100%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만족을 주기 어렵고, 현재로서는 기본적인 의료 외에 기대 이상의 만족을 유발하는 *흥분 속성을 찾기 어려운 산업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본적으로 병원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돈을 지불하면서도 진료를 받는 동안 슬픔, 화, 불만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것을 최대한 상쇄시킬 수 있게 해주는 의료 혁신이 필요하다. 김 원장도 의료 현실을 살펴보며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흥분 속성 
고객에게 전달될 경우 만족감이 높아지지만 없더라도 불만을 야기하지는 않는 품질 속성이다. 고객 만족에 영향을 주는 6가지 요인(기본적 속성, 흥분 속성, 성능 속성, 무관심한 속성, 의심스런 속성, 반대 속성) 중 고객에게 놀라움을 주고 기쁨을 창출할 수 있는 요인이며, 기본적 속성을 넘어서는 부분이기에 기업의 차별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카노Kano의 ‘고객만족모델(1984)’에서 제안되었다.
*의료 산업과 병원 브랜딩에 대한 이해를 위해 유니타스브랜드 Vol.14 p166 ‘선인을 만드는 Habitualization, 대전 선병원’ 기사를 참고하면 좋다. 

 

 

퍼즐 채워 가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브랜드 전략을 세울 때는 직소 퍼즐의 모서리 틀을 짜맞추는 것처럼 빈틈없이 완벽한 사각형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기존 산업의 문제점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으로 브랜드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전략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해결하고자 이곳 저곳 비어 있고 끊어진 틀을 놓고 하나씩 퍼즐을 맞춰 가는 방법은 가끔 브랜드에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기도 한다. 제너럴닥터의 경우처럼 말이다.

 

왜 병원에 카페가 있을까, 아니 카페에 왜 병원이 있을까?

사실 제너럴닥터를 만나기 전 우리가 가장 궁금해 한 것은 ‘이렇게 진료를 하고도 돈을 벌 수 있을까?’였다. 병원이 ‘1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많은 환자를 봐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너럴닥터의 의사들은 한 명의 환자를 알기 위해서는 최소 30분의 진료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 시간 동안 환자와 오랜 대화를 나눈다. 제너럴닥터의 의사는 총 3명. 하루 8시간의 진료 시간 동안 3명의 의사가 만나는 환자는 하루에 20명을 넘지 않는다. 그렇다고 특별히 진료비가 비싼 것도 아니다. 보통 동네 의원들처럼 3,000원 미만의 진료비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진료를 통해서는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 진료 방침을 지켜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했다.

 

 

카페로서의 제너럴닥터에서 일하는 정혜진 원장과 김승범 원장

 

 

아마 그간 제일 많은 질문을 받은 부분이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까 한다. 진료만으로는 제너럴닥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래서 ‘카페’에서 나오는 수익이 꼭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카페는 병원과 인접한 분야가 아니라서 쉽게 생각하기 힘든 방법일 텐데 어떻게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게 되었나?
 우리는 충분한 진료를 위해 시작 단계부터 ‘병원은 환자를 많이 볼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곳’이라는 도식을 깨야만 했다. 이것을 깨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제너럴닥터에 와서 무엇을, 왜 소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포인트를 바꿔 주어야 했다.
 
 의사로서 의료 행위는 스스로에게 ‘생업’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서 의료 행위를 한다면 얼마나 힘들고 불행할까? 그래서 우리에게 생업은 카페인 셈이다. 의료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다.
 
 동시에 제너럴닥터에서는 의사나 환자나 여유를 가지고 즐겁게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가 오더라도 편안한 공간인 카페를 만들고 사람들이 진료를 받으러 오지 않더라도 평소에 커피를 마시고, 팥빙수를 먹으러 오는 곳이 되도록 했다. 한 번도 따로 카페라고 홍보한 적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병원 내의 카페’라고 생각되도록 카페 이미지를 축소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제너럴닥터를 경험하고 나서 ‘이럴 수도 있구나’라고 느끼고 편안해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제너럴닥터는 건물의 2, 3층을 사용하는데 직접 방문해보면 진료에 사용되는 면적은 3층 끝 아주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내부만 대충 훑어본다면 누구도 병원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만큼 제너럴닥터가 알려지기 전에는 처음 진료를 예약하고 이곳을 방문했다가 병원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돌아가는 손님들도 많았다고 한다. 반면에 카페인 줄 알고 제너럴닥터를 찾았다가 ‘병원’임을 알고 무척 흥미로워하는 손님들도 많았다. 좀 더 브랜드 관점으로 본다면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제너럴닥터가 정말 ‘병원’이라면 확실히 진료기관으로 포지셔닝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가장 인간적인’의료를 하고 싶다는 이들의 생각을 듣고 나면 왜 이런 공간이 구성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의료로 부족한 수입원을 카페에서 찾은 것은 제너럴닥터가 독특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함과 동시에 그들의 철학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현명한 결정이었다. 

 

<그림 2>에서처럼 카페는 업의 특성상 기존 의료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부분을 메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너럴닥터라는 브랜드가 계속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기관으로서의 제너럴닥터' 옆의 퍼펙트 피스 (perfect piece)가 바로 ‘카페로서의 제너럴닥터’인 셈이다. 또한 제너럴닥터는 두 가 지 기능(병원과 카페)이 어느 한쪽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에 카페가 병원의 수익을 돕는 동시에 카페 사업으로서도 확장 할 가능성을 동시에 얻게 되었다. 브랜드의 차별화도 꾀하면서 말이다.

 

만약 당신이 일반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자. 제너럴닥터의 두 의사와 동일한 문제를 발견했다면, 당신은 어디에서 어떤 해결 방법을 찾았을까? 남달리 긴 진료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일반적인 병원의 밸류 체인 내에서 주어진 자원만 가지고는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고, 수익은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제너럴닥터는 기존 밸류 체인의 외부에서 그 해결책을 찾음으로써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동시에 (현재 그럴 생각이 없다 하더라도) 장차 의료뿐만 아니라 카페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열어 둘 수 있게 되었다. 제너럴닥터가 자유로운 분위기의 홍대 앞에 자리 잡은 것도 (우연이긴 했지만) 제너럴닥터가 카페이자 새로운 병원의 모습으로 포지셔닝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사업의 다각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흔히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할 때 기업의 핵심 사업과의 인접도를 고려하는 사고에서도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마치 몸 속의 혈액이 부족할 때 어떻게 몸의 내부 장기에서 더 많은 피를 만들지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항원 항체 반응이 없는 혈액형의) 새로운 피를 수혈 받는 것처럼 말이다.

 

 

동네 의원의 원형이 갖추어야 할 것들

제너럴닥터는 이렇게 전략의 틀을 잡고 빈 자리에 맞는 perfect piece를 찾아 하나씩 브랜드를 완성해 나가는 중이다. 카페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제너럴닥터의 주요 이슈들 중 가장 큰 부분을 해결했다면 그 후부터는 병원으로서 이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게 진료를 할 수 있어야 했다. 먼저 제너럴닥터 홈페이지의 소개글을 살펴보자.

 

 

제너럴닥터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지만, 사실 원래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모습의 동네 의원입니다. 정말 많이 아파졌을 때만 파편적으로 찾아가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주사 한 대를 맞고 처방전을 들고 나오기보다는, 아프지 않을 때도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가 차를 마시거나, 책을 보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기도 하는 곳입니다. 동시에 어떤 문제가 있든 가장 나를 잘 알고 있는 의사가 있기에 믿고 찾아가서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동네 의원입니다. 일상과 의료의 구분을 세우지 않은 이곳에서는 환자와 의사의 이분법이 존재하지 않으며, 고객이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너럴닥터에 오는 모든 이들은 환자나 고객으로 한정 지어지지 않는, 그저 한 인간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제너럴닥터는 최소한의 진료를 통해 최대한의 의료를 달성하는 것을 추구하며, 삶의 연속선상에서의 의료, 일상 속에서의 의료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제너럴닥터의 홈페이지와 블로그, 블로그에서는 만화를 통해 쉽게 의료 상식을 전달하고 있다.

 

 

‘동네 의원의 원형’. 제너럴닥터의 이름이 ‘제너럴닥터’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오가며 인사를 나누고,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언제든지 찾아가 물어 볼 수 있는 ‘일반적인(general) 의사’와 병원이 아마도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형태, 이것이 제너럴닥터가 추구하는 바다.
제너럴닥터의 의사들은 진료하지 않을 때는 직접 카페로 나가 커피를 내리기도 하고 음식도 만들었다. 카페의 한 공간에 앉아 손님처럼 개인 업무를 보기도 하고, 이런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잠시 들러 궁금한 몇 가지를 묻고 가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카페라는 편안한 공간만 있다고 이 모든 것이 가능했을까? 그보다는 오히려 다음의 몇 가지 사실에서 환자들이 이 의사들의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아날로그 진료 노트와 처방전

그간 환자들을 위해 일일이 손으로 써온 진료 노트가 빼곡히 들어찬 캐비닛

 

 

특별한 진료 노트와 처방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병원과는 다르다고 하던데.
 처음 진료를 할 때 진료 노트를 손으로 쓰기로 했다. 한 사람의 기록을 한 권의 노트에 써서 모으는 것이다. 이 사람이 6개월 전, 1년 전에는 어떤 이야기를 했고, 어떤 이유로 이곳을 찾아 왔다는 내용을 의사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병원이 의무 기록의 형태로 이것을 남기기는 하지만 그 사람의 사소한 일상이나 감정 같은 디테일한 기록까지는 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는 적어도 의사들이 초진 이후에 두 번째 방문부터는 그것을 알아서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환자의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는데 1,500권이 넘어가니까 조금 힘들긴 하더라(웃음). 제너럴닥터에서 이것은 약간 상징적인 의미였는데 사실 노트에 손글씨로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그래도 손으로 친절하게 써 주는 진료 노트와 처방전 때문에 감동을 받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힘들긴 하겠지만 이것 역시 제너럴닥터가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이지 않겠나?
 물론 그럴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환자의 감성을 자극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남들이 볼 때는 비효율일지 몰라도 우리의 판단 기준으로는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처방전의 경우도 그렇다. 원래 병원에서 처방전은 약국용과 환자보관용으로 2장이 지급되어야 한다. 보통은 전산 시스템에서 똑같은 처방전에 이름만 약국용, 환자보관용 이렇게 나뉘어서 지급되는데 우리는 환자보관용 처방전에 짧게나마 환자가 이해하기 쉽게 손으로 써 주는 것이다. ‘평소에나 약을 먹을 때 어떻게 하는 게 좋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결국 우리가 더 많은 의료 지식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을 일방적으로 우리의 언어를 사용해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 쉽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환자를 ‘환자’로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대하는 방법이며 우리 방식의 효율이다.

 

제너럴닥터는 누가 봐도 객관적인 비용이나 시간의 효율보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는 효율을 선택하고 있었다.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소비자 중심’이 소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표 이상의 감동’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설계하는 것”(유니타스브랜드 Vol.13 p44 참고)이라면 제너럴닥터는 철저히 소비자 중심의 전략을 효율적으로 실행한 셈이다.

 

인형 속에 숨은 청진기

   

  

TEDxSeoul에서 제너럴닥터의 청진기와 그 외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 출처 : TEDxSeoul 홈페이지(www.tedxseoul.com)

 

 

또 하나의 사례는 ‘인형 속에 숨은 청진기’다. 이것은 김 원장이 공중보건의로 일할 때 얻은 아이디어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아이들을 진료할 때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아이들이 병원의 낯선 공기에 긴장한 상태에서 차가운 청진기를 몸에 가져다 대는 순간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이다. 감기에 걸린 아이들을 진료하려면 아이들의 입을 열어 막대로 혀를 누르고 목 상태를 확인한 뒤, 청진기로 체내에서 발생하는 심음心音과 호흡음을 들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웠던 것이다. 아이들이 울기 시작하면 제대로 청진을 할 수 없는데다, 어렵게 청진을 끝내더라도 부모님과 아이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김 원장은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을 이용하기로 했다. 인형 속에 청진기를 넣어서 아이들이 인형을 꼭 안고 있는 동안 조용히 청진을 하고, 아이가 편안해 하는 동안 부모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번 것이다. 더불어 아이들의 목을 확인할 때 쓰는 막대에는 사탕을 달았다. 단맛을 느끼자 아이들은 혀를 움직이지 않았고, 진료가 끝나면 사탕이 붙은 막대를 선물로 받았다.

 

 

 

 

이 ‘인형 속에 숨은 청진기’ 이야기는 TEDxSeoul 등에서 아이디어와 혁신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디자인 경영 및 서비스 디자인 분야에서도 높은 관심을 얻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제너럴닥터의 이야기에 주목한 것은 ‘어떻게 이런 해결책을 찾았을까?’를 넘어서 ‘어떻게 이것을 문제라고 생각했을까?’가 놀라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들이 만약 철저하게 ‘의사’의 관점에서 ‘아이들은 진료하기 정말 어렵다’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이런 혁신은 이루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너럴닥터는 ‘아이’의 관점으로 퍼즐의 빈 자리(문제점)를 찾아내고 꼭 맞는 퍼즐(해결책)을 만들어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손으로 쓰는 진료 노트와 처방전이나 인형 속에 숨은 청진기는 처음부터 ‘브랜드 전략’을 생각하며 설계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철저히 ‘전략적 사고’에 의해 도출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성공학과 리더십의 대가로 불리는 존 맥스웰은 전략적 사고를 일반적인 정의와는 달리 “지금의 나와 앞으로 되고자 하는 나를 이어 주는 다리”라고 말한 바 있다. ‘나(브랜드)다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앞으로 되고자 하는’ 내가 되기 위한 전략적 사고는 모든 브랜드가 ‘자신다움’을 찾고 진정한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제너럴닥터는 이런 전략적 사고를 통해 요소들을 찾고 퍼즐을 채우는 방식으로 그들에게 꼭 맞는 전략적 선택을 해 나가고 있다.

 

 

strategy, guided by philosophy

글의 서두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퍼즐이라는 임파시퍼즐을 소개한 이 퍼즐이 어려운 것은 앞면의 그림만으로는 도저히 퍼즐 조각의 위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퍼즐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이 그림이 너무나 명확하다면 퍼즐은 얼마나 쉬울까? 퍼즐 한 조각의 앞면 그림만 봐도 그림의 어디쯤에 위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말이다.

 

브랜드 전략도 이와 흡사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조각과 경우의 수가 있다 하더라도 가이드가 되는 그림이 명확하다면 퍼즐을 맞춰 가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 브랜드 관점에서 볼 때 가이드가 되는 이 ‘그림’이 바로 브랜드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제너럴닥터가 퍼즐을 맞추는 과정(전략 수립과 실행)에서 필요한 의사결정을 무엇보다 쉽게 만들어 주는 것이바로 그들의 철학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철학이라는 명확한 그림이 있었다.

 

제너럴닥터가 하는 일들을 살펴보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의외로 우리는 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쉽다. 계획된 전략이 없어도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목표를 놓고 보면 그것을 위해서 지금 주어진 것을 취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매우 쉽게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유일한 것은 그 목표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든 전략은 변할 수 있다.

 

 

‘전략은 없어도 목표가 있다’는 말인가? 그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는 계속 존재하는 것 자체가 목표다.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 같은 병원의 형태, 우리가 시도한 새로운 움직임이 시간이 흘러서 정말 평범한 동네 의원의 형태가 되어 곳곳에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꼭 ‘제너럴닥터’가 아니라 다른 병원이라도 말이다. 제너럴닥터가 제너럴(general)해지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우리 같은 병원이 이슈가 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존재했으면 좋겠다.
 
 의사라도 여러 종류의 의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학병원의 의사들처럼 정교하고 높은 기술을 가진 전문가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시스템까지 무너뜨려야 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것과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뿐 그것을 비판함으로써 이익을 취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우리처럼 가까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환자들의 삶과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의사도 우리 의료 시스템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정말 우리 같은 의사를 원할까 싶기도 했는데, 막상 진료를 시작하고 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준비해서 오는 환자가 있기도 했다. 우리 같은 의사가 정말 필요했던 것이고,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라 믿는다.

 

제너럴닥터는 명확한 목표가 있는 브랜드다. ‘가장 인간적인 진료’를 계속해 결국 자신들과 같은 ‘제너럴’한 의사가 많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가고자 하는 길을 따라 전진하는 일이기만 하다면 전략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퍼즐 앞면의 그림과 같은 ‘철학’의 가이드가 명확하기 때문에 남들이 보기에 어려운 결정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이제 이들은 브랜드로서 3년을 보냈다. 그들은 “잘 버텼다”고 말하지만 제너럴닥터를 아는 사람들은 이들이 진정성을 지키며 “잘 성장했다”고 말한다.

 

 

general doctor와 general innovation

“신(新)경제에서 혁신의 분석 단위는 제품이나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 컨셉(business concept)이다.”

 

일반적으로 내가 어떻게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비즈니스에 ‘혁신’을 가져올 것인가를 생각할 때, 사람들은 제품이나 기술의 혁신을 먼저 떠올린다. 그렇지만 그렇게 혁신 기업이 된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만들 수 없는 기업은 혁신의 기회조차 없단 말인가? 세계적인 경영 전략가로 손꼽히는 게리 하멜은 《꿀벌과 게릴라(Leading the Revolution)》에서 위와 같이 진정한 혁신은 비즈니스 컨셉의 혁신을 이루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화장품 유통 사업에서 탄탄한 브랜드로 성장한 세포라(Sephora)를 예로 들었다.

  

 

 

 

 

 

세포라 이전의 화장품 유통은 한 매장에서 하나의 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형태였으나 세포라는 (게리 하멜의 표현대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내다버렸다.” 세포라는 대중 브랜드부터 최고급 브랜드까지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한 곳에서 알파벳 등으로 정리된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만나 볼 수 있고 모든 제품을 직접 발라 볼 수 있게 했다. 그들은 이처럼 비즈니스 컨셉 혁신을 통해 화장품 제조 업체가 유통 통제권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올리브영, GS왓슨스 등의 유통 브랜드가 벤치마킹한 혁신이 바로 세포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제너럴닥터 역시 이 관점으로 해석했을 때 비즈니스 컨셉부터 혁신을 이룬 것이라 볼 수 있다. 게리 하멜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다른 급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해 보지 않는 브랜드는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고까지 표현했는데, 제너럴닥터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혁신을 원하는 브랜드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게리 하멜은 비즈니스 컨셉 혁신이 효과적일 때는 경쟁자들을 난처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세포라가 성장했을 때 경쟁자들은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세포라의 비즈니스 혁신을 무시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세포라의 혁신을 따라 세포라의 뒤를 이어 2등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세포라의 혁신을 무시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제너럴닥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혁신을 따라 모든 병원들이 제너럴닥터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갈 수도 없겠지만, 제너럴닥터가 더 성장할 경우 이들의 혁신을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제너럴닥터와 같은 병원의 필요성은 소비자 대부분이 느끼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 내에 있는 병원들은 어떻게 제너럴닥터라는 브랜드가 가진 장점을 자신의 병원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나름의 혁신 방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제너럴닥터와 같은 비즈니스 컨셉 혁신을 이룬 브랜드가 갖는 의의는 세포라가 그랬듯 지속적으로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경쟁자들이 서로 고민하게 만들어서 동종 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까지도)에 건전한 전략적 다양성을 유발하는 데 있다.

 

당연하게도 절대, 제너럴닥터의 전략을 ‘그대로’ 자신의 브랜드에 적용하고자 하면 안 된다. 많은 전략가들이 지적하는 실패하는 기업의 문제점 중 하나가 다른 브랜드의 전략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지금 시작하는 병원이라도 이들의 전략을 그대로 따르는 데만 집중하면 2등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보다는 이들의 ‘전략’이 아닌 ‘전략적 사고’를 배워야 한다. 이때의 전략적 사고란 ‘경쟁자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고방식을 말하지 않는다.

 

 

 

 

‘나는 어떤 목적을 가진 브랜드인가?’ 그리고 ‘나는 어떤 방법으로 목표하는 내가 될 것이며 더 나다워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제너럴닥터의 숨은 전략적 사고다. 의료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다른 브랜드들도 제너럴닥터에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다 이 때문이다.

 

하얀 가운이 주는 권위가 아니라 커피를 내리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래 환자들과 대화하는 것에서 ‘업의 의미’와 ‘브랜드의 존재 목적’을 찾아가는 것. 그래서 여기 제너럴닥터 속의 제너럴 닥터들은 남달리 행복해 보인다. 이것은 어쩌면 목적도 없이 막연하게 이기기 위해 세운 ‘전략’이 아니라 전략 너머의 것을 생각하고 좇으려는 이들의 general innovation(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지만, 사실 원래 이런 것이 혁신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혁신),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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