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본능'을 조직의 '지능'으로 자신의 '철학'을 조직의 '전략'으로, 스쿨푸드
Written by 이상윤
시즌2 / Vol.17 브랜드 전략 (2010년 10월 발행)
스쿨푸드에서 제공되는 ‘마리(Mari, 위 사진과 같은 김밥류를 그들은 마리라 부른다)’의 사진이다. 물론 위에 열거된 수치가 절대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마리를 말 때는 위의 요소를 반드시 염두에 둔다는 점이다. 마리뿐만이 아니다. ‘국물 떡볶이’를 만들 때, ‘오뎅탕’을 끓일 때, ‘학교 냉면’을 준비할 때도 저마다의 규칙이 있다. 그리고 그 규칙은 자연스럽게 다른 외식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만들어냈다. 이 이야기는 그 차별화를 만들어 낸 ‘전술’과 그 전술을 있게 한 그들의 ‘전략’, 그리고 전략 너머에 있는 ‘숨겨진 핵심’에 관한 이야기다. 그 핵심이 무엇인지 한 단계씩 짚어 나가 보자.
스쿨푸드는 분명 분식이다. ‘분식(밀가루 등 가루(粉)로 만든 음식)’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그야말로 ‘식사 대용의 간단한 음식’ 정도다. 그렇다 보니 국어사전에도 이 단어의 활용이 “점심은 간단히 ‘분식’으로 하자” “쌀이 부족하던 1960년대에는 정부에서 ‘분식’을 장려하기도 했다” 등으로 소개되는 것일 테다. 하지만 물리적 특성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것이 브랜드 아니던가. 그렇게 치자면 루이비통 백은 가방이요, 아이폰은 부수 기능이 많은 전화기고, 나이키는 운동화다. 브랜드는 종종 그 단어가 갖는 의미의 한계를 뛰어넘어, 단어를 새롭게 정의한다. 그리고 그 정의는 고객에 의해 씌어질 때 의미가 있다.
“스쿨푸드는 컨셉을 참 잘 잡은 것 같다. 고급스러운 분식 그리고 특히 마리는 다양한 맛에다가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 나한테 모둠마리를 갖다 줘도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떡볶이 치고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한끼 밥값으로 비싼 것도 아니고 배도 부르므로 난 만족함 ㅋㅋㅋ” - 블로거 미OO
“이런 분위기에서 먹는 깔끔한 분식이 인기를 끌게끔 한 거 아닌가 싶다. 장소와 서비스까지 생각하면 가격도 괜찮은 거 같다. 김밥을 마리라고 이름 지은 것도 참신하고 아이디어가 멋지다. 역시 인기가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 블로거 해OOO
온라인 공간에서 확인되는 수많은 블로거들의 스쿨푸드에 대한 회고록 중 일부다. 분명 그들은 스쿨푸드에서 일반 분식과는 사뭇 다른 ‘그 무엇’을 느꼈고 그러한 감흥은 스쿨푸드의 물리적 특성을 설명하는 분식이란 단어 앞에 몇몇 수식어를 붙이게 했다. 그것이 ‘프리미엄’ ‘명품’ ‘럭셔리’ 등이다.

고객에 의해 내려진 정의에 따라 스쿨푸드는 스스로를 분식이 아닌 ‘요리’로 정의하며 시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아 나갔다. 즉 ‘6,000원짜리 분식’은 비싸게 느껴지지만 ‘6,000원짜리 요리’는 얼마든지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셈이다. 스쿨푸드의 ‘그 무엇’은 무엇일까?



혹자는 스쿨푸드의 ‘그 무엇’을 ‘차별화’를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고 부를 것이다. 사실 우리가 스쿨푸드를 취재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기존의 분식류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양새, 가격, 컨셉을 갖춰서, 그 숨은 전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략’에 관한 질문들을 이상윤 대표에게 물었을 때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시장 분석을 통한 첨예한 전략 수립 과정과 실행에 관한 ‘무용담’이 아닌, 개인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엮은 ‘체험담’에 가까웠다. 당연히 전략이란 단어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부분의 답변은 ‘왜냐하면’ 혹은 ‘그냥’으로 시작해 ‘~때문이다’의 종결어미로 끝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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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값, 즉 '한끼 식사 비용'으로 치자면 비싼 것이 아닌 것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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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만 듣자면, 참 쉬워 보인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원하는 모양으로 개발했더니 사랑받는 메뉴가 되었다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당장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금세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운이 좋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당시의 시장 상황과 그가 가진 환경적 측면이다.
물론 이 대표가 그러한 시장의 흐름을 계획적으로 분석하고 브랜드에 적용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트렌드의 흐름에 민감한 압구정동과 논현동 부근에서 오랫동안 삶의 터전을 일구어 온 그들 형제(이 대표는 형과 함께 스쿨푸드의 처음을 열었다)는 자연스러운 변화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아무런 전략이 없었을까?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뿐인데 우연히 성공한, 단순한 운에 불과했나?
(겉에서 보기에) 그들의 행보는 운처럼 보이지만 이 대표의 말들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들의 전략을 찾아낼 수 있다. 그 비밀은 ‘왜냐하면 ~때문이다’에 있다. 이 문장 구조를 간단한 영어 단어 하나로 정리해 보자면 ‘lead’ 정도가 될 것이다. 이를 테면 ‘A lead B’, 즉 ‘A가 B를 야기했다’ 정도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은 낮은 인건비와 원자재 값으로 경쟁력을 갖추며 ‘세계의 공장’으로서 각국의 제조 공정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Made in China’를 표기한 스티커는 수많은 제품 뒷면에 숨겨져 있었고, 대부분의 상품들이 싸지고, 또 흔해졌다. 언제나 그렇듯 하나의 주된 흐름은 역방향의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은 격을 달리할 수 있는 제품들이 필요했고 기업 입장에서도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날 방도가 필요했다. 그래서 ‘Made in China 스티커’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스티커’가 붙은 각종 프리미엄 제품들을 만들게 된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겨우 사그라지기 시작한 2003년의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한국에서 럭셔리라이프를 대변한 스타벅스의 매출 추이 역시 2003년과 2004년 사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당시 소비자들의 *미래에 대한 상대적 낙관지수 역시 상당히 높았다.

이 대표의 말에는 수많은 lead가 숨어 있었다. 이 단어 앞뒤에 있는 것들을 따라가 보면 무엇이 지금의 스쿨푸드를 있게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자. 현재 우리가 스쿨푸드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메뉴, 인테리어, 분위기 등)은 대부분 ‘전술(tactic)’에 가깝고(이것을 바로 전략으로 이해했다면 오산이다) ‘전략(strategy)’은 이보다 한 발 더 들어가야 이해할 수 있다. 즉 현재의 전술(T)을 있게 한 전략(S)는 무엇인가?
앞서 소개한 그들의 여러 전술을 바탕으로 추론해 보자면 그들의 전략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독특한 메뉴와 인테리어를 바탕으로 20~30대 여성을 메인 타깃으로 한 점에서 ‘틈새시장 전략’, 장아찌라는 아이템을 핵심으로 두고 다양한 메뉴를 개발했다는 측면에서 (협의의) ‘핵심 확장 전략’, 기존의 분식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요소를 가감해 경쟁을 불필요하게 했다는 측면에서 ‘블루오션 전략’, 또 기본적인 ‘차별화 전략’ 등으로 말이다.
하나의 작품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고, 그 다양한 해석은 나름의 논리를 가질 때 틀린 이야기가 아닌 것이 된다. 마찬가지로 한 브랜드를 두고도 수많은 전략 툴이 적용돼 해석된다. 그간 GM, 토요타, P&G, 사우스웨스트 항공, IBM, 코카콜라 등을 예로 든 전략의 수가 몇이나 되는지는 헤아리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중 틀렸다고 말할 만한 분석이 얼마나 있었나. 그래서 그 전략의 이름이야 무엇이 되었든, 그 전략(S)이 있게 한 앞단의 것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전략을 있게 한 이유, 즉 ‘Strategic Intent’다. 이 단어와 전략의 관계를 lead로 표현하자면 ‘I(intent) lead S’다.
*Strategic Intent. 우리에게는 ‘전략적 의도’라는 말로 더 잘 알려진 용어다. ‘전략’이란 단어, 또 ‘의도’라는 단어, 그리고 이를 합친 ‘Strategic Intent’라는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묘한 거부감(?)을 준다. 마치 교묘한 책략과 계락, 모략, 혹은 권모술수와 같은 느낌 말이다. 하지만 1989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한 「Strategic Intent」라는 논문을 통해 이 단어를 처음 소개한 세계적인 경영 철학자 게리 하멜과 프라할라드의 설명을 들어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전략적 의도’라는 표현이 주는 선입견을 피하기 위해 잠시 영어 표현을 쓰기로 한다).
그들이 말하는 Strategic Intent란 사실 어떤 ‘정신과 태도’에 관한 것이다. 전략에 대해 연구하던 그들에게 영감을 준 이는 약 3,000년 전에 이름을 떨친 중국의 장수, ‘손자’다. 손자병법에서 이러한 표현을 발견하고는 그 의미를 곱씹다가 이 단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누구든 내가 전쟁을 치르는 곳에서 나의 ‘전술’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략’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즉 현재 시장에서 보이는 경쟁자들의 전술들만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내가 세워야 할 전략 구축에 근본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전술 너머에 있는 전략, 그리고 전략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경쟁자의 이번 시즌 상품이 무엇인지, 할인율은 몇 퍼센트인지, 어떤 이벤트를 진행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에 혈안이 된 오늘날의 몇몇(?) 마케터나 브랜더에게 쓴소리를 하는 듯한 그들의 대안이 Strategic Intent다(물론 경쟁자 분석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순서의 문제다).
그가 (1989년 논문 발표 당시를 기준으로) 20년 이상 시장을 리딩하는 기업들을 보았을 때 그들의 공통적인 성공 요인은 ‘자사의 규모나 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목표에 대해 뜨거운 포부를 가졌다는 점’이었다. 그 포부를 두 교수는 ‘강박관념(obsession)에 가까운 집념’으로 해석했다(이는 경쟁자를 분석하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이러한 부분에 흥미를 가진 이유는 당시 급격한 성장을 보이며 미국 시장을 위협한 일본 기업들 때문이었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던 목표를 집념과 야망으로 일구어 낸 일본 기업들의 승리 이유를 Strategic Intent에서 찾은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가끔 Strategic Intent를 전략적 ‘의도’가 아닌 전략적‘의지’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단어가 주는 어감상 ‘의도’보다는 ‘의지’가 더 맞아 보이기까지 한다. 게리 하멜과 프라할라드의 이러한 접근은 당시 학계의 주목을 받기 충분했고 큰 영향력을 끼쳤다. 지난 20년간 더 깊이 연구되면서 ‘Strategic Intent’는 ‘기업의 목적’ 혹은 ‘이루어야 할 꿈’으로 정의되며 중요한 성공 에너지로 인정받았다. 하나의 도전 정신으로도 여겨지는 Strategic Intent를 구성하는 속성은 다음 3가지로 정리된다.
2) 발견감각(Sense of Discovery) : 미래에 대한 독특한 관점으로 새로운 경쟁력이 있는 (시장) 영역을 탐색할 수 있는 감각
3) 운명감(Sense of Destiny) : 직원들이 기업의 목적을 회사의 것을 넘어서 자신의 근원적 가치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감각
위와 같은 3가지 속성으로 Strategic Intent를 구성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 실현’을 위한 첫 단계다. 이것이 준비되면 게리 하멜과 프라할라드가 제시한 ‘전략적 의도 프로세스’를 통해 일련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 다음 과제다. 그 프로세스는 ‘도전 항목’을 정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는 구체적인 비전 설정과 시장 경쟁자를 고려한 목표 설정이다. 마지막으로는 전략적 의도가, 그리고 설정한 비전과 목표가 개인의 것이 아닌 조직 전체의 것이 될 수 있도록 ‘목적의 공유’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의 방법론으로 권한 위임과 동기부여를 꼽고 있다.
스쿨푸드의 홈페이지나 메뉴판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는 것은 ‘당신의 입 속에 꿈을 담아드립니다’라는 그들의 메인 캐치프레이즈다. 그들의 전략적 의도가 함축된 문장이다.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7년간 스쿨푸드가 보여 온 행보에서는 그들이 어떠한 방향감각과 발견감각으로 일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우선 그들이 찾은 ‘1) 방향감각’은 크게 4가지로 다음과 같다. 음식을 통해 (내·외부) 고객에게 ①맛(Flavor) ②즐거움(Entertainment) ③계몽(Enlightment) ④꿈(Dream)을 ‘제공하겠다(FEED)’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 맞는 (그들 입장에서 보자면 당연한 수순이지만 외부에서 보면 전략 및 전술인) 실행 계획을 꾸준히 ‘2) 발견(혹은 발명)’해 왔다.


당연히 음식의 기본은 ‘맛’이고, 이를 위한 노력은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정도(more or less)’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다.
쓰레기 봉투에 들어간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있나? 한번은 확인하려던 음식을 직원들이 치우는 바람에 쓰레기 봉투에 들어간 적이 있다. 깊숙이 들어간 것도 아니어서 다시 꺼내 맛을 봤다. 직원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지만 맛에 대해서만큼은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맛있는 맛’을 넘어서 ‘독특한 맛’ ‘예상 외의 맛’을 발견해 내는 것에 모두가 성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직도 스쿨푸드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또 아직 발견해 내지 못했지만 더 놀라운 맛이 있을 것 같아서 요즘에도 하루에 두 끼 이상을 스쿨푸드 매장을 돌며 먹는 이 대표다. 그런 그이기에 “‘학교냉면’의 소스를 개발할 때는 정말이지 두 달 동안 냉면만 먹었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실험 대상이었다”는 말이 의심스럽지 않다.
‘장아찌 김밥과 학교냉면’ ‘노다지 김밥’ ‘스쿨버스’. 이것이 그들이 스쿨푸드 논현 본점을 오픈하기 전에 가졌던 그들의 ‘상호’다. 그러나 편안함과 친근함, 친구 같은 느낌, 그래서 언제든지 편안하게 찾아와 친구들과 맘껏 이야기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하는 이유에서 스쿨푸드라는 ‘브랜드명’을 지었단다. 그리고 이들은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넘어 더 큰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해 새로운 영역을 발견해 내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계몽 활동이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직원들, 그중에서도 배달직원에 대한 것이다. 사실 그들의 첫 매장으로 선정된 논현동 가로수길은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이 대표가 형과 함께 어려서부터 신문 배달 등을 통해 삶의 터전으로 삼던 곳이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다는 것이, 또 배달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느낀 그는 스쿨푸드에서 배달하는 직원들이 남 같지 않은 모양이다.
두 번째 계몽은 문화 소외계층이다. 추후 ‘사랑의 밥차’ 컨셉으로 서울 각지나 지방을 돌며 문화 공연(음악, 춤, 개그 등)을 하고 음식도 나눠 먹고자 한다. 이것은 올해 혹은 내년께에 실행에 옮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dream, 꿈은 다양하게 해석된다. 첫째는 고객이 ‘음식을 맛보며 느끼는 행복 자체’를 ‘꿈’이라 표현한다. 그래서 입 속에 음식이 아닌 꿈을 담아 준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나왔다. 둘째는 직원 개개인의 꿈의 실현을 돕는다는 의미다.
이 얼마 전 입사한 직원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대기업 다니던 직원이었는데, 자기가 딱 꿈꾸던 비즈니스 모델을 스쿨푸드가 갖고 있어 보였고, 여기서 자기 꿈도 실현하고 싶어서 왔다는 것이다. 또 우리 배달직원 중 한 명의 꿈은 오토바이 센터를 갖는 거란다. 그래서 “내가 센터는 차려 줄 테니, 내가 투자한 것은 갚아라”고 말했다. 이런 말들이 그 친구에게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한다. 내 꿈은 그들이 꿈을 이루는 것을 제대로 돕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말하는 꿈의 세 번째 의미는 한식의 세계화다. 이미 일본과 미국에 진출한 스쿨푸드의 뜨거운 반응을 보았다. 일본 현지에서도 매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방송에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현재는 더 큰 확장을 위해 이전 준비 중이다). 미국 LA에서는 아직 제대로 오픈하지 않아 인적이 뜸한 상가에 스쿨푸드가 입점함으로써 상가 전체의 모객을 돕고 있다니, 앞으로 해외에서의 움직임이 자못 기대된다.



미국 LA에 진출한 스쿨푸드. 현지에서도 프리미엄 분식 포지셔닝에 성공적이다.
앞서 소개한 4개의 방향과 그 방향을 실현하기 위한 발견 혹은 발명에서 스쿨푸드의 ‘방향감각(Sense of Direction)’과 ‘발견감각(Sense of Discovery)’을 확인했다면 Strategic Intent의 마지막 속성인 ‘운명감(Sense of Destiny)’을 알아볼 차례다. 그들의 운명감은 스쿨푸드의 조직 구성원을 엿보면 짐작이 간다. 요식업계에서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정작 조직 구성원 중에는 관련 업계 출신이 거의 없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 예술 및 문화 공연 쪽에서 일하던 사람, 패션 브랜드에서 마케팅을 하던 사람, 스쿨푸드의 초창기 때부터 배달을 전문적으로 해온 사람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즉 가던 길로 가던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니라 공통된 목적 아래 뜻을 이루려 모인 사람들이다. 사실 이 대표 역시 엔터테인먼트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직접 춤을 추기도 했고 여러 가수들의 안무를 짜주기도 했으며 작사와 작곡 작업도 여럿 진행했다. 어쩌면 그의 이러한 과거가 자연스럽게 현재의 스쿨푸드에 묻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악도, 안무도, 그리고 스쿨푸드까지 내가 걸어온 삶을 보면 뭔가 융합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내 평생의 업業인 것 같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일본처럼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장인정신을 가지고 일하고, 또 그 자식들이 이어받아 운영하는 모습을 스쿨푸드를 통해 보이고 싶다는 점이다. 가능할지는 돼 봐야 알지만,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로써 하멜과 프라할라드가 제시한 ‘Strategic Intent’의 구성 요소를 준비해 가는 스쿨푸드를 살펴 보았다. 그 다음은 구체적인 도전 목표 설정이다. 어떠한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의외의 숫자 3개를 말했다.
이 수치는 그가 생각하는 국내 매장 수(85), 국내 배달점포 수(90), 해외 매장 수(100)를 의미한다. 프랜차이즈의 꿈은 가맹점포 수를 최대한 늘려 라이선스 피fee를 받는 것 아니던가. 그런데 이 대표는 이미 성장의 가이드라인을 그어 둔 것이다. 이유는 고객이 친히 붙여 준 ‘프리미엄’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행동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너무 많은 점포가 생기면 그것은 희소성을 가질 수 없기에 프리미엄이 아니라는 것이다. 85라는 숫자는 그가 대한민국 지도에 스쿨푸드가 있어야 할 법한 지점을 꼽아 가며 세어 본 결과란다. 브랜드의 전략 역시 ‘승리’를 위한 싸움이다. 다만 그 승리가 뜻하는 것이 일반적인 산술적 수치나 전제 조건 없는 무한한 성장은 아니다. 브랜드 운영에서의 승리란 일관성을 보이며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 나가는 것일 게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해 나가는 방향성 설정이 전략이며, 구체적 실행이 전술이다.
“음식에는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중심에 스쿨푸드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하는 이 대표의 꿈은 20~30년 전, 서양에 비쳐진 일본 기업들의 시도처럼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Strategic Intent로 성취해 냈듯이 현재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잘 지켜 온 스쿨푸드 역시 충분한 가능성을 지녔다.
하지만 이것을 이 대표 혼자서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까지는 자연스럽게 (여느 브랜드의 런칭 초기의 모습처럼) 이 대표 형제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전이되었겠지만, 런칭 8년 차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부터는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미션과 비전의 공유과정을 통해 스쿨푸드가 지향하는 것이 이 대표 개인의 미션을 넘어선 조직의 미션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때다(유니타스브랜드 Vol.14 p20 참고). 그래야만 조직에 ‘문화’가 형성될 것이며 결국 브랜드십(유니타스브랜드 Vol.16 p18 참고)에 의한 브랜드 경영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를 위해 하멜과 프라할라드 교수는 권한 위임과 동기부여를 방법론으로 꼽고 있다. 현재 스쿨푸드의 조직 내에서도 자연스럽게 그러한 모습이 엿보인다.
이처럼 이 대표의 권한 위임의 자세, 그리고 배달에서부터 시작해 총괄 책임자로까지 진급한 김 실장의 경우는 자연스럽게 현재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롤 모델이 될 것이다. 직원들에게 워너비(wanna be)가 생긴다는 것은 분명 자연스러운 동기부여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lead라는 단어를 사이에 두고 이어온 꼬리물기는 현재까지 이렇다.
현재 관찰되는 T, T를 이끈 S, S를 이끈 I. 그렇다면 이 I, 즉 전략적 의도는 어디서부터 기인된 것일까? 아마도 여기가 최종 목적지일 것이다. 물론 이것은 눈에 보이는 전술보다 한참 더 깊게 들어온 것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갖고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것을 찾아내 읽어내는 능력만이 결국 전쟁에서의 승리를 이끈다. 서양 속담에도 “Strategy wins wars, tactic wins battles(전략은 전쟁의 승리를 가져오고, 전술은 전투의 승리를 가져온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전쟁이 경쟁자와의 한판 승부라면 경쟁자의 전술이 아닌 전략적 의도를, 그리고 그 너머의 것까지 알아야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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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은 전투의 승리를 가져온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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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했듯, 마지막 what에 해당하는 것은 P, 바로 철학(Philosophy)이다.
이것은 개인의 것으로 끝나 버릴 수도 있지만 그 철학이 공유되어 집단의 이데올로기가 되면, 즉 브랜드 조직원 모두의 것이 되면 브랜드의 철학이 된다. 스쿨푸드가 이제는 이 대표 개인의 철학을 넘어선 브랜드의 철학을 차차 정의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유니타스브랜드가 매 특집 주제와 더불어 ‘철학’을 강조하는 이유다. 철학은 더 이상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도, 실상과 거리가 먼, 현재 나의 고민 범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략과 전술의 방향성이 되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되는 ‘실질적인’ 것이다. 그래서 한 브랜드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들의 ‘철학’을 알아야 한다. 그것에 대한 이해 없이 전술과 전략으로 그들을 해석하는 것은 나비가 되어 날아다닐 애벌레를 ‘기어다니는 곤충’으로 이해하고 끝내 버리는 것이다.
스쿨푸드의 전략적 의도, 그중에서도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지을 네 가지 방향성(Flavor, Entertainment, Enlightment, Dream)를 축약한 단어 Feed는 ‘(먹다가 아닌) 먹이다’다. 즉 그들의 전략적 의도, FEED를 있게 한 그들의 철학(P)에는(물론 아직까지는 이 대표 개인의 것이며 이를 브랜드의 것으로 공유하는 것이 숙제지만) 기본적으로 ‘나눔’의 개념이 있다. 그래서 스쿨푸드의 분식(粉食)은 분식(分食,나누어 가짐)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그의 P, 즉 철학이다. 이것에서 기인된 전략적 의도, 전략, 전술이 될 때, 또한 이것이 이 대표 개인의 것이 아닌 조직의 것이 될 때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스쿨푸드 역시 갈 길이 멀다.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의 경우는 ‘스쿨푸드다움’과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더욱 심도 있는 ‘브랜드 교육’이 필요하며, 마케팅 활동이나 일반적인 전술에서까지 그들의 철학이 더욱 느껴져야만 흔한 ‘맛집’ 이상의 존재로 소비자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그리하면 스쿨푸드는 음식에서 최고의 비밀병기로 꼽는 ‘손맛’을 넘어, ‘철학 맛’으로 마지막 간을 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브랜드의 목적 실현을 위한 최상의 활동, 즉 Strategy는 P·I·S·T(Philosophy→Intent→Strategy→Tactic)를 따르는 Sequence(시퀀스, 자연스런 귀결)의 흐름 안에 놓여야 한다. 당신이 오늘 고민하는 전략과 전술 아이디어는 PIST의 흐름을 따르고 있는가?
브랜드 케이스, 외식 브랜드, 브랜드 런칭 스토리, 차별화 전략, 프리미엄 전략, 미래에 대한 상대적 낙관지수, 전략적 의도, P.I.S.T., F.E.E.D., 철학의 전략화, 전략적 의도 프로세스, 방향감각, 발견감각, 직원 교육, 운명감, 브랜드 포지셔닝, 프랜차이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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