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있는 공학자(디자이너)의 브랜드(디자인)경영, 다이슨(Dyson)
자유롭게 혁신하고, 고집 있게 브랜딩하라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박상우  고유주소 시즌2 / Vol.17 브랜드 전략 (2010년 10월 발행)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우리를 잘못 알고 있다. 우리는 디자인이나 마케팅 중심의 기업이 아니다.” 난감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애플과 함께 대표적인 ‘디자인 중심 기업’으로 뽑은 영국의 가전제품 브랜드 다이슨(Dyson). 디자인 경영에 이만큼 좋은 사례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정작 다이슨 본사에서는 자신들이 디자인을 중심으로 일하지도 않으며 마케팅이나 PR에 열심인 기업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와의 인터뷰를 무엇보다 조심스러워했다. 혹시 다이슨이 ‘디자인’이나 ‘디자인 경영’, 크게는 ‘브랜딩’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많은 기업들이 그렇듯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보니 이들은 디자인 경영이 단순히 예쁜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ㄱ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전의 양면과 같이 디자인 경영과 브랜드 경영이 원래 하나임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비로소 비즈니스에서 이들이 보이는 고집스러움이 이해됐다. 디자인 경영, 아니 브랜드 경영을 위해 다이슨이 그간 어떤 고집스러움을 보였는지는 지금부터 살펴볼 것이다. 다이슨이라는 거울을 통해 당신의 브랜드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The interview with 코스모양행 다이슨 브랜드 매니저 박상우

 

 

5,217개, 70,000번, 5,000번, 10,000번, 1,560번. 이 숫자에 의미가 있나?

다이슨의 창립자이자 현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경영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모국인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산업 디자인 분야의 전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5,217이라는 숫자와 함께 유명해졌는데, 이것은 그가 (오늘날의 다이슨이 있게 만든)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 만든 시제품 개수다.

 

어떤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설계도도 아닌, 5,000개가 넘는 시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그는 시제품을 만드는 동안 매일 포기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먼지 봉투를 사용하는 기존의 청소기가 사용할수록 흡입력이 떨어지는 것이 싫어서 결국 루트 사이클론 기술(강력한 원심력을 발생시켜 공기로부터 먼지를 분리)을 이용해 먼지 봉투 없이 사용 가능한, 그래서 흡입력이 떨어지지 않는 청소기를 만들어 냈다.

 

그는 자서전인 《Against All Odds》에서 이 혁신적인 청소기를 발명하고 다이슨이라는 기업을 세우기까지의 일화들을 밝혔는데 자세히 보면 5,217이라는 시제품 수에서뿐만 아니라 이야기 곳곳에서 그의 기술에 대한 집념과 고집스러움을 찾을 수 있다. 다이슨 청소기의 제품 테스트에서도 그 면모를 엿볼 수 있는데, 이들은 청소툴(청소기의 헤드 부분) 관절을 7만 번 밀고 당기며 확인하거나, 손잡이를 5,000번 비틀어 보고, 청소툴을 1만 번 떨어뜨려 보고, 먼지통을 1,560번 열고 닫는 등 집요한 테스트를 실행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다이슨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코스모양행의 박상우 브랜드 매니저도 창립자 제임스 다이슨과 브랜드 다이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다이슨이 5,000개가 넘는 시제품을 만들어 가며 세상에 내놓은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 

 

 

박상우(이하 ‘박’) 사실 제임스 다이슨도 청소기 시제품이 5,000개가 넘으면서부터는 정확하게 세지 못했을 것이다. 5,217은 잠정적인 숫자이고 실제로는 더 많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만큼 그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 ‘고집스러운’ 면모가 있다. 이런 그의 성격이 반영되어서인지 다른 브랜드에 비해 다이슨은 지사뿐만 아니라 디스트리뷰터(distributor)에게 주는 가이드라인까지 매우 엄격하다.

 

 

 

 

 

다이슨 청소기의 제품 테스트

 

 

고집. 굳을 고(固)와 잡을 집(執)을 쓰는 이 단어는 자신의 의견에 집착하거나 좋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등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될 때가 많다. 그러나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무엇인가를) 굳게 잡는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잡고 있는 그 ‘무엇’이 옳은 것일 때는 좋은 일이지 않을까? 영국의 과학·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리타 카터(Rita Carter)는 《다중인격의 심리학》에서 고집의 장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집쟁이의 행동은 종종 놀랄 만큼 효과적이기도 하다. 실제적인 위협이 있는 조건에서는 완고하고 반항적이기까지 한 고집이 긍정적인 방어기제가 될 수 있고, 자존감을 확인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브랜드 또한 그 존재 목적이나 철학에 따라 세운 ‘옳은 원칙’을 고집하는 것은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들의 철학은 제품 디자인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데,
이는 디자인 경영의 컨셉 용어인 ‘뫼비우스 경영’에 매우 가까운 모습이다. 

 

 

제품과 기술에 대해 다이슨이 가진 원칙의 근간에는 ‘무엇을 만들어도 이전 제품의 문제를 (조금이 아니라) 확실히 해결할 만한 것을 만들고, 필요 없는 것은 만들지 않는다’는 제임스 다이슨의 철학이 깔려 있다. 기존 청소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다이슨의 청소기는 수없이 많은 제품 테스트를 거침에도 불구하고 구매 후 5년 동안이나 제품의 품질을 보증한다. 또한 그들의 철학은 제품 디자인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데, 이는 지난 특집 주제였던 디자인 경영의 컨셉 용어인 (철학에서 제품 디자인까지 브랜드의 내·외부가 모두 하나로 연결된) ‘뫼비우스 경영’에 매우 가까운 모습이다(유니타스브랜드 Vol.10 p23 참고).

 

 

고집으로 만든 다이슨의 일관성

다이슨의 완벽한 제품에 대한 억척스러운 (때로는 답답하기까지 한) 고집을 보여 주는 또 한 가지 사례는 로봇 청소기다. 다이슨은 1999년 처음 로봇 청소기의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도 제품으로 생산하지 않고 있다. 다이슨에는 무엇이든 혁신적인 기술이 떠오르면 바로 시제품으로 만들어 보는 문화가 있어 하나의 제품이 나오기까지 많은 수의 시제품이 제작된다(다이슨에는 전 세계에 한 대뿐인, 손쉽게 시제품을 생산해 내는 기계도 있다는 소문도 있다). 그런데 거듭된 개발에도 로봇 청소기가 사람이 다시 손대지 않아도 될 만큼 완벽한 청소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제품화하지 않고 있다. 지금 시장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을 만한 기술이지만 다이슨의 기준에서는 부족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부분은 어떨까? 다이슨의 청소기나 선풍기, 핸드드라이어를 가만히 살펴보면 마치 애플의 제품들처럼 멀리서 보아도 다이슨 제품이라고 알아볼 수 있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제품에서 포인트로 한 가지 컬러를 사용하는 대신, 나머지 부분은 모두 플라스틱 사출 상태 그대로 도색 없이 사용한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에 특수한 곡선 모양이 나타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은 다이슨 제품에 (사출 무늬가 그대로 드러나고 손질되지 않은) 불량이 많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품의 기능에 전혀 이상이 없고, 일부러 커버를 씌워 감추는 등의 불필요한 디자인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다이슨은 이런 형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사출 무늬마저도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문양’이라고 여기는 고객도 있다고 하니 그들의 고집이 오히려 차별점을 만들어 낸 셈이다.

 

다이슨에서 놀라운 또 한 가지는 브랜드로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커뮤니케이션과 유통회사를 관리하는 방법이다. Vol.10에서 디자인 경영을 연구하면서 디자인 경영, 나아가 브랜드 경영을 하는 많은 기업이 일관성을 위해 ‘편집증’을 가지고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한 바 있다. 다이슨에서도 역시 편집증적인 디테일 매니지먼트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이슨은 49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나 다이슨이 100% 지분을 가진 지사는 5개에 불과하다. 코스모양행도 지사가 아니라 다이슨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데, PR 및 마케팅 정책은 다이슨 본사와 99% 공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수입 브랜드들은 보통 로컬 시장에 맞게 어느 정도 타협을 하고 마케팅 소구점을 변경하거나 현지화할 만한 여유를 디스트리뷰터에게 준다. 그런데 다이슨은 청소기의 마케팅조차 ①흡입력을 잃지 않는 청소기, ②150배 깨끗한 배출 공기, ③유지비 제로, ④5년 품질 보증 등 정해진 순서에 따라 강조하게 되어 있다. 솔직히 한국에서는 알러지 방지에 효과적이라는 점이 다이슨 청소기의 가장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빨리 어필될 만한 이런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에서는 꼭 수순을 밟으라고 말한다. 나도 처음에는 다이슨의 철저한 관리에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박상우 매니저에 따르면 다이슨은  홈페이지, 카탈로그, 명함, 인쇄물 등 다이슨과 관련된 모든 커뮤니케이션 부문에 고집스럽다. 예를 들어 각 나라의 다이슨 공식 홈페이지를 제작할 때도 본사에서 제공하는 동일한 프레임과 내용을 그 나라 언어로 번역해서 사용하는데 아래와 같은 여러 번의,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친다. 카탈로그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영국에서 작업한 그대로 출력만 가능하고 수정이 불가능한 형태로 각 나라에 전달된다. 디스트리뷰터라도 본사로부터 허가 받지 못한 명함은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일관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이토록 편집증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사(혹은 디스트리뷰터)와 오랜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여 그들이 모두 다이슨의 철학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되면 비로소 그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 준다. 때로는 영어를 사용하는 다이슨 본사에서 보는 폰트의 이미지와 디스트리뷰터 국가의 문화적 시각에서 본 폰트의 이미지(다이슨에서 사용하는 폰트와 흡사한 정도, 가독성, 폰트 자체의 느낌 등)가 달라 디스트리뷰터가 변경을 요청한다. 한국도 그 같은 절차를 거쳤는데 본사에서 오랜 시간을 검토한 후 변경이 가능했다고 한다. 폰트의 정렬(영어나 한글의 경우 좌측 정렬이지만 그렇지 않는 국가도 많다), 광고 문구, 사진의 위치, 제품 배열 순서 등도 본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다이슨 디스트리뷰터의 자국 홈페이지 제작 과정 
다이슨 본사 홈페이지에서 공식 디스트리뷰터 인증 절차 ⇒ 다이슨 본사 홈페이지를 디자인 수정 없이 텍스트만 자국어로 번역 ⇒ 다이슨 본사에 송부하면, 그곳에서 다시 영어로 번역하여 오역된 것이 없는지 확인 ⇒ 본사에서 오역 수정 후 다시 디스트리뷰터가 자국어 오타가 없는지 확인 ⇒ 본사가 다이슨 영문 폰트와 가장 흡사한 디스트리뷰터 국가 폰트를 선정한 후 디자인 ⇒ 완성 상태로 디스트리뷰터에게 전달
영국, 일본, 프랑스, 한국의 다이슨 공식 홈페이지. 동일한 레이아웃과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도 다른 나라처럼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면서 처음 1년 동안은 어려움이 많았다. 타 브랜드 제품보다 비싼 가격도 조금만 내리면 더 많이 팔 수 있을 텐데 100번을 제안해도 100번 같은 대답을 한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 노력과 가치가 들어간 제품이기 때문에 고객이 그 가치를 알게 되면 아무리 비싸더라도 구매할 것이라고 말이다. 다이슨은 원칙만큼은 누구보다 철저하게 지킨다. 아직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다이슨 본사와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는데 이것은 전 세계적인 일관성과 현지화 사이에서 조금이나마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서로 조율해 가기 위함이다.

 

 

   

 

 

고집의 특권

디자인은 고객의 기대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장 노엘 캐퍼러 교수는 《뉴패러다임 브랜드 매니지먼트》에서 디자인을 위와 같이 정의하면서, 브랜드에서 디자인이 지켜야 할 핵심 원칙을 짚어 주었다. 그중 디자인은 절대 모호할 수 없는 것으로 브랜드는 디자인으로 분명히 정의되어야 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분명히 가시적이어야 한다는 (디자인의) ‘급진화의 원칙(principle of radicalization)’이나 디자인의 기능은 브랜드가 단순히 훌륭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디자인의) ‘비즈니스의 원칙(principle of business)’은 다이슨의 사례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는 동시에 브랜드 경영을 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이 한 번쯤 고려해 보아야 할 원칙들이다.
다이슨의 디자인 경영은 ‘이제부터 디자인 경영을 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니라, ‘유용한 것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확고한 철학이 디자인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시작되었다. 믿는 것에 대한 고집의 결과다. 그리고 이후에는 이것을 지키기 위해 다시 아주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는 고집으로 브랜드 경영을 완성해 가고 있다.

 

‘철학의 고집’이라는 중심을 공유하기에 디자인 경영과 브랜드 경영은 원래 하나다. 브랜드가 이런 고집스러움 없이 오로지 눈에 띄는 화려함만 좇는 디자인을 하면서 디자인 경영을 외친다면, 트렌드, 경영자의 변심, 담당자의 교체 등 환경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다가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여러 색깔이 섞여 까맣게 변해버려 손쓸 수 없게 변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브랜드를 위해 고집하라. 이유가 없는 고집은 팔만대장경의 한 구절처럼 ‘영원한 병(病)’이다. 그러나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를 굳게 잡는 것일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옳은 것을 위한 고집은 브랜드 경영이라는 영원한 특권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인생에서 우스운 점 한 가지는, 만약 당신이 최고만 얻겠다고 고집한다면 대개의 경우 그것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서머싯 몸

 

 

유용한 디자인이 곧 미(美)가 된다
The interview with 다이슨 CTO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
 
제임스 다이슨은 고집이 있는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다. 처음에 그는다이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청소기를 개발한 뒤에 이를 판매하려고 했을 때 새로운 문제를 발견했다. 일반 기업들이 청소를 하면 먼지 때문에 먼지 봉투가 자꾸 막혀 흡입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먼지 봉투가 있는 청소기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먼지 봉투를 소비자들이 계속 사서(사야만 해서) 수익이 났기 때문이다. 제임스 다이슨은 화가 났다. 그리고 수익성 때문에 어느 기업도 원하지 않던 이 좋은 청소기를 직접 판매하기 위해 다이슨을 창립했다. 경영자가 된 그는 다이슨의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한 뒤 1996년 다시 CEO의 자리에서 내려와 CTO가 된다. 전문 경영인을 따로 두고 창립자가 최고기술경영자가 됨으로써 다이슨이 기술 중심의 회사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실은 그가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로서 얼마나 제품의 기술과 혁신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다이슨이 왜 디자인 경영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을까? 그 이유는 제임스 다이슨이 브랜드의 철학과 직결되는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고 (사실 이 두 가지는 같은 것이다) 이를 제품 등을 통해 가시적으로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중심에 두고 있는 ‘기술’은 ‘디자인’과 구분된 개념이 아닌, 디자인이 포함된 개념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이슨이라는 브랜드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면 제임스 다이슨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인터뷰는 이것에 집중했다.
《Against All Odds》 중 ‘A new philosophy of business’ 섹션에서 밝힌 비즈니스 철학에 대한 이기가 흥미로웠다. 특히 다이슨의 철학 때문에 처음 일하게 된 직원들은 첫날 무조건 청소기를 만들어 본다든가,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든 바로 만들게 하기 위해 메모를 금지하는 방법들이 그랬다. 그래서 누구보다 남다른 철학이 있을 것 같은데, 당신은 기업들이 왜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미안하지만 나는 한 번도 다이슨이 ‘철학을 가져야만 한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내 생각에 다이슨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내가 철학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전부다.
 
  
브랜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당신도 직원들이 ‘철학을 알아야 한다’가 아니라 ‘존재 이유raison d’etre를 파악해야 한다’고 표현하지 않았나. 다이슨은 그런 의미에서 존재 이유가 제품 디자인에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선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나는 좋은 엔지니어링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사물을 자세히 보고 이것을 분해해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것이 더 잘 작동하도록 만든다. 그것이 나의 일이자, 다이슨이 하는 일이다.
좀 더 미학적 관점에서 디자인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아직도 오로지 아름다움에만 신경을 쓴 디자인 제품에는 좀처럼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것 같다. 한 예로, 많은 사람들이 필립 스탁의 레몬 스퀴저(remon squeezer)를 좋아할 것이다. 이것은 필립 스탁의 의도대로 제품 자체로 아름답고,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 준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 이것은 훌륭한 제품이 아니다. 기능적으로 이 스퀴저로 레몬을 짜면 레몬즙이 스퀴저의 다리로 흘러내려오면서 그 부위가 곧 끈적이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곧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름답다 하더라도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제품은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유용성이 없는 디자인을 하지 않기 위해서 다이슨의 제품에는 불필요한 부분이 전혀 없는 효율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것인가?
그렇다. 나는 제품이 그에 알맞은 역할을 할 때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누군가가 다이슨의 제품이 외형적으로 아름다워서 좋다고 말해 주면 기쁘다. 그러나 누군가가 우리 제품이 ‘펑키’하다거나 ‘미래적’이라고 좋게 평가하더라도, 다른 누군가는 같은 제품을 두고 너무 요란스럽다고 나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아름답다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이슨은 디자인 이상으로 제품의 기능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켜 왔고, 기능을 항상 제품의 외형 디자인보다 중요시해 왔다는 사실이다. 만약 우리가 그렇지 못했다면 결국 어느 순간에 소비자는 디자인에 돈을 낭비한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다이슨은 기술로서 완벽한 것과 아름다운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기술을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는 매우 기술 중심적인 기업이라 그럴 것이다. 허나 나는 유용한 디자인과 아름다운 디자인이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쟁적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둘을 함께 가진 제품은 분명히 있다. 그래서 다들 점점 ‘진정한 디자인(real design)’, 즉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디자인을 찾아다니고, 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다이슨의 모든 엔지니어 직책이 ‘디자이너’인가? 2,500명의 직원 중 이들 R&D 인력이 전 세계적으로 1,6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안다. 거기다 2009년에는 순수익의 3분의 1을 이 R&D 부문에 투자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은 다른 일이 아니다. 다이슨에서는 리서치와 디자인, 개발을 담당하는 R&D 부문이 광고 캠페인이나 마케팅보다 중요한 일이다. 물론 R&D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그래서 아마 많은 기업이 빨리 수익이 나는 광고 캠페인이나 마케팅에 많은 돈을 투자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R&D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제품에 만족하는 소비자들을 많이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지속적으로 만족스럽지 않다면 제아무리 화려한 광고 캠페인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줬더라도 의미가 없다.
 
다이슨의 제품들은 모두 기존 제품의 문제를 해결하고, 아름다움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제품 전체에 불필요한 부분이 없는 유용한 디자인을 하겠다는 생각에 따라 만들어졌다. 앞으로 다이슨의 디자인과 브랜드 관리를 살펴볼 텐데 여기서도 그들의 이런 생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통일된 하나의 생각으로 놀랍도록 일관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 냈고, 그 맥락에 맞게 외부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었다. ‘통합과 일관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유니타스브랜드가 꼽은 다른 디자인 경영 기업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했다(유니타스브랜드 Vol.10 p244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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