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웅동체와 강장동물식, 뫼비우스 경영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아이브가 되고, 조나단 아이브는 조나단 잡스가 된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권민  고유주소 시즌1 / Vol.10 디자인 경영 (2009년 06월 발행)

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는 공간의 위치를 다루는 위상수학(位相數學, topology)적인 곡면으로, 경계가 하나밖에 없는 2차원 도형이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안과 밖의 구별이 없기 때문에 쳐다보면 신기함마저 든다. 이런 묘한 뫼비우스 띠는 발견된 히스토리 역시 구별이 힘들다. 1858년에 아우구스트 페르디난트 뫼비우스(August Ferdinand Mobius)와 요한 베네딕트 리스팅(Johann Benedict Listing)이 서로 독립적으로 발견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스티브 아이브와 조나단 잡스의 출현

뫼비우스의 띠(Möbius strip)는 공간의 위치를 다루는 위상수학(位相數學, topology)적인 곡면으로, 경계가 하나밖에 없는 2차원 도형이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안과 밖의 구별이 없기 때문에 쳐다보면 신기함마저 든다. 이런 묘한 뫼비우스 띠는 발견된 히스토리 역시 구별이 힘들다. 1858년에 아우구스트 페르디난트 뫼비우스(August Ferdinand Möbius)와 요한 베네딕트 리스팅(Johann Benedict Listing)이 서로 독립적으로 발견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같은 것을 같은 시기에 연구했다는 것이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뫼비우스의 띠의 원리에 입각한 창조적 필연이었을까? 비약처럼 보여질지 모르겠지만 또 하나의 아이러니한 것은 이번 디자인 경영을 준비하면서 비중있게 다루었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그와의 암묵적 숙적인 빌게이츠와 1955년생으로 동갑이다. (참고로 연관성은 없지만 상대성 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은 1955년에 사망을 했다).

 

 

애플과 뫼비우스의 띠, 자웅동체, 강장동물
그리고 무성생식을 연결시키고자하는
기괴한 궤변을 시작하는 이유는,
애플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마케팅 법칙으로는
도저히 해석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서, 원시생물 중에 뫼비우스의 띠와 비슷한 개념을 가진 것들이 있다. 바로 암수 양쪽의 생식소를 가지고 있는 자웅동체(hermaphrodite)와 입과 항문이 하나인 강장동물(coelenterate)이다. 자웅동체와 강장동물이 원시 생물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보았을 때 처음부터 가장 완벽하게 진화된 생물이 아니었을까? 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무성생식’이라는 종족번식 방법이다. 무성생식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번에 수만 개의 혹은 연속적으로 자신의 ‘종족’을 퍼트린다는 것이다.

 

애플과 뫼비우스의 띠, 자웅동체, 강장동물 그리고 무성생식을 연결시키고자하는 기괴한 궤변을 시작하는 이유는, 애플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마케팅 법칙으로는 도저히 해석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마케팅의 황금률이라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법칙이 무색할 만큼 다양한 일을 하고 있으며 모두가 강조하는 로열티 경영의 핵심, 고객 애프터 서비스 관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또한 일반적인 마케팅 프로세스에서 중시되는 ‘소비자 조사를 토대로 마케팅 전략 구축’도 애플에게는 없다. 부드러운 리더십이 강조되는 요즘에도 스티브 잡스의 독재경영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굳이 예를 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전설적인 스토리가 많다.

 

애플은 변종일까? 기형일까? 아니면 우리는 진화의 끝을 보는 것일까? 이번 ‘디자인 경영’의 사례와 기준으로 모든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뽑았던 대표적인 회사가 ‘애플’이었다. 그래서 디자인 경영을 풀기 위해서 애플의 경영을 훔쳐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애플이 디자인 경영을 잘하고 있는지, 애플식 디자인 경영이 가장 좋은 것인지, 애플처럼 디자인 경영을 하면 모두가 성공하는지, 그리고 애플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디자인 경영이 필요한지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나쁜 소식을 먼저 전하자면 애플의 단점을 아직은 뽑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한국에도 스티브 잡스와 거의 비슷하거나 같은 마인드와 실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만약에 누군가 ‘그런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애플과 같은 회사가 등장하지 못하는가’를 물어온다면 답변은 다양하다. 여기가 미국 시장이 아니라는 다소 무식한 답변을 시작으로, 우리에게는 조나단 아이브처럼 분야를 넘나드는 디자이너가 없으며 (닭이 먼저인지 닭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동시에 그러한 디자이너가 탄생될만한 환경이 못 되어왔다는 것도 그 답변이다.

 

다시 돌아가서 자웅동체, 강장동물 그리고 무성생식으로 애플을 이해하려는 이유는 이러한 특징을 애플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조나단 아이브와 스티브 잡스와의 관계는 익히 영혼과 육체의 관계(참고: p21)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스티브 잡스는 경영자이며, 기술자이며, 그리고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디자이너 본능과 경영자적 야성을 동시에 가진 그런 사람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경영자들이 ‘디자인 경영’을 경영 트렌드로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디자인을 경영의 도구 중 하나로 보거나 품질경영과 같은 ‘과목’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교육기관에서 강의를 듣고, 좋은 디자이너를 추천받고 그리고 디자인실에 많은 비용을 들여서 창조적인 공간을 만들려고 애쓴다. 그러나 경영자들은 디자인에 관한 것을 ‘교육’으로 끝낼 뿐이지 자신 스스로 ‘어떻게 디자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다. 입는 옷도, 디자인 관련 현장 교육도, 자신들이 구매하는 브랜드도 여전히 예전의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애플은 직원들을 선발할 때 추천에 의한 만장일치로 뽑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확인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게중심이 가는 것은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직원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거의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조나단 아이브와 스티브 잡스는 머리 스타일도 비슷하다.) 아마도 편견과 선입견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애플 자체가 거대한 한 몸(자웅동체)처럼 보인다.

 

애플의 강장(腔腸)은 철학이 디자인이고, 디자인이 전략이고, 전략이 브랜드 경영이며, 브랜드 경영을 통해서 자신의 철학을 사용자에게 체험시키고 있다. 애플에 관한 어떤 자료를 찾아보아도 애플이 스스로 ‘디자인 경영’을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사용자 편리’라는 철학이 돌고 돌아서 결국 ‘고객 체험’으로 돌아온다. 애플 사이클 안에 들어가면 고객은 디자인으로, 서비스로, 문화로, 정보로, 스토리 등 각종 커뮤니케이션 툴을 통하여 ‘애플’을 갖게 된다.

 

애플을 무성생식에 비유한 것은 그들은 자신들의 철학을 말 그대로 무성생식처럼 상품에 넣어서 전 세계에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앱스토어는 오픈 9개월만에 다운로드 10억 건을 넘겼다. MP3 플레이어같은 경우에는 세계 점유율 70%를 넘어가고 있다. 이런 애플을 과연 어떤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

 

물론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브랜드를 연구하는 필자도 애플이 이런 추세로 10년 정도는 더 진행하면서 새로운 규칙과 법칙을 만들어 가기를 바라고 있다. ‘과연 이런 브랜드를 또 볼 수 있을까?’라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애플을 지켜보며 포스트(post) 스티브 잡스를 기대하고 있다. 만약에 애플이 스티브 잡스와 함께 사라진다면 마치 갈라파고스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종을 실제로 본 것으로 만족해야하는 것이고, 스티브 잡스가 없어진 후에도 오히려 더 성장한다면 브랜드계에 새로운 법칙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앞서 말했듯 이번 특집을 준비하면서 애플의 패턴, 즉 모든 소비자 가치를 철학으로 통합한 디자인 경영의 패턴들이 우리나라의 기업과 기업인 그리고 디자이너들에게도 똑같이 나타났다.

 

 

편집증이란 한마디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정신 이상 증세의 한 가지이다.
결론적으로 디자인 및 브랜드 경영을 하는 경영자들은
편집증에 걸릴 수 밖에 없다.

 

 

디자인 경영 양손잡이들의 편집증

‘편집증’이라는 정신병명에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지적인 느낌이 난다. 특히 브랜드 관련 업계에서 편집증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미쳐있는 상태’로 인식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누군가 “김과장은 신규 브랜드에 편집증 증세가 있어!”라고 말한다면, 배 나온 말년 과장의 직장 생활 몸부림으로서의 ‘일 중독’과는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딱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일 중독과는 달리 편집증은 보다 주도적이며 세련되고 아티스틱하며 지적인 몰입 혹은 집중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아마 이 모든 것이 앤드 그로브Andy Grove의 저서 《편집증자만이 살아 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로 인한 것으로, ‘편집증’은 세례받고 성화된 듯 하다.

 

‘디자인 경영’ ‘브랜드 경영’ 혹은 ‘창조 경영’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가치를 경영하는 경영자들은 모두 편집증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미친 듯이(정량적으로)’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제대로 미쳐야(정성적으로)’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제대로 미친 것일까? 먼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편집증에 대한 해석부터 다시 해보자.

 

백과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편집증(Paranoia)은, ‘심각한 우려’나 ‘과도한 두려움’ 등의 특징이 나타나는 이상심리학적 증상을 일컫는다. Paranoia란 단어의 구조를 살펴보면 ‘para(바깥) + nous(마음)’의 구조로 되어있다. 마음이 바깥에 있으면 어떻게 될까? 흔히 ‘편집증’을 문학에서는 의심이 많다는 뜻의 단어로 쓰는데, 심할 경우 대개 비이성적 사고나 착각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편집증이란 한마디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정신 이상 증세의 한 가지이다.

 

결론적으로 디자인 및 브랜드 경영을 하는 경영자들은 편집증에 걸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편집증, 즉 para(바깥) + nous(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바깥’은 ‘소비자 중심’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기술 중심, 기업 중심, 공급자 중심은 적어도 생산자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생산자가 주는 상품에 스스로의 욕구를 끼워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 중심(바깥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버리고 소비자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조직 내부에서는 이것을 ‘혁신’이라고 하고, 경영자는 ‘창조’라고 말하며 소비자는 ‘가치’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그것을 ‘제대로 된(제대로 미쳐서 만든)’ 브랜드라고 말한다.

 

할리데이비슨는 ‘우월감’을 판다고 한다. 스타벅스는 ‘위로의 안식처’라고 말한다. 현대카드는 ‘혁신적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한다고 말한다. 컨버스는 ‘오리지널과 트렌드’를 섞는다고 한다. 루펜리는 음식물 처리기가 주방의 ‘예술 작품’이라고 말한다. 크라운 베이커리는 디자인 가치를 판다고 한다. 모토로라는 핸드폰 디자인에 창조적이며 윤리적 가치를 넣었다고 한다. 애경에서는 생필품 패키지를 럭셔리 라이프를 담은 예술로서 승화시킨다고 한다. 아이리버는 혁신적 디자인을 MP3플레이어에 녹인다고 한다. 크라제버거는 씹는 디자인도 있다고 한다. 도대체… 이것이야말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설득력이 있는 망상’이 아닐까?

 

현대카드의 경우를 살펴보자. 어떻게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값을 계산하고 포인트를 쌓는 것이 혁신적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하는 것일까? 문제는 현대카드는 정말 이렇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카드 사용자도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괴한 현상에 대해서 그들은 ‘브랜딩’이라고 말한다.

 

현대카드는 디자인을 ‘신앙’이라고 말한다. 또한 자신이 신앙이라고 믿는 디자인은 일반적인 디자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카드의 디자인은 ‘가치를 혁신적으로 보여주는 과학의 결정체’라고 말한다. 과연 정통으로 마케팅과 디자인을 배운 사람 중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그들의 설명은 매우 명료했다. 현대카드의 카드 디자인은 카드에서 나오는 이미지를 삶으로 그대로 옮기는데 있다고 한다. 현대카드의 ‘블랙카드’는 베일에 싸인 특권층의 라이프스타일을, ‘퍼플카드’는 도도하고 지적이며 럭셔리한 삶의 가치를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현대카드의 뫼비우스 경영은 ‘디자인 = 아이덴티티 = 철학 = 라이프스타일 = 브랜드 = 소비자 욕구 = 포인트 = 카드지불 = 혁신 = 그리고 디자인’처럼 모두 ‘통합’되어 하나로 되어 있다. 바깥 마음인 ‘소비자의 가치’는 내부 마음인 ‘기업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또한 소비자가 추구하는 라이프 디자인(바깥 삶)은 기업이 제안하는 카드 디자인(내부 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마치 그들은 태양계의 아홉 행성이 모두 일직선이 되는 그랜드 얼라인먼트(Grand Allignment)때에 새로운 시대가 온다는 것을 믿는 신앙인처럼 ‘통합과 일치’를 숭배하고 있었다.

 

비단 현대카드뿐만이 아니다. 이번 특집에 소개된 대부분의 디자인 경영을 하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디자인을 시각적 ‘기술’로 사용하지 않고 ‘소비자 가치 창조’라는 ‘마술’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바깥마음(소비자 중심)을 가지고 그들을 놀랍게 하며, 즐겁게 하고, 환상적인 기쁨을 통하여 자신의 브랜드와 소비자를 ‘통합’시키려고 한다. 그들은 소비자와 하나가 되는 자웅동체를 원하고 있으며, 브랜드라는 입력과 출력기관을 통해서 소비자의 가치와 기업의 디자인을 함께 보여주려는 강장동물이 되고자 한다. 이것을 과연 제정신으로 할 수 있을까?

 

 다시 애플로 돌아가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처음에 들고나온 애플I, II 맥킨토시 그리고 iPod이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이라는 소비자 중심의 철학으로 자신의 상품을 혁신적으로 진보시켰고 그것을 디자인으로 느끼게 하였다. 스티브 잡스의 관한 책을 한 권만 읽으면 그의 극단적인 성격과 행동에 대해서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케팅 권위자들이 디자인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가 가져온 혁신의 결과 때문이다. 바로 혁신의 결과는 스티브 잡스의 편집증적인 ‘소비자 중심 경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편집증적 경영자만이 디자인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경영을 하면 편집증적 경영자가 된다. 왜냐하면 기술은 기업이 원하는 수준이라면 디자인은 소비자가 원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경영은 자기 수준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극단적인 비유겠지만, 흔히들 일반적인 정신병자는 하나 더하기 하나는 셋이라고 알고 있으며 이것에 대해서 매우 만족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편집증적 환자는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를 몹시 걱정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에 불만족한 고객들을 자신이 주는 가치를 모르는 건방진 부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특집 취재로 만난 경영자들은 이미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이 내일은 불만족할 것 같아서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있었다. 이제서야 왜 시장에서 편집증자만이 살아남는가에 대해서 이해가 된다. 그래서인지 이번 특집 취재를 통해서 만난 디자인 경영의 경영자들의 능력과 리더십은 보편 타당하고 상식적인 경영학적인 전문용어로는 정의하기가 힘들었다. 굳이 한다면 그들은 모두 스티브 잡스처럼 ‘디자인적 본능과 경영적 야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디자인 경영, 트렌드 용어에서 혁신 용어로

모 아파트 광고에서는 자신을 유비쿼터스 아파트라고 말한다. 원래 유비쿼터스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라는 뜻으로서 인터넷이 없었던 1988년에 상상력을 발휘해서 나온 단어이다. 따라서 유비쿼터스는 심오한 예언가적 단어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휴대폰과 인터넷 망을 통하여 어디에서든지 네트워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통합이라는 뫼비우스 띠를 연상케하는 유비쿼터스는 예언가적 용어도 아니고, 전문 기술 용어도 아니다. 바로 대중 용어이며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이 되어 버렸다.

 

최근 트렌드 용어인 디자인 경영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디자인(을 중요시 하는) 경영, 디자인(을 전략으로 하는) 경영, 디자인(출신자들이 하는) 경영, 디자인(마인드를 가진 경영자가 하는) 경영, 디자인(을 혁신의 도구로 사용하는) 경영, 디자인(을 차별화 포인트로 하는) 경영, 디자인(을 잘하는 디자이너에게 허영심과 명예를 주는) 경영, 디자인(을 소비자의 가치로 전환하는) 경영 등이다. 그러나 마케팅에 관한 정의가 200가지가 넘듯이 디자인 경영에 관한 정의를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다양한 생각과 접근을 통해서 또 다른 혁신적 정의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의가 아니라 초점이다. 아무리 뜨거운 태양일지라도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아무것도 태우지 못한다. 불황이 되면서 또 다시 디자인이 탁월한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가 뜨겁게 달구어졌지만 시장을 태워버릴 만큼 디자인이 탁월한 브랜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초점’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 바로 ‘브랜딩을 디자인으로 하는 전략적 경영’이 초점이다.

 

 

그들은 소비자가 하나가 되는 자웅동체를 원하고 있으며,
브랜드라는 입력과 출력기관을 통해서
소비자의 가치와 기업의 디자인을 함께 보여주려는 강장동물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디자인 경영의 초점에 해당하는 ‘실행’에 관한 브랜드 지식이 암묵지로 계승될 뿐 정량적으로 패턴화된 것이 없다. 어떤 면에서는 다행인 것이, 우리나라의 디자인 경영은 이제 10년도 안 된 지식이기 때문에 지금 시작해도 처음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번 특집에서 취재한 기업들이 어쩌면 1세대 디자인 경영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디자인 경영도 유비쿼터스처럼 어느 순간에 특화된 개념이 아니라 경영에서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가는 필요충분 조건이 될 것이다. 이 말은 조건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고 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기능, 품질 그리고 서비스는 더 이상 차별화가 될 수 없고 오직 디자인으로 브랜딩을 하는 브랜드만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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